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통한 인도의 수출 증진방안
인도 Sara Joy Research and Analysis Group Export-Import Bank of India 2022/04/19
첨부파일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인도는 명목GDP를 기준으로 세계 6위,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 GDP를 기준으로는 세계 3위의 글로벌 경제대국이지만, 수출 분야에서는 여타 경쟁국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2020년을 기준으로 인도 GDP에서 상품·서비스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8.7%, 이 중 상품 수출액만을 분리할 경우 약 11% 정도에 불과하며, 전 세계 상품 수출총액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1.6%라는 낮은 수준에 그쳐 중국, 한국, 베트남 등 다른 경제강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서비스 수출총액에서 인도의 비중은 4.1%를 기록해 세계 7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인도에게는 그나마 위안거리일 것이다.
인도는 현재 2조 9,500억 달러(한화 약 3,700조 원) 수준인 경제규모를 2024~2025년에는 5조 달러(한화 약 6,200조 원)로 확대한다는 야심 찬 계획에 따라 향후 수년간 9%의 고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2021년에는 GDP 규모가 전년대비 6.6% 축소되는 등 계획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으나, 금년도에는 8.9%의 견실한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국제무역의 현주소
인도의 상품수출액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연평균 4.8%씩 성장해왔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의약품·철강·곡물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수출실적이 하락하면서 전년도의 3,233억 달러(한화 약 402조 원)에서 14.8% 감소한 2,755억 달러(한화 약 342조 원)를 기록했다(<그림 1> 참조).
<그림 1> 2010~2020년 인도의 상품무역 동향(단위: 10억 달러)
* 자료: 인도 경제산업부(Ministry of Commerce and Industry)
인도 수출부문이 지닌 또다른 문제점은 장장 20여년에 걸친 무역자유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분야 수출액에서 중·고급기술 상품의 비중이 여타 개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으로(<표 1> 참조), 이는 인도 국내 노동자들의 기술 숙련도와 전문기술 습득수준이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표 1> 2010/2019년 국가/지역별 제조품 수출액 內 중·고급기술 상품 비중(단위: %)
* 자료: 세계은행(World Bank) 2021년도 세계개발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2022년 상품수출액은 코로나19가 야기한 저점에서 획기적인 반등에 성공했으며,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기 회복세, 오랜 봉쇄 이후 각국에서 분출된 억눌렸던 수요, 그리고 루피화 평가절하로 인한 인도산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경쟁력 상승이 성장을 견인한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의 2022년 상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약 43% 성장했으며,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회계연도 목표치인 4,000억 달러(한화 약 497조 원) 달성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1월까지의 상품수출액 추정치는 3,354억 달러(한화 약 417조 원)로 전년동기 대비 46.5% 성장했으며, 회계연도 종료까지 2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목표치의 84%를 채운 상태이다. 특히 상품수출액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2019~2020년도의 동일기간에 비해서도 27%가량 성장했다는 사실은 상기한 수출증대 현상이 단순한 저점 회복을 넘어서 본격적인 성장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2월 인도 정부가 2027년까지 상품 및 서비스부문 각각에서 1조 달러(한화 약 1,240조 원)씩의 수출액을 달성하겠다고 했던 중기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참여도를 높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세계무역 전체의 3분의 2가량이 GVC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종 최종재 제조를 위한 생산작업이 세계 각국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이다(World Bank, 2019).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정국의 GVC 참여도가 1% 증가할 때마다 일인당 소득 증가율은 1%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보통의 무역이 가져다 주는 소득증대효과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World Bank, 2020).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급망 탄력성 확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각국이 타국 무역정책 변화에 맞추어 기존의 GVC 참여방식을 재평가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도의 GVC 참여
각국의 GVC 접근방식은 후방식 참여(Backward Participation)와 전방식 참여(Forward Participation)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후방식 참여는 국외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자국의 수출에 활용하는(예: A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자국에서 다음단계 중간재나 최종재를 생산하고, 이를 B국에 다시 수출) 방식이고, 전방식 참여는 자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타국 수출로 이전하는(예: 자국에서 생산된 중간재를 A국에 수출하고, A국에서 가공된 상품은 다시 B국으로 수출) 방식이다(ADB, 2020). 국가별 GVC 참여도는 후방식 및 전방식 참여도를 모두 합해 계산하며, 상품개발이나 최종재 생산과 같은 고부가가치 부문에서의 수출이 무역 수익에 특히 큰 도움이 된다.
<그림 2> 2018년 주요 주체별 GVC 참여도(단위: %)
* 자료: OECD 부가가치 무역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가 계산
<그림 2>를 살펴보면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간재 수입이 많은 나라들은 후방식 참여도가 높게 나타나고,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 한국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타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은 전방식 참여도가 높다. 반면 인도의 경우 여타 주체에 비해 GVC 참여도가 저조한 것으로 집계되며, 2010년 이래로는 후방식 참여도 증가세가 둔화됨과 동시에 전방식 참여도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 1995-2018년 인도의 GVC 참여도(단위: %)
* 자료: OECD 부가가치 무역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가 계산
인도의 전반적 GVC 참여도는 1995~2018년을 거쳐 점차 증가 추세를 보여왔지만, 구체적 양태에는 분야별 차이가 나타난다. 2015년과 2018년 수치를 비교하는 <표 2>를 살펴보면 제조업 분야 대부분에서 GVC 참여도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중 후방식 참여도가 가장 높은 품목은 코크스 및 정제석유 제품이고, 전방식 참여도는 컴퓨터·전기·전자기기, 화학물질, 의약품 순으로 높게 나타나지만 전반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밖에 서비스업 부문의 후방식 참여도가 대체로 증가한 경향도 관찰할 수 있고, 절대수치를 기준으로 특히 운송 및 보관업계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여주었다. 전방식 참여도는 서비스업 부문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나, 정보통신업계 등에서 아주 소폭의 상승세가 관찰되었다.
<표 2> 2015/2018년 인도의 분야별 GVC 참여도(단위: %)
* 자료: OECD 부가가치 무역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가 계산
GVC 참여도 제고를 통한 포용적 성장전략
상기 자료를 살펴보면 인도의 GVC 참여가 최종재보다는 중간재의 수출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측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GVC 참여도는 신흥국 평균보다도 7.4%p 떨어지며, 2019년을 기준으로 총 35개 집계항목 중 인도가 세계 GVC 수출액 5% 이상을 기록한 것은 코크스·석유제품 및 기계장비 임대업의 2개 항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친기업환경 개선에 더해 낮은 인건비, 최근 시작된 인프라 개선구상 등이 이전에 비해 우호적인 제반환경을 조성해주면서 인도가 글로벌 주요 GVC 참여주체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 경제의 중점이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인도가 이러한 중국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현재 인도는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조업 국가로서의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데, 이 점을 활용한다면 세계의 다양한 노동집약적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인도 정부는 GVC 참여도 제고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입안 및 시행하고 있으며,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Production-Linked Incentive) 제도가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GVC 참여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분야 수출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인데, 이 점에서 인도에 주어진 필수적인 과제는 바로 국내 인프라의 강화이다. 그 중에서도 국가 차원의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는 산업연계성 및 물류 인프라 개선, 제도적 역량 강화, 혁신성 및 수출비용 효율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증진, 제품의 질 향상과 글로벌 표준 준수, 중간재 수입 의존성 타파와 국내 제조업 역량 강화, 그리고 컨테이너선 부족과 해상운임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항구 인프라 개발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물리적 인프라가 개선될수록 생산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더욱 용이해 지는데, 여기에 총 14개 산업부문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PLI 계획이 합쳐질 경우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수출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무관세 수입을 지원하는 사전승인제도(Advance Authorization Scheme)와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에 필요한 자본재 수입을 돕는 수출증진용 자본재 제도(Export Promotion Capital Goods Scheme) 등 각종 지원제도의 효율적 시행도 정부의 수출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신규 무역협정 체결과정에서도 인도 국내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원자재 수입관세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기존에 이미 체결된 무역협정도 재협상이나 사후검토를 통해 핵심 원자재 수입에 부과되는 관세를 이전보다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다.
결론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 생산과정이 전 세계로 분산되어가는 상황에서 GVC 참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특히 수출다변화와 글로벌 경제로의 통합을 추구하는 개도국에 있어 중요한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도도 예외라 할 수 없으며, 인도 정부가 세운 무역 및 경제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GVC 참여수준의 증가를 필수 선결조건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 부문을 합해 총 2조 달러(한화 약 2,480조 원)의 수출실적을 올린다는 중기목표가 실현되려면 현재 18.7%에 불과한 GDP 내 수출액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아직 빈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제조업 분야의 GVC 참여도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법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지나친 중국 의존현상 타파를 위해 다른 나라에도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에 인도가 투자자들에 매력적인 대안이 될 잠재력이 높은 상황이며,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인도를 돕는 요소이다. 인도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비단 상술한 GVC 참여도 제고에 한정되지 않으며, 이외에도 역내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한 자체적인 지역적 가치사슬을 창출하는 방안 등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인도는 현재 조성되고 있는 우호적 환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으며, 인도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강도 높은 국내정책 개혁, 수출부문 투자친화적 정책 시행,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종합적 조치,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물류체계 및 인프라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상품 수출부문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면 인도가 생산비용, 제품의 질,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장점을 활용해 글로벌 주요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전문가오피니언] 인도가 바라보는 중앙아시아의 주요 위협요소와 지역 간 협력방안 | 2022-04-19 |
---|---|---|
다음글 | [전문가오피니언]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아시아의 경제 및 무역에 미치는 영향 | 202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