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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식량안보 개선을 위한 싱가포르의 식량 공급원 다변화 전략

싱가포르 Masood Ahmed Lee Kuan Yew School of Public Policy Ph.D Candidate/Lecturer 2022/08/03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경제 환경이 급변하며 점차 복잡성을 더해감에 따라 식량의 안정적 확보라는 측면에서 취약성이 드러난 싱가포르에 있어 식량안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 싱가포르 영토 중에서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약 1%에 불과하기에 자국에 공급되는 식량의 90% 이상이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식량 공급의 지속 가능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이전부터 기후변화가 초래한 악영향에 노출되어 있던 싱가포르의 식량 공급 안정성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세계 공급망 교란으로 인해 더 위태로워졌다. 싱가포르 식품청(SFA, Singapore Food Agency)이 2021년도에 처음으로 공개한 싱가포르 식량 통계(Singapore Food Statistics)는 식량 자급률을 품목별로 공개했는데, 여기서 채소류는 4%, 수산물은 8%, 계란은 30%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자체 생산분의 비중이 작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품목의 자급률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1).

2022년 6월에 싱가포르 인터넷에는 밥 한 공기 옆에 닭다리 모양으로 빚어진 밥덩이가 놓여 있는 밈(meme)이 등장했다. 이는 이웃 말레이시아가 생 닭고기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냉동 닭고기만을 수입할 수 있게 된 싱가포르에서 자국의 인기 메뉴인 닭고기밥(chicken rice)에 들어갈 생 닭고기 구이를 더 이상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었음을 농담조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자국에서 한 달에 소비되는 닭고기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생닭 360만 마리분을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 온 만큼 이번 수출 금지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 사실은 단일 공급처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가의 식량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2).

싱가포르는 국토가 작은 도시국가라는 특성상 육류는 머나먼 브라질에서, 쌀은 태국과 인도에서, 계란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스페인 등 세계 각지의 국가에서 들여오는 등 자국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또한 오늘날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의 악영향이 나타나고 코로나19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세계 식량 공급망에도 피해를 야기하면서 식량안보 문제가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인 SFA는 여타 정부 부처 및 산업계, 해외 기관과 협력해 싱가포르에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3).

하지만 자국민을 위한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려는 싱가포르의 노력은 앞으로 다음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먼저 현재의 인구 증가 추이로는 2050년에 세계 식량 수요가 지금보다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기온 상승, 경작지 감소, 이상기후 빈도 증가 등 기후변화가 초래한 결과들이 세계 식량 공급에 점차 큰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셋째, 세계 각국이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무역보다는 자국 수요 충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발견된다4).

싱가포르의 식량 공급원 다변화 전략
식량안보는 이미 싱가포르 정부 차원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이다. 리셴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는 2022년 6월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식량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자국 내 소비를 우선시하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 싱가포르의 식품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외에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Kigali)에서 개최된 2022년 영연방 정부수반회의(Commonwealth Heads of Government Meeting)에서 각 회원국이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5).

이처럼 싱가포르 정부의 중점 과제로 떠오른 식량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SFA는 ‘3대 푸드 바스켓(3 Food Baskets)’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본 구상은 (1) 단일 식량 공급처 의존에서 나오는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 (2) 수입 식량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국내 생산량 증대, (3)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통한 싱가포르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과 식량 재수입 촉진으로 구성된다6). 그렇다면 아래에서는 3대 푸드 바스켓 구상의 주요 구성요소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식량 수입처 다변화
싱가포르의 식량안보 향상 계획에서 우선 순위를 두어 온 수입처 다변화 노력에 따라 2004년에 140개국에 그쳤던 수입처는 2019년에 이르러 170개국 및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SFA는 수입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및 외국 정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수입처를 확보함으로써 특정 공급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타 경로에서의 구매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7).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싱가포르의 식품 수입업계는 정부에서 설립한 타국과의 연결망과 세계의 자유주의적 무역 환경을 십분 활용해 개별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가 싱가포르에 상당한 공급망 충격을 야기하기는 했으나, 싱가포르 정부가 식량 수입처 다변화를 목표로 시행한 종합 정책 덕분에 식량 공급이 비교적 신속하게 안정화되고 비어 가던 식품 진열대가 다시 상품으로 가득 찰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던 당시 SFA는 싱가포르 무역·산업부(Ministry of Trade) 및 그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청(ESG, Enterprise Singapore)과 긴밀히 협력해 식량 공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작업도 수행했다8).

또한 SFA는 ESG와 함께 대체 식량 공급원 모색을 위한 자국 기업의 해외 탐방을 지원하고 있으며, 식품 수입업체는 이 과정을 통해 신규 공급사와 접촉해 공동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고 기존 교류 주체와의 관계도 강화할 수 있다. 이외에 SFA가 담당하는 기타 유관 업무로는 (가) 공급원 다변화에 필수적인 업종별 기업 협회, 대형 소매기업, 대사관, 해외무역관 등 산업계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 협의, (나) 산업 대화, 기업 대표 회의, 개별 기업과의 일대일 대담 등을 통한 정보 교환과 산업별 이슈에 대한 의견 수렴, (다) 국내 산업 관계자의 해외 유관 주체 연결 및 해외 대표단과의 기업 간 네트워킹 행사 주선을 들 수 있다9).

(2) 싱가포르 국내 식량 생산량 증대
경작지가 전체 영토의 1%에도 미치지 못해 현재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자국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는 이른바 ‘30-30 전략’을 추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자국의 농식품기술 분야를 활성화하고 미래 식량 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하고자 한다. 본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간 활용 계획, 농식품기술 발전, 국내 농식품 전문가 양성을 위한 포괄적이고 장기적 접근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SFA와 ESG, 경제개발위원회(EDB, Economic Development Board) 등 싱가포르의 유관 기관은 전도가 유망한 농식품기술 기업을 육성해 이들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세계 각지의 농식품기술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 식량 공급의 미래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농지 감소가 식량안보에 미치는 악영향 완화에 관한 연구·개발(R&D)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SFA는 도시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법 연구·개발 사업 12개에 1,700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 상당의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유전학, 질병 및 건강 관리, 식량 공급체계 최적화, 영양학 등 중요성이 높은 과학 분야에서의 연구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상이다10).

또한 SFA는 싱가포르 농업 부문이 유관 분야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6,30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600억 원) 규모의 농업 생산성 펀드(Agriculture Productivity Fund)는 기술적 수준과 생산성이 높은 농업 체계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분담해 환경 관리 기법의 개선과 생산량 증대를 지원하고 있고, 2020년 3월까지 110개 농장에 3,80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360억 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했다11).

하지만 싱가포르가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식량 자급 역량을 기르기 위해 추진하는 30-30 전략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 그리고 일반적인 식재료 외의 자원으로 만든 노블 푸드(novel food)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 해소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30-30 구상은 대체 식량 확보를 위해 실험실에서 제조한 닭고기 등 신규 단백질원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천연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이처럼 신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낸 상품에 거부감을 나타낼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소비자 친숙성이 높은 값싼 수입 식품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정부가 신기술 식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가격 측면에서의 이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12).

(3) 해외 생산기지 확대
3대 푸드 바스켓 전략의 마지막 요소는 식량을 해외에서 생산해 싱가포르 국내로 다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자국 식품기업이 해외 부지를 구입해 식량을 생산 한 뒤 국내로 재수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데,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한국 등 여타 국가도 유사한 맥락에서 국내 식량 수요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해외 농지를 획득하는 사업을 전개한 사례가 있다13)

오늘날 SFA는 싱가포르 기업이 개발한 도시 내 식량 생산기법을 해외로 수출하고, 자국 기업이 국제무대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면서 핵심 파트너와 전략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본 사업의 혜택을 받는 싱가포르 기업은 해외 확장을 통해 가용 토지와 노동력 측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넓은 시장을 새로이 개척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식량을 생산해낼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식량이 싱가포르로 재수입되어 국가적 식량안보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싱가포르 기업의 사례로는 호주에 있는 바라문디 아시아(Barramundi Asia), 브루나이에 있는 아폴로 아쿠아컬처(Apollo Aquaculture) 및 바라문디 아시아, 홍콩의 서스테니어(Sustenir), 그리고 태국과 중국에 있는 스카이그린스(Sky Greens) 등을 들 수 있다14).

결론
1960년대 이래 인구는 250%나 증가했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농업 기반은 사실상 소멸 상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펴고 있는 싱가포르는 오늘날 세계 식량안보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싱가포르 식량안보 전략 중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식량 수입원 다변화와 기본재 비축, 자국 농업의 중국 등 해외 확장 추진, 도시 내 농산물 재배 역량 향상과 비육류 단백질원 보급을 위한 투자, 식량 공급망 전반에서의 음식물 쓰레기 절감과 공급량 증대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식량안보를 중점 과제로 삼아 관련 구상을 꾸준히 추진해 온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다른 나라들도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 각주
1) https://www.foodnavigator-asia.com/Article/2022/05/04/singapore-s-challenging-2030-food-security-goals-underlined-by-new-production-data
2) https://www.scmp.com/week-asia/economics/article/3180330/what-singapore-doing-boost-food-security-urban-farms-homegrown
3) https://www.psd.gov.sg/challenge/ideas/deep-dive/strengthening-singapore-s-food-security
4) https://www.sfa.gov.sg/food-farming/sgfoodstory/our-singapore-food-story-the-3-food-baskets
5) https://www.channelnewsasia.com/singapore/singapore-food-security-diversify-sources-supply-disruptions-lee-hsien-loong-2771441
6) https://www.sfa.gov.sg/food-farming/sgfoodstory/our-singapore-food-story-the-3-food-baskets
7) https://www.sfa.gov.sg/food-farming/sgfoodstory/diversification-of-import-sources
8) https://www.todayonline.com/commentary/how-singapore-ensures-food-security-despite-odds
9) https://www.sfa.gov.sg/food-farming/sgfoodstory/diversification-of-import-sources
10) https://www.trade.gov/market-intelligence/singapore-food-resilience-road-map
11) https://www.sfa.gov.sg/food-farming/sgfoodstory/grow-local
12) https://www.cnbc.com/2022/06/21/singapore-imports-90percent-of-its-food-how-is-it-coping-with-inflation.html
13) https://www.chinimandi.com/how-singapore-is-ensuring-food-security-with-just-1-farmland/
14) https://www.sfa.gov.sg/food-farming/sgfoodstory/grow-overs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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