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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S테러와 종교 화합

인도네시아 송승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통번역학과 부교수 2016/03/28

지난 1월 14일, 자카르타 도심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속수무책으로 테러범들의 공격을 당했다. 지난해 파리 테러에 이어 인도네시아에까지 IS 테러가 상륙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살고 있어 IS 신병 모집의 주요 대상국이 되고 있다. 외신들은 IS가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아시아의 상륙 거점으로 삼고자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위와 관련하여, 송승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통번역학과 부교수에게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IS 테러의 배경, IS와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방향성의 차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반응과 대책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IS가 인도네시아에 거점을 두고 테러를 벌인 정치적, 사회적 배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2016년 1월 14일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중심가인 탐린 지역의 유명한 쇼핑몰, 사리나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총격 및 폭탄 테러를 벌였다. 이 때문에 4명의 테러분자와 함께 인도네시아인 3명과 1명의 캐나다인이 희생되었고, 1명의 네덜란드인을 포함한 시민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공격은 최근에 벌어진 파리, 베이루트, 이스탄불에서의 테러와 마찬가지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인도적인 폭력이었다. 사건 발생 후 IS는 칼리프의 병사들이 십자군 동맹으로 맺어진 시민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사람들은 무슬림들의 땅에서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깨우쳐 주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 밝혔다.

 IS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테러 지역으로 자카르타를 선정한 데는 인도네시아가 무슬림 대국이라는 점과 국내에 이미 다수의 극단 이슬람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었던 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S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직 기구 조직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이전부터 존재하던 여러 지하드 그룹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2억 5천만 명의 인구 중 약 87%를 차지하는 2억 2천만 명이 무슬림이다. 19세기 식민시대에 반(反)식민, 반(反)서구의 이데올로기적 기치였던 이슬람은 공화국 수립 (1945년) 이후에도 세속국가체제와 종교 간 평등과 관용을 주창하는 국가철학인 판차실라(Pancasila)에 대항하여 이슬람 국가 수립 및 샤리아법의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 이슬람 세력의 도구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수하르토정권 (1966-1998)의 철권통치 하에서 정치 이슬람세력은 크게 약화하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점차 정부가 추진하는 판차실라와 관용적이고 문화적인 형태로의 이슬람이 대중에게 수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1998년에 경제위기와 민주화 시위로 수하르토가 하야하고 도래한 개혁 기에 인도네시아에는 보수 이슬람 세력의 성장과 더불어 극진 적 성향의 테러 단체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테러 단체는 국제 테러단체와 연계한 라스까르 지하드 (Laskar Jihad) 와 제마아 이슬라미야 (Jemaah Islamiya)로, 1999년과 2000년대의 극심한 혼돈의 시기에 전국을 휩쓴 종교, 종족 세력 간 유혈 폭력사태에 개입해 지하드를 선포하며 무력을 사용해 무수한 희생자를 낳게 하였다. 2000년대에 자카르타의 증권거래소를 비롯하여 매리어트 호텔, 호주 대사관 등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발리에서는 무려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가장 중요한 테러 단체인 제마아 이슬라미야는 정부가 테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하고, 2003년 암본과 2007년 포소 지역의 종교 간 폭력이 종료한 후 현지에서 지하드를 더 이상 전개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제마아 이슬라미야는 자국 내 무슬림들이 이슬람 국가의 수립을 진정으로 원할 때까지 국내에서 유혈 지하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이후 이슬람 포교와 교육사업,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해 왔다. 제마아 이슬라미야의 경우에는 알카에다 계열의 자브핫 알 누스라 (Jabhat al-Nusra)에 지지를 선언한 반면 IS의 이데올로기나 칼리프 형태가 자신들의 종교적 방향과 적합하지 않다고 보아 지지하지 않았다.

IS를 지지한 것은 제마아 이슬라미야의 활동이 위축된 이후 여기서 이탈해 자발적인 테러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소규모의 테러단체들이다.
7개의 주요 단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부 바카르 바시르 (Abu Bakar Ba’syir) 가 이끄는 자마아 안샤루 따우히드 (JAT: Jamaah Ansharu Tauhid)와 산토소 (Santoso)가 이끄는 무자헤딘 인도네시아 띠무르 (Mujahedin Indonesia Timur)이다. 전자는 2009년 중반에 자카르타의 고급 호텔들을 겨냥해 폭탄테러를 일으켰으며, 후자는 중부 술라웨시, 서부 누사떵가라, 동부 칼리만탄의 지하드 전사들의 요람역할을 담당하며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IS에 충성을 선언했다. 포소에서의 지하드가 위축된 이래 활동이 잠잠했던 이들이 중동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IS에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IS는 2014년경부터 이런 단체들의 무슬림들을 영입해 왔다. 인도네시아의 국가정보국에 따르면 IS에 가입한 인도네시아인의 숫자는 대략 5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으로 건너간 많은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IS 내의 카티바 누산타라 (Katibah Nusantara: 정식 명칭은 Majmu’ah Persiapan al-Arkhabily)라는 이름의 동남아시아인들로 구성된 특별 외국인부대에서 활동한다. IS의 동남아 네트워크에서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자는 아만 압두라흐만 (Aman Abdurrahman)으로, 그의 추종자인 바흐룬 나임 (Bahrun Naim) 이 바로 1월 14일 자카르타 사태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임은 2014년 말에 시리아로 향했고, IS와 압두라흐만, 산토소 간의 연계 역할을 해 왔다. 1월 14일에 있었던 자카르타 공격은 시리아에 있던 인도네시아인 지하디스트들이 국내의 극단주의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자금력을 조달한 결과였다. 따라서 이번 테러 사건은 인도네시아 국내 테러단체들이 국제테러단체의 도움을 받아 일으켰고, 이것이 자국 내 테러단체의 역량을 과시한 것이라 요약해 볼 수 있다.


Q2. IS와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방향성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 수하르토 정권 종료 이후에 인도네시아에 이슬람 보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판차실라가 표방하는 관용적이고 온건한 이슬람에 여전히 지지를 표하고 있다. 또한 대중들은 극단적인 테러 활동뿐만 아니라 범지구적인 이슬람 칼리파 수립이라는 IS의 명분 자체도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때 수하르토 정권이 정치 이슬람 세력을 봉쇄하려는 정권의 정치 도구라는 비판을 받아 대중의 비판 대상이 되었던 판차실라는 IS처럼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에서 국가를 방어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재등장했다.

 또한, 회원 수가 각각 4천만 명, 3천만 명에 이르는 이슬람 단체인 나흐들라뚤 울라마 (Nahdlatul Ulama)와 무하마디야 (Muhammadiya)는 전통 이슬람과 개혁 이슬람을 대표하는 기구들이지만 모두 IS의 극단성과 지향점을 비판하고, IS의 대중에의 침투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두 단체는 판차실라를 수호하고, 관용적 이슬람의 기치 수호를 계속해서 천명하고 있다. 수천만의 회원을 가진 만큼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두 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볼 수 있다. 또한, 제마아 이슬라미야의 사례처럼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지하드 그룹조차도 IS를 지지하지 않은 점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폭력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IS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을 뿐이다.


Q3. IS와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방향성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 현 대통령인 조꼬 위도도 (Joko Widodo)는 폭력적인 극단주의를 혐오하며 관용적이고 열린 이슬람을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 사실 그와 대통령직을 겨루었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의 경우 극진 이슬람 세력과도 연관이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꼬 위도도 정부는 IS의 위협을 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IS 멤버들을 체포하고 관련 테러단체들의 활동을 금지했고, 인도네시아 울라마 위원회 (Majelis Ulama Indonesia)의 울라마들과 협력해 IS가 이슬람이 내포하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와 상충하는 단체라는 점을 대중에게 교육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찰의 반테러 부대는 테러 진압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왔다. 가장 효율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을 통제해 온 것은 덴서스 88(Densus 88) 이라고 불리는 대테러 경찰 특수부대의 활동이다. 이 부대는 테러리스트 추적과 테러 조직 분열에 혁혁한 공을 세워 왔다. 2002년부터 1,000명이 넘는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그중 700명에게 형을 집행했다. 1월 18일에 Densus 88은 인도네시아의 6개 도시에서 18명의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신년 축하연에서 있을 자살폭탄 공격 계획을 알아내서 IS의 6명의 회원과 폭탄 물, 그리고 검은 이슬람 기를 색출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대중의 우려도 크다. 우선 테러분자들을 교도소에서 개화시키는 작업이 오히려 이들을 더 극단적인 범죄자로 키운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그동안 수마트라와 술라웨시, 칼리만탄의 산지에 숨어든 테러분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지나친 무력을 사용함으로써 현지 주민들의 안전에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인권과 시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대테러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4. IS의 인도네시아 진입을 통해 그들의 활동이 동남아시아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답변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 앞에서 살펴보았듯, IS는 카티바 누산따라라는 부대를 특별히 동남아시아 전사 훈련을 목적으로 설치했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인뿐만 아니라 역시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남부의 모로 지역 무슬림들이 활동 중이다. 또한, IS가 이슬람권이라 보고 있는 이 지역들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는 만큼 비무슬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력행위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IS의 활동이 동남아시아의 국가나 지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지는 않다. 아직까지 그 위협이 제한적인 데는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동남아시아인들이 아직은 자국으로 귀환해 활동하기보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적을 두고 칼리프 제국 확장에 이바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경향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우선 중동의 IS에 합류하고 싶지만, 국내 규정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잔류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자국 내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IS가 외부의 공격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내 영토를 상실하거나 힘이 약화할 경우, 동남아 등에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려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일 IS 영토를 구축하려면 역사적으로 반정부 게릴라들의 주요 활동거점이었던 외딴 지역 밀림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테러 단체들이 지하드를 벌였던 포소나 아쩨 등이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IS가 동남아시아에서 영토를 구축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말레이시아 정부 모두 IS에 강력히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거점을 인도네시아에 마련할 수 있을 지도 회의적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대다수 온건 이슬람을 지지하며, 국내 지하드 그룹들조차 IS를 지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테러단체 규제 등을 고려해 보면 IS가 인도네시아 내에 영토를 구축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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