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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PEC+의 대응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더십

사우디아라비아 송상현 단국대학교 외국어대학 중동학과 교수 2021/09/30

에너지 전환과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
최근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한 친환경 대체 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석유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며 저유가 기조를 장기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기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 방어와 함께 탈석유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산업 다각화를 핵심으로 하는 중동 산유국들의 과감한 경제개혁 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체제생존(regime survival)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산유국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증대시켰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 정부가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원유 수요의 급감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초래하며 산유국들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급감이라는 이중의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산유국 간 공조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다. 

저유가 시기 자발적 감산을 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더십 구축 
석유수출국기구(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는 유가 방어를 위해 2016년 말 러시아를 비롯한 11개 비(非)OPEC 산유국과 감산에 합의하며 OPEC 플러스(OPEC+)를 출범시켰다. 빠르게 변화하는 석유 시장 환경 속에서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이익 관철을 위해 OPEC+내 리더십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OPEC+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말까지 2016년 10월 생산량 대비 일일 약 18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OPEC 일일 120만 배럴, 비OPEC 일일 60만 배럴)하였으며, 이 기간 목표 이상의 감산을 이행하며 2017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회복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내 감산을 주도하면서 OPEC은 2018년 5월 기준 일일 120만 배럴 감산 목표를 152% 초과 달성하였다. 이후에도 OPEC+는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일 120만 배럴 감산(2018년 10월 생산량 대비)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32만 2,000배럴 줄어든 일일 1,027만 8,000배럴을 목표 생산량으로 정하였으나 2019년 일일 980만 8,000배럴만을 생산하며 자발적인 추가 감산을 이행하였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감산량은 OPEC 전체 감산분인 일일 80만 배럴의 약 98%에 해당하는 수치였다1). 2019년 12월 OPEC+ 각료회의에서도 감산 폭을 50만 배럴 추가해 일일 170만 배럴 감산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시 한번 자발적 추가 감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추가 감산 관철을 위해 사우디 정부가 자발적인 5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결정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통한 유가 방어를 위해 OPEC 내에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배경에는 국내 경제적·정치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에너지 전환과 함께 저유가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 2016년 4월 사우디 정부는 탈석유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산업 다각화를 골자로 하는 ‘사우디 비전 2030’에 필요한 재원을 아람코 IPO와 지분매각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사우디 정부는 2019년 12월 11일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사우디 주식시장(타다울) 상장에 앞서 유가 회복을 통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었다. 국내 증시 상장 이후에도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증시에 아람코 2차 상장과 함께 글로벌 대기업에 주식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로서는 더 많은 현금 확보를 위해 OPEC+와의 공조를 통한 유가 방어가 절실하였다. ‘사우디 비전 2030’의 성공 여부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무함마드 빈 살만(Muhammad Bin Salman) 왕세자에게 OPEC+의 와해로 인한 유가 폭락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할 전략적 우선순위였다. 사우디 정부는 전술적 차원에서 자발적 추가 감산의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사우디의 리더십 하에 OPEC+참여국들을 결속시키고 이를 통한 유가 방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필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폭락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벼랑 끝 전술
3년 이상 지속된 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와 함께 세계 원유 수요증가율이 하락하면서 유가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더십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2019년 12월 OPEC+ 각료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일일 1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였으나 감산 기간 연장을 두고 이견을 나타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 6월까지 연장을 주장하였으나, 러시아는 OPEC+의 감산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대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3월 이후 추가 연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실제 2016년 이후 OPEC+의 생산량은 지속적인 감소를 보인 반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감산 기간 연장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견을 보이던 와중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하여 국제 유가가 2020년 2월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폭락하였다. 이에 OPEC 회원국들은 3월 5일 임시총회를 열어 추가 감산을 논의하였고 일일 170만 배럴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할 것에 합의하였다. 이와 함께 다음날 개최 예정인 OPEC+ 각료회의에서 일일 150만 배럴(OPEC 100만 배럴, 비OPEC 50만 배럴) 추가 감산 권고를 결정하였다. 하지만 OPEC+ 각료회의에서 러시아가 감산을 반대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다. 러시아의 감산 불참은 사실상 OPEC+의 붕괴를 의미하였다. 2019년 기준으로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4%를 차지하는 일일 1,063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은 원유를 생산한 국가였다. 러시아의 참여 없이 OPEC+를 통한 유가 방어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벼랑 끝 전술을 채택하여 리더십 회복을 시도하였다. 

급격한 증산은 사우디아라비아가 1970년대부터 OPEC 내 석유 정책 관철을 위해 사용해 왔던 극단적이면서도 매우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일 1,0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량의 70% 이상을 수출할 뿐만 아니라 OPEC 생산량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 어떠한 국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 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976년 12월 카타르의 도하(Doha)에서 열린 OPEC 회의에서 유가 인상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증산 조치를 통해 OPEC 내 리더십을 회복하였다.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는 1985년 여름 OPEC 회원국들의 쿼터 불이행에 대해 불만이 폭발한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조절자(Swing Producer) 역할을 포기하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폭락하였던 1986년의 ‘가격 전쟁(Price War)’이었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 OPEC 내에서 자신의 석유 정책을 관철하고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벼랑 끝 전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 전술은 자칫 유가 폭락을 방치하여 자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러시아와의 협상 결렬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 결정과 함께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8달러 인하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같은 극약처방은 러시아에 대한 보복과 함께 OPEC+의 붕괴를 목표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OPE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전술로 이해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발표 이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까지 폭락하였고, 결국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석유 왕국의 젊은 지도자에게 항복하면서 OPEC+는 다시 한번 유가 방어를 위한 감산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산유국들의 공멸을 초래했던 1986년 ‘가격 전쟁’ 악몽이 사태의 신속한 해결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UAE의 도전
설상가상으로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석유 시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원유에 대한 수요를 급감시켰다. 석유 관련 전문 회사나 기관에서는 수요감소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로 예상하기 시작하였다. 2020년 9월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 BP(British Petroleum)에서 발표한 에너지 전망 보고서의 석유 수요 전망에 따르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조차도 2030년을 석유 수요정점으로 예상하였으며,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2019년에 이미 석유 수요정점을 찍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OPEC의 ‘2019~2045년 석유 수요 전망 보고서’에서는 2030년대 후반 이후 석유 수요감소 가능성을 예상하였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원유생산정점(Peak Oil)으로 인한 유가 폭등을 걱정하였지만, 이제는 수요정점(Peak Demand)으로 인한 유가 폭락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급변하는 석유 시장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OPEC+로 하여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감산 합의를 요구하였다. 2020년 4월 OPEC+ 임시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2022년까지 단계적 감산에 합의하였다. 2019년 10월 생산량 기준으로 OPEC+ 참여국들은 2020년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일일 970만 배럴, 7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일일 770만 배럴, 2021년 1월 1일부터 2022년 4월 말까지 일일 580만 배럴의 점진적 감산을 결정하였다. 2020년 6월 OPEC+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일일 970만 배럴 감산 규모를 7월 말까지 1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였다. 7월 장관급 화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예정대로 감산 규모를 8월부터 일일 770만 배럴로 축소하고 공급량을 일일 200만 배럴 늘리는 데 합의하였다2).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함께 일일 1,100만 배럴을 기준으로 정해 250만 배럴 감산한 일일 850만 배럴 생산을 결정하였다. 이에 더해 사우디 정부는 4월부터 생산량을 늘린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와 함께 합의와 별도로 자발적인 일일 20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OPEC+내 리더십을 회복하려 노력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OPEC+내 리더십 회복을 통한 유가 방어 노력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셧다운(Shutdown)과 석유 수요급감으로 인해 유가 폭락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4월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WTI 선물가격이 전일 대비 306% 폭락한 –37.63달러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OPEC+의 감산이 본격화되면서 5월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선을 회복하였고 6월부터 봉쇄 조치의 완화와 함께 원유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상승하였다. 2020년 여름 이후 미국·유럽발 코로나 2차 대유행과 함께 코로나 변종 발생으로 인해 원유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제 유가는 10월 말 다시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하락하였다. 11월 이후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백신 개발 성공 및 접종 시작으로 석유 수요 증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2021년 초 배럴당 60달러 선을 회복하였고 6월부터는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였다.

2021년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증산 요구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일 100만 배럴 추가 감산과 함께 두 국가에 대해 예외적으로 소폭의 증산을 허용하며 불만을 잠재우려 하였다.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일일 580만 배럴 감산에 대한 이견이 2020년 3/4분기 접어들면서 OPEC+ 내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에서 일일 200만 배럴 추가 공급을 소화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현행대로 일일 770만 배럴 감산 규모 유지를 주장하였으나, 러시아는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예정대로 산유량을 늘리는 감산 완화 정책 추진을 희망하였다. 결국 12월 OPEC+ 각료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 1월 1일부터 일일 770만 배럴에서 720만 배럴로 감산량 축소와 매월 다음 달 산유량 결정에 합의하였다. 2021년 1월 OPEC+ 각료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다시 한번 2월 산유량을 두고 대립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월 산유량 동결 입장이었지만, 러시아는 일일 50만 배럴 증산을 주장하였다. 결국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만 소폭의 증산을 허용하면서 2월과 3월에 각각 일일 712만 5,000 배럴과 705만 배럴을 축소하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강력한 유가 부양 의지를 나타내면서 2~3월 자체적으로 일일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소폭의 증산분을 크게 상회하는 감산량으로 오히려 OPEC+ 전체 생산량이 2020년 12월 대비 일일 20~30만 배럴가량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였다. 3월 OPEC+ 각료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4월까지 일일 100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 유지를 결정하면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예외적인 소폭 증산을 다시 한번 허용하였다.

2021년 2/4분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의 점진적인 증가와 함께 1월부터 계속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증산 요구 그리고 미국의 감산 완화 촉구 압력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점진적인 증산 허용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결국 4월 OPEC+ 각료회의에서 사우디 정부는 OPEC+의 단계적 증산과 함께 자국의 일일 100만 배럴 추가 감산량에 대한 축소에 합의하였다3).

하지만 반년 동안 계속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대한 예외적 증산 적용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의한 더딘 감산 완화는 UAE를 비롯한 OPEC+ 소속 국가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러시아를 상대로 했던 벼랑 끝 전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OPEC+내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상력은 과거에 비해 축소되었다. 이는 2021년 전반기 사우디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계속된 양보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달리 2018년 이후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UAE는 불공정한 감산 비율의 최대 희생양이었다. 왜냐하면 OPEC+의 일일 580만 배럴 감산에 대한 국가별 쿼터 기준이 사실상 2018년 생산량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적 동맹이었던 UAE가 7월 5일 OPEC+ 각료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도출된 잠정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사우디 정부의 리더십에 도전하였다. 잠정 합의안은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일일 40만 배럴씩 증산하여 연말까지 일일 총 200만 배럴 증산 목표(일일 380만 배럴 감산)를 달성하고 2022년 4월 말까지로 예정된 감산 합의 기한을 12월 말까지 연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UAE는 이 합의안이 증산 효과를 상쇄시킨다고 반대하였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Suhail Al-Mazrouei) UAE 에너지부 장관은 증산과 감산 연장 분리 결정을 희망하며 감산 기한 연장 여부를 추후 회의에서 논의할 것과 함께 UAE에 대한 불공정한 생산기준을 주장하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었다. UAE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당황한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 18일 재소집된 OPEC+ 각료회의에서 UAE와 2022년 말까지 감산 연장에 합의하는 대신 UAE에 생산기준 상향을 양보하며 사태를 급하게 마무리하였다.

OPEC+의 당면 과제
OPEC+의 대규모 감산 이행 준수와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2021년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선을 회복하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더십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OPEC+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요 증대에 따른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의 증산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이는 유가 방어를 위한 OPEC+의 감산 노력을 상쇄시켜 OPEC+의 붕괴를 가속화 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문제다. 러시아는 OPEC+에 참여하면서 시장점유율 유지와 함께 유가 회복이라는 경제적 혜택의 최대 수혜국이었다. 러시아가 OPEC+에 참여한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2016년 13.67%에서 2019년 14.12%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OPEC+ 소속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OPEC+ 참여국들의 합의 도출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도 과거처럼 러시아에 양보하고 인내하기가 더 이상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OPEC+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러시아의 이탈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걸프 산유국 간 갈등 심화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는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이견 표출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탈석유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걸프 협력 기구(GCC,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들은 중단기적으로 산업 다각화를 위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석유 자원의 수출을 통한 자금확보가 가장 쉽고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GCC 국가들이 생산 쿼터 협상을 두고 더 자주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령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OPEC+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결속을 강화해 나간다 해도 과연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얼마나 더 오래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각주
1)  OPEC(2020). “OPEC Annual Statistical Bulletin 2020,” OPEC Press Release,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2)  2020년 6월 OPEC+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일일 970만 배럴 감산 규모를 7월 말까지 1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였다. 7월 장관급화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예정대로 감산 규모를 8월부터 일일 770만 배럴로 축소하고 공급량을 일일 200만 배럴 늘리는 데 합의하였다. 
3)  OPEC+는 5월 일일 35만 배럴, 6월 일일 35만 배럴, 7월 일일 40만 배럴 씩 추가 생산하기로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일일 25만 배럴, 6월 일일 35만 배럴, 7월 일일 50만 배럴 씩 추가 생산하여 7월에는 자발적 감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계산에 따르면 7월 OPEC+의 감산 규모는 일일 580만 배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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