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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조치

인도네시아 박재봉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 2016/06/20

인도네시아 정부는 산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성장 지체에 빠진 인도네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까지 연간 9%의 GDP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의 박재봉 연구위원에게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 조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한 배경은 무엇인가?


▲ 인도네시아의 조코위(Jokowi, 본명은 Joko Widodo) 정부는 2016년 2월 11일에 대규모의 외국인투자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2015년도에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이 4.73%에 머물러 정부가 목표로 했던 5.7%에 크게 미달하였기 때문이다. 4.73%라는 수치는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 이후에 기록된 최저 경제성장률로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조코위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하여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위기를 벗어나고자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정책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인도네시아의 경제침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주요 수출품목이 천연자원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천연자원의 국제시장 가격 등락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가 경제는 큰 영향을 받아 왔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천연자원의 수요와 국제가격이 급락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침체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팜 오일 등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 이후에 유도요노(Bambang S. Yudhoyono) 정부가 보호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실시해 왔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2008년의 국제경제위기에 타격을 적게 받았고, 상대적으로 높은 5~6%의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이 시기에 유도요노 정부는 국내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강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세계은행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흥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을 만들어 국내산업을 보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정부 방침의 표면적인 이유는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민주화 이후에 의회와 정당들을 장악한 기업가 출신 정치인들의 사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의 기조는 유도요노 정부를 승계한 조코위(Jokowi) 정부 초기에도 유지되었다. 의회와 정당(PDI-P)에 지지기반이 약했던 조코위 대통령은 이들 정치세력의 보호주의 압력에 취약한 상황이었으며, 조코위 대통령 스스로도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보호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경제 상황의 악화와 국내 보호주의 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 기업과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조코위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국내외적으로 비난을 받게 됐다. 악화된 국제경제 상황하에서 지속적으로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을 실시한다면 조코위 정부가 목표로 하는 6~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규제 완화를 통한 정책 기조의 전환은 조코위 정부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Q2. 조코위 대통령이 추진한 기존의 경제개혁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추진 성과는 어떠한가?


▲ 2014년 10월에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사회에 개혁과 혁신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이 친서민적이고 기존 정치권의 부패한 관행과는 차별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기 초반 1년간 조코위 정부의 경제정책은 전임자인 유도요노(Yudhoyono)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기 조코위 정부는 유도요노 정부 후반기(2009-2014)에 강화된 보호주의 정책을 개혁하기보다는 그대로 답습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조코위 정부 초기의 보호주의 정책의 핵심에는 초대 무역성 장관으로 임명된 고벨(Rahmat Gobel)이 있었다. 고벨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Panasonic Gobel 그룹을 소유한 기업인이며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자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내 기업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해서는 보호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시장개방과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와 같은 경제개혁에 미온적이었다. 고벨 장관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다. 조코위 정부 출범 후 연속해서 분기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고 국제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5년 8월 12일에 고벨 장관을 해임하고 렘봉(Thomas T. Lembong) 장관으로 교체되는 부분 개각을 실시하였다. 렘봉 장관은 개방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전문경영인으로 조코위 정부 경제개혁정책의 상징이다. 국내 경제침체에 압박을 받던 조코위 대통령이 10개월 만에 핵심각료를 교체하게 된 것이었다. 렘봉 장관은 2015년 9월 9일에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조코위 정부의 개방정책이 시작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조코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참가하여 발표를 주도하면서 정부의 확고한 개혁정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때 발표된 제1차 규제 완화 정책의 핵심은 수출입 규제를 대폭 개정하거나 제거하여 국내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사업환경을 개선할 것에 목적을 두었다. 제2차 규제 완화 정책은 9월 29일에 발표되었다. 이번 규제 완화 정책은 국내경기 활성화와 환율방어 그리고 외국인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 복잡하고 불명확한 규정을 정비하였고, 기존에 8일이 걸리던 사업 인허가 기간을 3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규제 완화 정책을 몇 차례 더 발표하여 지속적인 개혁과 개방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였다. 그러나 2016년 2월에 대규모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기 전까지 실효성 있고 대내외적으로 파급력이 큰 규제 완화 정책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Q3. 조코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 조코위 정부가 2016년 2월 11일에 발표한 규제 완화 정책은 보다 혁신적이고 구체적이었다. 2015년에 발표한 규제 완화 정책들이 기존에 있던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소극적인 정책이었다면, 최근 발표된 규제 완화 정책은 훨씬 적극적이고 파급력이 큰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정책은 지난 10년간 실시한 규제 완화 정책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조코위 정부가 2015년 12월에 발효된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에 의해 주변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위기의식도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이번의 규제 완화 조치의 핵심은 그동안 외국인투자가 제한적이었던 산업들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한다는 점에서 파급력과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가 개방된 분야를 세분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외국인투자가 100% 허용된 분야는 (1) 유료 도로사업 (2) 레스토랑과 술집 (3) 영화제작업과 배급업 그리고 영화관 운영 (4) 냉동창고업 (5) 고무산업 (6) 비독성 폐기물 관리업 등이다. 외국인투자가 67%까지 허용되어 지분투자를 통해 최대 주주가 허용되는 분야에는 (1) 이동통신 네트워크 및 서비스 (2) 의료기기와 설비 (3) 창고업 (4) 건설 컨설팅 등이다. 외국인투자가 49%까지 허용된 분야는 (1)고압전기 설비 (2) 육상 운송업 등인데 이들 분야는 이번에 최초로 외국인투자를 허용하는 분야이다. 이번 조치의 특징은 영화 관련 산업, 전자상거래 그리고 Health Care 등 창조경제 분야의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데 있다. 이 분야들은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로,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창조경제 분야가 개방되어 한국기업의 활발한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 밖에도 조코위 정부는 49개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어 향후 또 다른 정부정책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외국인투자 유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혁과 개방 정책은 지속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규제 완화 정책의 추진 성과를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된다.


Q4. 인도네시아 정부의 FDI 규제 완화 조치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더불어 이와 같은 조치가 향후 인도네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 인도네시아 정부가 규제 완화 조치를 취하며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정책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도네시아 경제는 1970년대부터 자원수출 의존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외경제환경 변화에 취약했다. 천연자원의 국제가격이 내려갈 때면 경제침체 또는 위기 상황이 반복해서 나타나곤 하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IMF의 조언을 받아 구조조정을 하였고,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의 대응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였다. 따라서 조코위 정부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는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후반에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실시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최근의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기대를 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다. 특히 서구의 학자들과 언론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을 비난하며 규제 완화 조치를 계속해서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이 인도네시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기업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을 대표하는 국가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되어 있으며 경제규모 측면에서 압도적인 1위 국가이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인구 2억5천만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국가인 것만은 틀림없다. 아세안공동체의 출범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호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시장을 개방한다면 외국인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인도네시아 정계와 재계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조코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개혁정책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제조업 분야를 산업의 중추로 만들고 국가경쟁력을 행상시켜야 한다는 목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악화된 경제 여건에서 산업구조 개혁에 실패하면 경제 주체 모두에게 손실이라는 위기의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야당 연합을 이끌고 있는 인도네시아 대약진당(Gerindra)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표 역시 조코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조코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과감하게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 2월에 실시한 규제 완화 조치에서 영화산업, 전자상거래, 의료산업 등을 과감하게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미루어 조코위 정부의 개혁 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예정된 스케줄에 따르면 몇몇 전략적인 산업을 제외한 광범위한 규제개혁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인도네시아의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회복되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면 다시 보호주의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향후 10년간은 지속적인 개방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게 많다. 수출입과 외국인투자 정책의 실효성과 신속성을 담보하는 것이 절차의 간소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국내 기업들과 산업계의 저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규제 완화 정책의 성패에 관건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의 허가권을 기득권으로 생각하는 행정관료들의 의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개혁 정책의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규제 완화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경제부처 간에 이해가 상충되어 효과적인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조코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정책들이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015년 9월에 첫 번째 정책이 발표된 만큼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지지율이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조코위 정부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한다면 규제개혁 정책의 실효성이 담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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