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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제15차 BRICS 정상회의 주요 의제와 인도 주요 경제 정책의 연관성

인도 김신주 한국외국어대학교 BRICs 전공 강사 2023/11/14

BRICs에서 BRICS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으로만 이루어진 BRICs로부터 시작되었다1). 2001년 국제 투자 기관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경제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주목할 만한 신흥 국가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선정하면서 이 네 국가의 영문 표기 앞 글자를 딴 BRICs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된다. 

이후 ‘미국과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해 러시아의 주도하에 2009년에 비공식 클럽(club)인 BRICs가 창설된다2). 기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더하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BRICS는 세계 인구의 40%, 경제의 약 25%, 세계 교역의 16%의 규모를 가진 기구로 확장되었다. BRICS는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신흥 경제 국가들의 협력체이기에 서구 선진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기구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많은 신흥 국가들이 BRICS 회원국으로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BRICS 정상회의(BRICS Summit)는 매년 각 회원국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회원국의 수장들이 회의에 참석하여 정치 및 사회경제적 협력에 초점을 두고 BRICS 회원국 간의 비즈니스 기회, 다양한 분야의 상호 협력에 대한 주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제15차 BRICS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
2023년 8월 23일, 제15차 BRICS 정상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BRICS 정상회의는 ‘BRICS와 아프리카: 상호 가속화된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다자주의를 위한 동반자 관계(BRICS and Africa: Partnership for Mutually Accelerated Growth, Sustainable Development, and Inclusive Multilateralism)’를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번 제15차 BRICS 정상회의가 이전 정상회의와는 다르게 특별히 더 주목받게 된 것은 ▲ BRICS 회원국 확대 ▲ BRICS 회원국 간의 무역에서 현지 통화를 사용하는 탈(脫)달러화 등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들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3).

<그림 1> BRICS의 확장


자료: https://www.bbc.com/news/world-africa-66609633(검색일: 2023년 10월 5일) 인용


BRICS 회원국 확대
이번 제15차 BRICS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의제는 단연 새로운 회원국 가입의 가결 여부였다. BRICS는 서구 선진국 중심의 세계 질서 구축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의 기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에티오피아, 콩고, 가봉 등 40개 이상의 국가들이 BRICS의 새로운 회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BRICS의 새 회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국가들 역시 대부분 BRICS를 전통 서구 중심의 질서 체계를 대체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로 판단하고 있으며, BRICS 가입으로 금융, 무역, 투자 부문에서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여러 국가가 BRICS 회원국으로의 가입을 희망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BRICS 정상회의에서의 새 회원국 선정 의제는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BRICS가 구성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회원국의 가입이 결정되는 자리였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공식적으로 BRICS 가입을 신청한 국가는 최소 23개국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종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에티오피아, 이집트,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BRICS는 5개 회원국에서 1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클럽으로 그 규모를 확장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BRICS 정상회의에서 새롭게 회원국이 된 국가들 중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는 BRICS 창립 5개국과 함께 신개발은행(NDB, New Development Bank)의 회원국이기도 하다4).

BRICS 회원국 간의 탈(脫)달러화 교역
제15차 BRICS 정상회의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금융 수단에 관한 논의였다. 사실상 탈(脫)달러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비록 이번 BRICS 정상회의에서는 ‘BRICS 공동 통화’ 발행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진 단계는 아니었지만, BRICS 회원국들은 역내 무역에서 회원국들의 현지 통화로의 교역 결제 비중을 늘리면서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합의하였다.

BRICS 회원국 간의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을 늘리기로 한 원인으로는 회원국 간의 교역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BRICS 회원국 간의 교역량은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5). BRICS 회원국 간의 현지 통화 결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한 새로운 금융 수단을 찾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합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BRICS 공동 통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NDB의 잠재력 강화와 BRICS 공동 통화 사용에 대한 보다 정밀한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는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BRICS 회원국들 간 현지 통화 거래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간의 교역에서는 루블화와 위안화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브라질 간 교역에서도 위안화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 대금을 인도 루피화로 지불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BRICS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탈달러화 교역은 BRICS 회원국들 간의 쌍무주의적 현지 통화 거래를 BRICS 클럽의 다자주의적 성격으로 확장하여, 궁극적으로는 달러 패권주의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대항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15차 BRICS 정상회의 주요 의제와 인도 주요 경제 정책의 연관성
제15차 BRICS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진 주요 의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주도로 성사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렇지만 정통 BRICS 회원국인 인도와의 합의가 없었다면 이번 정상회의의 의제가 논의되기 어려웠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번 BRICS 정상회의 의제에 인도가 합의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인도가 추진 중인 경제 정책과 제15차 BRICS 정상회의 의제의 연관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BRICS 회원국 확대와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
인도는 이번 BRICS 정상회의 의제 중 회원국 확대에 대하여 찬성의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기본적으로 인도는 BRICS 확장에 대해 ‘BRICS 회원국으로의 가입을 위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규정에 맞는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가입을 논의하는 것이 BRICS의 국제적 위상을 지속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6).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BRICS 새 회원국 가입이 의결될 수 있었던 것은 인도의 디지털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경제적 전략이 바탕에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BRICS 정상회의 연설에서 모디 총리는 BRICS 회원국들에게 ‘인도의 디지털 솔루션’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복지 향상에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모디 총리는 ‘인종, 언어, 종교 등 다양성을 기반에 두고 성장한 인도의 경험이 녹아 있는 디지털 솔루션으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BRICS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7). 이는 디지털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개발도상국의 모범 모델로 인도의 디지털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인도는 2014년 디지털 경제 전환과 디지털 혁신으로 국가 성장을 도모하는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 이후, 인도는 국내에서는 디지털 신분증 시스템 아드하르(Aadhaar),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 등의 도입을 완료하였고, 인도 내 100개 스마트시티를 구축을 위한 스마트 시티 미션(Smart City Mission),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등으로 인도 경제·사회 전반에 디지털 구축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기술 패권 경쟁에 기반한 AI 개발과는 다르게 인도는 사회적 권한 강화와 포용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위한 AI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 회원국 가입으로 BRICS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결집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속에서 인도가 디지털 인디아 정책으로 발전시켜 온 디지털 모델을 보급하게 된다면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BRICS 회원국간의 탈달러화 교역과 2023 FTP
제15차 BRICS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탈달러화에 대해 인도가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인도는 교역국들과 인도 루피화(INR)로의 대금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는 5년 단위로 대외무역정책(FTP, Foreign Trade Policy)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2023 FTP(2023~2028년)의 주요 추진 내용 중 하나가 무역 대금 결제를 인도 루피화로 진행하도록 하고 루피화 교역이 가능하도록 금융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도 루피화는 미국 달러 강세와 장기적 대외무역적자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인도는 교역국과의 루피화 거래로 자국 통화 사용 규모를 확대해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국제 통화로서 인도 루피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2023 FTP 발표 이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와 교역 대금 루피화 결제에 합의하였으며, 지난 8월에는 최초로 아랍에미리트산 원유 수입 대금의 루피화 결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8)

인도는 실리주의적 외교정책에 기반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대러제재 정책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석유와 석탄 수입을 크게 늘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수입 대금을 루피화, 아랍에미리트 디르함화, 중국의 위안화 등으로 결제하였다9). 또한, 제15차 BRICS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8월 17~18일에 인도와 러시아는 양국 결제 시스템 수용 가능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므로 이번 BRICS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탈달러화 의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루피화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현재 인도의 교역 정책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 달러만큼이나 인도 루피화가 세계 시장에 통용되는 결제 수단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인도가 추진하는 교역국과의 루피화 거래는 달러 강세 상황에서 인도의 무역수지개선을 위한 단발성 정책에 그칠 수 있다.


* 각주
1)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만을 회원국으로 하던 BRICs는 오늘날의 BRICS와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소문자 s를 생략한 BRIC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2) BRICS는 UN, OPEC 등과 같은 공식적인 다자간 기구는 아니다.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한 신흥경제국들이 모여 있다는 측면에서 BRICS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기구로 평가받기도 한다.
3) ▲새로운 신흥국가들의 BRICS 회원으로의 가입 ▲ BRICS 회원국 간의 무역에서 회원국의 통화를 사용하는 탈(脫) 달러화에 대한 논의 이외에도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발생된 글로벌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본고에서는 세 의제 중 보다 높은 관심을 받은 두 의제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4) NDB의 전신은 BRICS 개발 은행(BRICS Development Bank)으로 2012년 제4차 BRICS 정상회의에서 인도의 제안으로 설립되었다. 2015년 BRICS 개발 은행은 신개발은행으로 변환되면서 BRICS 5개 회원국들뿐만 아니라 신흥개발국가들의 인프라 및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한 프로젝트 기금 운용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국제 개발 금융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방글라데시, 2021년 아랍에미네이트, 2023년 이집트가 새롭게 가입하면서 현재 8개로 구성되어 있다. 우크라이나는 NDB에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https://www.ndb.int/, 검색일: 2023년 9월 23일). 
5) https://www.business-standard.com/india-news/15th-brics-summit-2023-history-significance-top-agendas-and-more-123082200250_1.html (검색일: 2023년 9월 20일)
6) BRICS 회원국 확대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빠른 확대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인도와 브라질은 신중하고 점진적인 확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중국-러시아, 인도-브라질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BRICS 회원국 가입에 대해서는 기존 BRICS 5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모두 BRICS 내에서의 응집력과 지정학적 균형이 방해받지 않도록 점진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https://indiafoundation.in/articles-and-commentaries/brics-prospects-for-the-15 th-summit/, 검색일: 2023년 10월 23일).
7) https://www.thehindu.com/news/national/india-welcomes-consensus-based-approach-to-expand-brics-pm-modi/article67227089.ece(검색일: 2023년 10월 23일).
8)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industry/energy/oil-gas/india-makes-first-crude-oil-payment-to-아랍에미리트-in-indian-rupees/articleshow/102731460.cms?from=mdr(검색일: 2023년 9월 23일)
9)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822500129(검색일 2023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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