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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태국의 차기 왕권은 어디로?

태국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2016/04/06

 

푸미폰 국왕(1927년생)이 고령에 병약해지자 차기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푸미폰 국왕의 후계자는 분명 와치라롱껀 왕세자(1952년생)이다. 와치라롱껀은 20세가 되던 1972년 공식적으로 왕세자 책봉식을 갖고 1924년 왕위 계승법에 따라 후계자로 임명되었지만, 후계지위의 불확실성은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그 이유는 대개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왕세자 개인의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 결혼한 왕세자는 여성문제가 복잡하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둘째는 1924년 왕위계승법과 내용을 달리하는 1974년 헌법 때문이다. 1924년 왕위계승법에서는 남성 후계자만을 인정하였지만 1974년 헌법은 여성도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때부터 왕세자 이외에 강력하게 거론된 인물은 푸미폰 국왕의 두 번째 딸인 씨린턴 공주(1955년생)이다. 그는 푸미폰 국왕이 가장 사랑하고 대중적 인기도 높은 인물이다. 셋째는 왕세자가 암맛 세력(왕실과 밀착된 정치 주도세력)비토인물인 탁씬과 가깝다고 알려져, 씨린턴 공주의 계승 가능성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2014년 쿠데타 후부터 와치라롱껀 왕세자의 차기 왕위계승 가능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 가장 중요한 근거로 떠오르는 것은 군부 지지설이다. 1980년대 이래 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은 왕실자문기구인 추밀원 의장 쁘렘이다. 그는 암맛 세력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반 왕세자 세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나이가 95세(1920년생)에 이르고 있다.


2006년 쿠데타 후 군부 실세는 “동부 호랑이 파벌”로 알려져 있다. 이 파벌은 태국군 1군 산하 2사단 21연대에서 장교생활을 한 군인들을 일컫는다. 21연대는 한국전을 통해서 그 용맹성으로 “파약 너이”(작은 호랑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씨리낏 왕비로부터는 “왕비의 호랑이 부대" 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왕비는 명예 연대장으로 이 부대 출신 장교들을 각별히 챙겼으며 알려진 바대로 왕세자를 후계자로 적극 지지해 왔다. 


현재 군사정권 실세들은 모두 “동부 호랑이 파벌” 출신 들이다. 쁘라윳 총리, 쁘라윗 웡쑤완 부총리, 아누퐁 파오찐다 내무부 장관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2014년 쿠데타 이후 정국 장악의 주역들로 모두 21연대에서 장교생활을 한 적이 있으며 정치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근래 왕세자는 군부와 몇 차례 의미 있는 공동행사를 개최했다. 대표적인 것은 “빤 프어 매”(Bike for Mom) 행사와 “빤 프어 퍼” (Bike for Dad) 행사인데 이른바 왕세자 띄우기 이벤트성 행사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8월 16일 왕세자는 씨리낏 왕비 83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전거 대회 "빤 프어 매” 행사를 주도했다. 이 행사는 자전거 타기 행사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으며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비롯한 내각, 군부 주요 인사들도 함께 참가했다. 특히 노구의 쁘렘도 왕세자를 영접하기 위해서 도열해 있었다.


그래서 혹자는 이 행사는 왕세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군부 내에서 누가 다음번 국왕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푸미폰 국왕이 과거 농촌개발계획을 통해서 농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 같이 왕세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중산층의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2015년 12월 5일 푸미폰 국왕 88회 생일을 맞이해서는 “빤 프어 퍼” (Bike for Dad)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렸다(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기획성 행사들이 왕세자의 효심 깊은 이미지를 창출해 차기 왕위 계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할 것 같다.


또 다른 대표적인 행사는 2015년 9월 26일 왕세자가 참석한 웃타얀 랏차팍 공원 개소식이다. 이 공원은 육군 부사관학교 구내에 건설됐다. 육군이 주도한 공사에 왕세자는 건설위원회 고문을 맡았으며 그의 첫째 딸은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웃타얀 랏차팍이라는 이름은 “국왕에 대한 국민의 충성심으로 세워진 공원”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공원에는 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대 국왕 7명의 조각상이 있다. 람캄행, 나레쑤언, 나라이, 탁씬, 라마 1세, 라마 4세, 라마 5세들인데 이들은 모두 태국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이 행사는 왕세자와 군부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왕권 계승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쿠데타 후 군사정권하에서 왕실모독죄를 가혹하게 적용하는 것도 차기 왕위계승 관련해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사회 기강 잡기를 통해 왕세자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2015년 8월 방콕 군사법원은 동일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몇 건의 글을 문제 삼아 무려 60년의 형(후일 30년으로 감형)을 선고했다. 왕실모독죄 혐의로 구속된 용의자 중 적어도 세 명이 구치소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인규명 전에 급히 화장해 버린 사건도 발생했다.


심지어 국왕의 애견인 “텅댕”을 모독한 혐의로 한 남성이 투옥 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군부 지지에 힘입어서 그 어느 때보다 왕세자도 왕위에 오르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일례는 2014년 12월 왕세자의 이혼사건이다. 이혼 직전 씨랏 쑤와디 왕세자빈의 형제들과 고위 경찰 간부 출신의 삼촌 등은 왕실 권력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부정부패와 왕실모독죄로 모두 투옥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과 세 번째 이혼이라는 치명적인 결점을 감수한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여러 가지 음모론이 거론되었지만, 유흥업소 웨이트리스였다고 알려진 왕세자빈의 미천한 출신배경이 왕위 계승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쫓아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지금으로써는 왕세자의 차기 왕위 계승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왕위계승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씨린턴 공주 추대설은 아직 유력한 대안으로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추밀원과 육군의 지지도 받고 있다고 알려진다. 그는 1992년 이래 육군사관학교 정교수 자격으로 강의해 재직 중 수많은 군 장교를 길러내 큰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 군사정권 실세 그룹이 왕세자를 지지한다고 해서 전 군이 일사불란하게 따를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현실적인 이유로 씨린턴 공주 추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924년 왕위계승법을 개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90세에 가까운 푸미폰 국왕은 이런 중차대한 일을 추진할 정치적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왕위계승이 이 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질 근거는 1924년 왕위계승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승계라인이 정해져 있는데 왕세자 다음 순위는 법적 장남인 티빵껀랏싸미촛 왕자(2005년 생)이다. 하지만 현재 생모가 이혼한 상태이므로 가능성은 좀 떨어진다. 만일 1974년 헌법에 따라 공주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경우의 수는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섭정의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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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siasentinel, 11 November 2015

2) Thomas Fuller 2015

3) Tan Hui Yee 2015

4) The International New York Times, 01 December 2015

5) Asiasentinel, 12 December 2014

 

[참고문헌]
- Asiasentinel. 2014. “Succession Tug-of-War Over Ousted Thai Princess and Son.” (12 December 2014).
- Asiasentinel. 2015. “Opponents of Thai Crown Prince Throw in the Royal Towel.”( 11 November 2015).
- Tan Hui Yee. 2015. “Thai Crown Prince leads 'Bike for Mom' cycling event.” The Straits Times(17 August 2015).
- The International New York Times, 01 December 2015.
- Thomas, Fuller. 2015. “With King in Declining Health, Future of Monarchy in Thailand Is Uncertain.” Asia Pacific(20 September 2015).
- https://en.wikipedia.org/wiki/L%C3%A8se_majest%C3%A9_in_Thailand
- 1924년 태국 왕위계승법(타이어), 1974년 태국 헌법(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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