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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금융] 아르헨티나 디폴트, 단기영향 작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커졌다

아르헨티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문병순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14-08-10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지난달 말 발생한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아르헨티나 정부와 공격적인 헤지펀드와의 소송에서 초래된 사건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화지불능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단기적인 충격은 적다. 그러나 이번 아르헨티나 디폴트의 발단이 된 미국 법원의 판결들을 계기로 헤지펀드와 같은 채권자들의 입지가 크게 강화됨으로써 향후 신흥국의 외채 위기가 발생할 경우 해결이 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31일 아르헨티나가 13년만에 다시 디폴트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런데 지급능력을 상실하면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디폴트와 달리 이번 디폴트는 헤지펀드와 아르헨티나 간 복잡한 소송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아르헨티나와 헤지펀드 간의 여러 소송을 파악해야 이번 디폴트 위기의 원인과 충격, 그리고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일련의 판결들과 아르헨티나 디폴트가 국제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외채위기 시 채무 재조정에 큰 어려움이 생겼으며, 과거와 달리 외채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장기적으로 외채위기 해결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와 채무 탕감


이번 디폴트의 배경은 2001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12월 경제위기가 악화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총818억 달러에 이르는 외화표시 국채의 원리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디폴트 선언을 하였다. 당시 디폴트의 원인은 달러에 아르헨티나 페소의 가치를 고정한 달러 페그 정책과 재정적자 때문이었다. 1991년 아르헨티나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달러 페그를 채택하였다. 달러 페그를 통해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재정적자는 감축하지 않은 채 달러 페그를 유지하자 페소화가 지속적으로 고평가 되게 되었다. 이는 수출 감소로 이어지게 되었다. 1999년 글로벌 경제가 하강하자 수출은 더욱 감소하여 지불능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그 결과 2001년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2001년 디폴트 선언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채 원리금 지급을 거부하고 채권자들에게 원금 탕감을 요구하며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디폴트 국가로서는 특이한 태도였다. 디폴트 국가는 일반적으로 외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IMF 지원을 수용하고 대신 IMF의 개혁 요구 사항을 이행하면서 채무탕감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는 IMF의 지원과 개혁 요구를 모두 거부한 채 외채의 일방적인 탕감만(원리금이 삭감된 국채로의 교환)을 요구하였다. 더구나 아르헨티나 국채에는 채권자 일정 비율 이상이 동의하면 계약 조항을 변경할 수 있는 이른바 집단행동조항(CAC: collective action clause)도 포함되지 않았다. 채무 재조정의 메커니즘인 IMF의 지원과 집단행동조항 모두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아르헨티나와 채권단 간의 협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방적인 부채탕감만을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 채무재조정은 상당 기간 동안 해결되지 못했고, 국채 가격은 계속 하락하게 되었다.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헤지펀드들은 외채를 10%의 저가에 매집한 뒤 만기가 돌아온 국채 전액을 변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아르헨티나 국채를 저가에 매수한 헤지펀드 NML의 배후에 있는 엘리엇 펀드(Elliot Associates)는 과거에도 외채위기국의 국채를 저가에 매집한 뒤 공격적으로 소송을 하여 막대한 이익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NML과 같은 헤지펀드를 탐욕스러운 벌처펀드(vulture fund)라고 비난하면서 헤지펀드와 일절 협상을 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예 2005년 국채교환에 응하지 않은 채권자에게 지급을 금지하는 법률(Lock Law)을 제정하였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대부분의 채권자들은 신규 채권교환에 응했다. 2005년 1차 채무 재조정에서는 전체 채권단의 76.4%가, 2010년 2차 채무 재조정에서는 15.2%가 참여하여 전체 91.7%의 채권자 참여하였다. 채무 조정을 통해 아르헨티나는 70%의 채무 탕감(haircut) 요구를 관철했다. 아르헨티나 국채 디폴트와 채무재조정은 다른 디폴트와 달리 외채 액수도 818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이었으며 채무재조정 기간도 길었고 탕감비율도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특징이 있어서 채권자의 손실이 컸다. 빈국이 아닌데도 탕감비율이 70%대로 높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헤지펀드 등 강경채권자의 공격


반면 헤지펀드들은 채권교환에 응하지 않고 미국법원에서 13.3억 달러(원금 기준)의 국채에 대한 원리금 변제를 요구하는 소송들을 제기하였다. 아르헨티나 외화표시 국채가 대부분 뉴욕주법을 관할법으로 발행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외채, 즉 외화표시 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이나 런던에서 발행하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뉴욕주법이나 영국법을 관할법으로 지정하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관행이다.


● 뉴욕연방지법에서의 승소


특히 미국은 1976년 외채 발행과 같은 외국정부의 상업행위는 주권면제(State immunity)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을 제정하였고 영국도 비슷한 법률을 제정하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뉴욕과 런던에서 발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국채 대부분을 뉴욕주법을 관할법으로 발행하였고, 2003년 이후 헤지펀드들은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03년부터 11개의 소송을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법에 제기하여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승소하였다. 문제는 강제 집행이다. 외국 정부의 재산에 대해서는 국제법의 주권면제에 따라 강제집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채발행에 대해서는 주권면제가 적용된다고 해서, 아르헨티나가 외국에 보유한 재산을 함부로 강제집행할 수는 없다. 대사관저 부지, 군함과 같이 외국에 파병한 군대의 무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에 예치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등은 주권면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할 수가 없다. 2010년 이후 미국법원에서 진행된 소송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헤지펀드가 아르헨티나로부터 원리금을 받아내기 위해 제기된 것들이다. 미국 외에서도 강제집행을 위한 소송이 다수 제기되었지만, 대부분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미국법원에서의 소송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2012년 판결: 신규채권자 변제 금지로 아르헨티나 정부 압박


강제집행과 증거조사와 관련해서 많은 판결들이 선고되었는데, 중요한 판결들은 대부분 뉴욕주를 관할지로 하는 제2항소법원에서 선고되었다. 이 중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제2항소법원이 채권자 평등(pari passu)조항의 범위에 관해 2012년 10월 26일 선고한 판결이다. 채권자 평등 조항은 아르헨티나 국채를 비롯해 국채의 계약 조건에 대부분 포함되는 조항이다. 채권자 평등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많은 학자들이 지지하는 견해로서, 채권자 평등 원칙을 좁게 해석해서 특정 채권자를 후순위로 떨어뜨리는 경우만 채권자 평등 위반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일부 채권자만 변제한다고 해서 채권자 평등 원칙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채권자 평등 조항을 넓게 해석하여 채무자가 모든 채권자에게 동일한 비율로 변제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에게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엘리엇 펀드가 디폴트를 선언한 페루정부의 외채를 저가에 매수한 뒤, 벨기에 법원에 원리금 5,570만 달러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주장한 이론이다. 이번 아르헨티나 디폴트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2000년 9월 벨기에 법원은 엘리엇트 펀드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페루 정부는 이를 지급하였다. 채권자 평등을 좁게 해석한다면 이번 사건에서 헤지펀드의 채권순위를 후순위로 떨어뜨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채권자 평등을 넓게 해석한다면 일부 채권자에게만 변제를 했기 때문에 채권자 평등 조항에 위반하는 것이다.


미국법원은 채권자 평등 원칙을 넓게 해석하는 견해를 채택하였다. 미국법원은 2005년과 2010년 신채권으로 교환한 신규채권자가 지금까지 지급받은 금액과 같은 비율로 NML이 지급받기 전까지는 신규채권자에게 이자 일부도 지급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제3자에게도 판결을 적용하여 미국 금융기관들이 2005년과 2010년 새로 교환된 국채의 이자 지급에 협조하는 것까지 금지한 점이다. 계약이 쌍방에만 미칠 뿐인데, 다른 금융기관의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지만, 6월 16일 상고를 기각하였다.


아르헨티나는 국채 이자 대금을 뉴욕멜론 은행에 5.4억 달러를 예치하였지만, 이 판결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신규채권자에게 원리금 지급을 대행하는 뉴욕멜론 은행은 신규채권자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아르헨티나에게 반환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디폴트 상황과 결과적으로는 동일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디폴트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변제를 받지 못한 것이다. 8월 1일 국채의 디폴트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인 ISDA는 아르헨티나 국채가 디폴트 되었다고 선언하였으며, CDS의 보유자는 10억 달러 규모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S&P도 아르헨티나가 선택적 디폴트를 하였다고 선언하였다.


사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헤지펀드의 요구대로 13.3억달러와 지연이자 전액을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요구대로 전액을 변제할 경우 2005년과 2010년 채권을 탕감해 준 채권자들도 예전 채권의 원리금 전액을 변제받을 수 있다는 국채조항(RUFO: right upon future offer)에 따라 1200억 달러를 추가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RUFO 때문에 헤지펀드에게 변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2014년 판결 : 헤지펀드의 채권추심 가능성 높여


다음으로 중요한 소송은 2014년 6월 16일 선고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다. 연방대법원은 앞에서 살펴본 채권자 평등에 대한 제2항소법원의 판결을 기각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 자산 목록 제출명령(discovery)도 결정하였다. NML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산을 강제집행 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전세계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NML은 미국법원에 그러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BOA은행과 BNA은행에게 자산목록 제출을 청구하였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NML은 이 목록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르헨티나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국제법상 외국정부의 자산 목록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외국정부가 전세계에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목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미국 정부도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amicus curie)에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산목록 제출 명령은 외교관계를 악화한다고 우려하면서 반대하였다. 외국정부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미국 정부에 대한 보복까지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미국 법률에 외국정부의 자산목록 제출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기 때문에, 이는 미국의 법률을 바꾸어서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서 일축하였다.


사실 헤지펀드가 채무변제 소송에서 아르헨티나에게 승소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쉽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헤지펀드들은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강제집행을 위한 소송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영향과 협상 전망


현재 아르헨티나 민간은행이 헤지펀드로부터 아르헨티나 정부의 국채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타결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협상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헤지펀드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입수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산 목록을 이용하여 전세계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아르헨티나 역시 타협할 이유가 적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무역흑자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추가로 외채를 조달할 필요도 적다. 국제금융시장 복귀를 위해서는 헤지펀드와 타협해야 하는데, 국제금융시장 복귀에 대한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타협을 할 유인이 적은 것이다. 타협한다고 하더라도 RUFO 조항의 효력이 종료되는 2014년 말 이후에야 타협할 것으로 보이지만, 완강한 자세를 보여온 아르헨티나 정부의 성향상 쉽게 양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 등 외부의 지원을 통해 무역과 자금조달을 유지하면서 헤지펀드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헤지펀드 간의 교착과 디폴트 상황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과 2010년 신채권으로 교환한 채권자들에게는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가 2001년 이후 외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05년과 2010년에 교환된 신규국채는 현재 가치의 85%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고 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나칠 정도로 강화된 채권자의 권한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헤지펀드간의 분쟁이 장기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는 않다. 미국대법원과 제2항소법원의 판결들은 국채 디폴트가 발생한 경우 채권자의 지위를 강화했다. 미국 연준에 예치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손을 들어 준 바 있었지만, 그 외의 소송에서는 대부분 채권자인 헤지펀드가 요구하는 강제집행과 증거조사를 허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채권자 평등의 원칙을 근거로 아르헨티나가 신규채권자에게 지급할 때, 은행, 예탁기관 등이 이에 협조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산 목록을 제출하도록 결정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외국정부의 주권보다 채권자의 이익을 존중하겠다는 법원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과거에도 페루, 콩고 등 디폴트 선언을 한 외국정부에 대해 헤지펀드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법원이 채권자의 청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경우는 없었다.


과거에는 헤지펀드들이 디폴트 국채를 저가에 매집하여 채무이행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강제집행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해외 자산에 관한 정보제출 명령을 통해 쉽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헤지펀드들은 채권자 평등의 원칙에 따라 자신들이 요구하는 변제를 이행하지 않는 한 채무국의 채무재조정 시도를 금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국제적으로는 미국 의회가 법을 개정하여, 미국에서 발행한 외채가 디폴트될 경우 채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채무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헤지펀드들이 잠비아와 리베리아의 국채를 저가에 매수한 뒤 소송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거둔 사례가 발생하자, 2010년 40개 극빈국의 외채에 대해 영국에서 소를 제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였다(Debt relief Developing African Act 2010). 2010년 6월 이전에 발행된 국채만 소송을 금지하였다는 제한을 두었지만, 세계 각국은 헤지펀드들의 빈국 외채에 대한 공격적인 소송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빈국 지원과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헤지펀드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법원에 의견서를 여러 차례 제출하여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인 판결은 미국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였다.


전세계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오히려 헤지펀드들의 로비에 따라 아르헨티나를 제재하는 법률의 제정(Judgment Evading Foreign States Accountability Act of 2011)을 검토한 바 있었다. 국제적인 국채 재조정 메커니즘의 구축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미국 의회는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회는 외채를 발행하고 무책임하게 지불하지 않는 아르헨티나가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집단행동조항(CAC)과 그 한계


미국의 친채권자적인 판결들은 외채위기국의 채무 재조정을 방해할 수 있으며 빈국의 경제위기를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헤지펀드들의 지나친 권한 강화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국채에 집단행동조항을 포함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이번 판결들을 계기로 집단행동조항이 국제금융시장의 관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예 집단행동조항을 의무화하는 경우도 있다. EU는 그리스 국채 재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유로존 위기를 겪은 이후 채무재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13년부터 유로존 국가들이 국채를 발행할 때에는 집단행동조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집단행동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외채가 여전히 많이 발행되고 있다. 집단행동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낮은 금리에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에 따르면 전세계 외채 발행 규모는 1.2조달러인데, 그 가운데 25%는 집단행동조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뉴욕법으로 발행된 외채는 총 5천억 달러인데 그 가운데 1천억 달러가 집단행동조항이 없기 때문에 향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와 같은 교착상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단행동조항을 방해하기 위해 헤지펀드들이 일정 지분 이상의 채권을 매집한다면 채무재조정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채무재조정을 위해 75%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해당 국채의 25% 이상을 매집한다면 채무재조정을 부결시킬 수 있다. 집단행동조항의 발동을 막기 위해 헤지펀드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채무재조정을 방해하여 이득을 취하는 헤지펀드의 전략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다.


외채 위기국의 채무재조정이 어려워져


현재 특정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채무를 재조정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외채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증폭될 가능성이 항존한다. 198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외채 보유기관이 정부 또는 은행이었기 때문에 소수의 채권자들이 의견을 조정한다면 채무재조정이 쉽게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 위기를 해결한 1989년 브래디 플랜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국채 거래 시장이 발달하자 헤지펀드들이 외채위기에 시달린 국가들의 국채를 저가에 매수하여, 채무탕감을 반대하고 원리금 전액을 변제받는 것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헤지펀드의 이와 같은 전략은 다른 채권자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은행과 같은 대형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채무를 탕감해 주어도 그 이득은 외채위기국이 아니라 헤지펀드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채무재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


외채 재조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02년 IMF는 Sovereign Debt Restructuring Mechanism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로 향후 신흥국의 외채위기가 발생할 경우 헤지펀드와 같은 일부 채권자들이 외채탕감을 거부해도 이를 막기 힘들어지게 되었고, 채무재조정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향후 국채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해결이 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고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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