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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ECOWAS의 자유 이동 의정서와 서아프리카의 이주노동 위기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Moses M Duruji Covenant University Senior Lecturer 2021/09/1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1. 이슈 현황
서아프리카의 경제·사회적 통합 촉진을 목적으로 1979년 서아프리카 경제 공동체(ECOWAS, 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차원에서 법제화한 자유로운 이동, 거주 및 정착 권리에 관한 의정서(이하 ‘자유 이동 의정서’ 혹은 ‘의정서’; Protocol on Free Movement, Right of Residence and Establishment)는 회원국 국민들이 지역 내에서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누구나 국적에 상관없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거소를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SWAC, 2006). 하지만 회원국 국민으로 구성된 대규모 이주행렬의 행선지가 된 국가에서는 ECOWAS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이들에 대해 적대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고는 역내 통합과 경제적 협력이라는 초국가적 공동체의 목표와 상충되는 이러한 회원국들의 행동이 미래 역내 통합 계획에 어떠한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ECOWAS 회원국 지도

* 자료: 저자 편집, 국경 구분의 용이성 위해 색상 추가


2. 배경 및 분석

2.1 자유 이동 의정서의 기본 내용
ECOWAS 차원에서 출범한 자유 이동 의정서에 따라 각국은 적법한 증빙 서류를 소지한 회원국 국민의 자국 영토 진입을 허용하고, 이들이 여기에 명시된 모든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그리고 기타 규정된 사항들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ECOWAS Commission, 2014). 그 외에도 의정서의 목표 달성을 돕고 역내 통합을 더욱 견고히 하고자 ECOWAS 여행증명서와 여권, 그리고 회원국 모두에서 통용되는 갈색 카드(Brown Card) 차량보험 구상 등이 마련되기도 했다.

2.2 서아프리카 내 이주를 촉진하는 요소
19세기 식민주의의 등장 이전에도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농업, 종교 교육, 전쟁, 무역, 환경파괴 및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유에 기반한 대규모 이주의 흐름이 존재해왔다(Yaro, 2008). 이후 식민 열강이 국경선을 긋고 인구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이주 경향이 잠시 주춤했으나, 광산과 농장에서의 강제 노동력 모집 정책을 필두로 한 중상주의의 대두로 인해 인구 이동이 다시금 활성화되었다(Yaro, 2008; de Haas, et al., 2019). 이에 비해 오늘날 서아프리카의 이주 경향은 15개 회원국 거의 모두가 비준한 자유 이동 의정서가 보다 나은 생계를 위한 타국 이민을 장려함에 따라 나타난 측면이 크다(Adepoju, 2005).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역내 이주민의 총 숫자는 764만 명으로 나타나는데(UN DESA, 2020), 이 중 약 90%에 해당하는 740만여 명이 ECOWAS 회원국 간 이주 사례에 해당한다(UN DESA, 2020). <표 1>에 나타난 이주민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이민의 방향이 주로 GDP가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향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이주민 수가 가장 많은 코트디부아르는 역내 최고의 부국 중 하나로, 이민자들 대부분이 1970~1980년대의 경제 호황 및 이주민에 친화적이었던 펠릭스 우푸에부아니(Félix Houphouët-Boigny) 당시 대통령의 정책에 이끌려 이주하게 된 것이다. 이민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나이지리아는 역내 최대의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이주민 중 상당수가 90일 거주권 제도를 이용해 지하경제에서 임시 일자리를 구한 이주 노동자들이다(AU, 2020).

<그림 2> 각 회원국 GDP가 ECOWAS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 자료: Research Gate


<표 1> 서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최대 행선지
* 자료: UN 경제사회국(DESA,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2020


2.3 이주노동자 유입에 대한 회원국들의 반응
많은 수의 이민자들이 밀려들면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 일부 ECOWAS 회원국의 국민들이 경제 문제를 이주민들 탓으로 돌리는 현상이 일어났다(AU, 2020). 예를 들어 이전까지 석유 호황을 누리다 1980년대에 글로벌 경기 불황에 직면한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여타 서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특히 가나 출신 이주민들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면서 “가나, 나가(Ghana must go)”와 같은 슬로건이 유행하기도 했다(Daly, 2019). 나이지리아 정부 또한 이러한 국민감정에 편승해 국내에 불법으로 거주중이던 ECOWAS 회원국 국민들을 대규모로 추방하는 프로젝트를 개시하기도 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도 2002년에 시작되어 십년여간 지속된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국가를 정치적 위기상황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르키나파소, 말리, 라이베리아, 가나 출신 이주민들을 자국민들과는 다른 집단으로 취급하는 차별적 정책은 로랑 그바그보(Laurent Gbagbo) 당시 대통령과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는 알라산 와타라(Alassane Ouattara) 당시 야당 당수간 정쟁의 배경이 되었다(MICIC, 2020). 이러한 정치적 갈등은 그바그보 정부가 진정한 코트디부아르인이 아니라 판단한 이들을 군대에서 축출하고자 시도하면서 더욱 격화되어 민족 및 종교를 기준으로 편이 갈린 내전으로 비화하게 된다(MICIC, 2020).

서아프리카 반 이주민 정서는 오늘날에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그 일례로 가나의 소매상인들로 구성되는 가나통상연합회(GUTA, Ghana Union of Traders Association)는 외국인들이 가나 기업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Yendaw, 2019). 서아프리카 국가 정부들의 반 이민자 정책은 대부분 정치적 이익 및 권력 추구를 그 동기로 하는데, 겉으로는 이주민들이 적법한 서류를 지니지 않고 있음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내면에는 반이민 정서가 강한 내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Yendaw, 2019).
 
이뿐만 아니라 가나에서는 투자활성화센터법(Investment Promotion Centre Act)을 통해 가나인 외의 투자 활동, 상품 및 서비스 판매, 소규모 거래, 행상 및 노점 운영을 금지했으며, 정부는 ECOWAS 회원국 국민을 비롯한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무려 30만 달러(한화 약 3.5억 원)의 면허 비용을 내도록 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소규모 상업에 종사하던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들로, 이들은 면허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Vanguard 2020). 이와 같은 성격의 조치들은 비단 가나에 국한되지 않는데, 예를 들어 2005년에 나이지리아 올루세군 오바산조(Olusegun Obasanjo) 대통령은 가나산 직물류, 의류, 녹말류, 가금류, 플라스틱류 및 가공제품류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Apata, 2020). 이민자 및 외국인들을 적대하는 이와 같은 행동은 역내 통합을 추구하는 ECOWAS의 정신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3. 미래 전망과 함의
상기 분석을 통해 개별 국가를 넘어선 아프리카 차원의 지역주의, 특히 ECOWAS를 중심으로 한 통합 노력이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역내 조직의 부재로 인해 지속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상 모든 나라가 겪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각국 정부는 일방주의적 조치를 통해 자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려 하며, 이 점이 ECOWAS의 통합 계획이 지닌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ECOWAS 체제 하에서 출범한 자유 이동 의정서를 통해 이전 식민 지배계층이 만들어낸 국경을 배제하고 서아프리카의 경제적 통합 구상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각국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정부와 이민자들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본래 자유 이동 의정서는 회원국 간 경제적 협력 및 통합에 따른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통해 각국 국민의 삶과 복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자 출범했지만, 모든 회원국의 공통된 이익 추구를 위한 상호 공동 노력은 각국의 경제 위기 및 안보 문제로 인해 구상했던 바와는 달리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4. 결론
ECOWAS 출신 이주민이 향하는 국가의 국민들이 반이민 정서를 표출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일방주의적 조치를 강행하면서 서아프리카 이주노동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ECOWAS의 유관 기관들은 본국 외에 거주하는 회원국 국민들의 권리 보호에 있어 별다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역내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초국가적 수준에서 각국을 상대할 수 있는 기관의 권한과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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