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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필리핀 대선 결과 분석과 그 의의

필리핀 김동엽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지역원 원장 2016/06/08

지난 5월 9일 완료된 필리핀의 대통령 선거 완료 후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후보가 약 38.8%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범죄자들을 몰살시키겠다는 선동적인 캠페인을 벌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위와 관련하여,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지역원의 김동엽 원장에게 필리핀 대선 결과 분석과 그 의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최근 실시된 필리핀 대선의 현황과 결과는 어떠한가?


▲ 2016년 5월 9일, 필리핀 대선에서는 4명의 유력 후보 가운데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다바오 시(市)에서 22년간 시장을 지낸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후보가 약 38.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집권여당의 후보인 로하스(Mar Roxad)는 23.5%를 득표하여 2위를 차지했다. 선거전 초반에 집권여당의 부통령 후보로 영입될뻔 했으나, 대통령 후보로서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무소속 출마한 포(Grace Poe) 후보는 21.6%를 득표하며 3위에 그쳤다. 반면 오랫동안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굳건히 지켜왔던 현직 부통령 비나이(Jojo Binay)는 최근 부정부패 혐의로 각종 조사를 받게 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고, 결국 12.9%라는 초라한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현 아키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고, 또한 임기 중 평균 6%나 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국민들은 여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필리핀 정치의 변방에서 등장한 두테르테를 선택했다. 이는 전통적 정치 엘리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표출된 것이며, 또한 국민들은 일상의 삶과 직결되는 대도시의 교통난이나 마약, 범죄와 같은 사회적 치안 문제에 대한 강력한 처방을 제시한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Q2. 이번 대통령 당선인의 주된 공약은 무엇이었으며, 필자는 이러한 공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정치경력 중 대부분이 ‘지방 도시의 시장’이라는 이력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러한 그가 국가 차원의 경제발전이나 외교관계에 대한 경험은 내세울 것이 없다. 따라서 현 아키노 대통령의 경제운영 기조와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최근 필리핀 외교 사안으로 가장 심각하게 떠오르는 난사군도(Spratly Island)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양자 간 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현(現) 정부의 다자간 국제협력을 통한 해결방안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두테르테 당선자의 가장 중요한 선거공약은 범죄자 소탕을 통한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의 공약은 각종 사회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필리핀에 극단적인 처방을 내려 미래 세대에게는 안전한 국가를 물려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시장으로 있던 다바오 시가 범죄소탕으로 명성을 얻은 데에는 법치주의를 무시한 인권 유린의 사례들도 많이 있다. 범죄 용의자에 대한 무차별한 사살과 심지어 경찰도 아닌 자경단(Dabao Death Squad)을 동원해 범죄 용의자를 처단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성향에 대해 많은 인권 운동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필리핀 국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필리핀 국민들이 느끼는 절박함을 대변해준다고 볼 수 있다.


Q3. 선거 결과, 사실상 대통령으로 확정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인은 누구인가? 또한 그의 정치적 면모와 성향은 어떠한가?


▲ 두테르테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발언과 함께 외국 외교관에 대한 막말 등을 일삼아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는 1945년 필리핀의 중부 비사야스에서 법조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려서 남부 민다나오에 있는 다바오 시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성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학을 전공하고, 다바오 시에서 검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필리핀 민주화 이후 정계에 입문하여 다바오시의 임명직 시장이 되었으며, 1995년부터 선출직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시장에 당선되어 22년간 다바오시의 시장으로 봉직했다. 그가 시장으로 임명되기 이전 다바오시는 각종 범죄와 마약에 병든 최악의 도시로 꼽혔다. 그러나 그가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강력한 범죄소탕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다바오시는 국내외 각종 조사기관이 선정한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필리핀 주류 정치인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 한 예로 민다나오 무슬림 문제 해결을 위해 연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필리핀 주류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거부해 왔던 방안이다. 또한 두테르테는 필리핀 공산당 지도자로서 네덜란드에서 오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시손(Jose Maria Sison)의 입국을 허용하고, 자신의 정부에 공산당의 인사를 등용할 것이라고 하는 등 사회민주주의적 이념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Q4. 필리핀의 신정부는 어떻게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 필리핀은 정당정치가 발달한 국가가 아니며,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국가이다. 라서 대선 후 대통령을 중심으로 새롭게 정치지형이 구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테르테는 필리핀민주투쟁당(PDP-Laban)이라는 의회 의석을 거의 보유하지 않은 정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되었지만, 당선이 확정된 이후 이미 많은 정치인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미 현 집권여당의 후보로 당선된 약 80여 명의 예비의원들이 집권 연합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으며, 6월 30일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의회의 정당정치에 새로운 판이 짜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부 구성을 위해 다방면에서 천거를 받아 임명이 진행되고 있으며,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여 낙선한 까에따노(Alan Peter Cayetano) 상원의원에게는 법무부나 외교부 장관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필리핀의 정치체제에서 정당과 같은 조직이 행정부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연고를 통해 입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정부에는 두테르테 당선인이 다바오 시장 시절 함께 일했던 많은 사람들과 대학 동기들과 함께 이전 정부에서 경험을 쌓은 인사들이 재등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5. 필리핀 국민이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번 대선에서 필리핀 국민이 두테르테 당선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그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필리핀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는 오늘날 필리핀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를 ‘마약’과 이로 인한 ‘범죄’ 및 ‘무질서’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극단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근래 각종 범죄와 납치살해 사건 등 필리핀 사회의 안전이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있다. 필자가 지난 2월 현지조사를 위해 마닐라의 퀴아포 지역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인터뷰의 주제는 ‘필리핀의 이슬람 문제’와 관련한 것이었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마약과 범죄의 문제로 흘러갔고, 인터뷰 응답자는 밤만 되면 마약상들이 거리마다 진을 치고 있고, 마약으로 인해 필리핀의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상태를 그대로 방관하면 조만간 필리핀은 마약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러한 현상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계층구조의 악화, 그리고 여전히 높은 인구증가율 등 사회적 불안요인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필리핀이 처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극단적인 처방을 제시하면서 선거 이슈를 점유한 두테르테가 공약 실현 가능성의 여부를 넘어 일반 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Q6. 필리핀 신정부는 어떠한 외교 노선을 취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또한 현 정부의 외교 노선과는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가?


▲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외교정책의 중심에 강대국과의 관계를 두고, 그다음으로 주변국인 아세안 국가를 두고 있다. 강대국 중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필리핀 외교관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큰 외교·안보적 현안이 되고 있는 중국과의 해양영토 분쟁에서 전통적 우방인 미국은 필리핀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두테르테는 현 정부와는 달리 해양영토 분쟁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중국과의 직접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2015년 12월 공식 출범한 아세안공동체는 필리핀이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역공동체로서 필리핀 대외관계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 그 외의 국가에 속하는 한국은 필리핀과의 개별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상호관계가 구축되어 있다. 외교 분야의 경험이 부족한 두테르테는 기존 외교전문가들의 조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테르테 후보의 인권 무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미국 대사에게 두테르테는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으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어 외교적인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성향은 필리핀 외교 노선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소국으로써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필리핀의 현실을 감안하면, 신정부의 향후 외교정책은 현 정부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7. 이번 대통령 당선인이 사실상 확정되자 일부에서는 인권 후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전망은 어떠한가?


▲ 두테르테 당선인은 선거 유세 도중 범죄자 소탕에 대한 자신의 단호함을 부각하기 위해 1989년 다바오시 형무소 인질극 사건을 거론했으며, 당시 인질로 잡혀 무참히 살해당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성적인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여성단체들을 포함한 인권단체들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두테르테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6개월 이내에 10만 명의 범죄자를 처단해 마닐라 앞바다에 던져 넣어 물고기들의 배를 불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들은 자신이 시장을 지내던 다바오시의 범죄자 척결 과정에서 수많은 인권유린사례를 되돌아보게 했고, 일부 피해자의 증언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많은 인권단체에서는 법치주의 정신을 벗어난 그의 과격한 권력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대다수의 필리핀 국민들은 그의 행적에 대해 인권을 무시하는 측면보다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해석하고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필리핀 국민들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마약과 범죄와 같은 필리핀 사회의 병폐를 일소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두테르테 당선인이 천명하고 있는 급진적 방법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과거에 폐지되었던 사형제를 부활시켜 흉악범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테르테는 필리핀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필리핀 공산당에 대해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또한 정치범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조치를 공약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테르테의 이념적인 유연성과 사회적 통합을 위한 그의 행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거칠고 과격한 발언도 선거전략의 일부로 해석하도록 만들었다.


Q8. 이번 필리핀의 정권 교체가 필리핀 정치·경제·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


▲ 필리핀 국민은 두테르테 정부의 출범으로 엘리트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고, 경제적 계층 구조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필리핀이 질서 있고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회적 병폐와 부패를 일소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질서와 안정을 구축함으로써 국내외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여 국가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해줄 정치적 지지 세력이 필요하다. 이는 선거 때에 막연한 기대로 지지표를 던지는 유권자와는 달리 집권 후 실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지지자와 반대자가 극명하게 분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2년 소수파로 집권한 라모스 정권은 정치적 주류세력과의 타협을 통해 의회를 장악하고, 경제적 자유화 저액을 통해 재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라모스의 지도력은 1990년 중반 필리핀의 경제발전과 사회적 안정을 가져왔다. 두테르테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선거 과정에서 불화를 일으켰던 모든 사람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또한 공산반군과 이슬람반군 등 사회저항세력들에 대한 화합의 정치를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두테르테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화답하고 있으며, 많은 필리핀 국민들은 그가 분열과 분쟁의 과거를 뒤로하고 통합의 미래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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