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태국 탐마까이 사원과 승가의 세속화

태국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창의융합 교수 2016/05/31

얼마 전 태국 최대 규모의 탐마까이 사원 지지자들은 사원 주지 프라 탐마차요(프라텝야나마하무니 라고도 불리는 데 이는 국왕으로부터 받은 성직이며, 탐마차요는 빨리어 법명이다)구명를 위해 미국 백악관에 탄원하는 데 필요한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태국의 특별 수사국(DSI)이 현재 와병 중인 프라 탐마차요를 강제 수사하려는 것은 불법행위이며, 인권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일 때문에 백악관까지 등장하게 된 것인가? 프라 탐마차요는 싸하껀 클렁짠 신용조합 전 회장이 횡령한 금액 중 일부인 12억 바트를 기부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 사건은 현재 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되고 있지만 처음 불거진 것은 2015년 초이다. 당시 프라 탐마차요 측에서는 이 돈의 성격을 전혀 모른 채 기부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신도 모금운동을 통해서 다시 회사 측에 돌려주었다.  

 

하지만 DSI는 단순한 기부금이 아니고 돈세탁의 정황이 의심돼 이를 조사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수사 의지는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 그 동안 몇 차례씩이나 조사를 하기 위해서 출두명령을 내렸으나 프라 탐마차요는 병을 구실로 불응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구속영장까지 발부되었지만 사원 측은 굴착기 등 중장비를 사원의 출입구에 설치해 수사관들의 경내진입을 막고 있다.

 

과거에도 탐마까이 사원을 둘러싸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1999년과 2002년 프라 탐마차요는 사기, 횡령, 부정 등의 다양한 혐의로 고발을 당한 적이 있는 데 고발된 돈을 사찰 명의로 되돌려놓은 후 사건들이 기각된 적이 있다.

 

태국에서 가장 번창 하는 사원이라고 할 수 있는 탐마까이 사원은 독특한 경영비법을 간직하고 있으며 규모도 남다르다. 1972년부터 후계자 양성계획 크롱깐 탐마타얏을 개발해 1979-2013년까지 12,000명 이상의 포교 기간요원을 양성했다. 이들은 한 명의 요원이 또 다른 한 명을 신도로 만든다는 식의 적극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1986년부터 크롱깐 투동 삐마이라는 새해 성지순례단 계획을 통해 신도가족들이 모두 탐마까이 사원을 신년 휴일에 찾아 함께 지내도록 한다. 1996년부터 매년 7월과 8월에 걸쳐 4주간 외국인들을 초청해 국제수계식 행사도 갖는다. 

 

1992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최초로 해외 사원을 설립한 이래 오늘날까지 모두 100곳 이상의 해외사원을 갖게 됐다. 위성TV 불교방송인 디엠씨 티브이(DMC)를 통해 불교 명상법 강의를 24시간 전 세계로 송출하고 있다. 탐마까이 사원은 무려 30만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법당도 확보하고 있다. 사원의 모형은 미확인 비행 물체(UFO)형태이다. 그래서 왓 짠빈(비행접시 사원)이라는 놀림 아닌 놀림도 받지만 “불교가 우주의 종교”라는 것을 세계에 널리 알리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이 사원에는 3,000명의 승려들이 기거하고 있다.

 

탐마까이 사원은 독특한 명상법을 개발하여 신도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명상법은 루엉 퍼 쏫이라는 승려가 개발한 것으로 1970년 대 그의 제자이며 현재 탐마까이 사원의 주지인 프라 탐마차요와 부 주지인 프라 탓따치워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이 명상법은 명상을 통해서 자신의 몸속에서 부처의 육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명상을 통해 나타나는 영적 육체가 존재하는 데 이를 보기 위해 배꼽 위 손가락 두 마디 높이 위치에 의식을 집중하도록 한다. 인간의 몸속에 여러 층의 몸이 존재하며 그 중 가장 정교한 몸은 흰 연꽃과 함께 나타나는 불상의 형태를 띤 아홉 번째 몸이고 이것이 우리를 열반으로 이끄는 탐마까이(‘탐마’는 부처의 가르침 또는 진리를 의미하고, ‘까이’는 몸이라는 의미이다)라고 가르친다.

 

경영방식이나 명상법 등이 예사롭지 않고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모든 극적 요소를 다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탐마까이 사원에 대한 가장 큰 비난은 상업적 이익의 추구이다. 탐마까이는 “금생에 부자는 전생에 공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며, 가난한 사람은 공덕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가르치는데 기부를 강요하는 듯한 이런 가르침이 비난을 받는다.

 

1980년대부터 탐마까이는 사회 중산층이 직면한 일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주고자 노력했다. 탐마까이는 중산층, 학생, 사업가뿐 아니라 군 장성, 은행 간부, 왕족을 포함하는 여러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탐마까이의 가르침에 충실하면 “학생은 공부를 더욱 잘하고 사업가는 더욱 더 사업에 성공할 것이다”라고 믿게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탐마까이가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막대한 경영에 쓰이는 자금은 내생에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신도들을 설득하여 나온 기부금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전 총리인 큭릿 쁘라못은 “탐마까이 사원은 행복을 파는 오락시설이나 레저 공원처럼 실제로는 ‘종교적 즐거움’을 파는 사업을 한다”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근래 들어서 태국 사회가 상업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으로 변함에 따라 전통적 문화의 양상도 세속화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은 불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이래 승려들은 점차 소비와 상업활동에 관련되었다. 많은 불교학자들은 불교의 상업화가 승가 내의 도덕적 타락과 각종 스캔들-사원재산 횡령, 마약복용, 성추문-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 승가사회의 가장 큰 스캔들은 승려 위라폰 쑥폰 사건이었다. 그는 비리 백화점 같은 인물이다. 신문 속 사진에 찍힌 그는 자가용 제트기 안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루이비통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다. DSI에 따르면 그의 축재재산 총액은 10억 바트에 달했고, 강간, 횡령, 사기, 돈세탁, 마약밀매, 뺑소니차 사건까지 다양한 비리를 저질렀다. 국가불교사무국(총리실 산하에 있으며 불교정책을 총괄)에 따르면 2012년 유사한 사건으로 수백 명이 견책을 받았으며, 승려 직을 박탈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현재 상업주의로 비난을 받고 있는 탐마까이 사원의 주지인 프라 탐마차요는 횡령사건의 검은 돈을 편법으로 기부 받고 돈 세탁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의 위기까지 몰려있다. 

 

이런 승가 세속화 사례를 통해 최근 들어 승가 정화를 위한 승가법 개정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승려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원운영을 신도와 승려들이 이원화하여 공동으로 운영해야 하며, 승려는 불교 교육과 법의 실행에 전념하게 하고 재가신도들의 실제 사원 운영참여의 폭을 넓혀 상호 견제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한 불교학자가 제시한 개정안은 설득력을 갖는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