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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대통령 탄핵 사태가 보여주는 페루의 끝없는 위기

페루 Angela Sagnella, PhD Università per Stranieri di Perugia Research Fellow 2022/12/3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전 페루 대통령이 취임  1년 남짓 만에 탄핵당해 구금된 2022년 12월 페루의 상황은 페루가 오랫동안 겪어온 끝없는 위기에 대한 담론에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다. 페루의 여러 도시에서 최근 몇 개월간 빈발하고 있는 각종 소요사태의 기폭제가 된 핵심 문제로는 지난 3년간 총리가 10번이나 바뀔 만큼 불안정한 내각 구성,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극도의 혼선, 불평등의 심화와 경제성장 정체를 들어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 대부분이 대선을 치른다는 점에서 이른바 슈퍼 선거철(super electoral cycle)이라고도 널리 알려진 2021~2024년은 극도의 정치적 양극화 및 파편화,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 위기의 사회적 악영향이라는 맥락이 두드러지는 시기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선거 시기에 돌입한 라틴아메리카가 현재 경제와 정치·제도적 측면 모두에서 크게 취약한 상태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민주주의 제도에 피로가 누적되며 여러 문제가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피로한 민주주의(democracias fatigadas)’라는 용어는(Alcantara, 2020) 최근 격화 일변도를 걷는 수많은 시위 운동이나 대의정치의 위기 등 복잡다단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페루가 지난 한 달을 넘어 수년간 경험한 정세 불안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고작 1년 반도 되지 않은 2021년 7월에 취임한 카스티요 대통령이 이번에 쿠데타 기도 혐의로 체포된 사례는 공중보건과 교육, 안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주요 개혁이 정쟁에 휘말려 정체 상태에 있는 페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미 페루 사회의 모든 수준으로 깊숙이 침투한 고질적 병폐인 부패 문제가 점차 심화되어 간다는 점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작금의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페루에서 어떠한 일들이 노정되어 왔는지 현대 정치사를 요약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페루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후지모리 정부: ‘후지쇼크’에서 ‘떠오르는 신성’까지
민주주의의 진전을 목표로 내세웠던 페루의 1979년 헌법이 제시했던 민주적 제도는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 완화 ▲빈곤 문제의 확산 통제 ▲주요 사회 개혁 방법론 제시라는 과제를 완수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페루의 사회적 불만이 점차 커지면서 여러 정치 세력이 새로이 등장했는데, 개중에는 마오쩌둥 사상의 영향을 받은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이나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ovimiento Revolucionario Túpac Amaru)’처럼 무장 투쟁을 전개한 극단주의적 조직도 존재한다.

이어 1990년대는 공학자 출신의 페루-일본 이중국적자로 정계에 입문한 알베르토 후지모리(Alberto Fujimori, 1990~2000년 재임) 전 페루 대통령의 부상과 몰락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1990년 대선 당시 후지모리의 소속당이었던 캄비오 90(Cambio 90)은 이전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적극 활용해 후지모리를 기성 정치권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로 홍보했고, 대중의 호응에 힘입은 후지모리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던 유명 후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하지만 후지모리는 집권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안보다도 강도가 더욱 높은 긴축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명 후지쇼크(Fujishock)라 불리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Gastellu, 1994).

후지모리 제1기 정부는 선거 당시의 주류 예상과는 달리 극단적인 가격 통제 및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나섰고,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기존 통화 인티(Inti)를 대체하는 현행 통화 솔(Sol)을 도입했다. 후지모리식 경제 정책을 지휘했던 후안 카를로스 후르타도 밀러(Juan Carlos Hurtado Miller) 당시 페루 경제·재무부 장관은 1990년 8월 8일에 유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발표한 연설을 끝마치며 이 통화 대체 조치가 가져올 심각한 파장을 예견하고 ‘신이시여 도우소서(Que Dios nos ayude)’라는 유명한 한마디를 내놓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기록된 페루의 고급 휘발유 가격은 전날의 갤런당 13센트(한화 약 170원)에서 수직상승한 4달러(한화 약 5,100원) 수준에 육박했다(Robinson, 1990). 이외에도 후지모리 정부 초기에 세 배에 달하는 서비스 비용 상승, 국가의 경제 개입 중단, 민영화 기조 개시와 같은 굵직한 변화들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페루의 많은 도시는 비상사태에 빠졌고, 곳곳에서 출몰한 폭도가 상점을 약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1994년부터 페루 경제가 13%에 달하는 고성장을 이룩함과 동시에 물가상승률도 크게 떨어지자 후지모리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관적 시각은 점차 긍정론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페루가 단기적 성과에 멈추지 않고 1999년까지 평균 5%의 준수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자 IMF는 페루를 낮은 물가, 안정된 경제, 실질적 성장이라는 3박자를 갖춘 떠오르는 신성(rising star)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준수한 경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후지모리 대통령이 결국 몰락하게 된 것은 그가 국가 기관을 사적으로 유용한 점, 그의 권위주의적 행보가 정치적 반대파 탄압과 체계적 인권 유린으로 이어진 점, 그리고 출산율 과잉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페루 정부가 원주민 여성에게 불임시술을 강제한 점 등이 큰 문제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후지모리는 자신의 정치 생명에 위기가 닥치자 2000년에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5년에 체포되어 페루 법정에 섰고, 상술한 범죄 이외에도 바리오스알토스(Barrios Altos) 사건이나 라칸투타(La Cantuta)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학살을 비롯해 기타 납치 및 고문 사건에 연루된 중대 혐의가 인정되어 2009년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1). 후지모리는 지금까지도 서로 엇갈린 역사적 평가를 받는 인물로, 페루의 경제적 재활을 달성한 지도자라는 지지자들의 평가와 그가 독재자일 뿐이라며 딱 잘라 비판하는 평가가 공존한다.

포스트 후지모리: 리더십 부재와 정치적 혼란
후지모리의 몰락 이후 페루의 대통령직을 차례로 수행한 발렌틴 파니아과(Valentín Paniagua, 2000~2001년 권한대행), 알레한드로 톨레도(Alejandro Toledo, 2001~2006년 재임), 알란 가르시아 페레스(Alan García Pérez, 2006~2011년 재임)는 돋보이는 리더십이나 결단력 있는 국정 운영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 이들을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오얀타 우말라(Ollanta Humala, 2011~2016년재임) 및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Pedro Pablo Kuczynski, 2016~2018년 재임)는 가톨릭 계열 강경 보수 인사로, 페루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민주 제도적 위기는 이들의 재임기 동안 구체화·장기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페루의 정치적 위기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쿠친스키가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딸인 케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 2016년 대선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선거에서 쿠친스키의 정당은 의회에서 안정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쿠친스키 자신도 짧은 임기 동안 두 차례의 탄핵 정국을 경험했다. 그중에서 브라질 건설기업 오데브레시(Odebrecht)가 아메리카 대륙 각국 고위 정치 인사에 장기간 뇌물을 공여해 왔다는 초대형 부패 사건인 오데브레시 스캔들을 계기로 추진된 두 번째 탄핵은 결국 쿠친스키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졌다. 그의 후임 마르틴 비스카라(Martín Vizcarra, 2018~ 2020년 재임)는 2018년 12월부터 정치 제도의 원상복구와 부패 척결을 목적으로 한 개헌을 추진했으나, 2020년 11월에는 그 자신이 부패 혐의를 받아 탄핵당하고 말았다.

비스카라의 뒤를 이은 것은 마누엘 메리노(Manuel Merino) 당시 의회 의장이었는데, 페루 사회 각계에서는 그의 대통령직 인수가 과연 정당한가에 관한 극심한 논쟁이 일어났다. 당시 헌법 수호를 표방하던 일부 집단과 지역 언론은 비스카라의 탄핵을 일종의 쿠데타로 규정한 반면(La República, 2020), 다른 일각에서는 탄핵의 합헌성을 긍정하고 페루 의회 규정에 따른 절차가 적절히 준수되었다고 평가했다(Rodríguez Mendoza, 2021). 한편 세계 언론은 메리노를 정당한 페루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기조를 보였다.

하지만 페루 각지에서 시위가 준동하며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까지 발생하자 메리노는 대통령직에 정식 취임한지 5일 만인 2020년 11월 15일에 전격 사임했다. 그로부터 대통령직을 인수한 프란시스코 사가스티(Francisco Sagasti)는 세계은행(World Bank) 기술고문으로 일한 경력을 지닌 리마(Lima) 출신 산업공학자로, 정치적으로는 중도 진보 성향을 보였다 .

이로써 페루는 1주일 만에 세 명의 대통령이 재임한 기록을 세웠고, 3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메리노의 하야, 비스카라의 탄핵, 쿠친스키의 사임이 연달아 일어나며 정치적 혼란기를 경험했다. 당시 리마에서는 중앙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페루 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사가스티의 대통령직 인수안 가결 투표 결과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시위 사태로 목숨을 잃은 청년들의 매장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 동시에 나타났다.

페드로 카스티요 탄핵 사건
페루에 있어 2020년과 2021년은 심각한 정치적 혼란에 더해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휩쓸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도 정면으로 노출되었던 시기로, 이때 페루는 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감염 치사율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2). 페루는 직전 시기인 2019년 말에 2.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을 양호한 상태로 출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면서 2020년 1/4분기부터 이미 -3.4%의 역성장을 보였고, 3/4분기에 이르면 GDP 감소율이 9.4%에 달했다(Dargent, 2021). 페루의 코로나19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되는 데 일조한 요인으로는 열악한 의료시설에 더해 페루 전체 근로자 중 70%가 비공식 경제 부문에서 일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부문 근로자들은 몸이 좋지 않아도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한층 더 부추기는 결과를 불러왔다.

페루가 이러한 위기를 겪던 와중에 진행된 2021년 대선에서 페드로 카스티요가 펼친 선거운동은 페루 민중 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카스티요는 대통령직에 재도전한 케이코 후지모리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카스티요의 성장 배경은 페루 민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는 글도 읽을 줄 몰랐던 농민 가정에서 태어나서 아이스크림을 팔아 학비를 마련했고, 나중에는 카하마르카(Cajamarca, 다량의 금 매장에도 불구하고 페루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페루의 독립 200주년 기념일이라는 상징적 날인 2021년 7월 28일에 대통령에 취임한 카스티요는 얼마 못 가 상당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는데, 그의 발목을 잡은 여러 요인 중 하나는 내각 고위직 인사의 적절성 문제였다. 일례로 카스티요가 총리로 임명한 귀도 벨리도(GuidoBellido)는 상술한 극단주의 조직 ‘빛나는 길’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고, 나중에는 훨씬 진보적 성향을 지닌 미르타 바스케스(Mirtha Vásquez)로 교체되었다. 이 밖에도 카스티요는 소속당이 페루 의회에서 과반 연합을 구성하는 데 실패한 데다가 내각이 네 차례나 바뀌는 등 정부 구성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래지향적 개혁 의제라는 이상과 의회의 극심한 반대라는 현실 사이에 갇혀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카스티요는 2022년 12월의 탄핵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두 차례 탄핵 시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이 중에서 2021년 12월에 대통령의 도덕적 실격론을 주장하며 제기된 탄핵안은 정식 절차 개시 전에 부결되었고, 이후 카스티요가 특정 교량 건설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한 로비스트의 의혹 제기로 촉발된 2022년 3월의 제2차 탄핵안도 의회의 최종 투표에서 부결되었다. 당시 카스티요 정부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던 이들의 의견은 평론가 비달 카라스코(Vidal Carrasco, 2022)의 다음 언급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카스티요 정부는 민간 기업의 비인도적 영리 추구를 제한하는 신헌법 제정, 농업 개혁, 부패 척결, 만민 평등 원칙 확립 등의 조치를 통해 페루의 경제적 진로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의회와의 정쟁에 몰두하고, 기존의 부패 관행을 이어나갔으며, 정부 부처 직위를 거래 대상으로 삼았고, 여러 인권 침해적 조치를 내놓았다."


개혁의 정체와 페루 의회의 적대적 태도라는 맥락은 카스티요가 멕시코에서 열린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정상회의를 비롯한 대외 일정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불러왔고, 그 결과 나타난 페루의 제도·사회적 혼란 상황은 2022년 12월 탄핵 사태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카스티요는 탄핵으로부터 한 달 전인 11월부터 정치적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먼저 이웃 볼리비아에 해상 통행권을 부여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그의 발언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의회 일각의 주장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했고, 페루 법무장관은 카스티요가 정부 계약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는 범죄집단의 수장이라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세웠다(Moncada, 2022).

이와 같은 사태가 실제로 자신을 대통령직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카스티요는 최후의 수단으로 ▲의회 해산 ▲비상사태 정부 구성 ▲신헌법 제정 기구 설립을 골자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페루 헌법재판소와 디나 볼루아르테(Dina Boluarte) 부통령은 이를 의회의 탄핵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쿠데타 시도로 규정지었고, 페루 의회는 12월 7일에 130개 의석 중 찬성 101표, 반대 6표로 탄핵안을 가결해 카스티요를 대통령직에서 해임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을 새로 인수한 볼루아르테 부통령은 진보 정당 자유 페루(Perú Libre)의 지지자로, 혈통·인종 등을 초월한 일종의 만민 존중 사상인 토다스 라스 상그레스(todas las sangres, 직역하면 ‘모든 피’) 정신을 담은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교사이자 노동조합 운동가 출신인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직후 그를 지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리마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과 충돌하며 지금까지 이미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페루가 재차 혼란한 상황에 빠져들자 볼루아르테 행정부는 30일간의 국가 긴급사태를 선포하며 학교 폐쇄를 명령했고, 여기에 더해 2023년 12월까지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페루 국내의 소요 및 폭력사태 이외에도 현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는 인근 진보 성향 국가들이 연합 전선을 구성해 페루 정권의 고립을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멕시코 등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 정부는 페루에서 발생한 탄핵 사태에 우려를 표하면서 카스티요를 비민주적 박해의 피해자로 규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볼루아르테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를 합법적 절차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론
카스티요 정부는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소외계층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경제적 개발 사업을 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다는 이상을 추구했지만, 이 방면으로의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끝나게 되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페루에 남긴 혼란과 실망의 유산은 국가 변혁에 필수적인 구조적 개혁 노력이 정치 논리에 휘말려 좌초된 페루 현대사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페루에 현재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소용돌이는 페루의 정치 세력과 정당이 주요 개혁 목표 달성보다 내부 정쟁에 더욱 집중하면서 생겨나는 체제적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위기는 페루의 성장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최근 통계에 따르면 페루의 2023년도 GDP 성장 전망치는 2.2%로,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1.4%보다는 높지만 일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Cepal, 2022). 여기서 예상되는 성장률 정체 문제는 페루의 경제적 잠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 내부에 고착화된 여러 제반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도 이미 심화 경향을 보이던 페루의 불평등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고, 원래부터 열악한 상황에 있던 보건의료 체계를 마비 상태에 빠뜨렸다. 페루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문제를 극복을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절실한데, 이 측면에서는 유럽연합(EU)이 2021~2027년도에 시행하는 다년도 재정운용계획(MFF, Multiannual Financial Framework)에서 찾을 수 있는 보건의료 분야 중심 재정 지원 계획 등의 도움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페루가 이와 같은 끝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민주주의적 제도와 견실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많은 이들의 고민거리이다 . 먼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세계은행은 페루가 추진해야 하는 주요 개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페루 경제 발전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주요 경제적 과제로는 전체 근로자의 75%가 종사하는 생산성 낮은 비공식 부문의 상대적 규모 축소와 교육, 보건의료, 수자원 관리 등 정부 서비스의 질 향상을 들 수 있다. 이들 과제의 완수는 페루의 장기적 성장과 빈곤 완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페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앞서 검토한 현대사를 보건대, 현재 나타나는 정쟁과 부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사회적 화합과 정치적 안정화를 이룩하는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 정치적 차원의 변혁은 페루를 다시 성장 가도로 올려놓고 세계적 투자처 로서의 매력을 신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해볼 수 있다.




* 각주
1)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 사면을 받아 풀려났으나, 사면의 적법성에 대한 페루 대법원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2) https://ourworldindata.org/coronavirus/country/p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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