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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마그레브연합(AMU)의 자유무역지대 설립과 중동의 경제협력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12/29

중동경제공동체의 지각변동


아랍마그레브연합(Arab Maghreb Union: AMU)의 자유무역지대가 내년 초에 설립될 전망이다. AMU의 사무총장 하빕 빈 야흐야는 알제리에서 개최된 제16회 마그레브 식품안보와 관련된 장관급회의 개막연설에서 알제리 농업장관과 함께 2011년 자유무역지대를 설립한다고 발표하였다. 리비아, 모로코, 모리타니, 알제리 튀니지 등 마그레브 5개국간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은 이미 1991년부터 계획된 프로젝트이다. 마그레브국가들이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가시화하려는 배경은 EU에 대해 경제공동체로서의 이권수호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AMU 식품안보회의에서는 회원국가들간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식품공급을 위한 대책회의가 이루어졌으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식량위기’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도 논의되었다. 특히 2030년까지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발전전략 및 농업정책연구, 수자원의 합리적인 이용, 사막과 환경에 적합한 농업전략, 그리고 농업연구 및 농업교육 등에 관한 의제가 다루어졌다.
한편 금년초에는 AMU 재정장관들이 모여 투자 및 대외무역자본을 위한 5억달러 규모의 공동은행 설립에 동의하고, 본부를 튀니지에 두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GCC의 공동중앙은행설립이나 공동통화발행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UAE와 오만이 정치적 이견 때문에 GCC 통화동맹 구축이 난항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타결될 전망이 매우 높다.
마그레브 국가들이 자유무역지대를 서두르는 동기는 무엇보다도 유럽연합(EU)과의 경제관계 개선이 제일 큰 목적이다. GCC 국가들이 지난 5월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한 상황에서 아이러니컬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마그레브 국가들의 상황은 걸프국가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GCC는 최대 교역상대인 EU국가들과 1990년 이후 20년째 FTA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협상결렬의 배경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보조금 비율문제와 GCC 지역내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주식취득 상한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터키도 지난 6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 아랍 3개국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아랍국가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마그레브 국가들의 자유무역지대 설치는 단순히 대 유럽국가들과의 교역증진이라는 차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중동의 경제공동체들의 지각변동의 움직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GCC 영향력 증대에 따른 자구노력


중동의 경제협력기구는 크게 3개의 아랍경제협력기구와 1개의 비아랍경제협력기구로 이뤄진다. 1964년 터키, 이란, 파키스탄 간에 발족된 비아랍국간 경제협력기구, 즉 ‘지역개발협력기구(RCD; Regional Cooperation for Development)’가 발족됨으로써 전세계 지역경제협력기구의 효시(嚆矢)가 되고 있다. 아랍국가들간의 경제협력기구는 1981년 ‘걸프협력위원회’, 즉 GCC의 형태로 구체화되기는 했지만, 아랍국가들간의 경제협력의 구상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랍경제협력의 본격적인 구상은 1950년 ‘아랍경제위원회’를 설치한 아랍연맹의 ‘공동방위 및 경제협력조약’에서 구체화되었다. 또한 아랍의 경제적 이익을 위협하고 있었던 EEC의 로마조약(Rome Treaty)에 대한 대응조치로 아랍연맹의 동 위원회는 1957년 ‘아랍공동시장(ACM; Arab Common Market)’의 설립을 결정하였다.
이 기간동안에 선진지역에 있어서의 경제통합에 자극되어 후진지역에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문제해결을 위한 경제통합 운동이 일어났다. 1960년에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및 과테말라 간에 중미공동시장(CACM)을 필두로 1961년 중남미자유무역연합(LAFTA), 1964년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및 UAE 간에 아랍공동시장, 1966년 적도 관세동맹과 카메룬과의 동맹인 중앙아프리카 경제 및 관세동맹, 기아나, 발바도스 및 안테이구아 간의 카리브자유무역협정 등이 성립되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아랍의 경제협력이 커다란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1980년대 초 석유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걸프만을 중심으로 아랍경제통합의 일환으로 집단적 안보기구 성격이 강한 걸프협력위원회(GCC)라는 경제협력기구가 탄생되었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아랍국가들도 1989년 아랍협력위원회(ACC) 및 아랍마그레브연합(AMU)을 각각 탄생시켰다. 또한 비아랍 경제협력기구인 지역개발협력기구(RCD)도 구(舊) 소련의 붕괴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한 새로운 경제협력기구로 탈바꿈하여 1985년 경제협력기구(ECO)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걸프전쟁이후 시작된 중동경제질서의 재편은 2010년 이라크 전쟁의 종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ECO의 활동 강화이며, 이에 대비되는 GCC의 영향력 증대이다. 현재 옵서버 자격을 갖고 있는 예멘이 GCC 가입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질서재편의 새로운 움직임에 편승하려는 노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 GCC 경제공동체의 위상은 이제 지역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마치 20년전 이란-이라크전후 이라크를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경제공동체의 결성배경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과거 ACC 국가였던 이집트, 이라크 및 요르단의 향배는 향후 중동의 경제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이번 마그레브연합의 자유무역지대 설립도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AMU 결성 배경은 EU가 촉진제 역할


아랍마그레브연합(Arab Maghreb Union: AMU)의 결성 배경은 1992년으로 예정됐던 EC통합(EU의 전신)과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이 주축이 된 아랍협력위원회(Arab Cooperation Council: ACC)의 창설이 기폭제가 되었다. 마그레브는 아랍어로 “해가 지는 지역” 또는 “서쪽”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북아프리카 지역의 리비아,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의 지역을 말하며, 역사적으로는 이슬람이 지배하는 이베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몰타 등을 포함하여 지칭하기도 한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마그레브 국가들은 한때 유럽의 통치하에서 보호령이었고, 지리적 인접성뿐만 아니라 역사적 관계에 있어서도 밀접성을 갖고 있었기에 경제 또한 유럽국가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EC통합에 대응하기 위해서 언어, 지리, 역사에 있어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마그레브 국가들은 EC와의 협상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경제공동체의 결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AMU는 통합배경이나 추진 내용이 거의 알려진 것이 없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걸프경제권(GCC), 이라크를 중심으로 하는 메소포타미아경제권(ACC)에 이어 EU 및 ‘아프리카 경제권’을 잇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역적인 인접성과 한때 유럽의 보호를 받았던 역사적인 밀접성은 마그레브 지역국가들의 동질성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를 대변하면서 유럽국가들간의 교역에 있어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리비아 지도자 “까다피 구상”으로 알려진 AMU는 1989년 2월 16일 바그다드에서 ACC가 결성된 다음날인 2월 17일 모로코의 고도 말라케시에서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다른 중동의 경제협력기구가 그러하듯이 AMU 또한 그 후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활동을 강화하는 배경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자유무역지대의 설치와 FTA협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라크전쟁의 종결과 함께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과거 AMU가 결성될 당시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대EU 경제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표 1> AMU의 일반 개황

주) GDP는 PPP 기준, 성장률은 2008년 기준, 나머지는 2009년 기준
자료: The World Factbook, 2010

 

유럽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아야


2000년 이후 우리는 두바이를 중동지역, 보다 정확히 말하면 ‘걸프지역’의 진출기지로 활용하는데 성공하였다. 중동에는 아랍국가 있는가 하면 비아랍국가가 있고,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점이 중동의 경제협력에 밑바탕이 되고 있다. 물론 8,000만 정도의 인구나 GDP의 규모로 본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겠지만, 유럽진출의 교두보로 본다면, 이집트, 터키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경제공동체가 AMU이다.
리비아는 1911년 이태리 통치를 받은 후, 1951년 독립하였다. 1969년 까다피의 혁명이후 현재까지 사회주의체제를 택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시장경제를 도입하며 서방국가들의 투지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59년 유전이 발견된 이후 세계4위의 산유국으로서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고 있다. 리비아는 본래 농업국이었지만 산유국이 된 이후 식량의 85%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975년 스페인으로부터 서부 사하라 영유권을 양도받은 왕정국가 모로코는 총 취업인구의 50%가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제의 특징은 농업부문이 총GDP의 15-20%, 전체 노동인구의 약40% 이상을 차지하며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지면적의 대부분이 후진적인 전통농업을 하지만 유럽인 소유농지는 근대화되어 있다.  매장량 세계 1위의 인광석과 세계 제6위의 올리브 재배 등이 모로코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모리타니는 1959년에 자치령이 되었고, 1960년11월 28일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다. 독립 이전에는 목축과 남부의 농업 이외에는 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의 80% 이상이 농목업에 종사하며 소, 양, 염소 등을 방목한다. 하지만 잦은 쿠데타로 정정은 매우 불안하다.
1830년 이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던 알제리는 1962년 독립하였고, 1956년 석유의 발견으로 산유국이 되었다. 천연가스도 세계 5위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수출에 있어서 원유가 주수출품으로 전체 수출에서 약95% 정도를 차지하며, 무역대상국은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100만명 이상의 알제리 노동자로부터의 송금도 큰 외화수입원이 되고 있다.
튀니지는 1956년 3월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프랑스 식민통치이전에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기에 터키와도 특별한 관계가 있다. 국토 면적의 27.8%가 농경지이고 36.3%가 목초지, 5.4%가 삼림지대로,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좋은 농업환경을 갖추고 있다. 인광석은 모로코와 더불어 세계 2대 수출국이며, 수출대상국은 유럽국가와 미국이다.
이처럼 AMU 회원국들의 경제는 대부분 식민지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고, 아직도 대외 경제관계는 식민모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농수산업의 기반을 갖는 이들 국가들은 농업개발에 큰 초점을 맞추면서 EU와의 경제관계에서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결속력 강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더욱이 주변 아랍국가들보다 EU관계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마그레브 국가들의 자유무역지대 설치움직임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앞서 회원국들 스스로 이권수호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강화되는 지역주의(regionalism)의 신호탄


이라크전쟁의 종결이 중동의 신세계질서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특징은 역내 경제공동체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걸프지역의 대표적인 경제공동체인 GCC는 그 기반을 공고히 한 상태로 유럽과의 FTA협상에서도 한치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강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비아랍 경제공동체인 ECO도 주변 중앙아시아국가들, 예를 들면 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국가들을 끌어드리며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AMU마저 결속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동에서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전기가 마련 될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경제공동체가 과거 반미-반서구적 경향에서 이제는 친서구적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중인 경제협력체 구상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이스라엘이고, 이 과정에서 터키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진행중이었던 중동북아프리카(MENA) 경제협력에서 이스라엘은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물론 중동평화협상과정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스라엘이 포함된 거대한 중동경제협력체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이라크와 주변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은 중동에서 경제공동체구상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가 중심이 되었던 이집트, 요르단 등의 ACC 국가들의 움직임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막 시동을 걸기 시작한 마그레브 경제공동체는 분명히 이들 국가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라크의 향배는 중동에서 경제협력체 정착에 중요한 열쇠를 쥐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걸프산유국에 의존하는 경제협력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집트, 이스라엘, 이라크, 요르단 등의 국가들의 경제협력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거리상으로 먼 지역이기는 하지만 EU국가들과 교두보 확립을 위해서 마그레브국가들 뿐만 아니라 터키 및 이스라엘의 행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 전개될 한국과 중동의 경제공동체간 FTA 협상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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