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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라마단-르바란 기간 인도네시아의 소비 형태와 경제적 영향

인도네시아 이지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6/07/10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6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애초 0.6%보다 낮은 0.56%로 조정했다. 이는 전년 라마단 기간보다 식료품 가격이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라마단이 끝나고 시작되는 성대한 잔치인 르바란을 앞두고 물가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라마단과 르바란 기간 동안 나타나는 소비 형태와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이지혁 선임연구원에게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Q1. 인도네시아에서 라마단과 르바란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어느 정도의 상대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이 느끼는 라마단과 르바란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다른 국가의 무슬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무슬림에게는 실천해야 할 다섯 가지 신앙적 의무(이슬람의 다섯 기둥- Arkan-al-Islam)가 있는데, 이는 신앙고백, 희사, 예배, 단식, 순례이다. 매년 이슬람력(hijri)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 한 달 동안 전 세계 무슬림들은 이슬람의 네 번째 기둥인 단식을 실천해야 한다. 금식은 일출 전 임삭(imsak)에서 시작되어 일몰인 마그립(maghrib)에 해제된다. 라마단은 무슬림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이다. 이슬람 신봉자들에게 라마단은 단순히 절제와 금욕을 실천하는 것 이상의 보다 다차원적인 의미가 있다. 라마단 기간 동안 영적으로 신앙심이 돈독해 지고 몸을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행복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며, 하루 종일 굶주림을 느낀 다른 무슬림과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더불어 사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공적인 공간에서 단식을 실천함으로써 이슬람을 알리는 기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라마단이 끝나면 바로 이어서 ‘이둘 피트리(idul Fitri)’라고 불리는 이슬람 최고의 명절이 시작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둘 피트리’를 ‘르바란(lebaran)’이라고 부른다. 르바란 동안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명절 음식인 끄뚜빳(ketupat)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르바란 기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모든 잘못과 뜻하지 않았던 무례함을 용서해주세요’라는 의미로 ‘모혼 마앞 라히르 단 바띤(mohon maaf lahir dan batin)’이라는 말을 하면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듯 인사를 한다. 명절 동안에 주로 가족과 친지들이 모스크 혹은 야외에 모여 기도를 하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기도 한다. 공식적인 휴일은 이틀이지만 이슬람 교인들에게는 라마단이 끝난 후 거의 1~2주 정도의 긴 르바란 휴가가 주어진다.


Q2. 해당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인들의 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라마단 기간 절제와 금욕 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이 기간에 소비재 구매가 급증하는 사회현상이 목격된다. 이는 비단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이슬람 율법(sharia)이 훨씬 엄격하게 적용되는 중동에서도 일어난다. 종교적 차원을 넘어 라마단을 사회현상 혹은 일상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매우 분주한 삶을 살아야 한다.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는 어떠한 것도 취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 새벽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야 하고 일몰 이후에는 가족, 지인, 친구, 연인들과의 잦은 모임을 갖고, 함께 풍성한 저녁을 먹기도 한다. 저녁 시간 쇼핑몰의 레스토랑에서 미리 음식을 주문하고 금식을 깨는 ‘부까 뿌아사(buka pusa) 혹은 이프타르(iftar)’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 손님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식사 자리는 흔히 과식을 야기한다. 소비를 조장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라마단과 이어지는 르바란을 꼽을 수 있다. 르바란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가기 때문에 국민적 대이동이 일어난다. 한국의 추석이나 설날 명절처럼 부모님과 가족 혹은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기도 하고 명절에 필요한 다양한 소비재를 구입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회사원이나 근로자들은 이 기간에 명절 보너스를 지급받기 때문에 자연스레 내수 소비가 증가한다.


Q3. 라마단-르바란 기간 동안 일어나는 소비의 특징은 무엇인가?


▲ 중앙은행(BI)의 월별소비재 판매지수에 따르면, 라마단 해당 월의 전월 대비 소비재 판매 증가율은 대부분 해당년의 월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난다. 라마단-르바란 기간에는 음식, 의류를 포함한 소비재 상품의 판매가 급증한다. 식음료의 경우 저녁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레스토랑이나 쇼핑몰에서 각종 모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소비가 급증한다. 인도네시아 물류청(state logistics agency)은 2016년 라마단 기간에 쌀, 소고기, 옥수수 등의 수요가 평소에 비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특히 소고기의 수요가 상승하여 소고기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소고기는 닭과 함께 르바란 명절 음식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다. 의류에 대한 소비도 증가하는데 이는 명절을 앞두고 새로운 의상을 구입하거나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 의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바이오 리듬 파괴, 저녁 폭식, 과로 등과 같은 일종의 라마단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료제 구입, 건강식품과 수분 마스크 팩 구입, 그리고 기도 전 사용하는 클렌징 제품의 판매 등이 증가한다. 더불어 최근 통신장비에 대한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


Q4. 그렇다면 해당 기간 동안 특수를 누리는 산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 최근 인도네시아 중산층의 증가와 도시화로 인해 소비패턴의 빠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라마단 기간의 소비 형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과거에 비해 홈쇼핑과 전자상거래를 통한 상품 구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사실은 일출 전의 아침 식사인 사후르(sahur) 전후와 점심시간 동안 온라인 쇼핑몰 접속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구글 인도네시아(Google Indonesia)에 따르면 지난해 라마단 기간 동안 전년 동일 기간 대비 인터넷 접속(전자상거래를 위한) 횟수가 4배나 증가했다. 라마단 기간 중 여행(30%), 의류(29%), 가전(24%), 통신서비스(19%), 스마트폰(17%) 분야의 검색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화 관람도 급증하고 있다. 라마단 후 이어지는 ‘르바란’ 특수를 앞두고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들은 일제히 특별 프로모션을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Q5. 해당 기간의 소비가 인도네시아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 라마단-르바란 기간 중 가장 두드러진 경제 현상은 물가 상승이다. 2015년의 경우 라마단이 속한 7월의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0.93%로 월평균 상승률 0.27%의 3.5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기간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으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고,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라마단 이전의 물가 상승률로 돌아가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경제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물가 상승률은 대체적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수입 물가 및 유류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라마단은 인도네시아 경제에 노동 생산성 하락이라는 역기능과 내수 소비 진작이라는 순기능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일반적으로 라마단 기간에는 근무 시간이 줄어들고 낮 시간 동안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 기간 동안 국가의 월별 GDP의 3.8%의 감소한다. 반면 라마단이 경제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내수 소비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국가 경제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기 때문에 내수 진작은 국가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마단-르바란 기간 동안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비재 수급 및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해 조코위 대통령은 해마다 반복되는 금식월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고 특정 상품의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쌀, 소고기, 닭고기, 계란, 설탕 등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수입 및 공급을 강화하는 한편 운송 비용 및 에너지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대처럼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네시아는 군도 지역이라는 특성과 인프라 시설의 낙후로 인해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GDP의 약 24%를 차지한다. 또한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부서 간, 정부 기관 간의 조율 및 협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의 잘못된 대응책의 사례로서 소고기의 경우 인도네시아인들이 명절에 주로 먹는 고기가 신선육임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상자육(boxed beef)의 수입량을 늘려 실질적으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Q6. 유가 상승, 루피아 평가 절하 등 최근의 국제 경제 상황이 이번 라마단-르바르 기간의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 2014년 조코위 정부 출범과 함께 인도네시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가 있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하여 인도네시아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 루피아 평가 절하, 그리고 내수 소비 부진 등의 악재들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4%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라마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소비심리가 위축된 기업, 자영업자, 그리고 개인들이 선물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15년의 경우 전년 대비 라마단 기간 동안의 매출이 약 40% 하락했다. 이는 불황의 영향도 있지만 몇 년 전부터 부패척결위원회(KPK)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르바란 선물인 ‘빠르셀(parcel)’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한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라마단-르바란 경제 특수는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도시화 현상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특수를 누리는 분야가 변할 수 있지만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라마단과 르바란의 소비 활동에는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바란 기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딕(mudik)’에 동반되는 경제 활동과 소비재 구입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삶에서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금년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버스를 제외한 모든 교통수단의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의 경우 작년보다 7.6% 증가한 4백60만 명, 기차는 4.6% 증가한 4백 10만 명, 여객선은 3.5% 증가한 3백70만 명, 개인 자가용 수는 2백40만 대로 작년에 비해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득 증가에 따른 국내 여행객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르바란 기간 동안 새로운 여가 활동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크리스마스-새해’와 같은 대체 소비 시즌의 부각으로 라마단-르바란 동안에 집중되던 소비재 구매가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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