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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중남미 경제난, 미국 대외 정책의 실패 사례가 될 가능성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1/09/03

☐ 부정적 결과 낳은 미국의 중남미 경제 제재

◦ 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인근 지역 정세에도 영향
-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였다. 지금도 석유 생산국 가운데 보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베네수엘라 경제는 과거부터 석유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였다. 
- 그러나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 Maduro) 현 정권과 미국 간 외교 마찰이 일어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했다. 사실, 미국과 갈등이 일어나기 전부터 셰일 오일(shale oil)의 개발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여 베네수엘라의 경제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지만, 지금처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거듭될 정도로 경제 체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데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규정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 현재 베네수엘라는 약 2,800만 명의 국민 가운데 90% 이상이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경제 체제 붕괴 후에만 약 50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고국을 떠나 타국으로 이주했다. 
-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사회·경제적 혼란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의 정세 불안도 야기했다.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많은 사람이 인접 국가인 콜롬비아로 몰려들면서 일자리를 두고 콜롬비아인과 베네수엘라 이주자의 다툼이 치열해졌고, 이로 인해 콜롬비아 원주민의 경제적 궁핍과 사회 갈등이 심화되었다.
- 실제로, 베네수엘라 난민이 대거 유입된 콜롬비아의 실업률은 두 자릿수 % 대를 넘고 있으며, 노동 가능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인구의 약 42% 정도가 빈곤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 무장 단체 세력 확장 단초 제공
-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궁핍은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의 범죄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 인근 지역에서는 이에 더해 마약 카르텔과 무장 단체의 세력이 커지는 추가적인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 콜롬비아를 근거지로 두고 있는 ‘마르크스 국가 해방군(ELN, Marxist National Liberation Army)’은 약 1,500명의 조직원을 지닌 대형 무장 단체이다. 마르크스 국가 해방군은 마약 유통의 주 경로인 콜롬비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시작된 후에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 마르크스 국가 해방군은 마약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필수품도 밀매하며, 불법 금광까지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화력으로 무장하고 있기에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사실상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 한편, 1960년대 창설되어 오랜 기간 활동 중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Revolutionary Armed Forces of Colombia)’ 역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을 틈타 양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은 지난 2016년 콜롬비아 정부가 제시한 평화 협상안을 거부했으며, 콜롬비아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하는 등 공권력의 제재를 받지 않은 채 밀수 등의 불법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이러한 민간 사조직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계속 있었지만, 경제난으로 인해 재정적 여력이 없는 정부는 이들 무장 단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 실제로, 미국의 제재로 경제 붕괴가 시작된 지난 2019년부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Caracas) 서쪽을 중심으로 무장 세력과 각종 민간 사조직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베네수엘라 중앙대학(Central University of Venezuela)의 알렉산더 캄포스(Alexander Campos) 교수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명백히 국가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 미국의 대외 정책 실패 추가 사례 될 수 있어

◦ 미국, 상처만 남긴 채 아프가니스탄 철수
- 2021년 8월 31일, 미군이 공식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완료했다. 이로써 지난 2001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Taliban)의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테러 이후 20년 동안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군이 퇴각하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점령하면서 마무리되었다.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자,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생명의 위협을 피하고 자유를 찾아 조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Kabul)로 진격하는 순간에도 탈레반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비이슬람 국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을 처형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수 시일을 8월 31일로 못 박은 데 대해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결국 미국은 예정일에 민간인 후송을 포함한 모든 철수 작업을 끝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지 못하고 남겨진 난민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며, 미군이 서둘러 퇴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군사 장비와 무기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
-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또 다른 전쟁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이 보호를 약속했던 나라를 저버릴 수 있다는 인식까지 국제 사회에 심어주었다.
- 또한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미국 주도의 강압적인 대외 정책이 반드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는 메시지도 던져주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점령 후 미국 정부가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정부를 수립했지만, 미국의 비호를 받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백기를 들었으며 이는 외교적으로도 미국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

◦ 쿠바 혼란에도 미국의 지분 있어...베네수엘라, ’제2의 아프간‘ 우려
- 한편, 미국과 수십 년 동안 대치한 공산국가 쿠바 역시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쿠바도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한 국가이며, 과거 미사일 이송 문제로 미국과 전쟁 직전까지 가는 긴장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쿠바의 경제 침체를 가속한 점은 있으나, 근본적으로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가 쿠바의 경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 오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 국민은 베네수엘라 국민처럼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로 이주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 이민, 생존권 위협, 인권 침해와 같은 여러 부가적인 문제가 함께 발생하고 있다.
- 미국은 과거부터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가하거나 미군을 투입하는 등 강압적인 정책을 여러 차례 시행했다. 그러나 과거 베트남과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언제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 이는 경제 제재 역시 마찬가지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독재 정권 축출을 이유로 행한 대외 경제 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해당 국가 국민의 고통을 가중하고 여러 부작용만 낳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철수하고 무장 단체가 정권을 장악하자, 중남미에서 무장 단체가 세력을 확장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적인 무장 단체를 제압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제 제재는 공권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정부 재정을 악화시켰다.
- 또한 독재 타도와 자유 수호라는 그럴듯한 대외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 제재로 인해 당장의 생활이 어려워진 해당 국가의 국민은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혹은 범죄 단체에 협력하게 되기 쉽다. 베네수엘라에서 무장 단체가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지금의 상황은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 실패를 알리는 또 다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Yahoo! Finance, Could Venezuela Become Latin America’s Afghanistan?, 2021.08.26.
In These Times, Sanctions Didn't Help Cubans, Iranians or Venezuelans. They Won't Help Afghans, 2021.08.24.
Just Security, The Humanitarian and Policy Challenges of U.S. Sanctions on the Taliban, 2021.08.23.
La Patilla, Reuters: Maduro traded PDVSA oil for food and later punished negotiators, 2021.08.24.
CNBC, As Cubans protest, government cracks down on internet access and messaging apps, 2021.07.14.
Reuters, Venezuela swapped PDVSA oil for food, then punished the dealmakers, 2021.08.24.
Nasdaq, Venezuela's PDVSA to restart output at offshore Corocoro field, sources say, 2021.08.12.
BBC, Cuba protests: Thousands rally against government as economy struggles, 2021.07.12.
AP News, Miami demonstrators block highway to support Cuban protests, 2021.07.14.
Reuters, U.S. calls for calm in Cuba, concerned by images of violence, 2021.07.14.
France 24, Venezuela to slash six zeroes from currency, 2021.08.05.
World Atlas, The Crisis In Venezuela, 2021.08.05.
Global Americans, Colombia urgently needs help with the economic integration of Venezuelan immigrants, 2021.08.11.
Bloomberg, Venezuela’s Long Decline Threatens the Cultural Jewels of Caracas,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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