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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태국 개헌안의 분석 및 개헌의 의미와 전망

태국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6/04/26

태국의 프라윳 찬 오차 총리(당시 육군 사령관)는 지난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키고 헌법초안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첫 개헌안은 비민주적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개혁위원회(NCR)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이에 태국 군부는 오는 7월 새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국왕의 승인을 받아 8월에 공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내년 7월에는 총선을 통해 새 의회와 정부를 출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위와 관련하여,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재현 선임연구위원에게 태국 개헌안의 분석 및 개헌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군부가 개정된 헌법을 발표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 태국 군부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이 쿠데타의 배경을 조금 더 살펴보면, 2001년 집권한 탁신 전(前) 총리를 축출한 2006년 군부 쿠데타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태국 정치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던 탁신 전 총리는 태국 국왕의 권위에 공공연하게 도전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이러한 탁신을 제거하기 위해 ‘국왕-엘리트-군부’로 연결되는 정치 세력이 탁신을 제거하기 위해 2006년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비(非)헌법적 방법인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은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고, 그들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선거를 실시했다. 빈민과 농촌 주민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던 친(親) 탁신 세력은 선거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다시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법원이 탁신 정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선거를 실시해도, 많은 수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친탁신 정당들은 계속 선거에서 승리해왔고, 집권에 성공했다. 이에 태국 군부는 제도적 변경, 즉 헌법을 변경하여 친탁신 세력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2014년 쿠데타는 이러한 배경 하에서 시도되었고, 군부는 쿠데타에 성공하자마자 친탁신 세력이 선거를 통해 다시 집권할 수 없도록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자 개헌에 착수했다. 이번 여름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헌법안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발생하게 되었다.


Q2. 공개된 개헌안이 군부의 정치 개입을 합리화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이번 헌법 개정안이 군부의 정치 개입을 합리화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축출한 군부 쿠데타 이후, 태국 정치는 지속해서 Yellow Faction(국왕을 중심으로 군부, 관료 엘리트, 그리고 민주당이 연합한)과 Red Faction(친신탁파) 사이의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다. 2014년 군부 쿠데타 그리고 신(新)헌법안은, 2006년 쿠데타로 탁신을 축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탁신의 지지 세력들이 선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권력을 누릴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자신들(Yellow Faction)에게 유리하도록 그 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그들은 신헌법안을 통해 친탁신 세력들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친탁신 세력들이 하원을 장악하더라도 국왕과 군부에 의해 임명되는 상원을 통해서 이를 무력화하는 구조를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군부의 정치 개입을 합리화한다.”라는 표현보다는 “군부의 정치 개입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군부는 기득권을 가진 Yellow Faction의 도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군부의 개입을 합리화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Yellow Faction)의 정치적 지배를 보다 공고히 하고 영속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실제로 신(新)헌법은 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며, 선거로 표출된 국민의 의사를 다른 방법(상원 및 총리, 부총리 임명제)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비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Q3. 군부의 민간 정부 이양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 군부가 민간으로 권력을 이양하는데 가장 큰 전제 조건은 두 가지이다. 먼저 이번에 군부가 마련한 헌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민투표를 통과한 헌법안에 따라 구성되는 민간 정부가 군부의 정치적 의도와 맞아야 한다. 헌법안이 국민투표에 의해서 통과된다면, 군부가 만든 헌법에 따라 새로 등장할 정부는 친군부적인 정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정상적인 선거 절차로는 국왕-군부-관료 엘리트-민주당으로 구성되는 Yellow Faction이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따라서 군부의 헌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상당히 비민주적인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군부의 헌법을 지지해 통과될 경우에는 Yellow Faction의 정권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민주적/비민주적을 떠나 군부로부터 민간으로 정권이 이양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군부가 제시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 역시 자연스럽게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군부는 헌법이 부결되었으므로 새로운 헌법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들어 군부 통치를 연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은 새로운 헌법안이 만들어지고, 이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하는 과정을 다시 거칠 때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써 군부가 말하는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은 현 헌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Q4. 8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인데, 어떠한 결과를 예상하는가?


▲ 8월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 결과를 열어보기 전까지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2006년 이후 태국 정치를 규정해왔던 친 신탁 파(Red Shirts)와 반신탁 파 또는 국왕 파(Yellow shirts)의 역학 관계를 보면, 대강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새 헌법이 의회를 통과해 국민투표에 부쳐질 경우,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군부에 의해 지배되는 현재의 의회 상황을 고려해볼 때, 헌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것까지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유효투표 절반 이상의 지지’보다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라는 조건은 충족시키기에 더욱 어려운 조건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부가 만든 헌법이 과연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문제인데, 이는 이 전 두 번의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군부가 지지하는 민주당(Democratic Party)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 지지에 한참 못 미치는 표를 받았다. 다시 말해 현재 군부-관료-민주당으로 이어지는 쿠데타 세력(Yellow Shirts) 지난 선거에서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일 현 군부 세력과 민주당이 이전 두 번의 선거에서 탁신파 정당을 이길 수 있었다면, 2014년의 군부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그대로 국민투표에 대입한다면, 군부에 의한 헌법은 유권자 절반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 역시 자연스럽게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군부는 헌법이 부결되었으므로 새로운 헌법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들어 군부 통치를 연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은 새로운 헌법안이 만들어지고, 이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하는 과정을 다시 거칠 때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써 군부가 말하는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은 현 헌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Q5. 2017년이면 민정부이양이 이루어지는데, 개정된 헌법으로 태국의 민주주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현 헌법이 통과되고, 예정대로 2017년 민간정부로 정권이 이양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현 헌법안이 의도하는 바는 친탁신파가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 헌법은 친탁신파가 선거를 통해서 집권하지 못하도록 하고, 설사 이들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하원 의석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군부에 의해 임명된 상원이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헌법 하에서 민간으로의 정부 이양이 이뤄질 때 정권을 이어받게 될 정당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과 유사한 정치적 이념을 지닌 민간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민투표에 부쳐진 헌법 하에서는 상원이 총리와 부총리, 그리고 국왕에 의해 임명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자유로운 경쟁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와는 먼 정치 체제로 귀결될 것이다. 실제로 탁신의 통치가 권위적이었고, 군부는 이러한 권위주의 통치를 해결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군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군부의 쿠데타, 그리고 헌법 개정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복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2006년과 2014년 두 번의 쿠데타, 그리고 헌법의 퇴행적 개정은 태국 민주주의 발전의 시계를 상당히 뒤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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