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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몰도바의 부패 문제: EU 통합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

몰도바 Golovataia Ludmila The Academy of Public Administration Associate Professor 2021/10/1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1. 서론
몰도바가 EU와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가는 바탕은 바로 2016년 7월 1일 발효된 협력 협정(Association Agreement)이다. 본 협정은 포괄적 자유무역지대(DCFTA, Deep and Comprehensive Free Trade Area)의 신설 등 EU와 관심을 공유하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며, 유럽 공동체와의 우호관계 및 민주주의적 가치 추구를 통한 몰도바의 EU 통합 행보가 상당 수준 진전되었음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몰도바는 EU가 추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파트너십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예로는 동방 파트너십(Eastern Partnership)을 들 수 있다. EU가 파트너국들의 현대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관련 노력에 기술·정치·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몰도바도 이러한 EU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정책과 관련된 측면에서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모든 국가기관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국가 개발 및 사회복지를 추구하는 데 장애가 되는 부패를 청산하는 일이다.

2. 몰도바의 부패 현황 
반부패 정책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부패는 여전히 몰도바의 사회 전반에 존재하며, 발전 및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주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반부패 정책 및 법률을 전담하는 기관이나 각종 부패행위를 예방 및 근절하기 위한 정부 부서 등이 있는지를 본다면, 부패 청산에 있어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견실한 기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9년도 몰도바-EU 협력 협정 집행보고서(Report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Republic of Moldova-European Union Association Agreement)에서 EU는 ‘아직까지 뿌리깊은 부패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법치주의와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돈세탁 문제에 관해 몰도바는 새롭고 포괄적인 법적 체계와 전략에 더해 이들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 따르면 몰도바 부패 해소에 다소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표 1> 상단 참조), 세계은행이 공개하는 부패통제(Control of Corruption) 지표상으로는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표 1> 하단 참조).


<표 1> 2012~2020년 몰도바의 부패 관련 지표
* 자료: 국제투명성기구 http://www.transparency.org, 세계은행 http://www.worldbank.org


몰도바 정부가 추구하는 주요 목표는 복지 개선 및 국민생활의 안전과 질 향상인데, 이는 부패의 근절과 사법 권위의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하나이다. 이 점에서 이고르 도돈(Igor Dodon) 전 대통령 및 마이아 산두(Maia Sandu) 현 대통령 정권 모두에서는 부패와의 싸움을 국가적 중대 사업으로 삼았으며, 그 일환으로 2005~2010년간 부패 방지 및 근절 국가 계획(National Strategy for Preventing and Combating Corruption), 2011~2016년간 국가 반부패 계획(National Anti-Corruption Strategy), 그리고 2017~2020년간 국가 청렴성 및 반부패 전략(National Integrity and Anti-Corruption Strategy)이 차례로 입안되었다. 이들 중 최근의 전략으로는 (1) 부패행위 참여 방지 (2) 부패 범죄로 얻은 수익 환수 (3) 공적, 사적, 그리고 비정부 부문에서의 윤리성 및 청렴성 향상 (4) 내부고발자 및 부패 행위 피해자 보호 (5) 국가기관 운영, 정 당 기부 및 언론활동의 투명성 제고, 그리고 (6) 사회구성원 및 공직자들에 대한 반부패 교육 등의 목표가 포함되었다(National Integrity and Anti-corruption Strategy Impact Monitoring Survey - Moldova 2019, Feb 14, 2020).

하지만 지금껏 이루어진 반부패 개혁 및 정치적 노력의 문제는 이들이 법률 개정이나 제도적 구조조정에만 집중하여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등한시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몰도바의 반부패 정책은 특정 분야에서의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효과가 크지 않아 많은 한계점을 노정했으며, 경찰, 사법, 의료, 교육, 인구조사, 실업급여 등 많은 분야에서 뇌물을 공여한 경험이 있는 국민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몰도바는 청렴성의 원칙에 기반한 보다 유연한 반부패 전략을 활용해 부패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몰도바 내 부패 발생 원인 및 영향
몰도바 내 부패가 만연하게 된 데에는 국내 정치인들이 지난 수십년간 자행해온 각종 행동들의 책임이 크다. 특히 몰도바에서 횡행하는 뇌물범죄는 소련 붕괴 이후 체제전환기에 그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는데, 당시 새로이 독립국의 지위를 획득한 몰도바의 상당수 국민이 빈곤, 낮은 임금, 심리적 불안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고, 타인이 겪는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뇌물 등 부패행위를 일삼았다. 부패 문제는 교육과 의료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도주의적 분야에까지 침투해 있으며, 최고위 권력층에서도 그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고, 다른 국가였다면 여론의 공분을 사거나 국민 모두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만한 대사건들도 몰도바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몰도바에서 가장 심각한 부패 문제의 또다른 예는 은행 사기로,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들이 획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작업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부패를 생존수단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현상 타파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부패 문제 청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혁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다수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저지르는 부패 행위가 사회 전체에 끼치게 되는 해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부패로 인한 손해를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현재 이와 관련해 신뢰할 만한 종합적 자료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패로 인한 피해를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추정치들은 몇 가지 찾아볼 수 있는데, 그 결과는 사용된 방법론에 따라 각각 서로 다르지만, 부패가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2005년에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부패 수준의 1%p 상승이 GDP 성장률의 0.13%p 하락을 불러오는데, 당시 몰도바의 경우 부패로 인해 일인당 GDP가 연간 0.12%p 혹은 1995년 기준 매년 387달러(한화 약 45만원)만큼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Dreher A., Herzfeld T., 2005).


자주 인용되는 또 다른 추정치는 부패로 인한 손해가 전 세계 GDP의 5%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WEF, 2012). 본 추정치를 바탕으로 부패인식지수와 부패비용 간 직접적 연결고리가 존재함을 가정할 경우 몰도바가 부패로 인해 지불하는 경제적 비용은 GDP의 8.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는데4), 이는 2020년 한 해 동안 지급된 모든 연금과 사회적 지원 금액 총합을 넘어서는 것이다. 부패는 이처럼 문제 발생 당시에 파악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손해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다차원적인 비용 또한 초래한다.

부패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각종 문서를 처리하는 관료들의 나태, 국가의 기업활동 안전 보장 능력 결여, 로비활동, 특정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대가성 영향력 행사, 불공정 경쟁, 지나친 국가 규제와 통제, 시장경제 원칙 및 자유로운 경쟁의 저해, 잠재적 투자 및 기업가정신 저하, 공공 프로젝트 비용 증가, 경제적 효율성 감소, 조세 회피 확산, 예산 부담 기피, 그리고 암시장 형성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4. 미래 전망 및 함의
부패는 그 구조, 차원 및 원인이 다양하며,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으로, 크게는 경제적, 제도적, 법적,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도덕적 부패라는 하위 분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는 현대화 과정에서 부패 문제의 악화를 경험한 바 있는데, 몰도바는 단순한 현대화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국가 차원의 대변혁을 맞이하는 중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몰도바가 현대화 과정에서 사회발전의 법칙에 따라 부패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점도 놀랍지만은 않을 것이다. 투명성 원칙을 수호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국민들이 투명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조직에서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국가적,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국민들이 가지는 책임의식 및 사회적 의식의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 만약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사회가 선출된 정부를 신뢰할 용기를 갖지 못하게 된다면, 민주주의는 결국 부패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부패가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패와 싸우는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등의 혁신적 해결책이 필요함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최근 사례로는 에스토니아의 전자 거버넌스 아카데미(eGA, E-Governance Academy)와 몰도바의 비정부기관 ‘정책·개혁 센터(CPR, Center for Policy and Reform)’ 간 협력을 통해 반부패 플랫폼인 안티코어(AntiCorr)을 개발해낸 일을 들 수 있다. 안티코어의 개발은 2017년 eGA가 동방 파트너십 참여국 내 전자 민주주의와 사이버 안보 발전 현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본 연구를 통해 해당 분야가 가진 주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정부기구를 물색할 수 있었다. 몰도바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시작되는 하향식 원칙에 기반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몰도바는 이에 더해 부패와 싸우는 과정에서 국가기관뿐 아니라 비정부기구 및 언론이 가지는 각종 책임을 규정하는 반부패 전략 또한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의 제한으로 인해 이들의 활동에는 제약이 점차 커져가고 있고, 기존 규제 체계 또한 부패를 근절하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몰도바는 ‘교육·연계·역량 강화: 부패와 싸우는 시민공동체 도구(Educate. Engage. Empower. Community Tools against Corruption)’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사회에 권한을 위임하며 국민 차원에서 시작되는 상향식 접근을 통해 시민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으며, 각종 사회 부문에서 부패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CPR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의 목표는 몰도바 사회의 부패 인식을 제고하고, 반부패 노력을 활성화하며, 정보통신 도구를 활용해 대국민 교육 및 연계를 도모하고 국민들이 부패와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신설된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가 자신의 관련 지식을 점검하고, 부패의 다양한 종류와 특성을 파악하며, 그들이 인지하거나 경험한 구체적 부패 행위의 사례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몰도바의 부패 청산 노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부패 근절을 위한 제도상의 노력이 언제나 즉각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최근 큰 정치적 변혁을 겪은 몰도바 국민들은 새로이 출범한 신정부가 법률 및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정부가 회복하고자 하는 신뢰가 현 시점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서, 아무리 올바른 법률이 제정된다고 해도 신뢰의 부재로 인해 그 내용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정의 실현이나 부패 방지의 성공적 수행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처럼 법체계에 대한 신뢰가 부재한 이유의 첫째는 위법을 저지른 이들도 관련 인사들과의 이른바 ‘협상’을 통해 공공연히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유치원, 학교, 사회기관, 병원, 국가부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른바 ‘성의 표시’나 뇌물을 통해서만 긍정적 결과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부패는 이미 몰도바 국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가 되어 있으며, 부패의 근원이 되는 오랜 관습을 타파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비단 몰도바뿐 아니라 많은 수의 소규모 개발도상국들이 유사한 부패 문제와 오랫동안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패가 쉽게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의 반부패 노력이 궁극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단기적 제도 개선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장기적 안목에서 차분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각주
1) 부패인식지수는 각국이 인식하는 부패 수준을 평가해 0에서 100까지의 수치로 나타내며, 0은 최대 수준의 부패, 100은 부패의 부재를 의미한다.
2) 부패통제지수는 크고 작은 부패 및 국가기관이 엘리트층과 사적 이익에 의해 점유되는 등 공권력이 사적 이익 추구에 활용되는 정도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다. 이를 종합한 추정치는 표준정규분포상의 표준편차로 나타내며, 따라서 대략 -2.5에서 2.5까지의 크기를 지닌다.
3) (역주) 표준정규분포상 각 표준화점수가 하위 몇%에 해당하는지를 의미한다.
4) 2020년 기준 몰도바의 GDP는 119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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