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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계속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암호화폐 생태계

중남미 일반 Felipe Montoya Rodríguez New York University Graduate Student & Researcher 2022/12/0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한국계 기업이 발행한 테라-루나(Terra-LUNA)의 가치 폭락, 카리브 지역에 본사를 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파산 등 암호화폐와 중앙화 거래소(Centralized Exchange) 관련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 몇 달간 고도의 불확실성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늘려 가는 지역이 존재하는데, 바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이다. 

블록체인 분야 분석 기업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집계하는 세계암호화폐채택지수(Global Cryptocurrency Adoption Index)에 의하면 라틴아메리카의 암호화폐 이용률은 여전히 증가 추세이고, 날마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자국 화폐 가치 불안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자산 가치 보전을 위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라틴아메리카의 암호화폐 시장 현황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비트코인(Bitcoin)과 암호화폐 생태계의 명확한 성장세가 나타나며, 미국 투자 기업 밴에크(VanEck) 소속 분석가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아예 정식 화폐로 채택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지역의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도 역내·외 사용자 및 투자자의 대규모 유입을 바탕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조사에 의하면 라틴아메리카의 35세 미만 성인 중 51%가 최소 한 번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쓰이는 대표적 용도로는 자산 가치 보전, 송금, 그리고 탈중앙화 금융(DeFi)이나 암호화폐 채굴형 게임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에서 2022년 1~ 6월 집계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거래액은 5,620억 달러(한화 약 750조 원)에 이른다. 특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등 고도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에서는 시민들이 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바이낸스유에스디(BUSD)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1) 구매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체이널리시스의 분석에 의하면 <그림 1>에서와 같이 현재 국가별 개인 소액 결제에 사용되는 암호화폐 거래량 중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은 아르헨티나에서 31%, 브라질에서 28%, 멕시코에서 19%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

<그림 1> 2021년 7월~2022년 6월 라틴아메리카 주요 국가별 암호화폐 소액(1,000달러 미만) 소매 거래의 스테이블코인 사용 비중
* 자료: 체이널리시스 - 2022년도 암호화폐의 지역별 판세(Geography of Cryptocurrency) 보고서


한편 스페인어권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크립토노티시아스(CriptoNoticias)는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서 소매 거래를 중심으로 신흥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해당 2개국 이외에 파라과이와 파나마도 큰 규모의 암호화폐 사용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파라과이는 암호화폐 시장을 합법화해 제도권에 편입한다는 취지의 입법을 추진 중이고, 파나마도 자국 내에서 점차 인기를 더해가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관한 회의를 다수 개최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달러 교환이 가능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가 가장 두드러지는 국가로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자국 화폐 가치가 10만%나 폭락한 베네수엘라, 그리고 같은 기간 3,000%의 화폐 가치 하락을 겪은 아르헨티나가 있다. 이전까지 나타난 역사적 인플레이션 사태와는 달리 암호화폐라는 대체재가 등장한 오늘날에는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이들이(아직 그 효과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를 일종의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으로 취급한다. 역내에서 물가 위기가 가장 심각한 국가에서는 특히 달러 등 주요국 화폐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마스터카드는 라틴아메리카 소비자 중 3분의 1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을 일상 구매 활동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자국의 거시경제적 불안 문제에 직면한 라틴아메리카의 청년층은 극심한 규제를 받는 공식 금융 체계가 아닌 탈중앙화된 즉시거래용(OTC, over-the-counter) 피투피(P2P, Peer to Peer) 플랫폼을 활용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달러·유로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블록체인 거래가 지닌 많은 장점 중 하나는 공식 외화 거래와는 달리 액수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는 1인당 월별 외화 거래 한도를 200달러(한화 약 27만 원)로 제한하고 있고, 최근 기존의 거래액 상한제를 폐지한 베네수엘라도 정부가 승인한 공식 경로를 통하지 않는 사적 외화 거래를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마스터카드에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지역 시장 개발을 담당하는 키키 델발레(Kiki del Valle) 부사장은 아르헨티나가 암호화폐 채택률 상승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관찰되는 지정학적·거시경제적 상황 측면에서도 향후 암호화폐 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시범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송금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라틴아메리카에서 암호화폐가 활용되는 또 다른 주요 용도는 간편하고 신속한 해외 송금으로, 이러한 송금액 중 대부분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멕시코 등 역내국으로 유입된다. 북미 선진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대규모 송금은 그 역사가 이미 오래되었지만, 최근에는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2021년에는 송금액이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일례로 2021년에 멕시코가 미국 이민자들로부터 송금 받은 금액은 516억 달러(한화 약 69조 원)에 달한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데스크(Coindesk) 측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어권 암호화폐 중앙화 거래소 중에서 최대 규모를 지닌 비트소(Bitso)가 2022년 1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처리한 미국-멕시코 간 송금액은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로, 이는 세계에서 라틴아메리카로 들어오는 송금액 중 4%에 해당한다. 비트소는 2023년까지 이 비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만, 2022년에는 USDC 발행 주체인 서클(Circle)이나 USDT 사업에 관여하는 비트파이넥스(Bitfinex)도 이 분야에 진출하면서 비트소와 경쟁 관계를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 중 서클은 현지 기업과 연합해 활동 저변을 넓히는 중이고, 비트파이넥스는 미국-멕시코 간 외화 거래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멕시코 페소 가치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MXNT)을 새로 출시했다.

한편 주요 금융기관이 소재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 주민들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멕시코에서는 암호화폐가 은행 계좌 미보유 주민들도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 없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안적 수단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현재 멕시코 국민의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은 50% 수준에 그치기에, 전자 지갑과 연동된 주소만 있으면 간편하게 송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매력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라틴아메리카 주요국의 암호화폐 생태계 동향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는 암호화폐 개발자와 사용자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여럿 나타났다. 이 방면으로의 발전을 선도한 국가 중 하나는 역내 기준으로는 최초로, 그리고 세계 기준으로도 선례가 거의 없는 암호화폐 분야 국제회의인 라틴아메리카 비트코인·블록체인 회의(LABITCONF, Latin American Bitcoin and Blockchain Conference)를 주최한 아르헨티나이다. 또한, 콜롬비아도 2022년 10월에 수도 보고타(Bogotá)에서 이더리움 개발자 회의(Ethereum DevCon)를 개최했으며, 이 행사에는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자오창펑(Changpeng Zhao), 세르게이 나자로프(Sergey Nazarov) 등 암호화폐 분야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아울러 2021년에 LABITCONF를 개최한 엘살바도르는 자국이 추진하는 비트코인 시티(Bitcoin City) 구상이 정부의 통제에 반감을 지닌 이들의 대안적 관광 수요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처럼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암호화폐 생태계가 점차 더욱 공고히 자리잡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에 무관심한 나라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대한 관심이 나타나는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는 엘살바도르가 있으며, 엘살바도르 정부가 보증하는 결제 앱인 치보(Chivo)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 액수는 2022년 1~5월 5,200만 달러(한화 약 690억 원)를 기록했다. 한편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용 화폐로 승인한 국가로도 유명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시티 구상을 통해 자국에 세계 암호화폐의 메카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2년 11월에 비트코인 매거진(Bitcoin Magazine)에 보낸 성명에서 블록스트림(Blockstream)이 서비스하는 비트코인 기반 컨소시엄2) 사이드체인3)(consortium/federated sidechain)의 일종인 리퀴드네트워크(Liquid Network)를 통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외 자본과 투자자 유치에 목적을 둔 이 국채는 판매 수익 중 절반을 비트코인에 할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역내 에너지 및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편 체이널리시스에서 2022년 10월 20일에 발간한 암호화폐의 지역별 판세(Geography of Cryptocurrency)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암호화폐 채택률에서 세계 7위를 기록해 전년도 순위에 비해 일곱 계단 뛰어올랐다. 체이널리시스는 브라질에서 암호화폐가 쓰이는 주요 용도가 투기, 자산 가치 보전, 국제 송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브라질에서 암호화폐 채택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브라질 투자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현지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텔레그래프 브라질(Cointelegraph Brazil)에서도 전문가를 초청해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또한 동 보고서에 따르면 <그림 2>에서와 같이 전문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 외에도 개인에서도 대규모 및 소규모 거래가 전체 거래 중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 2> 2021년 7월 ~ 2022년 6월 브라질 메르카도* 및 기타 라틴아메리카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확인한 거래 형태별 비중 비교
* 자료: 체이널리시스 - 2022년도 암호화폐의 지역별 판세(Geography of Cryptocurrency) 보고서


브라질의 2022년도 9월 암호화폐 거래액은 약 113억 브라질 레알(한화 약 2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되며,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최대의 거래 지분을 차지한다. 브라질 국세청(RFB, Receita Federal do Brasil)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해당월에 RFB가 처리한 비트코인 거래 건수는 200만 건, 이더리움(Ethereum) 거래 건수는 99만 1,200건이었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타 알트코인(altcoin)4)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브라질 국민은 2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결론 
암호화폐는 각국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며,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현재 겪고 있는 복합적 경제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는 먼 곳에 거주하는 가족의 생계 부양을 위한 송금 도구이자, 통용 화폐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피해 보유 자산의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성에 맞서 기존 자산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암호화폐의 사례이다.

아울러,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겪는 경직된 금융 체계, 유동성 부족,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는 이 지역에서 탈중앙화된 거래 수단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스터카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라틴아메리카에서 암호화폐, QR코드, 생체인증 등의 대안적 결제 수단 활용 의사를 밝힌 응답자의 비중은 86%에 달했으며, 이는 미국의 77%나 유럽의 74%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이다.

이렇듯 라틴아메리카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건은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선호 증대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암호화폐의 여러 활용도를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암호화폐의 인기 상승이 관련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나 기존 금융 기관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 각주
1) 역주: 달러 등 기축통화, 귀금속, 여타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암호화폐
2) 역주: 다수의 기관이 접근 권한을 관리하는 블록체인
3) 역주: 메인 블록체인과 연계된 별도의 블록체인
4) 역주: 암호화폐 분야 선두 주자인 비트코인을 제외한 후발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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