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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 대선과 그 의의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연구단 연구교수 2016/03/16

민간정부 출범을 2주 앞두고 미얀마 의회는 대통령을 선출했다. 헌법의 독소조항 한 절로 인해 이번 대선은 선거 이전부터 다양한 인물의 출마설이 난무했고, 선거 결과 또한 미얀마의 정치 미래를 가늠하는 이정표를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제시한다. 이 글은 미얀마의 정치구조에서 정·부통령이 차지하는 역할과 정·부통령에 당선된 인물의 면면을 먼저 살펴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3월 31일로 예상되는 민간정부 출범 이후 정치구도를 중점적으로 전망하고자 한다.
미얀마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이 되는 국회의원에 의해 간접적으로 선출된다. 상하원에서 부통령 1인을 선출하고, 군부 출신 인사를 단독으로 추천하여 총 3인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최다 득표자 1인은 대통령, 2~3위는 자동으로 부통령으로 선출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민주주의연합(NLD) 소속의 헨리반티오(Henry Van Thio)와 틴조(U Htin Kyaw)가 상하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고, 연방단결발전당(USDP) 소속의 킨아웅민(U Khin Aung Myint) 상원의장, 사잉 마욱캄(Sai Mauk Kham) 부통령 후보를 각각 꺾고 결선에 진출했다. 군부 출신 부통령 후보는 민스웨(U Myint Swe) 현역 양공주지시 출신이다.
3월 15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틴조 후보 360표, 민스웨 후보 213표, 헨리반티오 후보 79석을 차지함으로써 틴조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됐다. 상하원 의원 정족수는 491명(168명, 323명), 군부 출신은 166명으로 선거인단은 총 657명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652명 만 투표권을 행사했다. NLD 후보의 총 득표수가 439표이고, 의회 내 NLD 소속 의원이 390명(135명, 255명)임을 참조할 때 소수종족 정당의 NLD 후보 지지표가 49표이다. 이에 반해 민스웨 후보도 USDP(41명)와 군부 의석수의 합인 207표보다 6표를 더 획득했다. 다만 이는 정당 성향에 따른 계산일뿐이고 군부와 USDP 내에서도 이반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이전 NLD 내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각종 추측성 기사가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유력 망명언론인 이라와디(Irrawaddy)는 총선 이후에는 중앙위원회(CEC) 소속 인사, 3월 들어서는 여야를 포함한 9인의 유력인사를 보도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아웅산수찌가 언급한 대로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정책을 그대로 행할 것 같은 인사로 선출되었다.
틴조 당선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대신에 화려한 집안 배경과 아웅산수찌와의 친분이 돋보인다. 먼저 그의 선친인 밍뚜웅(Min Thu Wun)은 간결한 문체로 휴머니즘과 자연주의를 강조한 킷상(Khit San) 문학을 창시한 미얀마 근대 문학계의 거장이었다. 선친과 함께 장인은 NLD 창당의 주역이었고, 부인인 쑤수르윈(Daw Su Su Lwin)은 2012년 보궐선거 이후 2015년 총선에서도 양공주 하원에 출마하여 재선에 성공했고, 당내 국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웅산수찌는 틴조 후보의 정직함, 충성심, 고학력을 높이 평가하고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고 한다. 세 가지 항목은 상호 연계되고, 그 연계의 구심점은 아웅산수찌로 보인다. 그는 1970년대 틴조 당선자는 런던에서 유학할 당시 아웅산수찌를 만났고, 그녀의 운전기사 겸 비서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즉 그는 당내 어떤 동지보다도 장기간 아웅산수찌와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고, 평소 그녀가 강조하는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인물에 부합하면서 그녀의 입지에 도전할 수준의 당내 파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헨리반티오 부통령 당선자는 친족(Chin) 출신으로서 소수종족 출신이 상원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관례를 만족한다. 그러나 그가 당내 부통령 후보로 인선되는 과정은 비밀에 부쳐져 있고, 그의 이력을 빗대어 볼 때 의문이 남는다. 저널리스트 린트너(Bertil Lintner)에 따르면, 그는 정규군 땃마도(tatmadaw)에서 근무했고 국영 담배 공사에서 근무하면서 작년에 작고한 강경파 아웅따웅(Aung Thaung) 전 산업부 장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이다. USDP 한 의원은 그의 가족이 별다른 명분 없이 6년간 해외에 거주했기 때문에 부통령 자격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낼 것이라고 한다. 또한, 까친족 출신 티쿤먓(T Hkun Myat) 하원 부의장도 마약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다. NLD가 국민통합 차원에서 소수종족 출신 인사를 중용하지만, 정실자본가 또는 군부와 가까운 인사를 천거하는 행위는 당의 정체성을 위반하고 국민적 실망감을 유발할 수 있다.
군부 할당 의석은 당초 민아웅흘라잉(Min Aung Hlaing) 현 군 총사령관이 유력했다. 그러나 현 군 지도부가 향후 정부에도 유임됨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고, 결국 민스웨 양공주지사가 지명되었다. 사실 민스웨 후보의 부통령 지명은 2012년 7월 띤아웅민우(Tin Aung Myint Oo) 부통령의 퇴임 이후 두 번째로 당시에는 자제가 호주 국적자로 헌법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민스웨 당선자는 군사관학교(DSA) 15기 출신으로 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양공지역 사령관, 2006년부터 2010년 8월 퇴역할 때까지 제5 특별작전국(BSO) 국장으로 근무했다. 군부 조직상 양공 지역 사령관은 12개 지역사령부 가운데 가장 요직으로 분류되고, 군사평의회 의장과 가까운 인물이 중용되어 왔다. 이러한 관행에 걸맞게 민스웨 당선자는 은퇴한 딴쉐(Than Shwe) 전 의장의 ‘꼭두각시’로 평가되고 2004년 킨늉(Khin Nyunt) 전 총리 축출, 2007년 샤프론 혁명 당시 강경 진압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진다.
민스웨 후보의 부통령 당선은 민간정부에서도 군부의 역할과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단적 의도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2012년 새로운 부통령으로 지명된 냥뚠(Nyan Tun) 전 해군 제독은 군부 할당 몫을 차지하는 역할에 충실했고, 의회 내 강경파들이 군부를 대변하여 개혁과 개방 프로그램을 지체하면서 민주진영과 대립각을 형성했다. 이제 민스웨 당선자는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딴쉐 전 의장의 의중을 의정에 직접 반영하면서 의회 내외 군부의 이반을 견제하고, 군 지도부와 교감을 통해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 대내 문제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등재된 것은 문제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군부의 유화적인 제스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행정부 내 강경파의 수장으로 민간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군부의 일정 지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정치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에 반해 NLD의 대통령, 부통령은 선발 기준이나 그 과정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부통령 직위는 논외로 두더라도 틴조 당선인과 둘러싼 논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아웅산수찌는 자신이 ‘대통령 위의 인물’이 될 것이라고 대리 통치 의지를 피력했고, 지난 1월부터 개회된 의회에서 헌법 59조를 일시적으로 효력 중단시켜 그녀를 대통령으로 옹립하려는 NLD 내 움직임도 있었다. 틴조 당선인은 NLD의 대안 인물임이 확실하지만 향후 아웅산수찌의 의중을 국정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틴조 당선인의 정치력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웅산수찌와 경쟁할 수준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아웅산수찌의 수렴청정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은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도 나눌 수 없는 생물(生物)이다. 권력을 꿈꾸지 않은 자에게 부여된 권력은 배척과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와 사교를 통해 권력자로 거듭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틴조 당선자에게 부여된 직책에 생명력이 없다는 지적은 그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그는 “오늘 투표는 나의 누이 아웅산수찌의 승리”라고 소감을 발표했으나 이 의견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틴조 당선자도 NLD 소속 당원이며 정치인 가문 출신임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헌법상 미얀마의 대통령은 국가수반이지만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일반적인 대통령제와는 다르다. 군 통수권은 군 총사령관이 가지고, 군부의 정치개입은 상존하다. 초헌법 기관인 국방안보평의회(NDSC)는 대통령을 견제한다. 무엇보다도 정부통령은 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간접방식으로 선출되고, 각 정당이 정략적으로 후보자를 지명하기 때문에 당내 민주주의는 보장받을 수 없고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도 파악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정운영의 철학은 철저히 정당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민간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는 헌법상 군부의 역할을 축소하든지 아니면 헌법 자체를 새롭게 작성하여 좀 더 민주제도에 가까운 정치 질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경파 군부 출신을 부통령에 선출한 것처럼 군부는 쉽사리 그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웅산수찌가 군부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정치적 불안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웅산수찌는 권력의 정점에 군림하기보다 군부를 회유하고 때로는 강경적인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고, 궁극적으로 군부의 정치개입을 막는 정치적 협약(pact)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불합리하고 기형적인 현재의 정치구도를 타파하는 것이 아웅산수찌와 NLD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아웅산수찌는 그녀의 저작들을 통해 권력을 좇기보다 조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단언해 왔고, 그 꿈을 현실화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사실 아웅산수찌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바람대로 빠른 시일 내 민주화를 이룩하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들은 그들의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군부 통치에 대한 정신적 외상을 아웅산수찌로부터 치유 받고자 한다. 그러므로 아웅산수찌는 권력의 지배자가 되려는 상징을 추구하기보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실용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군부가 행하던 막후정치를 이제 아웅산수찌가 한 차원 더 높고 인적 관계가 밀접한 막후정치로 변질시킬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참고문헌]
Ei Ei Toe Lwin. “Parliament elects Htin Kyaw as president.” Myanmar Times(2016/3/15)
Kyaw Hsu Mon. “Military VP Revealed As Executive Trio Finalized.” The Irrawaddy(2016/3/11).

The Irrawaddy. “As Eyes Turn to Naypyidaw, a Question of Which Three.” The Irrawaddy(2016/3/9).
VOA. “Myanma-Naingan-yei-Ko-U-Myauk-Nainggandaw-thamada.”[미얀마의 아홉 번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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