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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베트남 달랏(Da Lat)의 입지우위와 국제개발협력(ODA) 강화

베트남 김장훈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21/10/26

농업에 유리한 자연환경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중국, 라오스 및 캄보디아와 국경이 접해 있는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다.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이 정식명칭이지만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남북으로 길쭉한 지형이며, 서쪽으로 산맥이 놓여있고 동쪽으로 해안 저지대가 펼쳐진다. 비교적 건기(11~4월)와 우기(5~10월)로 구분되지만, 하노이 북부는 아열대, 중부 고원지대는 온대 그리고 호치민 남부지역은 열대 몬순기후에 해당되며 다양한 식생대를 보인다. 베트남의 행정구역은 하노이, 하이퐁, 다낭, 껀터 및 호치민의 5개 직할시와 총 58개의 성(省)으로 편제되어 있다.

지금 베트남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국가로 자리매김하였다. 2002년 ‘전면적 동반자 관계’였던 베트남은 2019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어 한국의 핵심 교역 파트너로 부상하였다.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한 제조업과 서비스업 발전으로 하노이, 호치민, 다낭을 중심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총 인구는 약 9,500만 명에 달하지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부문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전당대회에서 등장한 개혁개방(도이 머이) 정책에 따라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되, 장기임대로 농지를 불하함으로써 가구 단위의 농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실 농림수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출의 13%를 차지할 만큼 베트남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쌀, 커피, 고무, 캐슈너트, 후추, 과일, 채소, 화훼 및 수산물을 주로 생산하며 1차 산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베트남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개도국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국제개발협력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자 한다. 

달랏의 입지 우위
베트남 럼동(Lam Dong)성은 중부 고원(Central Highlands) 지역에 위치하며 성도는 달랏(Da Lat)이다. 럼동성은 ‘아시아 최대의 꽃과 채소 산지’를 목표로 주로 커피, 야채, 캐슈너트 및 화훼 등을 생산, 유통 및 수출하고 있다. 럼동성에서 화훼류는 달랏, 득쫑, 덕즈엉 및 락즈엉에서 생산되지만, 그중에서도 달랏이 대표적 산지이다. 특히 달랏의 화훼 재배면적은 계속 확대되는 한편, 꽃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국화, 장미를 생산하였으나, 지금은 카네이션과 백합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서양란(호접란)을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표 1> 럼동성 지역 농산물 현황
* 자료: 럼동성 통계청(http://cucthongke.lamdong.gov.vn/). 


<표 2> 달랏시 지역 농산물 현황
* 자료: 럼동성 통계청(http://cucthongke.lamdong.gov.vn/).
** 2019년의 경우 원 데이터가 누락되어 당해연도 실적치를 나타낼 수 없었음 


달랏은 ‘물의 도시’, ‘빛의 도시’, 혹은 ‘꽃의 도시’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 휴양지이다. 2020년 기준 인구는 42만 명 이상으로 안남산맥 남쪽 랑비앙 고원지대에 위치하며, 호치민에서 북동쪽으로 305km 떨어져 있다.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조건을 보이고 토양이 비옥하여 꽃, 채소, 과일, 커피, 차와 같이 환금성 작물재배에 최적화된 입지우위(Location advantage)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종자 확보, 배양·재배·수확 관련 생산기술 향상, 작물보관을 위한 인프라 구축,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변동성, 그리고 국내외 유통채널을 확대하여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베트남 중앙정부는 국민경제 성장과 지역사회 발전을 고려하여 농업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강조한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중앙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하이테크 농업(Hi-Tech Agriculture)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즉 해외로부터 외자를 유치하여 하이테크 농업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영농 기계화, 스마트 팜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 럼동성도 온실재배, 비료생산, 수확 및 포장에 첨단농업기술을 접목하여 영농기법의 자동화뿐만 아니라, 질병예방, 성장촉진 및 품질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농업경영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달랏과 주변지역에 하이테크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바이오 나노기술, ICT기술, 종자·재배·수확 후 보관기술, 품질관리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 첨단농업을 구현하는 행동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다만 자본, 기술집약적 첨단영농이 구현되려면 양자협력기구(KOICA, JICA, UNDP, FAO)와 연계된 외자유치, 기술이전 및 인력개발과 같은 공공과 민간 프로젝트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개도국의 농업 부문 이슈 고찰과 ODA전략 
필자는 2017년 ‘민관협력 인큐베이팅(아카데미 파트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되살려 베트남 화훼산업의 핵심이슈를 정리한 다음 지속 가능한 ODA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화훼 재배에 필요한 양질의 종자는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종자강국에 해당하는 미국, 네덜란드 및 일본에서 종자를 수입하여 배양, 재배 및 수확하여 유통시키는 프로세스이다. 달리 말해 종자 수입이 끝이 아니라, 생산기술과 각종 농자재의 도입으로 이어져 기술종속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히 화훼 수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외국계 종자기업이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수출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둘째, 가족 단위의 소규모 재배농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예컨대 외국계 기업농에 비해 소규모 경작지에서 화훼를 재배하는 농가가 절대 다수(90%)이다. 달리 말해 화훼농가 대부분은 소규모 단위의 경작으로 말미암아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 어려운 영세한 수준이다. 즉 가족 단위 영농은 개인적 경험과 숙련에 의존하여 화훼를 재배하기 때문에 출하량이 일정하지 않으며 수출에 따른 품질, 위생 및 검역기준을 만족시킬 만한 고품질의 화훼를 생산하기에 역부족이다. 

셋째, 화훼 생산과 유통에 있어 수급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다. 특히 생산량 예측과 목표 출하량 달성이 여의치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이처럼 농산물에 대한 수급 불균형은 시장거래에 따른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사실 수급의 불확실성이 높은 이유는 주로 생산, 출하, 가격 및 유통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인한다. 즉 생산자는 실질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반면, 중간 유통업자가 고마진을 편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국 유통질서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생산과 유통에 있어 양자의 거래를 효율적으로 중개할 수 있는 중개조직이나 중개기관이 필요하다. 

넷째, 농업부문도 경제성 추구와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에 이르는 가치사슬 관점을 통합하는 시도가 요구된다. 사실 고품질 화훼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종자, 배양, 재배, 수확 후 보관, 검사 및 품질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달리 말해 일부 가치사슬을 개선하는 활동만으로 전체 가치사슬의 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생산량의 획기적 증대를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즉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빅뱅 방식이 아니라, 단계별 지속적 개선활동을 토대로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하려는 순차적 접근이 중요하다. 

다섯째, 국내 판매가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해외 수출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 자국시장 유통보다 해외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생산자라도 어떤 단계를 거쳐 수출이 진행되는지 그 프로세스를 개인이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해외시장 및 수입상에 대한 정보나 품질, 검역 및 통관과 같은 수출절차를 숙지하고 있는 개인 생산자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물물교환 방식의 수출이 아니라 생산자와 수요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도록 수요처 정보를 제공하거나, 수출을 대신할 중개기관(무역회사, 협회, 조합 등)을 설립하여 활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제개발협력(ODA) 역사에서 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공여국)로 위상이 달라진 점에서 다른 수원국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원조의 효과성(Aid effectiveness)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공여국과 수원국 모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한국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개별 수원국의 중장기발전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는 국별협력전략(CPS, Country Partnership Strategy)을 내세워 전략적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의 질적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금부터 베트남 달랏 사례를 바탕으로 원조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적, 정책적 시사점을 모색할 것이다.  

첫째, 공여국과 수원국 모두 국제개발협력에서 크게는 프로그램, 작게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관계의 일치(Alignment of interests)를 도모한다면 지속 가능한 계획수립과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의 목표고객을 명확히 선정하고 다방면에 걸친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본 프로젝트에 앞서 사전(Pilot) 과제를 선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상호 간 공감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둘째, 아시아 지역의 저소득계층(절대빈곤층)은 주로 산간지대나 농촌마을에 산재해 있다. 즉 개도국 농촌마을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다만 기존의 정부 주도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활용하여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의 변경도 변화의 일환이다. 실제로 연구센터 설립, 공판장 설치, 저온창고 건립, 안정적 수요처 제공의 요구사항은 자본, 기술 및 인력에 우위를 가진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셋째, 산업 차원에서 생산, 유통 및 서비스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보제공 정도에만 만족할 이해관계자는 별로 없으며,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볼 떄 전체 가치사슬의 최적화를 달성해야지만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가령 수출만 하더라도 목표시장이나 수입상 정보로는 불충분하며, 품질, 위생 및 검역처럼 통관 상의 절차에 따라 즉시대응이 가능한 전문조직의 지원이 요구된다. 해외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화훼는 구매, 생산, 보관, 유통 및 고객서비스라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개선, 혹은 혁신되어야 충족될 수 있으며, 원조는 해당 내용을 모두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넷째, 국제개발협력은 유·무상 원조의 수혜사업이 아니라,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즉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계획수립, 집행 및 성과창출에 이르는 과정에서 주인의식(Ownership)을 가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의 지리적,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과제를 수행하는 식으로 프로그램, 또는 프로젝트의 현지화(Localization)가 절실하다. 가령 마을 단위 프로젝트를 추진하되 불빛축제, 플라워 페스티벌, 농촌체험, 생태학습과 같은 문화관광 요소를 사업에 반영한다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고, 연속성을 갖는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농업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인프라 산업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은 1차, 2차 및 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변모되고 있다. 즉 원료, 가공, 농·식품 제조 및 농촌관광에서 보듯이 작물재배, 가공생산 및 체험서비스로 산업융합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는 상호 공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 달랏(Vang Dalat)은 ‘달랏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란 뜻으로 프랑스 정통방식으로 생산되어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포도주이다. 만약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있다면 지리, 신화, 생활과 같은 로컬 문화를 제품 및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브랜드를 육성함으로써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이제는 국제개발협력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를 달성함으로써 원조의 효과성을 제고할 시점이다. 즉 ‘잠재력의 땅’으로 불리는 달랏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국제개발협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숙제를 확인하였다. 결국 개도국의 산간지대,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지배구조(Governance)를 설계해야 한다. 신흥국 대상 국제개발협력은 지역사회의 동반성장과 농촌마을의 자생력 확보가 목표이며, 이를 위해 입지우위 활용과 경쟁우위 창출을 접목할 수 있는 정수(正手)와 묘수(妙手)를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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