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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메르코수르의 역할과 과제

중남미 일반 Mario Paz Urbieta Soongsil University Researcher 2021/11/0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보건위생,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지구상 모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고, 각국이 팬데믹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다르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들로 인해 표출된 시민들의 불만은 대체로 대통령과 각부 장관, 의료 및 경찰계 요인 등 국내 인사들에 집중되었다. 비록 국내 문제에 비해 대중의 관심은 적지만,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그리고 동 기관이 운영한 라틴아메리카 백신 보급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등 국제적 차원에서도 많은 이슈가 발생했다. 일례로 파라과이 내 백신 보급이 지지부진하다는 추궁에 대해 유클리데스 아체베도(Euclides Acevedo) 외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기존에 추진될 것으로 믿었던 공동 백신은행 설립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Acevedo, 2021).

그렇다면 라틴아메리카 공동시장, 즉 메르코수르(Mercosur, Mercado Común del Sur)는 과연 코로나19 위기 동안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이는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이 묻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메르코수르를 통한 경제적 통합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통합 수준이 높아져서 머지않은 미래에 유럽연합(EU)처럼 발전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르코수르를 통한 라틴아메리카의 통합 과정이 대서양 너머 EU의 사례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메르코수르는 참여국가의 수가 훨씬 적고(EU 회원국: 27개, 메르코수르 정회원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1))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상당한 구조적 차이점 또한 존재하기에 직접적 비교가 곤란하다는 측면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과 참여국이 겪고 있는 내부 문제
이번에 발생한 팬데믹은 이미 이전부터 존재하던 경제성장 둔화와 시기가 겹치면서 보건위기와 국제 무역의 마비가 동시에 초래되어 라틴아메리카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 메르코수르가 적절히 대처했는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당면 문제를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 중 첫번째는 메르코수르 정회원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을 비롯해 준회원국 등 기타 참여국 내부에 존재하는 정치·경제적 상황이며, 두번째는 메르코수르에 전통적으로 내재되어온 문제점이다. 후자의 사례로는 브라질과 같은 경제강국과 규모가 작은 소국인 파라과이 등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 중국 등 제3국과의 관세 및 경제문제 협상 부재, 그리고 정치적 노력의 부족 등을 들 수 있으나, 그 범위가 매우 넓기에 본고에서는 각국의 개별적 상황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측면과 관련해 현재 메르코수르 회원국 및 참여국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이 아직도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코로나19 대처 과정과 관련한 내부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다(France24 , 2020b).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일종의 독감(gripezinha)으로 칭하며 격하한 점이 마치 도널드 트럼프(Donal Trump) 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비평도 존재한다(BBC, 2020a).

아르헨티나는 현재 3년 연속 경기 위축을 경험하고 있으며(France24 , 2021a),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빈곤율과 실업률 등 경제지표의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Jorge Otaola, 2021).

메르코수르 준회원국이자 현재 정회원으로의 전환을 진행중인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2019년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대통령의 사임 이후 정치적 위기의 심화를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Laurence Blair, 2019),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정부 체제의 약화는 팬데믹 대응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서는 인권 위기가 나타나고 있으며(Human Rights Watch, 2021), 각종 경제 지표도 역내 국가 중 가장 나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는 이전 메르코수르 회원국이었지만, 현정부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회원국 자격이 정지되었다(Cascione, 2017).

현재 메르코수르 준회원국 지위에 있는 칠레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2019년부터 발생한 대규모 시위에 봉착해 있으며, 한 평론가의 말을 빌려 본 시위를 평가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Taub, 2019): “시위의 급작스러운 전개, 그리고 매일마다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분노는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났더라도 충격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칠레에서 이러한 시위가 발생했다는 점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루과이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당시 특별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지 않았던 예외적 사례이다.

파라과이의 경우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Mario Abdo Benítez) 대통령이 브라질과의 공동 수력발전 프로젝트인 이타이푸(Itaipu) 댐 관련 문제로 대중의 지지를 잃었고, 대통령직에 오른지 1년 만에 여론조사상 부정적 평가가 69%에 이르는 등 정치적 위기에 빠져들었으며(Cristaldo, 2019), 팬데믹 발생 이후인 2021년에는 탄핵 시도까지 받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메르코수르와 각 회원국이 취한 조치
위에서 살펴본 각 회원국의 상황에 이어 지금부터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메르코수르가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메르코수르가 취한 첫 조치는 2020년 3월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와 영향 억제를 위한 역내 조율에 관한 메르코수르 회원국 대통령 공동선언(Declaration of Mercosur Presidents on Regional Coordination for the Containment and Mitigation of Coronavirus and Its Impact)’으로, 그 내용에는 이민자들의 본국 귀환, 국경 및 관세 문제 협의, 의약품 배포, 미주개발은행(IDB,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등 금융기관과의 협력 노력 등이 포함된다(Mercosur, 2020b).

같은 달 IDB는 코로나19 관련 메르코수르 회원국 지원을 위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 7,5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용도전환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년 4월에는 메르코수르 구조적 통합 자금(FOCEM, Fondo de Convergencia Estructural del Mercosur)이 초기 1,600만 달러(한화 약 190억 원)에서 이후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 증액한 지원금 지급을 승인했고, 이 중 580만 달러(한화 약 68억 원)가 PCR 검사 등 전염병 진단 용도로 배정되었다2)(Mercosur, 2020a). 또한 FOCEM은 동년 10월, 의료 연구를 위한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 추가 투입을 승인했다(Mercosur, 2020c). 

한편 2020년 7월에 열린 제56차 메르코수르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3월 공동 선언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12월의 제57차 정상회담에서도 예상대로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고,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문제인 EU 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과의 FTA 추진 문제도 다루었다.

이상 메르코수르 차원에서 시행된 조치에 더해 4개 정회원국 각국의 활동 일부를 2020년 11월 발표 자료에 따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Mercosur, 2020d).

<표 1>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코로나19 대응 조치
* 자료: 저자 정리


이와 같은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조치는 지금까지의 역내 통합 노력에서 가장 두드러진 상호조율의 사례였으며, 이들 조치에는 의료용품의 조달과 인구 이동의 제한이라는 두 가지 공통된 요소가 포함되었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출·입국, 격리조치, 본국송환 등의 조치가 시행되었는데, 팬데믹은 이처럼 인구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을 다수 불러왔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이들의 본국 귀환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여겨 볼 사실은 이러한 조치들이 메르코수르의 감독이나 제안에 따라서가 아니라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는 점으로, 이 과정에서 메르코수르의 역할은 단순히 관련 정보를 취합해 제공하는 데 그쳤다. 국가간 통합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정보의 공유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회원국들이 공동의 결정을 내리고 통합된 행동을 취하는 데 있어 조율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결론
과연 메르코수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통합과 조율의 주체로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그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려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메르코수르가 시행해 온 조치들에는 실질적 내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다자간 외교의 비효율성에 의한 제약을 받기도 했다. 비록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메르코수르 차원에서 승인한 1,600만 달러(한화 약 190억 원) 규모의 지원금도 파라과이가 지원받은 16억 달러(한화 약 1조 9,000억 원)의 차관이나(Ultima Hora, 2021) 브라질이 요청한 40억 달러(한화 약 4조 7,000억 원)의 차관에 비하면(Xinhua Net, 2020) 규모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대가성이 없는 지원금과 상환의무가 존재하는 차관을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재정적 지원의 규모가 혁신적이지 못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메르코수르에 걸 수 있는 기본적인 희망은 각국 대통령의 공동 선언과 같은 공동 행동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갖는 무게감과 발언권을 늘림으로써 가격설정, 백신보급, 물자운송 등에 있어서 더욱 큰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 사안을 넘어서서 메르코수르가 더욱 높은 수준의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답하는 것은 현재로서 어려운 문제이다.

메르코수르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에 더해 현재 각국이 겪고 있는 정치·경제적 위기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서는 현재 정식 회원국이 4개국에 불과하고 30년 이상의 기간동안 통합 수준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기관에서 각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단번에 시행하고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현재의 메르코수르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했다. 혹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역내 통합 구상 자체가 후퇴했다고 평론하기도 하지만(Zelicovich, 2020),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팬데믹이 만들어낸 온갖 보건위기와 경제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역내 통합 구상이 현재 당면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메르코수르가 본연의 기능, 즉 남미 공동시장이라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생각이다. 이렇듯 메르코수르가 잠재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각종 사안에서 통합에 보다 적극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개별 회원국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메르코수르는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했지만, 이는 해야 할 일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의 제약으로 할 일을 하지 못했다고 서술하는 편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코로나19 위기는 우리가 지금껏 추구해 온 지역내 통합 구상 자체를 약화시키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메르코수르의 고질적 문제를 뒤돌아보고 지금까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온 활동영역을 확대할 기회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역내 통합을 이루고 각종 위기에 대응해 신속한 내부 조율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는 역내 통합 구상을 제대로 실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이에 더해 준회원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의 정회원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회원국 중 하나였던 베네수엘라는 2016년 말 회원자격이 정지되었다.
2) 해가 바뀌고 난 2021년 9월, 메르코수르는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였으나(Mercosur, 2021a), 해당 발표에서 다루는 지원금 지급은 전년도에 이미 합의된 규모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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