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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중동 각국,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수립에 따른 대응 모색 이슈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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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심층이슈 분석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권 장악은 인근 중동 국가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수립은 이란에게 기회인 동시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했다. 탈레반 정권 수립은 곧 이란이 아프가니스탄을 통한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인 동시에 국경을 맞닿은 곳에 이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정권이 들어섰음을 뜻한다. 한편 걸프 국가는 복잡한 반응을 드러냈다. 1990년대 탈레반 정권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현재 입장을 바꾸어 탈레반 정권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탈레반과 미국 사이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는 탈레반 정권 수립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탈레반을 중재하는 역할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환영
1990년대 이란과 탈레반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었다. 1998년 탈레반 정권이 이란 외교관을 살해하자 이란과 탈레반 정권의 관계는 전쟁 직전까지 악화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정권 상실 이후 탈레반이 미국과의 무력 충돌을 계속하자 이란의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 이란은 탈레반을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 견제를 위한 잠재적 동맹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양측 간 접촉과 관계 또한 2015년부터 점차 강화되었다. 이란 외무부는 2021년 2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한 행위자로서 미래를 위한 해결책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 탈레반의 변화한 관계는 2021년 8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이란 정부가 표명한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미국의 패배를 상징한다고 환영하며 미군 철수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이 안정과 평화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또한 억압받는 민중의 의지에 따른 통치가 안정과 안보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 역시 이란과 다른 나라 사이의 관계는 그 나라와 미국 사이 관계에 달려있다고 언급하며 이란이 반미 투쟁이라는 기치 아래 탈레반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이란은 명시적으로 탈레반 정권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군 철수를 환영하고 평화적 정권 이양을 강조하는 입장은 이란이 탈레반 정권을 암묵적으로 승인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탈레반의 승리와 미군의 철수가 이란에 무력 활동을 통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란과 탈레반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도 존재한다. 먼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에 실패하고 극단주의 조직 활동을 통제하지 못하면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이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실제로 노골적으로 시아파에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수니파 극단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 호라산주(ISKP, Islamic State-Khorasan Province)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테러를 저지르며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탈레반 정권의 아프가니스탄이 이란에 적대적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피난처가 될 경우 이란의 안보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내 다양한 민족 집단을 대표하는 포괄적 정부 수립이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으나, 2021년 9월 7일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다른 민족 집단 출신은 전혀 없는, 탈레반 출신 인물로만 구성된 새 내각을 발표하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경한 수니파인 탈레반 정권의 아프가니스탄 내 시아파 탄압에 대한 우려 역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요인이다. 1990년대 탈레반 정권은 시아파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시아파를 탄압한 적이 있고, 이러한 탄압이 재현된다면 이란과 탈레반 정권의 관계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시아파 탄압을 묵과한다면 시아파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이란 정권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이란의 시아 종교지도자들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시아파 탄압을 우려하며 탈레반 정권이 극단주의적 테러리스트이자 야만적 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경제적 기회 모색 
탈레반 정권 수립으로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경제적 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란의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 2020년 3월~2021년 3월 기준 3억 6,700만 달러(한화 약 4,323억 2,600만 원)에 달하는 이란의 대(對)아프가니스탄 수출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외화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란이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 통로였다. 이러한 이유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후 이란은 빠르게 아프가니스탄과의 교역을 재개했다. 2021년 8월 이란은 탈레반의 요청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원유 수출을 재개했으며,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 세 곳을 거치는 육상 무역 또한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집권이 아프가니스탄 내 이란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란에서는 미국을 의식하여 이란과의 교역을 억제하고자 했던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물러나고 탈레반 정권이 수립된 상황이 이란의 대아프가니스탄 수출을 두 배 이상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다른 이웃 국가와 연결된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탈레반 정권 수립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회해 원유를 포함한 이란 상품을 수출할 유망한 시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더불어 미국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항구는 아프가니스탄에 공급되는 물자의 통로 역할을 해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산업화에 이란이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내 혼란이 장기화되고 탈레반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설 경우 이란의 경제적 이익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권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외화를 확보해온 이란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혼란이 계속되어 아프가니스탄 내 경제 침체가 심화할 경우 이란산 제품의 수요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란의 대아프가니스탄 무역 역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카타르, 아프간 사태 핵심 중재자로 부상 
탈레반과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카타르가 탈레반 정권과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중재자로서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013년 탈레반은 카타르 수도 도하(Doha)에 정치국을 설치했고, 2020년 도하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협상이 체결된 역사적인 장소가 되었다. 2018년부터 미국과 탈레반은 카타르의 중재 아래 협상을 진행하여 2020년 2월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Mullah Abdul Ghani Baradar)와 미국 협상 대표 잘메이 칼리자드(Zalmay Khalilzad)가 도하에서 미군 철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고자 하는 이들의 안전 보장에 관한 미군 고위급 지휘관과 탈레반의 협상 또한 도하에서 열렸다는 보도도 있다. 이처럼 카타르는 탈레반과의 소통 창구가 없는 서구 국가에게 탈레반과 접촉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카타르는 적극적으로 중재자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2021년 9월 21일 타밈 카타르 국왕은 UN 총회에서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돕기 위해서는 탈레반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밈 국왕은 국제사회가 제재를 통해 탈레반을 고립시키는 것은 갈등 심화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경고하며 카타르가 국제사회와 탈레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카타르는 탈레반과의 관계를 이용해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르는 외국인의 출국을 돕고 있다. 외국인과 아프간인 약 5만 5,000명이 카타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며,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Tamin bin Hamad al-Thani) 카타르 국왕에게 외국인 철수를 위한 카타르의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동시에 카타르가 지나치게 탈레반과 가까워질 경우 카타르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카타르는 2017년 이슬람주의 조직에 대한 지원과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등 인근 걸프 국가로부터 단교를 당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탈레반과 카타르의 가까운 관계가 카타르를 탈레반의 후원자로 간주하는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에 2021년 9월 22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Muhammed bin Abdulrahman Al Thani) 카타르 외무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에 대한 억압과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조직의 온상이 되는 상황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카타르가 탈레반의 무조건적인 지지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압둘라흐만 장관은 8월 16일 탈레반 지도자 바라다르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하기 전에 면담을 가지고 민간인 보호와 국가 통합, 평화적 권력 이양을 촉구하는 등 카타르가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타르, 아프가니스탄에 재정 및 인도주의적 지원 
카타르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정 및 인도적 지원에도 활발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2021년 9월 10일 파키스탄 외무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압둘라흐만 카타르 외무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밈 국왕 또한 UN 총회에서 탈레반 정권에 대한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아프간인에 대한 지원과 원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집권 이전부터 위기에 놓여 있던 아프가니스탄 경제는 탈레반 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가 중단되며 더욱 악화되었으며, 현재 약 1,000만 명이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세계식량기구(World Food Programme)는 아프가니스탄의 식량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약 2억 달러(한화 약 2,356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아프가니스탄에 원조를 계속하고 있다. 9월 5일 카타르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운행하는 유일한 국제 상업 항공사인 카타르 항공 비행기를 통해 원조 물자를 공급하기로 했다. 9월 13일 카타르 정부는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총 5,000만 달러(한화 약 589억 원) 규모의 원조를 제공했으며, 이 외에 식량과 의료용품 188톤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145만 명을 위한 의약품, 아프가니스탄 내 병원 280곳과 코로나19 연구소 31곳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카타르는 아프가니스탄에 원조를 제공하고자 하는 국가에 원조 물품을 전달할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프가니스탄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희망  
사우디아라비아는 1996~2001년 파키스탄, UAE와 함께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단 3개 국가 중 하나였다. 당시 사우디는 탈레반 정권에 자금을 제공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맺었으나, 1998년 탈레반 정권이 테러조직 알카에다(Al-Qaeda)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Osama bin Laden)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사우디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양측 관계는 악화되었고 2001년 9/11테러 이후 탈레반의 테러 조직 지원을 비판하며 관계를 단절했다. 

과거와 달리 사우디는 현재 탈레반 정권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21년 8월 사우디 정부는 탈레반에 ‘이슬람적 원칙’에 따라 아프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보를 보호하고 아프가니스탄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조속한 안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새로운 정부 구성을 발표한 이후 파이살 빈 파르한(Faisal bin Farhan) 사우디 외무부 장관은 탈레반 정부 구성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이 안정과 번영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탈레반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정치 세력이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의 신중한 입장의 배경에는 국제 사회에서 대외적 이미지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의 확산을 우려하는 사우디가 과거처럼 탈레반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사우디 내에서는 탈레반 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투르키 알파이살(Turki Al-Faisal) 사우디 전 정보부 수장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남겨둔 무기가 알카에다나 이슬람 국가(IS) 조직과 같은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손에 들어가 지역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UAE,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및 지원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과거와 달리 탈레반 정권과 적극적으로 우호 관계를 수립하려 하기보다는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UAE는 탈레반의 카불 점령 직후 항공편을 대거 투입하여 자국민뿐만 아니라 아프간 난민과 외국인들의 탈출을 지원했다. UAE는 아프간 난민과 외국인 약 3만 9,000명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송했으며, 제3국으로 향할 예정인 아프간 난민 5,000명을 일시적으로 UAE 국내에 수용하기로 했다. UAE 정부는 아프간 난민과 외국인 철수에 대한 지원이 UAE가 펼치는 인도적 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UAE는 2021년 9월 3일 아프가니스탄에 식량과 의료 물품 등의 긴급 원조를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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