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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미얀마 소수 민족 정책과 시민 사회의 반응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벵골만연구센터 연구교수 2016/08/17

7월 초, 미얀마 승려들이 북부에 위치한 모스크를 불태웠다. 이양희 UN 특별 인권보고관은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미얀마 지도자들에게 소수 무슬림에 대한 종교적 박해를 비판하고, 법적인 절차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장준영 박사에게 미얀마 소수 민족 정책과 시민 사회의 반응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미얀마의 민족 구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미얀마는 다수인 버마족(69%)을 중심으로 하여 총 135개 종족이 공존하는 다종족 국가이다. 식민시기에 들어 버마족을 제외한 소수종족의 분류가 이뤄졌고, 일부 소수종족은 그들만의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1948년 독립 당시 연방은 135개 종족 가운데, 버마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종족들 가운데 상위 5개(샨주, 까친주, 꺼야주, 잠정 까렌주, 친 특별주)를 각각 주로 형성했다. 더불어 1974년 사회주의 헌법이 제정될 당시 헌법에는 버마족 지역으르 포함한 기존 6개주를 해체하고, 소수종족 지역 7개주와 버마족 행정주 7개로 분류해 14개 주로 재편했다. 예를 들어 동북부지역의 샨주(Shan State)는 샨족을 다수로 구성하는 종족인데, 샨족 하위에는 총 33개의 소수종족이 편재한다. 그러나 실제로 135개 종족에 분류되지 않는 종족도 있으니 그 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Q2. 현재 미얀마의 소수 민족은 사회 내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있나?
2008년 신헌법 제347조와 378조에 따르면, 미얀마의 모든 시민은 평등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종족, 출생, 종교, 공적 지위, 문화, 성별, 재산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된다. 이에 따라 이론상 소수종족은 어떠한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부 소수종족은 재계의 거물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얀마는 다수종족인 버마족, 종교적으로는 불교도가 중심이 되는 사회이다. 특히 식민지시기에 내도한 인도인의 후손과 무슬림들은 사회의 주류에 진입하지 못한다. 로힝자족은 1824년 이후에 미얀마로 이주했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을 불법적 이주민으로 정의한다.


Q3. 현 정부는 어떠한 소수민족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군부의 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나?
현 정부의 소수종족 정책은 이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군부정권(1962-2011)은 버마족 중심으로 국민을 통합하려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135개 종족을 모두 몽골계로 정의하는 대신 로힝자족은 벵골인으로 규정해 왔다.
또한 1982년 제정된 시민법에 따라 1824년 이전 국내에 거주한 자들만을 완전 시민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군사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장단체와 협상을 하고, 특히 자치권을 보장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Q4. 최근 미얀마 실사를 마친 UN 특별인권위원회는 소수 민족에 대한 어떠한 평가를 내놓았나?
지난 3월 유엔인권위원회는 미얀마 신정부 출범 100일 과제로 정치범 석방, 로힝자족 인권 개선, 로힝자족과 여카잉 불교도 간 통합 등을 주문했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 지난 6월 12일 미얀마를 방문했다. 위원회는 정치범은 석방했으나 로힝자족의 인권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로힝자족의 기본권, 보건, 교육 등 기초권익을 미얀마 정부가 타종족과 동등하게 다뤄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안다. 이양희 보고관은 미얀마의 민주화는 평등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완성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Q5. UN 감사 결과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어떤 입장을 밝혔나?
감사결과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만, 감사를 실시하기 전 미얀마 외교부는 이양희 보고관과 아웅산수찌 장관이 미얀마의 인권상황, 국방 문제, 여카잉주 문제, 평화 협상, 평화 집회 및 국제적 기준의 인권 협약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웅산수찌는 로힝자족 표현을 쓰지 말 것을 요청함으로써 이전 정부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보고관이 입국하기 전 UN 미얀마 대표부 뗏띤자뚠(Daw Thet Thinzar Tun) 대표는 국제사회가 로힝자족 대신 “여카잉주 무슬림 공동체”로 사용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유엔 차원에서 요구하는 미얀마의 인권 개선과 국민통합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미얀마 정부 차원의 로힝자족에 대한 배타적 태도는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Q6. 최근 미얀마 승려들이 모스크를 불태우고 소수민족 차별을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이 민족 차별을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무엇인가?
무슬림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두 갈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911테러’,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과격 무슬림을 이슬람 사회의 전반으로 이해하는 미얀마 국민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군사정부의 정보 통제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미얀마 내 무슬림 사회의 역사는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무슬림에 대한 배척 여론은 크지 않다. 둘째, 소위 불교 정통주의를 제창하는 마바따(Ma Ba Tha)라는 승려집단과 소규모 추종자들은 무슬림이 21세기에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 왔다. 특히 로힝자족과 같은 불법 무슬림 이주민들이 이주하여 불교도 마을을 잠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경계했고, 그들 활동의 명분으로 활용해 왔다. 일반 국민들은 마바따 운동에 동조하지는 않지만, 로힝자족과 같이 무슬림의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한다.


Q7. 반대로 소수 민족을 옹호하는 측의 입장과 근거는 무엇인가?
국내적으로 소수민족, 특히 무슬림 로힝자족을 옹호하는 세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지역 기반 시민사회기구(CSO)는 최근 무슬림 사원 공격과 관련하여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재발방지, 폭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종교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소수종족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UN과 같은 국제기구,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서방세계로 국한되는데, 특히 이들 국가(기구)들은 로힝자족 문제에 집중한다. 미얀마 국민은 로힝자족을 지역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불법 이주민이자 간주하지만, 국외는 미얀마 영토 내에 장기간 거주한 로힝자족을 국내 시민으로 인정하라는 입장이다. 아웅산수찌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과 일반 국민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Q8.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며, 정부는 앞으로 어떠한 소수 민족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일반시민들은 로힝자족에 대한 배척심이 강하지만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고, 과격 불교단체인 마바따는 이슬람교도들을 미얀마 땅에서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급진적 입장을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버고(Bago)지역의 유혈사태에 대해 침묵하다가 7월 까친주(Kachin State) 사태 이후 중앙승려위원회를 소집했다. 최근 종교부 장관은 중앙승려위원회의 의견을 받들어 과격 불교단체는 현행 법령을 준수해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과격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평화협정에 참여하는 소수종족 단체와는 협상을 통해 국민통합을 완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협상이 결렬될 경우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소수종족의 요구가 상이하여 정부 차원의 중재도 쉽지 않을 것이다.


 

Q9. 현 정부의 정책으로 소수 민족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마바따와 같은 과격 단체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소수종족정책의 성패가 달려있다. 또한 평화협정의 완성도 문민정부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궁극적인 과제이다. 국민 대다수가 불교도이기 때문에 마바따 소속 승려들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투옥시키는데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이다. 또한 로힝자족 문제는 현 정부에서도 해결하기 쉬운 과제는 아니고, 국제사회도 압박정책으로 실효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정전협정을 평화롭게 완성한 뒤 로힝자족을 포함한 무슬림 문제 해결 수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순조로울 것이다. 과격 불교단체는 국민 여론으로 자발적 해체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명시된 각 종족 간의 평등은 이번 정부에서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Q10. 미얀마 소수 민족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자치권을 보장하는 연방제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각 소수종족은 그들만의 요구만 주장하지 말고 권한에 맞는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즉 소수종족은 연방의 틀 안에서 자치권을 향유하는 한편, 중앙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는 입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소수종족이 지난 100년 이상 중앙정부에 가졌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 또한 버마족, 불교 등 다수의 원칙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웃한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종족 국민국가의 성공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미얀마에 정착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로힝자족에 대한 국민적 편견을 정부의 정책으로 귀결시키지 말고, 준 시민권 부여와 같은 다소 유화적인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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