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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나일강을 둘러싼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 분쟁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12/02

I.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분쟁 
에티오피아 정부가 2011년부터 건설에 착수한 아프리카 최대 댐에 대한 두 번째 담수가 2021년 7월 19일 완결되었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고 있는 나일강은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다. 댐 건설부터 갈등을 빚었던 주변 국가들은 에티오피아 정부의 일방적인 저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블룸버그(Bloomberg)통신은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나일강이 흘러가는 이집트, 수단과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체제 측면에서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 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 건설은 나일강 유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한 이집트에 대한 동북부 아프리카(Horn of Africa)의 도전이자 나일강을 독점적으로 이용했던 식민 유산의 불공정성에 대한 에티오피아의 도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 문제는 해결 방향에 따라 중동 및 동북아프리카 정세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도 있다1).

에티오피아는 거대한 댐 건설을 필수 인프라이자 국가 성장의 미래 동력으로 인식하고 경제성장계획(GTP, Growth and Transformation Plan)의 일환으로 건설을 추진하였다. 농업부문 성장 및 농업기반 산업체제를 제조업으로 전환학기 위해 약 50억 달러(한화 약 5조 9,000억 원)를 들였다. GERD가 완전 가동할 경우에는 원자로 6기 규모에 해당하는 6,0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 인구대비 전력 접근성 44%정도에 불과한 에티오피아의 전력 공급을 보완해 줄 것이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전력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생산과 함께 수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며,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집트는 GERD 문제를 자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수자원 안보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집트는 활용 가능한 수자원의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인구의 49% 농업종사, 전체수출량의 60% 면화)하고 있다. 따라서 에티오피아가 향후 GERD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또한 이집트는 나일강 하류 유입 수량이 급감하게 되면서 수량 감소에 따른 농경지 피해가 커지고, 실업률도 높아질 것이며, 오염물질 농도 증가로 인해 이집트 최대 자원인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단은 대외적으로 GERD 문제 관련 중립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GERD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이다. 특히 수량 조절을 통한 홍수 방지 및 전력공급 측면에서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2). 하지만 알 바시르(al-Bashir) 실각 후 과도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집트와 에티오 피아 간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GERD에 찬성할 경우 1959년 이집트와 양자 간 체결한 나일강조약3)이 무효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 타결을 위해 3국 간 정상급 회담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II. 양자관계로 본 GERD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와 분쟁은 이집트가 갖고 있는 지역 헤게모니에 에티오피아가 도전장을 내미는 양상이다4). 역사적으로 에티오피아는 1929년 영국-이집트 나일 수원협약(Anglo-Egyptian Nile Waters Agreement)으로부터 시작된 이집트의 나일강 독점권을 ‘역사적 부당성’으로 보고 있다5).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및 모하메드 무르시(Mohamed Mursi) 정권은 GERD에 대해 강경하고 적대적인 정책을 추진하였다. 반면 압델 파타 엘시시(Abdul Fatah el-Sisi) 정권은 GERD에 대해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상황이다.

이집트와 수단의 관계는 또 다른 차원의 입장이다. 이집트와 수단은 1959년에 에티오피아를 배제한 채 나일강 양자협약(Nile River bilateral agreement)을 체결하여 나일강의 수원을 두 나라가 분할하여 독점하기로 하였다. 수단은 이집트와의 1959년 협약을 이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갖고 있으면서도, 2020년 3월 이집트가 GERD 문제를 아랍연맹(Arab League)에 이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최근 수단과 이집트의 관계는 원만하다. 에티오피아 무장단체의 수단 국경지역 공격 사태 이후 수단-에티오피아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이용하여 이집트가 외교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관계는 에티오피아가 알 바시르(al-Bashir) 전 대통령을 전쟁범죄/반인도적범죄로 제소한 ICC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수단 정부를 지지한 이후 GERD에 대한 수단의 우호적 입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양국 간에 군사협력을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수단 지도자 알 바시르 재임 시절부터 지속되었던 협력관계는 알 바시르가 실각하고, 에티오피아에 서 아비 아머드 알리(Abiy Ahmed Ali)가 집권하면서 다소 불투명해졌다. 특히, 2020년 5월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온 민병대가 수단 지역을 약탈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 조짐을 보이기도 하였다.

III. 다자관계로 본 GERD
GERD 문제는 이집트-에티오피아 양국 간의 갈등이라는 측면과 함께 수단이라는 제3 국의 역할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단은 단순히 양국 간 ‘다리(bridge)’ 역할을 넘어 지역 패권국으로 위상을 누리는 이집트와 신흥 패권으로 도전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간 ‘지렛대(leverage)’ 역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3월 3국 간 GERD 원칙 선언(DoP, Declaration of Principles)을 도출하였다6). 하지만 2016년 이후 3국 간 관련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에티오피아의 담수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3국 외 나일강 유역국 역시 간접적이지만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1999년 나일유역 이니셔티브(NBI, Nile Basin Initiative)가 창설되었다7). NBI 국가들은 이집트-수단 협약(1959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집트와 수단의 나일강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부정하고, 수자원의 공평한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 NBI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협력기반합의문(CFA)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이집트와 수단만 1959년 조약 유지 요청하며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기타 나일강 유역의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GERD 건설에 따른 주변 지역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IV. 국제사회의 입장
2019년 11월 이집트-수단-에티오피아 3국 독립조사기구 합의안 도출 실패 이후 이집트의 요청으로 미국 및 세계은행 중재 아래 3국 대화가 재개됐다. 2020년 3월 에티오피아는 미국이 이집트를 지지한다고 판단하고는 미국의 중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대화 참여를 거부했다. 세계은행은 GERD 건설에 따른 경제‧사회‧환경적 충격을 기술적‧중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평가되었지만, 실제 중재 협상은 사실상 미국 재무부가 주도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를 묵인해 왔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베테랑 외교관인 제프리 펠트맨 (Jeffery Feltman)을 동북 아프리카 특별대사로 임명하고 GERD 분쟁 문제를 최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GERD 건설 비용의 대부분을 에티오피아가 자체로 충당하기에 국제사회에서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은 구조이다. 

이집트는 2020년 6월 GERD 문제에 대해 UN 안보리의 개입을 요청하였다. 이를 두고 에티오피아는 이집트가 GERD 문제의 국제적 이슈화를 시도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UN은 GERD 협상에 관여하지 않고, 로즈마리 디칼로(Rosemary A. DiCarlo) UN 사무차장 명의로 “이집트-수단-에티오피아 3국의 관련 문제 아프리카 연합(AU, African Union) 차원 해결 노력을 환영한다”는 입장 표명으로 대신하였다. 그러나 이집트와 수단은 GERD 문제를 UN에서 다뤄주기를 재차 요청했고, 이에 따라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2021년 7월 동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비상임 안보이사회 회원국인 튀니지가 중재안을 제출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이를 거부했다8).

에티오피아, 이집트, 수단은 중재자로서 아프리카연합(AU)의 역할을 선호하면서 2020년 6월 26일 협상에 합의하였다9). 특히 에티오피아는 AU가 미국의 입김이 강한 UN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AU의 개입을 선호하고 있다. AU에서는 11일 동안 수 차례 걸쳐 3국 협상 진행하였다. 그러나 건기 시 GERD 운영 문제, 담수 기간 등 기술적 사안 등의 의제를 놓고 난항 끝에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2021년 AU 의장국인 콩고민주공화국 (DRC)은 GERD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2021년 10월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DRC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V. 한국의 입장
다음의 도표는 GERD 분쟁이 직접 당사자뿐 아니라 많은 주요 행위자들이 간여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역·투자, 개발 등 분야에서 GERD 관련 3국 모두와 협력이 필요한 한국의 입장에서 전략적 선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드파워(군사력) 측면에서 한국이 해당 지역에서 의미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외교와 타협이 유일한 참여 수단이다. 각국과의 개별접촉을 긴밀히 유지하며 상황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GERD 분쟁은 수자원 문제를 둘러싼 안보문제이자 전략적 경쟁 문제이므로 현실주의적 측면에서 갈등 고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진출 한국 기업과 교민 안전 등에 대한 유사시 대비책은 별도로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수자원의 전략적 무기화를 막기 위해 3개국을 포함한 GERD 담수 및 수자원공동관리체제 구축역할 등을 제안할 수도 있다.

<그림 1> GERD 분쟁 주요 행위자별 역학관계
* 자료: 저자 작성



GERD 관련 3국 모두 기본적으로 한국을 자국 경제 개발을 위한 모델 혹은 협력대상국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한국이 일방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필요는 없다. 현지 상황 변 화를 주시하는 가운데 3국과의 무역·투자 및 전통적 분야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수자원관리, 과학기술, 환경, 기후변화 대응 관련 미래지향적 협력 등 상황에 부합하는 협력방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추진 중인 한국 해양과학기술원과 이집트 국립해양수산연구원과의 해양과학기술 분야 협력체계 구축, KT의 수에즈 경제구역 ICT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한국-이집트 양자 차원에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보다 포괄적 시각을 가지고 해당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그동안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800억 원)가 넘는 아프리카 내 최대 원조를 제공하며 탄탄한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보건분야 500만 달러(한화 약 58억 8,000만 원) 긴급지원으로 협력분야가 확대된 에티오피아는 에너지 분야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ERD 완공으로 충족될 전력기반 산업 분야와 제조업 분야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게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 다. 농축산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수단은 한국의 스마트 농업에 관심을 표하고 있으며 NBI 관계국들과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성 측면에서 확장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개발 모델을 모범으로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 각주
1) https://www.borgenmagazine.com/grand-ethiopian-renaissance-dam-project/ (검색일: 2021.10.12)
2) https://www.reuters.com/world/africa/sudan-says-ethiopian-dam-made-no-impact- floods-this-year-2021-08-25/ (검색일: 2021.10.11) 
3) 이 협정으로 이집트 555억㎥, 수단 185억㎥의 물을 사용할 권리와 이집트의 독점적 권리 유지 허용 하여 상류 지역 국가들이 이집트의 승인 없이 나일강 개발을 할 수 없게 하였음.
4) Fana Gebresenbet & Dawit Yohannes Wondemagegnehu (2021) “New Dimensions in the 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 Negotiations: Ontological Security in Egypt and Ethiopia”, African Security, 14:1, 80-106,
5) 매튜 그레함, 김성수역, 2020, 『현대아프리카의 이해』, 명인출판사
6) DoP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호 호혜적 협의 지속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책 마련 △공 정하고 합리적인 수자원 활용 △전문가 권고에 따른 담수 작업 실행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
7) 정부간 기구. 부룬디, DR 콩고,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르완다, 남수단, 수단, 탄자니아, 우간다 등 10개국으로 구성. 에리트레아는 옵저버로 참여하였다.
8) Prakrut kansara et al. (2021) “An Assessment of the Filling Process of the 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 and Its Impact on the Downstream Countries”, Remote Sensing, 13, no. 4: 711.
9) https://www.al-monitor.com/originals/2021/09/nile-dam-dispute-remains-stalled-egypt-sudan-run-out-options (검색일: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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