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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튀르키예, PKK 해체 이후 안보 및 정치적 변화 분석

튀르키예 이경은 EC21R&C 연구원 2025/06/27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중동부유럽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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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PKK 해체 선언과 향후 전망


PKK 해체 선언의 배경과 튀르키예 정부의 대응


2025년 6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조직 해체 선언은 튀르키예 정부와 40년에 걸친 무력 충돌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번 결정을 ‘역사적 승리’로 규정하며, 안보 전략의 재편과 함께 국내 정치 질서 및 쿠르드족 관련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PKK의 무장 투쟁 포기는 단순한 군사적 해소를 넘어, 민족 문제 해결 방식의 전환과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PKK의 역사와 최근 주요 사건들


PKK는 1970년대 후반 결성된 이후 1984년부터 무장 봉기를 시작하며, 튀르키예 내 분리주의를 목표로 가장 장기적인 반정부 무장 투쟁을 이어왔다. 1980년대부터 40여 년간 지속된 이 분쟁은 4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초래하며 튀르키예 사회에 심각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부담을 안겼다. PKK의 창설자이자 지도자인 압둘라 오잘란(Abdullah Öcalan)은 1999년 튀르키예 당국에 체포되어 수감되었으며, 이후 조직은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의 산악지대를 근거지로 게릴라전을 지속해왔다. 2000년대 초반 이후 PKK의 전략은 완전한 독립국가 수립에서 쿠르드인의 권리 신장과 자치 확대 요구로 전환되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튀르키예 정부와 PKK 간에 일시적인 평화협상과 휴전이 이루어졌지만, 2015년 협상 결렬 이후 폭력이 재개되며 갈등은 다시 격화되었다. 특히 2015년 이후 PKK는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대도시에서 연쇄적인 폭탄 테러를 감행해 민간인 피해를 발생시켰고, 이에 대응해 튀르키예군은 국경 내외에서 대규모 대테러 작전을 전개했다.


최근 수년간 튀르키예 정부의 공세적 대응은 PKK의 조직력 약화로 이어졌다. 드론 공습과 특수부대 작전을 통해 PKK의 주요 거점은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로 밀려났으며, 고위급 지도부에 대한 정밀 타격도 지속되었다. 2024년 10월에는 PKK 연계 세력이 앙카라에서 정부 청사를 겨냥한 자폭 공격을 시도했으나, 튀르키예 정보기관(MİT)과 경찰의 공조로 조직 간부 체포 및 잔여 세력 소탕 작전이 진행되었다. 이어 2024년 11월에는 PKK의 해외 조직망까지 겨냥한 작전이 전개되어, PKK의 포르투갈 지부 책임자가 국내로 유인되어 체포됐고, 시리아·이라크 내 YPG 세력에 대한 공격으로 다수 대원이 제거되었다. 이 같은 군사·정보 분야의 집중적 압박은 PKK의 활동 반경을 국경 밖으로 제한하고, 조직 내부에 전략적 혼란과 약화를 초래한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5년 초 찾아왔다. 2024년 10월, 에르도안 대통령과 연립여당의 동맹인 극우 민족주의 정당 MHP의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는 “PKK가 무장을 해제하고 해체한다면, 압둘라 오잘란의 조건부 석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이례적인 제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는 국가안보 최우선이라는 정부의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과거 어느 정부 인사도 언급하지 않았던 파격적 입장이었다.

이후 2025년 2월, 수감 중인 오잘란은 옥중 메시지를 통해 무장 투쟁 종식과 조직 해산을 공개 촉구하며, “민주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PKK가 역사적 역할을 다했으며, 이제는 스스로 해체해야 할 시점임을 선언했다. 오잘란의 이 메시지는 PKK 내부에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같은 해 3월, PKK 지휘부는 전면적 휴전을 선언하며 튀르키예에 대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PKK는 평화적 해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정치적·법적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튀르키예 정부가 공식적으로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안전한 무장 해제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법률로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는 2013~2015년 평화협상이 법적 근거 없이 실패한 전례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2025년 5월 초,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의 한 비밀 장소에서 열린 PKK 제12차 당대회에서 조직원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PKK는 오잘란의 권고를 공식 수용하고 “조직 구조를 해산하고 무장투쟁 노선을 종료한다”는 역사적 결정을 채택했다. PKK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역사적 임무는 완수되었다”고 선언하며, 무장 투쟁이 쿠르드 문제를 국제사회 의제로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이제는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늘부로 ‘PKK’라는 이름으로 수행된 모든 활동을 공식 종료한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조직 해체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1984년 시작된 무장 반란은 40여 년 만에 종식 수순에 들어가게 되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를 “테러 없는 국가를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환영하며, “평화와 형제애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력과 테러가 사라질 때 비로소 정치와 민주주의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으며, “승리자는 국민과 국가, 그리고 이 지역의 모든 형제들”이라고 역설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울러 정보기관과 치안 당국에 향후 이행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을 지시하며, PKK 무장 해제 과정의 검증과 관리를 국가가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정부는 PKK의 해체 선언만으로 즉각적인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 인식도 드러냈다. PKK가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무장 해제 및 사회 통합 과정에는 여전히 복잡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안보 당국은 “법적 안전장치 마련, 잔여 세력 처리, 해외 조직망 해체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실제로 PKK 측도 무장 해제와 조직 해산의 구체적 조건으로 튀르키예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해왔으며, 오잘란의 향후 처우나 조직원들의 신변 보호 등 민감한 쟁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PKK 해체 결정 전후, 튀르키예 국내 안보 정책의 변화

PKK 해체에 이르기까지 튀르키예의 안보 정책은 점점 더 강경하고 공세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정부는 PKK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목표 아래, 군사력·정보력·치안 역량을 총동원한 종합적인 대테러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국경 안팎에서의 군사 작전 강화, ▲정보기관과 경찰의 대응 능력 확대, ▲국경 감시 및 차단 체계 강화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체화되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첫째, 군사 전략의 변화이다. 튀르키예군은 PKK의 공격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국경을 넘어 적을 추적·격멸하는 공세적 전략으로 전환했다. 2018년 이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북동부의 PKK 거점을 겨냥한 작전을 실시했고, 특히 2019년부터 시작된 ‘발톱(Claw)’ 작전을 통해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의 PKK 캠프와 군수시설을 체계적으로 타격하고 봉쇄했다. 또한, 자국산 무인기(Bayraktar)와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한 공습을 통해 PKK에 큰 피해를 안겼으며, 지상에서는 특수부대가 투입돼 동굴 진지를 소탕하고 주요 거점을 점령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 결과 PKK는 튀르키예 영토 내에서 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본거지를 이라크 내 산악지대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었다. 튀르키예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의 공세적 작전으로 PKK는 대도시 테러 역량을 상실했으며, 현재는 국지적 공격 외에는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둘째, 정보·치안 역량 강화이다. PKK의 도시 조직망과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튀르키예 경찰과 국가정보기관(MİT)은 국내외에서 대대적인 지도부 제거 작전을 시행했다. 국내에서는 은밀히 활동하던 PKK 연계 조직과 인물들에 대한 체포 작전이 강화되었고, 2024년 10월 앙카라 폭탄 테러 기도 직후 전국적으로 PKK 연계 용의자 1,100여 명이 동시 검거되었다. MİT는 해외로 도피한 인물들까지 추적했으며, 2024년 11월에는 PKK의 포르투갈 지부 책임자를 이스탄불로 유인해 체포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시기,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서는 정보자산을 활용한 정밀 타격 작전으로 YPG 대원 8명을 제거했다고 국방부는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국경 안팎을 아우르는 정보·치안 공세는 PKK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은신처를 축소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셋째, 국경 통제 강화이다. PKK 활동이 국경지대로 옮겨지면서, 튀르키예는 무기 밀반입 차단과 게릴라 침투 저지를 위한 방어선을 대폭 강화했다. 시리아 국경에는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장벽과 철책, 감시초소가 설치되어 PKK 전투원의 월경을 차단했으며, 이란·이라크 국경 지역에는 열감지 카메라, 드론 정찰, 특수부대가 동원된 24시간 감시체계가 구축되었다. 국경 검문소에서는 무기 및 폭발물 반입을 집중 단속하고, 쿠르드 지역 주민의 이동 또한 엄격히 통제해 내부 침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 안보 전략은 튀르키예 정부가 PKK 해체를 실현 가능하게 만든 안보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지속적인 군사·정보 압박으로 PKK를 고립시킨 결과, 조직이 투항에 가까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PKK 해체 선언 직후 에르도안 정부는 “수년간 지속해온 대테러 작전의 결실”이라 평가하며, 튀르키예가 자력으로 자국 내 테러 위협을 제거한 사례로 국제사회에 자신감을 보였다.

PKK 해체 이후 정치 지형 변화: 권력 재편과 정당 간 새 역학

PKK 해체는 튀르키예 국내 정치 지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집권 여당 내부의 권력 구도와 정책 기조, 야당과의 역학 관계, 쿠르드계 정당에 대한 접근 방식 등 정치 전반에서 새로운 변화가 발생했다.

우선 여권 내에서는 정의개발당(AKP)과 민족주의행동당(MHP)으로 구성된 연립정부가 PKK 해체를 이끈 성과를 정치적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바흐첼리 MHP 대표는 압둘라 오잘란의 조건부 석방 제안을 통해 평화 프로세스의 실마리를 제공한 인물로 부상하면서, 강경 보수진영의 핵심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초기에는 발언을 자제했으나, PKK 측의 구체적 움직임이 드러나자 “튀르키예가 테러의 벽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며 바흐첼리와의 긴밀한 공조를 시사했다. 집권세력은 이번 성과를 국가 안보의 승리이자 여권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향후 권력 전략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상 2028년 대선 출마가 제한되어 있으나, PKK와의 평화 성과를 바탕으로 조기 대선 혹은 개헌을 추진해 3선 연임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흐첼리 대표는 에르도안의 2028년 출마를 공개 지지하며, 필요 시 개헌 협력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여권이 쿠르드계 일부 정당의 지지를 끌어들여 개헌 정족수를 확보하려는 전략과도 맞물리며, PKK 해체 이후 쿠르드 문제 해결의 명분 아래 장기 집권을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2023년 대선 이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쿠르드계 정당과의 비공식 연대를 바탕으로 에르도안 정권에 맞서 왔지만, 정부는 이를 “테러 세력과의 연대”로 규정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CHP)가 2025년 3월 부패 혐의로 구금되면서,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바 있다. 정부는 법치의 적용이라 주장했지만, 야권은 정치 보복이라 반발하며 국내 정치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PKK 해체 선언은 이러한 정국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테러 종식’이라는 성과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야권의 공세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평화 정착 자체는 지지하면서도, 정부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민주주의 개선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인사들은 “평화를 원한다면 언론자유, 사법 독립 같은 민주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쿠르드계 정당과의 관계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는 오랫동안 쿠르드계 정당을 PKK의 정치적 분파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예로 인민민주당(HDP)은 정당 해산 소송과 시장 직무 정지 등 탄압을 받아왔고, 2023년 총선에서는 녹색좌파당으로 명칭을 바꿔 출마해야 했다. 그러나 2024~2025년 평화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HDP 출신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결성한 새로운 정당 ‘인민평등민주당(DEM당)’이 부상하였다.

DEM당은 PKK의 평화적 해체와 쿠르드인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절차를 요구하며 의회 중심의 해법을 강조해 왔고, 실제로 2025년 2월 오잘란과의 면회를 통해 메시지를 중재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5년 4월 DEM당 지도부와 직접 면담한 사실은, 정부가 쿠르드계와의 비공식 대화 채널을 복원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비록 HDP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DEM당을 제한적 대화 파트너로 인정함으로써 ‘선량한 쿠르드인과의 대화, 불법세력과의 단절’이라는 기존 원칙 아래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흐첼리 대표 또한 국회 연설에서 DEM당 대표단과의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PKK를 소멸시키고 쿠르드 형제들과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여권 강경파 내부에서도 의회 중심의 평화 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튀르키예 정치권은 초당적 합의 속에서 ‘테러는 배격하되 쿠르드 주민의 권리는 포용’하는 새로운 정치적 틀을 마련하고, 향후 튀르키예 민주주의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받았다.

PKK 해체 이후 쿠르드 문제와 민심의 변화

PKK의 해체 결정은 튀르키예의 오랜 민족 문제, 즉 쿠르드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지만, 동시에 복잡한 도전과 과제를 동반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일관되게 “쿠르드인 자체가 아닌, 테러리스트가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이번 해체 역시 쿠르드인과의 화해보다는 테러 조직의 소멸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오잘란의 평화 메시지가 공개된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PKK의 무장투쟁 종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났으나, 오잘란이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상징적으로라도 석방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감이 강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오잘란의 개입을 공개적으로 부각하기보다는 “배후 없는 자발적 해체”라는 프레임으로 국민 감정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르드계 주민들의 반응은 보다 복합적이다. 해체 선언 직후 쿠르드인 밀집 지역인 디야르바크르 등지에서는 기대와 불신이 교차했다. 장기간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민주적 방식의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2025년 5월에는 디야르바크르 시내에서 수백 명의 주민이 자발적 집회를 열고 “아이들이 평화 속에 살아가길 바란다”, “총성이 사라진 쿠르드 지역에 번영이 오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도 여전하다. 2013~2015년 평화 프로세스가 갑작스럽게 종료되고, 이후 지역에 대한 탄압이 강화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은 것 이다. 한 쿠르드계 지방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진심으로 변했다면, 쿠르드어 교육·방송 자유 보장과 정치범 석방 같은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실질적인 신뢰 구축을 요구했다. 이는 쿠르드인의 정당한 문화·정치적 권리 보장이 평화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PKK 해체 이후 쿠르드 지역 개발과 통합 강화를 선언하며, 동남부 지역에 대한 경제·사회적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십 년간 낙후되었던 지역에 본격적인 발전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치안 안정화를 기반으로 인프라 건설, 산업 유치, 교육·복지 개선을 약속했다. 2025년 예산안에는 쿠르드계 거주지 기반시설 확충과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한 고용 창출이 포함되었으며, 이는 “총 대신 책과 삽을 들게 하겠다”는 정부의 상징적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당국은 쿠르드계 청년층의 국가 사회 통합을 위해 공무원 채용 및 군 복무에서의 차별 철폐를 검토 중이며, 궁극적으로 이는 쿠르드 유권자에게 민족 정체성을 보장하면서도 튀르키예 내에서의 포용을 유도하려는 복합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외교적 변화

PKK 해체 소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오랜 기간 PKK 문제로 튀르키예와 마찰을 빚어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사태를 역내 안정을 위한 긍정적 진전으로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폭력 종식과 평화적 해결을 향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며, 튀르키예 정부와 쿠르드계 주민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또한 “튀르키예 내 40년에 걸친 분쟁이 종식되길 희망한다”고 밝히며, 이번 계기를 인권 및 민주주의 개선의 전환점으로 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 각국은 이 기회를 활용해 튀르키예에 언론인 및 정치범 석방을 포함한 민주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나,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면서도 EU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열어두는 분위기다. PKK 문제가 완화되면 튀르키예-EU 관계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가 해소되는 만큼, 향후 EU 가입 협상 재개나 무역 협력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튀르키예의 이웃 국가들 또한 PKK 해체를 환영하며, 지역 안보에 미칠 파급효과에 주목했다. 이라크 외교부는 PKK의 조직 해산 결정을 “지속 가능한 지역 안정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했고,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네치르반 바르자니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성숙의 상징이며, 수십 년간의 폭력과 고통을 종식시킬 기반”이라고 환영했다. 이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이 PKK와 튀르키예 간 갈등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PKK는 오랜 기간 칸디르 산맥 등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를 근거지로 삼아 왔고, 튀르키예군의 반복적인 국경 침투 작전은 양국 간 외교 마찰을 야기해왔다. PKK 해체로 튀르키예군의 군사작전 명분이 약화되면, 이라크-튀르키예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PKK의 무장 해제가 이라크와 지역의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 강조했고, 쿠르드자치정부는 잔여 세력의 무장해제와 재통합에 터키와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란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단체 PJAK(쿠르드스탄 자유생명당)이 PKK의 분파로 알려져 있는 만큼, PKK 문제는 이란 안보와도 직결된다. 이란 외무부는 이를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사적 결정”이라 평가하며, 튀르키예와의 안보 협력이 쿠르드 분리주의 저지에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3년 이후 양국은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국경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PJAK와 PKK 거점을 각각 타격한 바 있다. 이번 해체로 이란은 국경 지역의 불안 요인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동시에 튀르키예 정부에 오잘란의 결정을 존중해 쿠르드 주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이란이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 외교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쿠르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PKK라는 변수 제거는 F-16 전투기 업그레이드 등 정체된 군사 협력의 재개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시리아 YPG 지원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PKK 해체는 서방과의 관계 정상화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바흐첼리의 제안 이후 미국, EU는 물론 이라크, 이란 등 여러 국가가 일제히 지지 성명을 발표한 점은, 국제사회가 튀르키예의 평화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튀르키예의 외교는 PKK 해체를 계기로 '안보 중심'에서 '외교 중심'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PKK 테러 대응과 그 해외 연계망 해체가 외교 정책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평화 정착 이후의 후속 조치와 역내 협력 확대가 새로운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기점으로 중동에서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 북부 재건 참여, 시리아 과도정부와의 공조, 이란과의 안보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지역 안정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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