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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 전력산업 현황 및 향후 전망

파키스탄 최원용 파키스탄 굴푸르 수력발전소 소장 2022/11/03

서론
파키스탄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이다. 파키스탄은 인도 반도의 서쪽에 위치한 국가로서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던 1940년에 종교적 이유로 인도와 독립된 국가로 출발하였다. 인구 대부분이 힌두교인 인도와 달리, 파키스탄은 국민의 97%가 무슬림인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이다. 한국과 파키스탄의 외교 관계는 1968년 영사관계로 시작되었고 1983년에는 대사급으로 격상되었다. 파키스탄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바 있고, 친(親)중국 성향인 동시에 한국에 대한 국민감정도 좋은 편이다. 

파키스탄은 2021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한화 약 215만 원) 정도에 불과한 매우 가난한 나라이지만 2억 3,000만여 명에 육박하는 인구 대국이며,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29세 이하로 구성된 젊은 나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불어, 국가의 공용어는 우르두(Urdu)어를 쓰지만, 한 때 인도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영어가 상용어로 쓰이는 나라이며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대졸자 인구는 영어가 유창한 국가로 언어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높은 빈곤율(38%)과 실업률(12%) 등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22년에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극심한 홍수피해를 입어 파키스탄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다. 또한 국제 에너지가격 및 식료품 가격의 급등으로 만성적인 외화부족이 심화되어 2022년에 조건부로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구제금융을 받아 겨우 국가부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아직까지 전력을 비롯한 사회 기초 인프라가  좋지 못한 편인데, 파키스탄의 전력산업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겠다. 

파키스탄 전력산업 현황
2022년 6월 기준 파키스탄의 발전설비용량은 38GW로, 한국 발전설비용량인 129GW(2021년 기준) 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의 주 발전원은 화석연료 등 비재생에너지로 총 설비용량의 66%를 차지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34%로 산지가 많은 북부지방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한 수력발전의 비중이 높다. 과거에는 비중이 미미하던 석탄발전과 원자력 비중도 근래 들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석탄발전과 원자력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추진과 함께 상당한 규모의 중국 자본이 파키스탄 에너지 산업에 투자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총 발전용량 1만 1,648MW 규모의 13개 발전 프로젝트가 파키스탄 민간발전 인프라 위원회(PPIB,  Private Power & Infrastructure Board)에 의해 추진 중으로, 카롯(Karot) 등 4개의 수력발전소 및 석탄 발전소, 고전압 직류 송전선 프로젝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 1> NTDC(National Transmission & Despatch Company, 파키스탄 송배전공사) 전력 설비용량 및 비중
2022년 6월 기준, 단위: MW


* 자료: IGCEP(Indicative Generation Capacity Expansion Plan, 전력수급계획) 2022-31, Draft


발전용량인 38GW에 비해 송배전 용량은 22GW 정도가 한계치로, 발전량 자체보다 송배전망 부족에 의한 전력공급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정전이 매우 잦다. 더불어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정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인상과 파키스탄 루피화 환율 상승 등의 이슈가 더해져서 연료의 적기 수급에 실패하였고, LNG 가격 급등에 따른 장기공급계약 파기, 현물입찰 실패 등으로 연료가 없어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전력 부족 문제는 이상 고온 날씨가 극성을 부리던 2022년 여름에 더욱 심하게 발생했다. 이 나라에서는 정전을 어쩌다 일어나는 돌발적인 상황을 뜻하는 ‘Power-Out’, ‘Black-Out’, ‘Power-Cut’ 이란 용어 대신 ‘Load Shedding(부하분배)’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정전은 사고가 아니라 계획 하에 진행된 전력 분배이니, 국민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깔려 있다 하겠다. 도시 지역은 6~12시간, 시골 지역은 하루 최대 18시간의 부하분배가 매일 발생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폭력시위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2011년 9월 15일 전국 단위의 단 하루 순환정전이 발생해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퇴하기까지 했는데, 파키스탄은 여름 내내 하루 최대 18시간의 정전이 발생했으니, 국민이 불편을 토로하고 화내는 상황이 당연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림 2> 파키스탄 전력소비량 비율
2021-2022 회계연도 기준


* 자료: IGCEP 2022-31, Draft


공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 파키스탄의 전력수요는 파키스탄 회계연도인 2021-2022년도를 기준으로, 가정용 전력소비량이 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나,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27%에 불과하다.파키스탄에서 대규모 산업화 추진이 어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력 부족 문제이며, 전력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산업체 또는 상업용 대형건물은 자체 비상발전기를 거의 필수적으로 보유·운영하고 있는데, 비상발전기 가동을 위한 경유가격이 비싸므로 전력 인프라 미확충에 따른 부대비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의 협력 상황
한국 기업은 파키스탄에 비교적 오래전부터 진출해 왔다. 지방도로, 대학 캠퍼스, 발전소 건설 등에 삼부토건, 대우, 대림, 쌍용건설 등 굴지의 국내 건설사가 다수의 프로젝트 를 진행하였으며, 국내 대표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기아는 현지 업체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반조립제품(CKD, Completely Knocked Down) 생산공장을 카라치에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전력분야에만 한정하여 살펴보면, 삼부토건이 뉴봉(New-Bong) 수력발전소, 골렌골(Golen Gol) 수력발전소, 파트린드(Patrind)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했고, 현대건설이 카스마(Chasma) 수력발전소, 대림E&C와 롯데건설이 굴푸르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였다. 수력발전소 이외에는 두산중공업이 다하르키(Daharki)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등 국내 건설사가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적이 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은 투자 및 운영사로서 발전사업에 직접 진출하여 현지에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및 대우건설은 현지에서 스타 하이드로(Star Hydro) 유한회사를 설립하여 아자드 잠무 카슈미르 주에 위치한 무자파라바드(Muzaffarabad)에 147MW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지난 2017년부터 상업운전을 하고 있으며, 한국남동발전은 대림E&C, 롯데건설과 함께 미라파워(Mira-Power) 유한회사를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하여 아자드 잠무 카슈미르 주에 위치한 굴푸르(Gulfur) 지역에 102MW 용량의 수력발전소를 건설, 2020년부터 상업운전 중에 있다. 파트린드 발전소와 굴푸르 발전소 모두 각 특수목적회사의 최대 주주인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이 각각 해당출자 발전소 운영 및 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이 중, 굴푸르 수력발전소는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상업운전일로부터 30년간의 양허기간을 확보한 건설 · 소유 · 운영 · 이전(BOOT, 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의 사업으로 총 사업비 4,386억 원이 투자되어 건설되었다. 이 사업은 30년간 운영기간 동안 약 14TWh의 전력을 생산하여 약 1조 5,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해당 사업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 등록된 사업으로서 2022년 연내에 탄소배출권 획득이 기대되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굴푸르 수력사업은 한국인 약 1,400명, 현지인 약 1만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330억원 상당의 국산기자재 수출 및 1,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금융투자를 이끌어 낸 사업으로서 한국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발판마련 및 전력그룹사와의 동반성장에 기여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3> 굴푸르 수력발전소 전경
* 자료: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동발전은 파키스탄의 후속 수력발전 사업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며 설비용량 229MW 규모의 아스리트-케담(Asrit-Kedam) 수력 발전사업과 238MW 규모의 칼람 아스리트(Kalam Asrit) 수력 발전사업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두 프로젝트는 IGCEP 2022 초안에 반영되었으며, 2022년 10월 초 현재, 전력규제청전력규제청(NEPRA, National Electric Power Regulatory Authority)이 주관하는 공청회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아스리트-케담 사업은 2029년도 말에, 칼람 아스리트 사업은 2030년 말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 전력산업 전망
파키스탄은 2022년 6월 기준 전체 전력설비용량 3만 7,949MW 중 수력발전용량이 1만 752MW로 전체 설비용량의 28%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강국이며, 2021/2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수력발전으로 생성된 전력의 이용률 또한 전체 발전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수력발전과 달리 태양광 발전은 500MW(1%), 풍력발전은 1,845MW (5%)로 아직 그 비중이 높지는 않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2019년도에 ‘대체 및 재생가능 에너지정책 2019(Power Policy – Alternative and Renewable energy 2019)’을 발표하는 등 향후 에너지 수입비용이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국가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정책에 따르면 수력 및 소(小)수력을 제외하고도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지열발전 등의 재생에너지로 2025년도까지 발전용량의 20%, 2030년도까지 30%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국가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법인세 면제, 주요기자재 수입관세 면제, 100% 외국인 지분 허용, 외화 계좌 개설 허용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IGCEP 2021-30과 의견수렴 공개초안인 IGCEP 2022-31을 비교해 보면 파키스탄 당국이 재생에너지에 두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도 5월에 공개된 ‘IGCEP 2021-30’의 고수요 시나리오(High Demand Scenario)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확충 설비용량 5만 7,204MW 중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9%, 8%에 지나지 않았지만, 2022년도 9월에 공개된 ‘IGCEP 2022-31’ 공개초안(Draft)의 동일 시나리오에는 설비용량이 7만 3,623MW으로 증가되어 계획되었고,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비중이 각각 19%, 12%로 대폭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2030년 전력 고수요시 발전원별 전력 설비용량 시나리오 
단위 MW
* 자료: IGCEP 2021-30


<그림 5> 2031년 전력 고수요시 발전원별 전력 설비용량 시나리오
단위 MW
* 자료: IGCEP 2022-31, Draft


파키스탄 북부지방은 히말라야 고산지대이며, 강수량이 높아 부존 수력자원이 풍부하다. 총 수력발전 추정용량은 약 6만MW 규모로 추산되나, 2022년 6월까지 개발되어 운영되는 수력발전 규모는 1만 752MW 수준으로 추산용량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파키스탄은 실제로 7~8월 우기를 제외하고 맑은 날씨가 연중 약 300일간 지속되는 기후를 가지고 있어 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매우 유리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미국 신재생에너지 연구소(NREL,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키스탄 내에서도 특히 발루치스탄주 일대는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 발전에 최적의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부족한 신드주 및 북부지역의 경우 풍력발전에 집중하여 재생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드주의 경우 남부 해안가에 우수한 풍력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림 6> 파키스탄 태양광 및 풍력 자원지도
* 자료: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결론
전술한 바와 같이, 파키스탄의 전력 에너지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2022년 현재 국토 전역에서 전력수요를 발전량이 따라가지 못해 하루 2~14시간의 단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의 전력 에너지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 루피화의 환율 불안정, 총리 탄핵 및 재선출에 따른 정치 불안정, 이슬람 극우세력에 의한 테러 등 외국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연평균 4~6% 수준), 젊고 많은 인구, 넓은 국토면적 등을 고려하면 파키스탄은 놓치기 힘든 투자기회를 가진 나라이며, 건설, 전력산업 등 기초 인프라 기술이 탄탄한 한국에게 있어서도 훌륭한 사업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은 국내 신재생 부존자원 제한이라는 한계를 넘어 해외 신재생 개발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파키스탄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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