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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시진핑 주석의 미얀마 방문과 의의: 양국외교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며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HK연구교수 2020/03/03

시주석의 미얀마 국빈 방문
2020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번째 해외 방문지는 미얀마였다. 올해는 양자 외교 관계의 70주년이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 정부는 미얀마-중국 문화 및 관광의 해로 선포했다. 그 일환으로 시주석은 지난 1월 17일부터 1박2일 간 미얀마 윈민(Win Myint)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얀마를 국빈 방문했다.

 

언급한 것과 같이 양국 정부는 양자 관계를 기념하고 한층 강화한 결속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 평가했지만,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호 지원과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주석의 미얀마 방문은 외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로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국가주석의 미얀마 방문은 19년 만의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19년 전인 2001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미얀마 방문 이후 중국은 미얀마에 무상원조와 무이자 차관을 비롯하여 도로, 철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을 지원하며 미얀마와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다. 1989년 당시 미얀마 군부의 중국 방문 이후 양자 관계가 회복 및 정상화한 것이 1단계였다면, 2001년이 2단계, 그리고 2020년이 3단계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양국은 약 20년마다 관계를 재정립하고 상호 국익을 추구하는 방향을 재설정하고 추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미얀마도 최초의 외교 수립국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시주석의 방문 일주일 전부터 수도 네삐도에 시주석의 사진과 방문을 환영하는 입간판을 걸었다. 방문 당일에는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동원되어 방문단을 환영했고, 윈민 대통령은 직접 시주석을 마중하고 예포도 쏘았다.

 

주요 내용과 성과
1박 2일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그 성과는 적지 않았다. 양허계약을 비롯하여 총 33건의 합의가 이뤄졌는데, 대부분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가운데 짜욱퓨 경제특구  및 심해항구 개발은 최대의 성과로 보인다. 떼잉쎄인 정부 당시 중국 개발업체인 중국중신그룹유한회사(CITIC)가 미얀마 정부와 각각 85%와 15%의 지분 계약을 했으나, 현 정부에 들어 지분 계약을 조정하는 등 미얀마의 불만이 제기되었다. 2019년 양자는 70%와 30%로 지분 조정에 합의했고, 이번 시주석의 방문에서 문서화했다. 이로써 중국은 13억 달러를 투입하여 짜욱퓨 경제특구 및 심해항구 개발권을 획득했다. 공사 완료 이후 50년 간 미얀마 정부는 경제특구와 심해항구에서 각각 매년 78억 달러와 65억 달러의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 중국은 경제특구와 심해항구보다 더욱 효과적인 경제적, 지리적 이익을 누리게 되었다. 이미 이 지역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 파이프라인과 미얀마 여카잉 해상의 천연가스 수입 파이프라인이 건설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일대일로에 있어서 이 지역은 동서를 연결하는 교차로라는 점에서 그 지정학적 가치가 부각된다. 나아가 해당 지역을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향후 50년간 독점한다는 사실은 중국이 처한 에너지 안보의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얀마-중국 국경 도시인 무세(Muse, 미얀마)-만달레 간 철로, 까친주의 경제특구 건설, 국경 지역 거점 3곳의 경제협력지대 설치 등 중국 주도의 경제회랑을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협력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미얀마의 경제 여건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3년간 5억 8천만 달러를 원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특이한 점은 금번 방문에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밋송(Myit Sone)댐 재개 건은 배제되었다.

 

중국의 의도와 이익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의도는 경제적 목적과 정체에 빠진 일대일로의 돌파구를 미얀마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총 33건에 달하는 양자간 합의나 의견 교환의 대부분은 경제교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고, 그 지역이나 대상 또한 중국과 가까운 지역 또는 양공과 같은 대도시이다.
사실 2015년 출범한 미얀마 민간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여 중국과 거리를 두는 외교관계로 전환했다. 군사정부 당시 중국은 ‘국가 대 국가’ 형태로 미얀마의 자원을 수탈하다시피 했고, 지역 공동체에 위협을 가했다. 이에 사회 전반에 확산한 반중 정서는 떼잉쎄인 정부에 들어 최고조에 달했고, 결국 밋송댐 건설의 중단이라는 결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록 아웅산 수치가 최초의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했지만, 민간정부는 중국에 대한 전임 정부의 외교전략을 계승했다.
 
중국은 미얀마와 관계 개선을 희망했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미얀마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일시적인 휴지기가 찾아온 것이다. 여기에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이 중국을 경제적 제국주의 전략을 비난하거나 참여 탈퇴를 희망하는 등 국가 전략은 성패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구체화될 조짐이 보이자 일대일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미얀마는 내부적으로 개혁과 개방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고, 종족 갈등마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는 형국이 되었다. 신규 투자는 잠정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마저 뚝 떨어졌다. 2020년 11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의 재집권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급기야 로힝야 문제로 인해 미얀마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되자 미얀마는 다시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이러한 호기를 놓치지 않았고, 미얀마를 대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경제 전략을 이번 시주석의 방문에서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내부 판단에 의거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다시 외교관계의 강화를 필요로 했다. 전통적으로 필리핀과 같은 특정 국가를 제외하고 동남아는 특정 진영에 가담하는 외교정책을 선택하지 않았다. 나아가 미얀마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난 수위가 격화하는 상황도 시주석의 미얀마 방문에는 호기로 작용했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시주석의 방문으로 소원해진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넘어 과거처럼 다시 미얀마의 최대 우방국이 되었고, 미얀마 국내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중국에 의존하려는 미얀마의 외교전략은 당분간 지속성을 유지할 것이다.

 

미얀마의 의도와 이익
중국이 협력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의 추구와 일대일로의 추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설정했다면, 미얀마의 의도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첫째, 국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하다. 아웅산 수치는 정부 출범과 함께 정전협정의 완성을 통한 평화정착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현재까지 중앙정부 차원에서 세 차례에 걸친 정전협상을 실시해 왔으나 중국 국경 지대에서 활동하는 중국 혈통의 세 무장단체는 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이 배후에서 이들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금번 방문에서 시주석은 민아웅흘라잉(Min Aung Hlaing) 군사령관에서 이 사실은 무근이라고 주지했다. 대신 중국은 미얀마의 평화정착, 국경 지역의 안정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서 피난민 재정착과 경제특구 설치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특정 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경제적 문제로 치환하고 경제발전 지원사업을 그 처방으로 제시한다. 여카잉주 갈등에 대해서도 중국은 같은 입장이다.

 

둘째, 1988년 군사정부 이래 미얀마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제재의 대상이 될 경우 이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2015년 민간정부가 출범한 뒤 미얀마는 중국을 제외한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외교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로힝야 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와 대규모 피난민의 발생으로 인해 아웅산 수치를 질타하는 국제사회의 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미얀마는 과거 군사정부처럼 외교적 고립에 처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2019년 11월, 감비아가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하여 로힝야족 집단 학살과 관련 미얀마 정부를 ICJ에 제소함으로써 미얀마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실추되었다. 이에 미얀마는 중국이 미얀마의 편에 서줄 것으로 확신했다. 특히 ICJ는 유엔 안보리에 판결 집행을 요구할 수 있지만,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집행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미얀마는 향후 판결에 대한 중국의 거부나 최소한의 조치를 기대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얀마 정부는 국민에게 확산한 반중정서를 대체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할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 아웅산 수치는 아세안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각종 국제행사에 참석하여 미얀마에 투자해 줄 것으로 요청했으나 국내 문제로 인해 투자했던 기업마저 떠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웅산 수치가 국민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는 국민의 막연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채 곧 총선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즉 미얀마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미얀마가 다시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에 합의함으로써 경제적 실적을 전시하고자 한다.

 

양국 관계 전망
미얀마 입장에서 중국은 가장 위협적이면서도 일차적인 협력 대상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일대일로와 같은 국가 전략의 완성, 서부지역의 개발, 안전한 에너지원의 수급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미얀마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미얀마의 정치경제적 발전이 답보 상태에 머무는 것은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의존이 가속화되는 것이기도 하며, 미얀마가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경우 미얀마의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 중국이 보는 미얀마의 가치는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들에게도 동등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정치경제적 발전이 두 국가의 일시적 부침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두 국가의 상호의존 정도는 체제의 성격과 수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주변국의 추파에도 시주석이 2020년 최초 방문지로 미얀마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일 것이다.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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