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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안보 질서에 미치는 영향

아프가니스탄 윤민우 가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21/10/27

지정학적 교차로인 아프가니스탄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는 대체로 유라시아 대륙판의 초승달 연안지역에 해당하는 ‘림랜드(Rim land)’에서 서로 글로벌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을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으로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와 미국-서방이 부딪히는 지역은 ➀ 북극권역과 노르웨이 인근해역, 베링해 ➁ 발트해와 발트 3국, 칼리닌그라드 ➂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흑해 ➃ 카프가스와 카스피해 ➄ 시리아와 중동 ➅ 중앙아시아 그리고 ➆ 오호츠크해와 동해 등이다. 중국과 미국-서방이 부딪히는 지역은 ➀ 위구르 지역 ➁ 중국-인도 국경지역과 인도양 ➂ 동남아시아와 남지나 해역 ➃ 타이완과 센카쿠, 동지나 해역과 남서 태평양 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주변 해역이다. 한편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의 패권전쟁이라는 기본틀에 더하여 이 기본틀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와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인 노이즈(noise)가 존재한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세력을 포함한 테러리스트와 국제마약범죄자들과 같은 비전통 안보위협이 그 것이다. 이들 행위자들 또는 요인들은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의 패권전쟁의 판도와 진행 과정과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 그 불안정성과 예측불가능성을 강화시킨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와 같은 미국-서방과 러시아-중국의 패권전략이 충돌하면서 동시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와 국제마약거래가 결합되는 유라시아 대륙의 지정학적 교차로(cross-road)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지역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교차로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서로 다른 부족 또는 종족들의 이주와 여러 정복자들의 침략과 정복을 경험하였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오늘날 서로 다른 종족들과 부족들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마치 모자이크의 조합과 같은 인구와 언어집단과 문화적 구성을 띠게 되었다.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된 아프가니스탄 역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중앙집권적 국가권력의 부재일 것이다. 대체로 아프간의 국가 권력은 카불과 칸다하르와 같은 주요 중심 도시지역에 한정되며 아프간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골 지역과 산악 지역 등은 거의 중앙의 지배 권력이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로 사실상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민들이 부족 또는 씨족 단위로 중앙의 국가권력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영위했다. 이러한 강한 부족적 전통은 아프간에 근대적 민족국가 형태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며 이는 근대적 민족국가가 이 지역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장해요인으로 작동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근대국가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 국가를 구성하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민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파슈툰과 타직, 우즈벡과 하자라 등의 수십 개의 서로 다른 부족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민족 공동체로서의 아프간 정체성은 찾아보기 힘들며, 대체로 자신의 부족과 씨족의 정체성을 우선시하는 부족전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파슈툰(Pashtun), 타직(Tajik), 하자라(Hazara), 우즈벡(Uzbek), 아이막(Aimak), 투르크멘(Turkmen), 발로치(Balochi), 키르기즈(Kyrgyz) 그리고 몽골(Mongol) 족의 후손들을 포함한 많은 다른 기타 종족들은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웃한 나라들에도 퍼져 있는데, 예를 들면 상당수의 파슈툰족들이 파키스탄의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Federally Administered Tribal Area)에서 자존적인 부족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타직의 경우에는 타지키스탄에, 우즈벡은 우즈베키스탄에, 투르크멘의 경우는 투르크메니스탄에, 아이막의 일부는 이란에, 발로치의 상당수는 파키스탄에 각각 자신들의 민족국가를 가지고 있거나 해당지역에서 주요한 소수민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아프간의 안보 위기 문제는 테러리즘과 마약범죄가 원인
아프가니스탄의 안보위기는 이른바 범죄-테러 결합(crime-terror nexus)이라고 하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ISIS, 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등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의 온상이라는 문제에 더해 전 세계 아편(opium)-헤로인(heroine)류 마약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주요 마약 공급처이기도 하다. 이 마약은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향하는 북부루트와 이란으로 향하는 서부루트, 그리고 파키스탄을 통해 뱃길로 이동하는 남부루트를 통해 이동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약은 유럽과 러시아, 미국, 터키, 중국, 캐나다 등지로 전달된다. 테러리즘과 마약거래는 서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승작용을 통해 안보의 위기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마약 사업은 탈레반을 포함한 테러조직과 부족지역 무장집단 등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들은 마약사업으로부터 발생한 이윤을 통해 군사적 무장을 강화한다. 한편 무슬림 마피아라고 불리는 마약거래조직들은 테러조직과 무장단체들의 비호아래 안전하게 사업을 운용한다. 이들은 그에 대한 대가로 보호세를 테러단체와 무장단체에게 제공한다. 테러와 마약 거래는 공통의 이해를 가지면서 중앙정부나 국가권력에 대한 적대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카불의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의 중앙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시골지역에 효과적인 통치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프가니스탄은 향후 탈레반과 ISIS와 알카에다, 그리고 여러 부족의 자체무장세력들과 마약범죄단이 각각의 지역을 사실상 분할해서 지배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 이 경우 아프가니스탄은 만성적 안보불안의 수렁(swarm)에 빠질 것이고, 아프가니스탄의 마약과 테러문제는 주변 국가들로 확산될 것이다. 

미군 철수, 중국과 러시아에 아프간 안보 위기 문제 전가
미국-서방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끝으로 이 지역에서 후퇴하였다. 한 때 미국-서방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탈레반을 축출하고, 친서방 정권을 수립하고, 우즈베키스탄의 하나바드 공군기지와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기지에 미군병력을 주둔시키는 등 2010년대 중, 후반까지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세력(Power)을 투사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위협인식을 자극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군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철수하고, 미국-탈레반 사이 무력 충돌을 종식하는 2020년 2월 29일 도하 합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군이 최근 완전히 철수하였다. 이는 미국-서방 세력이 이 지역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에서 미국-서방의 철수는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러시아, 중국 사이의 새로운 안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먼저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들어서게 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을 스프링보드로 북쪽의 중앙아시아와 동북쪽의 중국 위구르 지역으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아졌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아편-헤로인의 약 85%를 차지하는 아프가니스탄산 마약이 인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내륙, 그리고 중국 서부와 내륙으로 확산될 위험성도 더 높아졌다. 이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동맹군이 철수함으로써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의 국제마약거래를 통제할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테러-마약 결합(narco-terrorism)은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인근 중앙아시아와 중국 위구르 지역까지 이 권역 전체를 사실상 만성적 안보불안 상태의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벌써 미군이 떠나자 중국인들이 가장 위험해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미국-서방은 아프가니스탄을 힘의 공백 상태로 만들어 중국의 위구르 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안보 불안 상태로 만들어 이를 중국에 안보부담으로 떠넘기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아프간 철수를 결정했을 것이다.

중국의 배후가 만성적 안보불안에 빠지는 것은 중국의 전면인 동아시아-서태평양-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고 압박하는 데 주요한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중국의 무슬림 위구르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실상을 글로벌 여론화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세력의 주요 타깃을 미국-서방에서 중국으로 옮기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군 철수와 위구르 지역 인권침해에 대한 글로벌 여론을 이용한 정보심리전을 적절히 결합함으로써 가능하다. 

또한 미군의 철수는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이 이 지역에서 사라짐으로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전통적인 러시아-중국의 경쟁을 다시 야기할 수도 있다. 지금은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지만 자신의 근외지역(near abroad)으로 간주하는 중앙아시아에 중국이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로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정치력을 확장시켜가는 것에 대해 러시아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서부 유라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일대일로의 경유지로 인식하고 세력 투사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중국 사이의 세력 갈등 가능성 역시 이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할 때 미국이 고려한 전략적 사안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스프링보드로 역내에 이슬람 극단주의의 확산과 국제마약거래의 확산, 그리고 중국과 위구르 민족 사이의 민족문제와 인권탄압문제가 전면에서 전개되는 배후에 미국-서방과 중국 사이의 패권충돌이 잠복되어 있다. 중국의 위구르인들에 대한 참혹한 인권탄압은 위구르인들 사이에서 분리주의 움직임과 이슬람 극단주의 운동의 확산을 가져왔다.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Eastern Turkestan Islamic Movement)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위구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ISIS와 탈레반, 그리고 파키스탄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들과 긴밀한 연대를 맺고 있다. 한편 중국인들이 위구르 지역의 경제활동과 부를 거의 독점하면서 경제적인 잉여화와 빈곤에 내몰린 위구르인들 사이에서 마약거래와 마약 사용이 증가하였다. 전 세계 헤로인류 마약의 주산지인 아프가니스탄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점도 이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서방은 애초에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친서방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이를 거점으로 중국을 배후에서 포위-봉쇄하려고 계획하였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친서방 성향의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가 들어선 것과, 키르기스스탄에서 민주화 색깔혁명이 발생한 것은 이와 같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의 색깔혁명이 실패하고 이 국가들이 민주화에 대한 위협과 반감으로 친러시아-친중국 기조로 돌아서면서,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은 실패했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국-서방은 대테러 전쟁과 국제마약밀거래 통제를 지속하면서 친서방 정부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최근 들어 중국의 동아시아-서태평양에서의 전력 증강과 위협확대, 북한핵문제 관리 등이 최우선순위의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이 지역에 미국-서방의 전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도 증대하였다. 

이와 같은 전략 환경의 변화로 인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인근지역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하고 탈레반 세력에게 아프가니스탄을 넘겨주는 것을 용인함으로써 위구르 지역을 국제테러리즘과 마약밀거래의 수렁으로 만드는 전략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탈레반과 미군사이에 어느 정도 은밀한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을 것으로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미군이 탈레반에게 미국의 무기를 의도적으로 버리고 간 것처럼 보이는 것과 탈레반이 미군과 미국인의 안전한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도와준 정황이 관찰된다. 

미국-서방 언론에서 중국의 위구르인 인권탄압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이를 부각함으로써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세력의 주적에 대한 관심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이러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의 위구르 지역 확산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위구르 지역에서 테러공격으로 중국군 한 명이 사망한다면 이는 동아시아-서태평양 전역에서 동원될 수 있는 중국군 한 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의 시사점
중국에게 아프가니스탄은 기회의 땅이다. 아프가니스탄을 개발하고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투사하게 되면 유라시아대륙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는 완성될 수 있다. 2013년 마르마라이(Marmaray) 해저터널이 개통됨으로써 중국은 경제적 편익과 군사전략적 이점을 동시에 얻게 되었다. 중국은 아시아 터키와 유럽 터키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통해 보스포로스 해협을 건너 유럽으로 직접 연결되는 일대일로의 경제적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 중국 군사전력이 고속철도로 유럽으로 빠르게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였다. 이에 대해 NATO는 해저터널이 경제적이면서 동시에 군사적인 함의를 갖는 ‘이중 사용(dual use)’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주요 의제로 채택하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안과 관련하여 최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탈레반의 아프간 권력 장악은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과 이란, 터키를 연결하여 발칸반도로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투사되는 핵심회랑지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비상한 관심은 이와 같은 중국의 서부 유라시아 경제, 군사전략과 깊이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정부와 기업의 진출과 도로와 철도, 그리고 핵심인프라의 건설이 의도치 않게 중국의 패권전략에 기여할 위험성에 대해 한국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의 글로벌 패권전략에 한국이 협조할 이유는 없다. 한국에게 더 전략적으로 유리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과거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와, 훌라구의 몽골, 대영제국과 소련과 가장 최근의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하여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치르고 철수할 지도 모른다. 한국은 중국을 대신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인프라 건설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 사태의 추이를 경계의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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