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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의 특별지위 박탈을 통해 본 카슈미르 분쟁

인도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2019/09/16

카슈미르는 인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행정적 공식명칭은 ‘잠무와 카슈미르 주(the state of Jammu & Kashmir)’이다. 지금까지 인도와 파키스탄은 3차례의 전면전과 1차례의 대규모 전투1)에서 충돌해 왔고 그 중 3차례가 카슈미르의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카슈미르 문제가 인도-파키스탄 관계에서 최대 현안임에 틀림없으며 지난 70여년 동안 양국이 화해를 시도할 때마다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기도 했었다.

 

카슈미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지대 중의 하나이다. 만년설이 덮인 히말라야의 연봉들이 있고 빙하에서 흘러내려오는 글자그대로 수정과 같이 맑은 계곡물을 마실 수 있다. 울창한 산림은 물론이고, 아주 오래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의 ‘도레미 송’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떠올리는 노란색의 야생화가 가득한 구릉(丘陵)들도 곳곳에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골프장과 슬로프(Slope)의 길이가 30km에 달하는 스키장이 있는 곳이 바로 카슈미르이다. 인도 내에서 피부가 흰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고 팔리(Pali)어 불경들의 산스크릿(Sanskrit)어로 번역된 철학과 학문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카슈미르는 2018년 8월 20일 현재 우리 외교부의 ‘철수권고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더군다나 최근 인도의 정세를 볼 때 ‘철수권고 지역’이 곧 ‘여행금지 지역’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아름다운 카슈미르를 볼 수 있는 날은 더욱 아득해지고 있다.

 

2019년 8월 5일
이 날짜는 앞으로 인도 역사의 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인도 헌법이 1950년에 발효된 이후 누려왔었던 카슈미르의 특별한 지위를 박탈한다는 대통령 명령이 공표되었다. 이 명령은  연방 상원과 하원에서 인준을 받아 카슈미르는 ‘특별한 주에서 보통의 주’로 그 헌법상의 지위가 바뀌게 되었다.2) 여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 BJP 정부는 오는 10월 31일을 기해 카슈미르를 잠무와 카슈미르 그리고 라다크의 두 개의 지역으로 분할하여 연방직할령(Union territory) 3)으로 만든다는 입법도 완료했다. ‘보통의 주’는 커녕 연방정부의 직할통치를 받는 카슈미르가 되는 것이다.

 

카슈미르의 분할
영국통치 시절, 카슈미르는 친인도의 힌두 군주가 친파키스탄적인 절대 다수의 무슬림 주민들을 다스리는 영주국이었다.4) 따라서 진퇴양난이었던 힌두군주는 인도 또는 파키스탄 어느 쪽과도 합병하지 않고 독립국으로 남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1947년 10월 파키스탄의 사주를 받은 산악부족이 카슈미르를 침공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힌두군주는 카슈미르를 양도한다는 조건으로 인도에 구원을 요청했다. 당연히 인도는 이에 응해 군대를 파견했고 파키스탄도 정규군을 투입했다. 이것이 1차 인-파전쟁이었다. 약 3개월 동안 계속된 이 전쟁은 UN의 개입으로 휴전선(Line of Control)이 설치되었고 그 결과 인도는 카슈미르 영토의 2/3, 파키스탄은 1/3을 차지했다. 카슈미르 주민들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영토분할이 이루어진 것이고, 특히 인도령 카슈미르에 속하게 된 무슬림들의 불만이 커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은 불만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인도 제헌의회는 ‘잠무와 카슈미르 주에 대한 잠정 조항(Temporary provisions with respect to the State of Jammu and Kashmir)’이라는 이름을 가진 헌법 370조를 신설하였다. 주요 내용은 카슈미르는 독자적인 국기와 헌법을 가질 수 있고, 외교, 안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한 부문들에 대해서는 자치권을 부여하며, 다른 주의 인도인들은 카슈미르의 토지 및 자산을 구입할 수 없다5)는 등이다. 사실상 카슈미르를 ‘국가 속의 또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 것이었다.

 

피로 물든 카슈미르
1980년대 말까지 카슈미르는 그런대로 평온했다. 비록 기차역과 같은 연방정부 소유의 건물에는 인도국기가 휘날리고 있지만 카슈미르 주민들의 집안에는 파키스탄 국기가 걸려있기는 했지만. 또 인도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시위와 폭동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했어도 치명적인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슈미르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인도의 정당과 정권을 불문하고 헌법 370조를 약화시키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고 그것들 중 일부는 연방정부의 간섭의 폭을 확대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카슈미르 주민들 사이에 내재하고 있었던 불만을 폭발시킨 것은 1987년 주 의회 선거에서 인도국민회의당(Indiian National Congress)이 주도한 부정선거였다. 낙선자가 당선자로 발표되는 일이 빈번했고 이런 현실에 절망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정서가 퍼져나갔다. ‘카슈미르 무자히딘(Mujahideen: 전사)’의 탄생이었다.

 

이때부터 카슈미르의 일상의 모습은 일변했다. 법의 지배, 언론의 자유, 자유스러운 금융거래, 주류판매점과 영화관, 사프란(Saffran)밭에서의 달빛소풍, 함성이 가득한 크리켓 경기, 호기심에 들뜬 관광객들이 사라졌다. 단지 공포에 질리고 증오에 가득 찬 무슬림들과 중무장하고 눈을 부릅뜬 인도군의 모습만이 카슈미르의 풍경이 되었다.

 

카슈미르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통계가 있지만, 2016년 카슈미르 옵저버(Kashmir Observer)는 민간인 약 7만 명이 사망했고 8,000명 이상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주장했다.6) 인도군의 사망자도 2019년 전반기까지 5,462명에 이르고, 무자히딘 사망자도 2만 2,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모두 약 10만 명이, 한해에 2,333명의 민간인이, 182명의 인도군이 그리고 733명의 무자히딘이 사망한 것이다. 부상자의 수는 정확히 집계된 것이 없지만, 2016년 7월 시작된 소요에서 7개월 동안 6,221명의 부상자가 보고되었다.

 

인명피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소위 카슈미르 판디트(Pandit: 학자)로 존경받는 카슈미르 브라만들도 14만 명 중 10만 명이 외부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들의 대부분은 난민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제에 있어서도 지난 6년 간 최저 –3.2%에서 17.7%를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2018년 1인당 GDP는  6만 5,615루피로 전국 평균 9만 8,000루피의 2/3 수준이다. 카슈미르의 도시 지역 실업률은 70%로서 전국 도시평균 34%의 배 이상 높다.7)  또한 관광업도 그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방문객 기준 전국 10위 내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폭탄이 터지고 통행금지가 실시되며 심지어 납치위협까지 있는 곳에 관광을 떠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30년 간 카슈미르는 ‘가까이 하긴 너무 먼 곳’이었다. 인도인들조차도 카슈미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인도 언론들은 무자히딘들의 악행에 대해서는 생생한 모습들을 상세히 전했지만, 인도군의 만행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여러 곳에서 보아왔듯이, 커뮤니케이션의 정상적이고 공식적인 통로가 차단되면 사람들은 다른 방법 즉, 폭탄테러, 인질납치 등의 폭력적인 수단에 의지한다. 대중교통수단을 포박시키고 외국인 관광객 납치나 살해를 서슴치 않는 무자히딘들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을 더욱 악화시킨 데에는 인도 정부의 강경일변도의 정책도 한몫을 했다.

 

BJP와 모디는 왜?
헌법 370조는 1960년대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힌두들은 왜 카슈미르가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계속 제기했고 더 나가서 공정(公定)과 공평(公平)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의(大義)를 위해서 370조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집권당인 BJP는 2014년 총선거 당시 370조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었지만, 지난 5년의 집권기간 중에는 이것을 실현하는데 실패했었다.

 

‘잠정적’이라는 단서가 붙은 헌법조항을 70년 가깝게 유지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왜 모디 정부가 이 시점에 논란이 많고 분쟁의 소지가 다분한 이 문제를 전격적으로 처리했는가”이다. 더구나 카슈미르의 상황이 현저하게 안정되었다는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의문은 더욱 커진다.8)

 

근본적으로 BJP는 힌두근본주의 정당이다. BJP가 강조하는 강령 중의 하나가 ‘힌두트바(Hinduttva)’, 즉 ‘힌두민족’의 의미이다. 인도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인종이나 종교에 관계없이 힌두문화에 적응하며 살게 되므로 결국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우리가 현재 인도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것은 ‘힌두+이슬람+서구’의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다층적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인도 여성들의 전통 복장인 사리(Srai)도 아랍에서 유래한 것이고 대표적인 식빵인 난(Naan)도 페르시아에서 기원한 것이며 인도의 유행가들은 서구의 음율을 모방하고 있고 영화는 헐리우드의 복사판이다. 그리고 헌법은 힌두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체계인 카스트를 부정하고 있다. 인도와 힌두는 동의어가 아니고 ‘인도국민’은 존재할 수 있지만 ‘힌두민족’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현대적 민주공화국에서 존재해서도 안된다. BJP의 주장의 배경에는 그 신자의 수가 힌두 다음으로 많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었던 무슬림들을 2등 시민으로 격하시킴은 물론 인도 국민을 ‘힌두 대 비힌두’의 구도로 갈라서 지지 세력을 더욱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번 헌법 370조의 폐기와 관련하여 꼭 언급해야 하는 인물은 모디 총리이다. 모디는 지난 5년간 ‘make in India’, ‘Clean India’. ‘Smart City’ 등 개혁 및 발전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성과를 낸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2016년 전격적으로 단행했던 화폐개혁도 원래 목적이었던 ‘검은 돈(Black Money)’의 적발에는 실패했다. 인구의 70%가 사는 농촌은 그 개혁의 실패로 지난 해 후반기의 일부 주 의회 선거에서는 패배하기도 했었다. 모디 총리의 약속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경제 성적표때문에 지난 4~5월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2014년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2019년 2월 발생한 자살폭탄공격의 배후로 인도는 파키스탄을 지목했고 보복을 다짐했다. 2월 26일 인도 공군전투기가 1971년 이후 처음으로 파키스탄 영공을 침입하여 폭격을 했다. 9)  그 다음 날인 2월 27일 인도 공군은 다시 폭격에 나섰으나 오히려 전투기 한 대가 격추당하여 조종사가 포로로 잡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래 확전의 의사가 없었던 파키스탄은 3일 만에 조종사를 돌려보냈고, 모디 총리는 ‘위대한 인도의 승리’인 것처럼 미화했다. 인도 공군의 허술한 실력을 드러낸 사건을 모디 총리는 ‘정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만들었고 ‘세상의 악인 파키스탄과 무슬림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에서  선봉장’인양 행동했다. 놀랍게도 인도 국민들은 모디 총리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때부터 선거의 주제는 경제에서 안보로 옮겨갔다. 그리고 선거는, 잘 알려진 것처럼, 모디와 BJP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사태를 총선거가 끝난 지 3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BJP와 모디가 전격적으로 처리한 것은 총선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팽배해 있는 반파키스탄·반무슬림 정서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사실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카슈미르를 제외한 인도 전국의 거리들에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어머니 인도 만세(Bhaarat Mata ki Jai)’를 외치며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10)  반면, 카슈미르의 거의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중무장한 군인과 경찰들만이 있었으며 휴대전화 통신망은 차단되었고 지역 언론들은 극심한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한곳에서는 고통의 암흑시대가 열렸고 다른 곳에서는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지는 모습이다.

 

향후 전망
헌법 370조의 폐지와 카슈미르의 연방직할령 격하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으므로 원상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태의 전개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므로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측해 보기로 한다.

 

첫째, 카슈미르 주민들이 정부의 결정에 승복한다. 가능성 0%이다. 종교적·정서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370조의 폐지로 막대한 힌두 자본이 카슈미르로 유입되게 되었다. 실제적으로 힌두 자본에 의해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을 잠식당하고 심지어는 생계까지 위협당하는 무슬림들이 많아질 것이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결정에 승복하는 카슈미르 주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둘째, 카슈미르 무슬림 무자히딘의 활동이 더욱 격렬해진다. 가능성 90% 이상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무슬림들까지도 분노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무자히딘에 가입하거나 협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인도의 군대나 경찰력으로 이 단체들을 진압할 수 없는가?’ 이미 카슈미르에는 70만 명의 인도군이 주둔하고 있다. 카슈미르 주민 18명 당 1명의 군인이 있는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군부대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증파하고 있다. 그러나 병력만으로 카슈미르를 통제할 수는 없다. 카슈미르는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국경지대이고 해발 5,000m 이상의 산악지대가 즐비하다. 인도군은 구 소련군이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었던 혹독한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인도 중부와 북부지역에 산재하여 살고 있는 무슬림들이 카슈미르를 지원하기 위한 무장활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자이푸르(Jaipur) 연쇄폭발 사건처럼 자생적인 무슬림 테러단체들이 나타난다면 인도의 어느 곳도 안전할 수가 없고 글자그대로 악몽이 될 것이다. 물론 모디 정부는 이런 가능성들에 대해서 꼼꼼히 검토했을 것이고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두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대비책이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2015년 파리 그리고 2017년 런던에서도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 인도는 특히 외국인의 입장에서 무척 위험한 나라가 되었다.

 

셋째, 파키스탄과 중국의 개입과 관련된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분류해서 가늠해보아야 한다. 먼저 중국의 개입은 0%에 가깝다. 중국 외교부가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라다크 지역의 연방직할령 지정에 대해 항의 성명을 발표하였지만 그 이상의 압박은 가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개입은 50%로 보아야 한다. 파키스탄은 현재 지역 또는 부족연합체로 보아도 좋을 정도로 지리멸렬의 상황이다. 지방정부는 토호(土豪)들이 장악하고 있고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일부지역에서만 작동하고 있다. 파키스탄 군부마저도 출신지역과 종파에 의해 분열되어 있다. 한 마디로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를 상대로 전면전을 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단,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중앙정부가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국민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 모험적이고 국지적이며 초단기적인 전쟁을 시도할 수 있지만 그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가능성이 100%에 가까운 것은 파키스탄 내에 난립해 있는 급진적 이슬람 단체들의 개입이다. 탈레반(Taliban)과 IS(Islamic State)의 산하단체들도 포함된다. 이 단체들에게 이번 카슈미르 상황은 꽃놀이패와 다름없다. ‘억압받는 카슈미르 무슬림형제들을 해방시키자’는 명분은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충원할 명분이 되고 테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자신들의 이름과 업적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인도에게 없고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파키스탄 정부에 항의하는 것뿐이다.

 

다섯 번째, 단일 민법(Uniform Civil Code)과 관련된 시나리오이다. 인도는 종교에 따라서 적용되는 민법이 다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들리지만, 인도는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가 공존하는 민법을 허용하고 있다. 즉, 힌두는 일부일처제, 무슬림은 일부다처제의 민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것은 헌법의 세속주의(Secularism) 정신과 ‘다양성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의 건국초기 정책목표가 결합된 것이었다. 이 문제 역시 지난 70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힌두들은 무슬림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라고 비난했고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전통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무슬림의 일부다처제는 자신들의 행위와 관습을 규정한 종교율법인 ‘샤리아(Shariat)’에 기반한 것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일부다처제를 부정하는 것은 샤리아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모디 총리와 BJP는 카슈미르의 다음 단계로서 단일민법의 제정을 목표할 것임에 틀림없다. 즉, 무슬림들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파괴하여 ‘힌두트바의 인도’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마치면서
헌법 370조 폐기와 카슈미르의 연방직할령 지정은 모디 총리와 BJP의 힌두 대중영합주의의 결과물로 남을 것이다. 물론 70년 동안이나 유지되어 온 ‘잠정 조항’을 정상화시키고 국가안보 상 중요한 지역의 안전을 강화시키는 조치가 무엇이 잘못되었느냐는 주장도 그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카슈미르의 상황은 불안정하고 그곳의 무슬림들은 인도 연방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 나가서 370조의 폐기는 무슬림들의 경제적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방직할령이 된다고 해서 카슈미르의 안전도가 향상된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도 없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카슈미르의 평화와 안정은 더욱 멀어졌다.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강압적인 통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갈라진 벽 틈으로 물이 스며들 듯이 급진적 무슬림들의 활동은 통제의 허를 찌를 것이고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서 카슈미르의 낙인은 오랫동안, 적어도 30년 이상 계속될 것이다.

 

* 각주
1) 1999년 6월에서 7월에 걸친 카르길(Kargil) 전투. 인도의 국수주의적 언론들은 전쟁(Wa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참전병력규모나 지리적 범위에 있어서 전면전이라고 부르기는 무리가 있다.
2) 인도 헌법은 연성과 경성이 혼재되어 있는 헌법개정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370조는 대통령이 발의하고 연방 상·하원이 동의하는 연성조항에 포함된다.
3) 현재 인도에는 모두 7개의 연방직할령이 있다. 연방직할령은 역사적⦁정치적으로 특별한 상황에 있는 지역을 대통령이 선정하여 연방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되어 있다. 연방직할령은 자체적인 의회를 가지지 못하지만 델리(Delhi)와 뿌두체리(Puducherry)는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카슈미르 연방직할령에도, 라다크는 제외, 의회가 인정될 계획이다.
4) 1941년 인구조사에서 무슬림 인구는 77%였다.
5) 토지구입 제한은 35조 A항에 명기 되어있다.
6) Kashmir Observer, Like Karadzic. Prosecute All Accused of HR Violations in Kashmir: JKCCS, 2016.03.26 ,
https://kashmirobserver.net/2016/local-news/karadzic-prosecute-all-accused-hr-violations-kashmir-jkccs-4777
7) Sharma, Samrat. Financial Express, Jammu and Kashmir: All you need to know about the new Union territory’s economy, .2019.08 06,
https://www.financialexpress.com/ economy/jammu-and-kashmir-all-you-need-to-know-about-the-new-union-territory/1667700/
8) 2019년 2월 14일 반란진압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찰부대인 중앙예비경찰대(Central Reserve Police Force)의 병력 수송대가 자살폭탄공격을 받아 40명의 병사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9) 인도 정부는 이 폭격으로 테러리스트 캠프가 파괴되고 다수의 테러리스트들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 공군기가 아무 것도 없는 산봉우리에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2개월 뒤 여러 외국기관들의 위성사진 분석결과 인도 측의 발표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Howell, Martin, Reuters, Satellite images show buildings still standing at Indian bombing site, 2019. 03. 06.,
https://www.reuters.com/article/us-india-kashmir-pakistan-airstrike insi/ satellite-images-show-buildings-still-standing-at-indian-bombing-site-idUSKCN1QN00V
10) Times of India, Govt move on Article 370 draws emotional response  from people across the country, 2019. 08.06,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india/govt-move-on-article-370-draws-emotional-response-from-people-across-the-country/articleshow/70540055.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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