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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19년 인도 총선 평가 및 과제

Kashinath Pandita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19/08/09

본 고에서는 전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 선거로 손꼽히는 ‘2019 인도 총선’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수, 거대한 유권자 수, 전국 각지에 배치된 수 백만의 치안 유지 인력, 7단계에 걸쳐 무려 53일 간의 대장정을 위해 배치된 인력, 수 백만 개의 투표소를 각각 확인하는 메커니즘 및 선거를 위한 전체 실행계획의 규모 등 모든 수치들이 믿기 힘든 수준이다. 이외에도 경제, 사회, 문화적인 다양성을 갖춘 인도에서 이처럼 어려운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살펴보고, 후보자 간의 치열한 경쟁, 정당 활동가의 깊은 개입과 더불어 일부 선거 참여자에 대한 공개적인 비방과 중상으로 이어진 선거의 어두운 측면도 살펴보고자 한다.

 

2019년 선거,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
이번 선거는 인도 의회의 하원을 의미하는 ‘로크 사바(Lok Sabha)’ 의원 543명을 뽑는 17대 하원의원 선거이다. 로크 사바는 대통령이 추가로 2명을 지명해 총 545석이다. 이번 선거는 9억 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유권자 가운데는 선거가능연령을 넘기고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18~19세의 1,500만 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67%로 역대 최고였으며 여성 투표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는 다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주요 2대 전국정당인 인도인민당(Bhatia Janata Party, BJP)과 인도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 INC) 외에도 영향력과 대중의 지지가 상당한 지역 정당들이 다수 참여했다. 중도우파인 BJP와 우파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National Democratic Alliance, NDA)은 16개 정당의 연합으로, 272석 이상이면 과반인 로크 사바에서 358석을 차지하고 있다. 라자 사바(Rajya Sabha, 상원)에서는 총 245석 중 112석을 차지했다.

 

로크 사바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NDA는 강력한 여당으로 부상했다. NDA의 이번 선거 전체 득표율은 2014년 선거보다 높은 45.43%로 집계되었다. 원내정당 NDA를 이끈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통합진보동맹(United Progressive Alliance, UPA)은 2004년 의회선거 이후 만들어진 인도 좌파 및 중도좌파 정당 연합이다. 연합 구성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당은 인디라 간디(Indira Gandhi) 전 총리의 자부(子婦)인 소냐 간디(Sonia Gandhi)가 총재인 INC이다. INC가 이끄는 통합진보동맹은 36개 지역 정당과 연합했으며, 2019년 총선에서 로크 사바 92석을 확보했다. 라자 사바에서는 총 245석 가운데 NDA의 의석 수 대비 절반 가량인 64석을 가져갔다. 따라서 라자 사바에서도 NDA가 충분히 우세한 과반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총선의 키(Key)인 지역 정당
인도 총선에서는 지역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 지역 정당에서 로크 사바에 보내는 의원 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정당 지도자가 지니는 중요성이 매우 크며, 자연스레 이들 지도자는 주류 전국정당과의 연합에 있어 소속당을 위해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 주는   80명,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는 48명, 서벵골(West Bengal) 주는 42명, 비하르(Bihar) 주는 40명, 카르나타카(Karnataka) 주는 28명, 마디아프라데시(Madhya Pradesh)주는 29명,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 주는 25명을 각각 의회로 보낼 수 있다. 로크 사바에서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당과 그 당수가 핵심 변수이다. 당연하게도 할당 의석이 매우 적은 주(state)나 직할지(union territory)는 할당 의석수가 많은 지역에 비해 입지가 높지 않다. 각 주나 국가 차원에서 연립 정부를 꾸릴 수밖에 없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일견 놀랍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연립 정부 대부분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러한 연립 정부 구성이 분열만을 가져올 뿐 건설적인 지원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인도 국민은 이러한 구조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인도 민주주의의 약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역 정당은 카스트 제도, 인종, 언어, 종교 및 특히 하위민족주의에 영합한다는 약점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때문에 선거운동의 분위기가 흐려지고 인신 공격과 복수가 오가는 등 씁쓸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것이 야당 대연합이 취한 선거유세방법과 BJP의 압승, NDA의 자랑스러운 두 번째 승리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인도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아 의원 80명을 배출하며 인구집단의 다양성 또한 갖추고 있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도 국민들은 80개 선거구로 이루어져 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우타르파라데시주의 경합에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다. 이 주에서는 최대 라이벌인 아킬레쉬 야다브(Akhilesh Yadav)의 사마즈와디당(Samajwadi Party, SP)과 마야와티(Mayawati)의 바후잔 사마즈 당(Bahujan Samaj Party, BSP)이 손을 잡고 아짓 싱(Ajit Singh)이 이끄는 라쉬트리아 록 달(Rashtriya Lok Dal, RLD)과 함께 대연합(maha gathbandan)을 구성했다. 이 연합에는 국민회의당이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연합을 구성한 이들 당은 다른 주에서 여러 당과 이합집산하며 국민회의당 정부를 지원했다. 주에서의 선거 최종 통계를 살펴보면, BJP는 비록 의석 15개를 대연합에 내주었으나 2014년의 42.63%보다 높아진 49.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BSP는 득표율을 유지했으나(약 19.27%) SP의 2019년 득표율은 2014년의 22%에서 18%로 하락했다. 대연합은 카스트 제도, 종교 및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구성되었고, 종국에는 대실패로 끝났다.

 

2019년 선거, 의회민주주의 역사의 전환점
일부 인도 전문가들은 2019년 로크 사바 선거가 인도 의회민주주의 역사의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NDA가 승리한 것은 인도인 유권자 다수의 이데올로기적 사상이 지난 60년간 좌파 및 중도좌파로 고착화되어 있던 것에서 벗어나 친인도 국가주의적 경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초대 총리 시절부터 인도 좌파는 국민회의당의 굳건한 동맹이었다. 인도의 킹메이커는 좌파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국민회의당과 좌파는 함께 인도의 일반 서민 노동자층뿐 아니라 규모가 큰 무슬림 소수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며 다른 정당이 아닌 국민회의당이 이들의 이익을 가장 잘 보살핀다는 거짓된 말을 앞세우기도 했다. 공직 할당제, 특별 장학금, 무슬림 대표성 확보, 자영업자 인센티브, 민간기업 보호 등 일부 특전이 제공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내 무슬림 소수집단의 경제 및 교육적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다른 소외계층 또한 마찬가지다. 모디 총리는 이 문제를 정확히 지적했으며, ‘섭커 사아트 섭커 위카아스(sabka sath sabka vikas, 모두의 협력과 모두의 발전)’라는 선거 구호는 판세를 모디 총리에게 유리하게 바꾸어 놓았다.

 

한편,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회의당의 지도자인 라훌 간디(Rahul Gandhi)는 정적에게 인신공격을 가했는데 이를 가장 반기지 않은 것은 인도 유권자들이었다. BJP는 물러서지 않고 선거 운동 시작 전 인도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하는 강령 위반의 사례를 계속 알렸다. 서로에 대한 의혹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으며, 국민은 인도 민주주의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인지 우려하기 시작했다.

 

2019 로크 사바 선거의 매우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이번 선거가 일견 BJP와 국민회의당-좌파의 양당간 선거로 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연합을 꾸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서로를 겨냥하는 선거 전략에 있어 선거 당사자들이 염두에 두었던 당은 국민회의당과 BJP밖에 없었다. BJP는 왕조 통치에서 벗어나서 인도의 국내 및 외교정책에 새로운 담론을 불러 일으키며, 이웃국가와 우호 관계를 구축하고 인도의 문명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전국적 발전을 기치로 내걸었다. 국민회의당은 인도 민주주의와 민주적 제도가 위기에 처했음을 주장하며 이들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회의당은 농민 및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수 십년에 걸친 집권기 동안 겪어보지 않은 이들 문제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한 국민회의당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국민회의당이 나라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보다 권력을 잃을 것을 더욱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민회의당이 내건 기치는 국가 안보, 인프라 개발, 반부패 운동, 행정 및 교육개혁 등 시대가 요구하는 시급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NDA의 압승으로 국민회의당과 그 연합세력은 숙연해졌다. 특히 같은 노선을 탔던 좌파 세력은 더욱 그러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좌파가 받아 든 역대 성적 중 최악이다. 한때 좌파의 요새였던 서벵골주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으며 좌파 정부가 있는 케랄라(Kerala)주에서도 의석 하나를 차지한 데 그쳤다. 확보한 전체 의석 수는 2014년의 10석에서 5석으로 줄어들었다. 좌파 세력은 2009년부터 하락세였다. 과거 좌파는 국민회의당이 득세할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1980년 인디라 간디가 다시 집권했을 때 54석, 그리고 1984년 인디라 간디의 암살 여파로 33석을 확보했다. 1991년에는 구소련의 붕괴와 동유럽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56석을 확보했다. 서벵골주에서 좌파 세력을 향해 있던 표심이 BJP로 옮겨갔다는 것이 정황상 확실시되는 가운데, 마르크스주의 인도공산당(CPI(M))의 득표율은 2014년의 22.96%에서 6.3%로 급락했다. 인도공산당(CPI)의 득표율은 2014년의 2.36%에서 2019년에는 0.39%로 떨어졌다.

 

BJP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303석 만으로도 충분히 과반의 입지를 누릴 수 있지만, 앞으로도 실용적 정치수완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며 연합 정당을 조심스럽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의회에서의 세력이 지나치게 거대한 나머지 BJP가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한다(아이러니하게도 야당은 이를 힌두트바(Hindutva)라 부른다). 작고한 라지브 간디(Rajiv Gandhi)가 집권했을 당시, 라지브 간디가 이끌던 국민회의당은 로크 사바에서 440석을 확보했고, 그때 당시 BJP를 포함한 야권은 라지브 간디가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추호도 품지 않았다. 인디라 간디가 비상사태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태도의 궁극적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런 식의 환대받지 못한 통치 하에서 최악의 투옥 경험을 겪은 자들은 BJP의 상징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Atal Bihari Vajpayee)를 포함한 BJP의 당원들이었다. 인도 국민은 권위주의의 폐해를 직접 겪은 정당이 똑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무슬림 유권자가 상당히 밀집되어 있는 우타르프라데시, 비하르, 마디아프라데시, 라자스탄 (Rajasthan) 및 안드라프라데시 주 등에서 무슬림 유권자 상당수가 BJP에 표를 행사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디 총리는 선거 연설을 통해 자신들의 행복을 비는 정당은 특정 정당 하나에 불과하며 다른 정당의 손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무슬림 유권자의 두려움과 의심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며 자신의 의중을 넌지시 드러낸 바 있다.

 

패배한 국민의회당에게 남겨진 과제
2019년 선거로 인해 국민회의당이 치명타를 입었으며 다시 재기할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에서는 승리도 실패도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당은 인도의 국가 역사 자체와 궤를 같이하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적인 정당이다. 현대 인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지도자 여럿을 배출한 정당이기도 하며, 건전한 사회주의, 민주주의, 세속주의, 평등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래도록 국정을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이나 나라의 조타석에 앉아 파고를 넘고 항해를 이끌어 온 정당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국민회의당은 이러한 일격을 이겨내고 이미지를 다시 구축해 나갈 회복력이 있다. 국민회의당은 부패 및 왕조통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의를 잃었으며 사대주의 세력에 권력이 집중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국민회의당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며 혐오가 팽배한 지도층은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이다. 이들 지도층은 힌두계 부모를 두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힌두 유권자의 표심만을 목적으로 자신들이 위대한 힌두교 현자의 후손이라 주장하며 힌두교 사원에 방문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 서벵골주 주총리이자 인도 트리나물콩그레스당(Trinomial Congress) 대표인 마마타 바네르지(Mamata Banerjee)는 무슬림 여성의 모임에 베일을 입은 채 나타났다. 이러한 기괴한 행동이 인도 지도층에 어떤 결과를 안기게 될까? 국민회의당은 두 번째 정치적 재앙에 맞닥뜨렸다. 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체 구조를 전면 개혁하고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가 그렇겠지만, 특히 인도 민주주의는 강력하고 헌신적인, 명민한 야당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인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요소이다. NDA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는 쉽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NDA는 색다른 공약을 여럿 제시한 바 있다. 과연 NDA가 이를 실천할 수 있을지를 인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인도는 또한 새로이 선출된 신임 정부가 인도를 역대 가장 강력하고 부강한 세계 강국으로 손꼽히게끔 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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