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비 급증과 재정규율 사이 2028년 한시 예외 종료가 변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빠르게 늘리면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재정규율과 국방 지출 수요가 충돌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EU는 안정성장협약(SGP: Stability and Growth Pact)을 통해 회원국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대비 3% 이하, 정부부채를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회원국이 국방비를 확대하면서 이 기준을 넘어서거나 넘어설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EU는 이에 대응해 국방 지출 증가를 일정 범위에서 수용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2025년 3월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국방 투자 확대를 위한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구상을 제시했고, 같은 해 7월에는 국방비 한시 예외(NEC: National Escape Clause)를 발동했다. NEC는 발동 당시 1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국방비 증가분에 한해 GDP 대비 최대 1.5%까지 지출 한도 초과를 허용하되 과잉적자절차(EDP: Excessive Deficit Procedure)를 발동하지 않는 조치다. 적용 기간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다. 이와 함께 EU는 약 1,500억 유로(약 262조 5,000억 원) 규모의 방위 투자 대출 제도인 세이프(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를 도입했으며, SAFE 대출은 회원국 부채로 잡힌다.*
* 세이프(SAFE): 코로나19 대응 당시 운영된 SURE(실업위험 완화 지원) 제도를 모델로 한 방위 투자 대출 프로그램으로, EU가 자금을 조달해 회원국에 저금리로 대출한다.
NEC는 2028년 종료되는 한시 조치다. 예외가 적용되는 동안에는 국방비 증가로 인한 적자 초과가 EDP 발동 사유에서 제외되지만, 국방비로 설명되지 않는 적자가 함께 늘어날 경우 예외의 효과는 줄어든다. 이러한 긴장이 드러난 사례가 불가리아다. 불가리아는 2026년 1월 유로존에 가입했으나, 5개월여 만인 6월 3일 집행위는 불가리아에 대한 EDP 개시를 EU 이사회에 권고했다. 집행위는 불가리아의 적자가 2026년 4.1%, 2027년 4.3%로 기준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적자 초과가 더 이상 국방비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국방비를 늘리는 동시에 연금과 사회 지출도 확대하고 있어, 예외가 가리고 있는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불가리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리투아니아 5개국의 재정 상황은 국방비 한시 예외가 종료되는 2028년을 앞두고 중동부유럽이 직면한 과제를 보여준다.
불가리아·에스토니아, 적자에도 국방비 산정에 따라 EDP 여부 갈려
예외 발동 시 국방비 증가분은 적자 초과 판정에서 제외
국방비 한시 예외(NEC)가 발동되면, 기준연도와 비교한 국방비 증가분은 적자가 기준치를 넘었는지를 판정할 때 제외된다. 즉 국방비 증가분을 빼고도 재정적자가 GDP 대비 3%를 넘는지가 EDP 발동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적자 초과가 국방비 증가만으로 설명되면 EDP를 발동하지 않고, 국방비를 제외하고도 적자가 기준치를 넘으면 EDP 발동 사유가 된다. 다만 비교 기준연도는 국가별로 달라, 불가리아는 2024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다수 국가는 2021년을 기준으로 한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Valdis Dombrovskis) EU 경제생산성 담당 집행위원은 2026년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아의 2025년 적자는 NEC에 따른 국방비를 고려하면 3%를 넘지 않았으나, 2026년에는 기준치 초과분이 더 이상 국방비 증가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집행위가 EDP 개시를 권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불가리아는 국방비 제외해도 3.5%, 에스토니아는 3.0%로 갈려
이 산정 방식의 차이는 두 나라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집행위 봄 전망에 따르면 불가리아의 국방비 지출은 2024년 GDP 대비 1.3%에서 2025년 1.9%로 늘었고 2026년에도 1.9%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의 경우 기준연도 대비 국방비 증가분을 제외하면 적자가 2.9%로 기준치를 밑돌지만, 2026년에는 국방비 증가분을 제외해도 적자가 3.5%로 기준치를 넘는다. 집행위는 이를 근거로 2026년 적자 초과가 더 이상 국방비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적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에스토니아는 국방비 지출이 2021년 GDP 대비 2.0%에서 2026년 4.6%로 늘었다. 2026년 적자는 4.5%로 전망되나, NEC 상한인 1.5%만큼 국방비 증가분을 제외하면 적자가 3.0%로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집행위는 에스토니아에 대해서는 EDP를 개시하지 않고 2026년 가을에 재평가하기로 했다. 다만 집행위는 에스토니아의 2026년 적자 급증이 그해 국방비 증가로는 일부만 설명되며, 국방비 증가의 대부분은 이전 연도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EU기능조약(TFEU: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126조에 따른 보고서는 불가리아, 독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5개국의 적자 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했으나, EDP 개시가 권고된 국가는 불가리아뿐이다. 독일과 슬로베니아는 부채가 60%를 넘지만 적자 초과가 국방비 증가로 설명되어 EDP 개시 대상에서 제외됐고, 라트비아는 적자가 기준치에 근접한 데다 완화 요인이 인정되어 적자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동부유럽 5개국, 국방비 한시 예외 아래 엇갈린 재정 경로
불가리아, 국방비로 설명되지 않는 적자 확대 속 2026년 예산 미편성
불가리아의 재정적자는 2024년 GDP 대비 3.0%에서 2025년 3.5%로 늘었고, 집행위 봄 전망에 따르면 2026년 4.1%, 2027년 4.3%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위는 이러한 적자 확대가 주로 연금과 공공부문 임금 등 지출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불가리아는 2025년 중반 물가에 연동해 연금을 인상했고 2026년 초 최저임금을 올렸으며, 그동안 쌓인 물가 상승을 반영한 임금 조정도 이뤄졌다. 정부부채는 2025년 GDP 대비 29.9%로 낮은 수준이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2026년 4월 19일 조기 총선을 치렀으며, 이는 최근 5년 사이 여덟 번째 조기 총선이다.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전 대통령인 루멘 라데프(Rumen Radev)가 총리로 취임해 새 정부가 출범했으나, 2026년 예산안은 아직 의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갈럽 도네프(Galab Donev)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6월 말까지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네프 장관은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2026년 적자가 GDP 대비 7.4%, 금액으로는 85억~90억 유로(약 14조 8,750억~15조 7,5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와 별도로 도로인프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미지급 채무 22억 유로(약 3조 8,500억 원)가 추가로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도네프 장관은 적자 축소를 위해 소득 동결과 임금을 평균임금·최저임금에 연동하는 메커니즘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증세나 신규 세목 도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6월 3일 국채 발행 한도를 38억 유로(약 6조 6,500억 원)로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폴란드, NATO 최고 수준 국방비 속 EU 2위 적자…SAFE 437억 유로 대출 서명
폴란드의 재정적자는 2022년 GDP 대비 3.4%에서 2023년 5.2%, 2024년 6.4%, 2025년 7.3%로 매년 확대됐다. 2025년 적자는 루마니아(7.9%)에 이어 EU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2026년 적자는 예산안 기준 6.5%로 전망된다. 폴란드는 국방비를 2026년 GDP 대비 4.8%로 책정해 NATO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총리는 적은 적자가 아니라 현대적이고 큰 군대로 국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2024년 EU의 EDP 대상이 됐으며, 당시 2028년까지 적자를 2.9%로 낮추겠다고 제시했으나 적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정부부채는 2025년 GDP 대비 59.97%로 기록상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2026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군지원기금 등 국가개발은행(BGK: Bank Gospodarstwa Krajowego)이 운용하는 예산 외 기금의 부채가 EU 기준에는 포함되나 자국 기준에는 빠져, 두 기준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 폴란드는 코로나19 대응과 국방비 확대를 위해 국가개발은행(BGK)이 운용하는 예산 외 기금을 활용해 왔으며, 이들 기금의 부채는 EU 부채 산정에는 포함되나 자국 헌법상 부채 한도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폴란드는 2026년 5월 8일 집행위와 SAFE 대출 협정에 서명해 향후 4년간 국방비 명목으로 437억 유로(약 76조 4,750억 원, 1,850억 즈워티, 약 75조 7,020억 원)를 대출받기로 했다. SAFE 대출은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돼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나, 결국 부채로 잡히는 구조다. 한편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 대통령이 증세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부와 대통령 간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정치적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폴란드의 재정 대응 능력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토니아, 국방비 예외로 EDP는 면했으나 적자 급증 요인은 다양
에스토니아의 재정적자는 2024년 GDP 대비 1.1%에서 2025년 2.0%로, 2026년에는 4.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위는 2026년 적자 급증이 국방비 증가뿐 아니라 개인소득세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와 레일 발티카(Rail Baltica) 등 대형 인프라 투자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개편은 모든 납세자에게 동일한 면세 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소득세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정부부채는 2025년 GDP 대비 24.1%로 EU에서 낮은 수준이나, 2026년 26.9%, 2027년 30.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위는 에스토니아의 2026년 적자 급증이 그해 국방비 증가로는 일부만 설명되며 국방비 증가의 대부분은 이전 연도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방비 증가분으로 적자 초과를 설명할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평가된다.
체코, 적자 여력 보유에도 인프라 투자 재정규칙 면제 추진
체코는 다른 네 나라와 달리 재정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2026년 예산안은 2026년 3월 11일 하원을 통과했고 3월 20일 페트르 파벨(Petr Pavel) 대통령이 서명했다. 예산안은 적자를 3,100억 코루나(약 22조 4,254억 원)로 책정했는데, 이는 법정 한도인 2,460억 코루나(약 17조 7,956억 원)를 약 640억 코루나 초과하는 수준이다. 체코 국가재정위원회(NRR)는 이 적자가 재정책임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부채는 GDP 대비 약 45%로 EU에서 낮은 편이며, 체코는 EDP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체코 정부는 도로, 철도, 원자력발전, 공항 건설 투자를 재정규칙 적용에서 제외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알레나 쉴레로바(Alena Schillerová) 재무장관은 독일의 방식을 따라 일부 인프라 투자를 재정규칙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며, 현 규칙대로라면 적자를 0.9%까지 줄여야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모이미르 함플(Mojmir Hampl) 국가재정위원회 의장은 이 조치가 재정 운용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것이라고 보며, 적자가 GDP 대비 3%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파벨 대통령은 예산안에 서명하면서도, 향후 예산이 NATO 회원국으로서의 국방비 약속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체코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군사 목적 GDP 대비 3.5%와 국방 관련 민간 인프라 1.5%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한 점을 언급했다. 2026년 국방 예산은 1,548억 코루나(약 11조 1,982억 원)로 GDP 대비 1.73% 수준이나, 정부는 교통부 재원 등을 포함해 약 1,850억 코루나(약 13조 3,829억 원), GDP 대비 약 2.07%로 산정하고 있어 국방비의 정의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리투아니아, 2026년 기준 충족…감사원, 2028년 이후 위반 가능성 전망
리투아니아의 2026년 재정적자는 회원국이 보고한 수치 기준 GDP 대비 2.7%, 집행위 봄 전망 기준 2.2%로 모두 3% 미만이어서 이번 126조 보고서의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리투아니아 국가감사원은 지출 증가가 올해부터 허용 한도를 넘어설 수 있으며, 추가적인 정책 결정이 없을 경우 일반정부 적자가 2028년 약 3%에 이르고 이듬해 기준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레나 세갈로비치에네(Irena Segalovičienė) 감사원장은 면세 소득 기준 상향과 연금 등 지출 확대로 재정 여력이 좁아졌다고 밝혔다. 정부부채는 2026년 GDP 대비 45%에서 2029년 55.3%로 상승하고, 이자 비용은 같은 기간 11억 유로(약 1조 9,250억 원)에서 18억 유로(약 3조 1,500억 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비 한시 예외가 2028년까지만 적용되는 만큼, 예외 종료 이후 국방 지출과 다른 공공서비스 사이에서 선택이 요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또한 의무건강보험기금이 자국 재정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추가적인 재원 부족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8년 예외 종료 후 추가 긴축 불가피, 규율 실효성에는 의문도 제기
예외 종료 후 연평균 GDP 0.4%p의 추가 긴축 필요
국방비 한시 예외는 2028년 종료될 예정인 만큼, 예외가 끝난 이후의 재정 조정 부담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재정위원회(EFB: European Fiscal Board)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의 분석에 따르면, 예외 종료 후 회원국에는 연평균 GDP 대비 약 0.4%p의 추가 재정 긴축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되며, 개별 국가에 따라서는 이보다 클 수 있다. EFB는 2025년 6월 회원국들에 예외 종료 시 발생할 조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금부터 장기적인 재정 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1.5% 상한의 법적 근거와 확대 해석을 둘러싼 논란
예외의 설계 자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브뤼겔(Bruegel)의 루치오 펜치(Lucio Pench)는 국방비 증가에 적용되는 GDP 대비 1.5% 상한이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고 사후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저부채 국가는 예외가 없어도 기존의 재정 여유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고부채 국가는 부채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1.5% 상한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외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EFB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17개 회원국(유로존 13개국 포함)이 예외를 적용받고 있는데, 집행위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국방비를 이미 늘린 국가들이 그 증가분을 국방 외 지출이나 감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FB는 이러한 해석을 적용하지 않고 신규 국방비 증가분에만 예외를 한정했을 경우, 크로아티아와 리투아니아가 '중대한 불이행 위험' 단계로 분류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마니아, 2년 연속 시정조치 미이행에도 EU 기금 정지 이어지지 않아
규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2020년부터 EDP 대상국이나, EFB에 따르면 루마니아가 2년 연속 권고에 따른 효과적인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법적 의무인 EU 기금 정지 조치는 이어지지 않았다. EFB는 이를 두고 집행위의 결정이 정치적 고려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동시에 루마니아에 요구되는 시정 경로는 2025년과 2026년에 걸쳐 구조적 기초수지를 연 약 2%p 개선하는 것으로, 여러 해에 걸쳐 지속하기에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지적된다.
한시 예외, 재정 부담 2028년으로 미뤄…중동부유럽 정산 시점 다가와
국방비 한시 예외는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 국방 지출 확대라는 우선순위를 수용하는 한편,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의 정산을 2028년으로 미루는 성격을 지닌다. 앞서 살펴본 다섯 나라는 예외가 적용되는 동일한 기간에 서로 다른 위치에 놓여 있다. 불가리아는 국방비로 설명되지 않는 적자로 이미 EDP 권고 대상이 됐고, 폴란드는 높은 국방비와 정치적 교착 속에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예외로 EDP를 면했으나 보호 효과가 줄어들고 있으며, 체코는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도 규칙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예외가 종료되는 2028년 이후 기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전망된다.
이들 사례는 세 가지 과제를 보여준다. 첫째, 예외가 가린 적자가 국방비가 아닌 연금·임금 등 지출로 채워질수록 예외 종료 시 조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둘째, 루마니아의 사례처럼 시정 의무가 실제로 강제되지 않을 경우 재정규율의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권역 다수 국가의 예외가 2028년 같은 해에 종료되면서, 동시다발적인 긴축 부담이 EU 차원의 조정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EU는 안보 수요에 대응해 재정규율의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그 한시 조치가 2028년 종료되는 만큼,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재정 부담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