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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국 총리의 중앙아시아 순방

키르기스스탄 / 타지키스탄 이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연구교수 2019/10/01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했다. 이어 7월에는 이낙연 총리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즈 공화국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한동안 공백기에 있었던 한국의 대 중앙아시아 정상외교가 이번 투톱의 순방으로 재가동된 모습이다. 최근 정권 교체가 발생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 표명으로도 읽혀진다.

 

중앙아시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정부의 주요 협력 대상지역으로 비정기적이지만 정상외교가 빈번하게 추진되어 왔던 지역이다. 한국은 중앙아 5개국과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후 국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번 투톱의 연이은 방문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은 한국의 주요 협력대상으로서의 중요성을 재확인 받았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은 키르기즈 공화국과 타지키스탄의 경우 이낙연 총리의 방문으로 앞으로의 협력 가능 분야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이 글은 이낙연 총리의 상기 중앙아 2개국 순방 배경과 내용에 주목하고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와 한국
한국에게 중앙아시아는 새롭게 성장하는 유라시아 중심부의 새로운 시장이자 신북방정책의 실질적 성공을 위해 중요성을 가진 지역이다. 특히, 대통령의 중앙아 3국 정상외교, 총리의 중앙아 2개국 방문에는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 강화, 한국의 신북방정책에 대한 중앙아 역내 공감대 확산, 고려인 동포 거주 지역의 역사·문화적 유대 강화 등의 포괄적인 목표와 실행 의지가 담겨 있다. 현 정부의 신북방정책 추진, 외교·경제 다변화 모색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에너지·광물 자원의 보고, 지정학적 요충지, 젊은 국가, 한류 확산 지역, 30만 한인 동포 네트워크 등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너지·광물 공급루트의 다변화, 새로운 수출시장 및 투자 지역 발굴, 외교·경제 협력 대상의 확대 등의 요구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게 중앙아시아 지역은 매력적인 협력 대상임에 틀림없다. 

 

이번 총리 방문국인 타지키스탄 및 키르기즈 공화국은 그간 한국의 대 중앙아시아 진출에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국가들이다. 한국의 대 중앙아시아 외교는 주로 자원부국인 중앙아 3국에 집중되어 왔고, 타직, 키르기즈와의 협력은 주로 공적개발원조에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지역을 단순히 풍부한 에너지 자원의 보고로만 인식하다면 이 지역이 가진 다양한 가치의 오직 일부만 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자원은 풍부하지 않지만 중앙아시아의 동쪽에 위치한 키르기즈 공화국, 타지키스탄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역과 맞닿아있으며, 중국-중앙아시아와 기타 중앙아 3국 및 러시아,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진출을 위한 물류 요충지로서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타지키스탄 (7.15-17), 키르기즈 공화국(7.17-19) 순방 내용과 성과
이낙연 총리의 타지키스탄 방문은 양국 수교 이래 최초의 한국 총리 방문이다. 이 총리는 2박 3일 간 일정에서 에모말리 라흐몬(Emomali Rahmon) 대통령 예방, 코히르 라술조다(Kohir Rasulzoda) 총리와의 회담 및 공식만찬, 소모니(Somoni) 동상 헌화, 동포 및 고려인 대표 초청 만찬간담회, KOICA  사업 보고회 등에 참석했다.

 

한-타지키스탄 총리회담과 대통령 예방에서 양 국의 실질적 협력 가능 분야가 논의되었는데, 타지키스탄의 「국가발전전략 2016-2030」이 소개된 후 타직 정부의 주요 우선순위 과제인 산업다변화, 사회간접자본 확충 분야가 한국의 협력 가능한 분야로 부각됐다. 특히 라술조다(Rasulzoda) 총리는 에너지, 교통, 수자원, 농업 등의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며, 자국의 알루미늄과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의 개발·가공·수출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 총리는 보건·의료·산림·교육·농산업·IT·수자원 등의 분야로 협력 다변화 언급하며 실질적인 협력 방안 논의를 이어갔다. 나아가 양측은 교역을 보다 확대하면서 호혜적이고 균형 잡힌 무역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한편, 라흐몬 대통령은 광물, 바이오, 미용, 에너지, 수자원, 섬유, 농업, 금융, 관광 등에서 한국 기업과의 합작 희망, 타지키스탄에 진출하는 기업에는 5년 면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향후 한국의 민간분야 진출을 독려했다.

 

이어서 이낙연 총리는 중앙아시아 최초의 WTO 가입국이자 민주주의와 개방형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키르기즈 공화국을 방문했다. 이 역시 한국 총리로서는 최초의 키르기즈 공화국 방문이다. 공식 일정은 무하메드칼르이 아블가지예프(Muhammedkalyi Abylgaziev) 총리와의 회담, 소론바이 제엔베코프(Sooronbay Zhenbayev) 대통령 예방, 키르기즈 공화국 현충원 헌화, 한-키르기즈 공화국 비즈니스 포럼 참석, 세계한인무역협회 주최 만찬, 독립유공자 가족과의 환담, 동포 및 고려인 대표 초청 만찬간담회, KOICA 지원사업 착수식, 키르기즈 국립대 한국어 전공 신설 행사 등으로 이루어졌다. 

 

한-키르기즈 공화국 총리 회담에서 양 총리는 유라시아 지역 공동 번영을 위해 신북방정책을 추진 중인 한국과 교통·물류의 요충지인 키르기즈 공화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데 공감, 호혜적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양 총리는 교통‧인프라, 수산·어업, 농업, 보건‧의료, 관광, 전자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실질협력 다변화에 깊이 공감했다. 아블가지예프 총리는 특히 키르기즈 공화국의 친환경 농산품 생산‧가공‧수출, 한국의 발전된 보건·의료 분야 기술 및 투자 유치, 관광인프라 개발협력, 직항로 개설 및 철도 건설 등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 나아가 실질적 협력 지속과 확대를 위한 양국 경제공동위를 구성하는데 합의하여 향후 한-키르기즈 간 경제 협력 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차세대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력 확대, 키르기즈 공화국 국립대 한국어 전공 개설, 정부초청 장학사업 확대, 양국 외교관 양성기관 간 MOU 체결도 성사됐다. 이낙연 총리 키르기즈 공화국 방문 시 체결된 MOU는  다음과 같다.
항공협정 개정의정서 : (한)외교부2차관-(키)도로교통부장관
수산‧어업 분야 협력 MOU : (한)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키)농림식품개량부장관
외교연수원간 협력 MOU : (한)외교부2차관-(키)외교아카데미원장

무상원조기본협정 보충약정 가서명본 교환

 

특히, 이번 총리 방문으로 수교 이래 첫 한국-키르기즈 비즈니스 포럼이 개최되어, 상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자·교역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본 포럼 1:1 비즈니스 상담회(B2B) 결과, 총 430만 달러 상당의 MOU 23건이 체결된 것으로 집계된다.

 

타지키스탄, 키르기즈 공화국의 특수성을 고려한 협력 분야 발굴
타지키스탄, 키르기즈 공화국 총리회담과 대통령 예방에서 나온 양국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경제’ 분야 협력이 한- 타지키스탄, 한-키르기즈 양측 관계의 근간이자 향후 관계발전에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지키스탄, 키르기즈 정부 모두 한국과의 협력 희망 분야를 자국의 중장기경제발전전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분야와 연계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한국의 양국 진출은 협력대상국의 현재 수행 중인 경제발전계획 등 주요 정부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맞는 미래 지향적 협력 사업 발굴할 필요가 있다. 국민복지 및 사회시스템에 기여하는 맞춤형 개발협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상호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좋은 협력 분야이다. 나아가 한국의 독자성을 부각할 수 있는 맞춤형 개발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우위에 있는 독자적 자산(예: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보건/의료 인프라 설립, ICT 분야, 교육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협력을 제안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각국의 특성을 고려한 협력 분야 발굴 및 확대이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 산업 육성, 수력발전소 개보수 등을 통한 에너지 안보 확보, 물류 인프라 투자를 통한 지리적 고립 탈피 등을 주요 경제개발 추진사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의 협력 분야는 타지키스탄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과 궤를 맞춰야 성과를 도출해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 키르기즈 협력 역시 해당국의 특성 파악한 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1) 키르기즈 공화국은 타 중앙아 국가들보다는 정치적 투명성, 민주주의 강화와 연관된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임으로, 향후 정치, 경제, 행정 투명성 강화를 위한 협력 분야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기존의 공적개발원조 강화를 통한 공동번영 모색, 새로운 협력 가능 분야 발굴, 지속적인 협력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위상 수립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호혜적, 미래 지향적 중앙아시아 외교를 위한 향후 과제
한국의 대중앙아시아 외교는 패권적 성격의 러시아,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과는 달리 수평적, 상호 보완적, 호혜적,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민간의 진출 전략이 호혜성을 기반으로 더욱 섬세함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중앙아시아협력포럼이다.

 

한국은 한국-중앙아시아협력포럼을 최초 제안한 국가로, 중앙아 5개국과의 호혜적 협력 관계 구축, 유라시아의 평화, 공동 번영 등을 본 다자협력체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 중앙아시아 협력은 한국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5개국이 가진 각각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가별 특성에 따른 상호 호혜적인 협력 과제를 발굴, 실행할 때 비로소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앞으로 해야 할 과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효과적인 실행안 구축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즉,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타지키스탄, 키르기즈 공화국에 진출할 한국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할지, 새로운 시장과 협력 파트너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구체적인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이번 총리의 2개국 방문으로 한국-타지키스탄, 한국-키르기즈 공화국 간 새로운 협력 분야가 모색 중에 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중앙아 최빈국인 2국의 경제, 사회적 발전, 중앙아 전체의 공동 번영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 작지만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 각주
1) 대 키르기즈 무상원조 사업으로는 선거역량강화사업, 전자주민카드도입사업, 토지정보종합관리시스템 구축, 키르기즈 공화국 새마을기반지역개발 사업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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