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 페루,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

◦ 취임 16개월 만에 대통령직 상실

-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페루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페루 현지 시각으로 2022년 12월 7일, 페루 국회는 긴급히 본회의를 열고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총 130명의 재적의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7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진행된 표결에서 탄핵 의결정족수를 크게 상회하는 101명의 의원이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카스티요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잃었고, 탄핵안 가결 당일부터 디나 볼루아르테(Dina Boluarte) 부통령이 페루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페루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특별한 정치적 사건이 추가로 일어나지 않을 경우, 디나 볼루아르테 새 대통령은 2026년까지 남아 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임기를 대신 수행하게 된다.

◦ 취임 초기부터 계속된 혼란...결국 탄핵 불러

- 카스티요 대통령을 둘러싸고 탄핵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7월 취임한 카스티요 대통령은 취임 후 불과 3개월이 지난 2021년 10월 처음으로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야당이 주도한 첫 탄핵 시도는 탄핵안조차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야당은 2022년 3월 또다시 탄핵안을 제출했고, 두 번째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탄핵 결정 표결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며 결국 탄핵이 무산되었다.

- 2021년 치러진 대선에서 불과 0.5%p의 득표율 차이로 가까스로 당선된 카스티요 대통령은 야당의 대선 결과 불복 소승 등으로 취임이 미루어지는 등 취임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페루 정계를 장악했던 야당은 지속적으로 카스티요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정치적 공세를 펼쳤고, 결국 정권 교체를 이루었던 대통령은 취임 16개월 만에 탄핵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 카스티요 전 대통령, 정치적 싸움 계속할 뜻 보여

◦ 국회 해산 요구 후 탄핵 가결...국회와의 다툼에서 패배

-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결정적인 계기는 국회 해산을 요구한 공식 기자 회견이었다. 정치적 공세에 시달리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국회가 국정을 의도적으로 훼방하고 있다며 국회 해산과 총선 재실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페루 국회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국회 해산과 야간 통행금지 명령을 언급한 당일 오전 곧바로 본회의를 소집했다. 현재 페루 국회 총 130석의 의석 가운데 여당이 50석, 야당이 80석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101명이 탄핵에 찬성한 이번 표결에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공격하던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까지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것이다. 이는, 행정부 수장이 입법부와의 힘 싸움에서 패배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구속된 카스티요 대통령, ‘나는 아직 페루의 대통령’

-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게 되면서 대통령으로서 지니고 있던 면책 특권도 사라지게 되었다. 6건 이상의 비리 혐의로 받고 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탄핵 직후 자연인 신분이 되었고, 페루 경찰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수사하기 위해 구속했다. 페루 경찰은 여러 공공 부처 중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기관이기도 하다.

- 구속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탄핵이 정치 공세와 권력 욕심에 눈이 먼 국회의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더불어, 탄핵 찬성 측에 참여한 디나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을 권력 찬탈자라고 불렀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선거로 당선된 자신이 페루의 정당한 행정부 수반이며, 국회의 추대로 대통령에 오른 디나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탄핵 사태에 우려 표명한 주변 국가

◦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탄핵 ‘매우 유감’

- 페루에서 일어난 대통령 탄핵 사건의 파장은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먼저,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탄핵을 결정한 페루 국회에 유감을 표하면서, 멕시코는 앞으로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페루 정부의 적법한 대표자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탄핵 직후 주페루 멕시코 대사관에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신변 보호 요청을 할 경우, 이를 즉각 수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 또한, 멕시코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 정상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들 4개국은 정당한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큰 위법 행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 단순 표결만으로 직위를 잃게 된 것은 투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페루 국내 시위 격화, 사상자까지 발생

-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 구속되자, 지지자들은 즉시 이에 반발하여 거리로 나섰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탄핵안을 처리한 페루 국회와 신병을 구속한 검·경을 비난하는 한편, 전 대통령의 복권을 강력히 요구했다. 시위가 과격해지고 물리력까지 동원되면서 페루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심화되었고, 시위가 시작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최소 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 페루 정치권은 오랜 기간 후지모리(Fujimori) 계파가 이끄는 우파 세력이 집권했다. 부패에 지친 페루 국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취약한 정치적 기반으로 지속적인 공세에 시달렸다. 정권 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페루가 극을 향해 치닫는 내부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Mexico president says Peru's Castillo was going to request asylum, 2022.12.09.

DW, Mexico backs Peru's ousted leader amid deadly protests, 2022.12.13.

Fronteras, Mexico’s president: Relations with Peru are ‘on pause,’ sees Castillo as legitimate president, 2022.12.13.

Reuters, After Mexico president backs Peru's Castillo, Boluarte to call leaders, 2022.12.14.

El Pais, Mexico, Colombia, Argentina and Bolivia support Pedro Castillo and ask for respect for his investiture, 2022.12.13.

Voice of America, Peru's President Ousted by Congress in Political Crisis, New Leader Sworn In, 2022.12.07.

Aljazeera, Peru’s Congress swears in new president after Castillo removed, 2022.12.07.

BBC, Peru's President Pedro Castillo replaced by Dina Boluarte after impeachment, 2022.12.07.

CNN, Peru accuses Mexico of interference in internal affairs after Castillo ouster, 2022.12.09.

DW, Peru: Pedro Castillo refuses to pass toxicological tests, 2022.12.11.

Reuters, Two dead and four injured in Peru protests to demand elections, 2022.12.12.

[관련 정보]

1. 멕시코, 탄핵된 페루 대통령 지지…일부 국가도 동일 입장 표명 (2022.12.15)

2. 페루, 대통령 탄핵 이슈에 멕시코가 관여했다는 비판 입장 표명 (2022.12.13)

3.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새 대통령 취임 (202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