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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필리핀의 TPP 가입 준비 현황과 전망

필리핀 정법모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6/06/20

지난 3월 18일 필리핀 일간지 Philstar는 씨엘리토 하비토(Cielito Habito)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장(National Economcic and Development Authority)은 필리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위한 제도적 준비가 상당 부분 완료됐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그러나 여전히 TPP 측에서 지적한 법적 장애물이 존재하며, 필리핀은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정법모 선임연구원에게 필리핀의 TPP 가입 준비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처음 필리핀의 TPP 가입이 거부된 이유는 무엇인가?


▲ 필리핀은 2010년 9월 TPP 가입 준비를 거쳐 지원했으나 2015년 10월, 추가로 포함된 호주, 캐나다,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페루, 미국, 베트남이 가입했을 때,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기구의 투명성, 인프라 구축 미비 등의 문제도 거론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법령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제정된 필리핀 헌법 12조에 외국인 투자자는 부동산과 기업을 40%까지 소유할 수 있으며, 자연자원의 개발이나 대중 매체 분야는 내국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법령의 수정을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헌법 개정에 대한 여러 이견이 상존하고 있다. 


Q2. 필리핀의 TPP 가입 준비 현황은 어떠한가?


▲ 미국 및 TPP에 가입한 기존 11개 국가는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며, 인구 8억이 살고 있는 지역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필리핀에 있어서도 TPP는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이다. 필리핀은 2010년부터 TPP 가입을 준비하여 2011년 가입 희망 의사를 밝혔으나, 2015년 추가로 선정된 국가들에 포함되지 못했다. 2015년 12월 열린 APEC회의에 참여를 목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에 방문했을 때, 양 국가 정상은 TPP의 필요성 및 가입 의지를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혔다. 필리핀은 미국과의 지속적인 공조를 강화하는 것과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TPP의 가입을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있다. 필리핀은 2011년 미국과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Growth)’을 맺었고, 이를 통해 규제개혁, 반부패, 민간영역 발전 등을 위해 협조하기로 되어 있다. TPP 가입을 위해서는, 지적 재산권, 환경 보호, 노동권과 관련된 규정들도 정비해야 하며, 인프라 구축, 특히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과 전기세의 적정화 등도 중요한 선결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5년 12월,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하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TPP 가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양 국가 모두 대선국면에 돌입하게 되면서, TPP의 가입은 신정부가 맞아야 할 큰 과업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Q3. 필리핀의 TPP 가입을 위한 준비가 충분히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 전술하다시피 가장 큰 이슈는 새로 출범한 정부가 TPP 가입에 대한 의지를 지속하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6월 30일부터 출범할 두테르테 정부는 선거 기간 동안 경제 정책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표면상으로는 신정부 역시 기존의 TPP 가입 노력을 계속한다는 것이 입장이지만, 첫째 필리핀은 기존의 미국이나 일본과의 양자 간 협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과 TPP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 중 필리핀이 선명하게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둘째, 외국인 투자자의 소유제한 규정에 대한 장벽의 문제가 있다. 위 두 문제에 대해서, 일단은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하는 과정을 봐야겠지만, 두 가지 모두 시간이 소요될 일로 보인다. 물론, TPP의 승인 절차가 한 국가의 상황과 상관없이 오래 걸리는 절차이긴 하지만, 현재로써 총평하기에는 필리핀의 TPP는 단시간에 확답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Q4. TPP 가입으로 인한 필리핀의 득과 실은 무엇인가?


▲ 필리핀은 환태평양국가들과의 교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10년 기준 교역액이 210억 달러, 수출금액도 100억 달러에 달해 그 비중이 전체 규모의 21, 20%에 달했다. 필리핀이 TPP에 가입하면, 2015년 기준으로 2억5천만 달러에서 2024년이면 3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자본이 유입되면 통화가치는 2015년 0.1%였던 수치에서 2024에는 0.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증가하면서 섬유, 석유 화학 및 서비스는 이득을 볼 것이나, 농산물, 광산, 식품 생산, 철강 제품, 운송 기계, 건설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TPP에 가입했을 때,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관세를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와 전자 분야에서는 인근 국가들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의 서비스업 진출을 확대할 수 있어 이득을 볼 수 있고, 의류 및 섬유 사업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농산품 및 식품 분야의 경우, 현재 필리핀의 관세가 비교적 높아 농산품 가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세가 하락하면 이 부문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Q5. 필리핀에 TPP 가입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 필리핀의 대외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 국가와의 양자 협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TPP가 또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기타 아세안 국가와도 교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접 국가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필리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일이 자명하다. 일례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TPP에 가입해 있는 이상, 기존의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도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가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필리핀이 기존의 2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필리핀산 제품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 자명하다. 필리핀은 현재 RCEP를 추진 중이며, 중국과 FTAAP도 추진 중에 있다. 필리핀이 TPP에 가입하면 이러한 협정에 추인하는 것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Q6. TPP 가입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반응은 어떠한가?


▲ 필리핀에 TPP 가입과 관련하여 국민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필리핀이 TPP에 가입함으로써 수입과 수출의 관세를 낮추고, 교역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의 투명성 및 책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그들은 다른 국가들이 TPP에 가입하는 상황에서 TPP에 가입하지 않은 필리핀의 제품은 역내 경쟁력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여 TPP 가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반면 TPP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TPP의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과 기존에 이미 가입되어 있는 무역 협정이 많이 있는데 또 하나의 다자간 협정이 현 필리핀 상황을 크게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세안의 CEPT(Common Effective Preferential Tariff), 필리핀-일본 간 경제 파트너 협정(Philippines-Japan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미국과의 GSP(Generalized Scheme of Preferences) 등이 그 예이다. 높은 관세, 교통 인프라의 열악한 환경과 수준, 재해 관리의 미비, 인터넷망의 미비 등의 문제 등은 기존의 협정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었으나 필리핀이 아직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분야이다. 따라서 필리핀이 TPP 가입하는 것 자체로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Q7.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은 TPP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 기본적으로 두테르테는 선거기간 동안 경제 관련해서는 뚜렷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선이 확정된 이후 그는 아키노의 경제정책 대부분을 승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원칙적으로 TPP에 대해서 찬성의 입장을 갖고 있으며, TPP 가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일컬어지는 개헌에 대해서도 의지가 있다. 최근 두테르테는 현 60대 40으로 되어 있는 현지인/외국인의 사업 지분 비율을 규정한 1987년 헌법을 개정하고, 여러 경제특구를 신설하는 등, 외국인 투자를 용이하게 할 것임을 역설하였다. 다만 두테르테는 그의 연설에서 “우리나라 땅을 팔지는 않겠다.”는 언급한 것과 같이 외국인의 토지 소유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개헌의 의지는 확실히 밝혔고, 의회 내에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다수 있다는 것은 유리한 조건이지만, 개헌의 내용 중 연방제로의 변화나 임기 제한을 삭제하는 등,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많은 부분도 포함되어 있어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데는 오랜 진통이 예상된다. 


Q8. 필리핀의 TPP 가입은 경제적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해석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어떠한가?


▲ 필리핀이 TPP 가입에 대해 다소 망설임을 보이는 것은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선택을 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비록 남사군도(스프레틀리 군도) 문제를 두고 필리핀은 중국과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협력을 유지하려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필리핀은 최근 설립된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지원 받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의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 TPP 가입을 두고 미국은 필리핀이나 태국에 가입을 권유하고 있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중국 세력의 견제 의미에서라도 가입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은 오랜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이나, 아세안 국가를 둘러싼 여러 정치적, 외교적 역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실질적인 경제적 득실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필리핀의 TPP 가입에는 여러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Q9. 필자는 필리핀의 TPP 가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 개인적으로는 필리핀의 부패, 인프라 부족, 정책의 투명성 등이, 자유화 정책이나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해결될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 전술했다시피 여러 자유 무역 협정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직접투자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외국인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필리핀을 대표할 만한 대표 산업이 미비하고, 농어촌 지역의 빈곤은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적절한 보호 장치 없이 관문을 여는 것에 대한 위험성은 있어 보인다. 다만, AEC의 출범 이후, 인접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둘러싼 정치, 외교적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타 국가와의 공조의 맥락에서 전략적으로 가입 여부를 선택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대미, 대중, 대일 등의 관계 설정과, 아세안 공동체 내에서 필리핀의 입지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득실을 따져, 최종적으로 선택할 문제로 보인다.


Q10. TPP가 향후 필리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 가장 긍정적인 기대는 관세 인하,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증가하는 것이며, 제도적으로는 정책의 투명성 및 합리화를 자극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임금이 상승하며, 더 나은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교통, 통신이 기술적으로 개선될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국민에게 적정한 가격에 공급된다면, 전체적인 사회 복지 차원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거버넌스 역시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같이 변화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분배나 복지체제가 같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무역 자유화가 빈부의 격차를 크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 주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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