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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트럼프 방문 이후 인도·미국 관계 - 새로운 협력을 향하여 -

인도 Kapil Patil Research & Information System for Developing Countries Research Associate 2020/04/27

2019년 2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인도 방문은 인도-미국 전략적 파트너십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머무는 동안 아마다바드(Ahmedabad) 시에서 열린 ‘나마스테 트럼프(Namaste Trump)’ 행사에서 10만 명 이상의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가족과 함께 아그라(Agra)의 ‘타지마할’을 방문했으며, 뉴델리(New Delhi)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최근 인도-미국 관계는 지정학적으로는 긴밀해지고 있는 반면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해서는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 중에도 양국은 다수의 방위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무역 분쟁과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이러한 역설적인 양국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정학적 협력 강화 노력
인도와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양자 관계를 ‘포괄적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comprehensive global strategic partnership)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전략적 이해관계가 상호 수렴하는 핵심 부문을 설정했다. 인도와 미국 양측 모두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free, open, inclusive, peaceful and prosperous Indo-Pacific region) 구축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에서 드러나듯 양국의 이러한 전략적 융합의 중심에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의 공동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인도양 지역 내 평화, 안정,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는 데 있어 인도의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을 뿐 아니라 해양영역 인식, 정보 공유, 군 장병 훈련 및 교류, 군사훈련 확대, 선진 무기 공동개발, 방위산업 파트너십 등의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동의했다.

방위 부문 협력 
양국이 아파치(Apache) 공격형 헬리콥터 6대 및 시호크/로미오(Seahawk/Romeo) 대잠전 헬리콥터 24대에대하여 35억 달러 이상 규모의 무기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양국 간의 방위협력은 큰 추동력을 얻게 되었다. 이에 더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및 127mm 구경 함포 관련 총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협약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위산업에서의 교역량 증가와 함께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16년, 미국은 인도를 ‘우호국’(friendly foreign country, FFC)으로 지정하여 인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기타 우방국과 지위를 동등하게 하여 미국이 인도와 방위 설비 및 군수품 관련 공동 R&D 프로젝트를 실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후 미국은 인도에 ‘전략적 무역허가 1단계(Strategic Trade Authority Tier 1, STA-1)’ 지위 또한 부여, 미국 기업이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하여 인도에 수출할 수 있는 군민 양용 및 최첨단 기술 제품의 폭을 넓혔다.  

무기 및 탄약의 직접적 구매와 별개로, 선진 방위 플랫폼 및 무기체계 생산을 위해 인도와 서로 협력하는 미국 방산업체의 수가 많아지면서 산업간 협력이 대폭 진전되었다. 이 부문에서의 성공적 협력 사례로 비행기 부품 제조를 위해 인도의 타타그룹(TATA group)과 보잉(Boeing),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시코르스키(Sikorsky) 등 미국 기업 다수가 합작 투자를 진행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인도 기업은 텔랑가나 주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 있는 공동시설에서 C-130 수송기, F-16 전투기 및 아파치 헬리콥터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탄탄한 미국-인도 민간분야 협력을 바탕으로 하이데라바드 및 인도 전역의 여러 혁신센터들이 핵심적인 항공 및 방위 부문 제조업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 협력 
양자 파트너십의 네 가지 전략 부문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협력은 트럼프 방문 당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 부문이다. 양국은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양국의 글로벌 에너지 거대기업인 엑손모빌(Exxon Mobil)과 인도 석유공사(Indian Oil)가 협약을 맺은 것에서 잘 드러난다. 나아가, 인도는 보다 청정한 가스 기반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수 있는 미국의 투자와 기술을 찾고 있다. 일부 보고서 추산에 따르면, 이 부문에 약 6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기회가 있다. 2018년 양국은 정부 및 산업 채널을 통해 상호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인도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U.S.-India Strategic Energy Partnership, SEP)을 발표했다.

미국의 국제개발금융공사(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DFC)에서 인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시설을 대상으로 6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약속함에 따라 청정에너지 부문에서의 양자 협력이 대폭 진전되었다. 인도의 재생에너지 부문은 엄청난 규모의 외국인투자(FDI)를 유치했으며, 현재까지 총 FDI 유입량은 약 80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양측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신규 청정에너지 이니셔티브를 발족할 계획을 세웠다. 원자력 부문의 경우 양측은 웨스팅하우스 AP-1000형 원자로 6기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가능한 조속히’(at an earliest date) 합의를 마무리할 것을 약속했다. 인도는 이미 인도 내 원자로 6기 건설에 대한 가(假)승인을 내린 상태이다. 미국 기업 또한 향후 5~7년 내에 미국 및 타국에서 시작 가능한 선진 원자력 기술 시험로용 연구개발(R&D)에 있어 인도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프라 개발 부문 협력 
또한 양측은 인프라개발 부문에서 효과적인 발전 솔루션을 진척시키기 위한 ‘푸른 점 네트워크’(Blue Dot Network) 구상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이 이니셔티브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공동 성명에서는 개발도상국 및 저소득국가에서 국가채무가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자와 차입자를 위한 책임감 있고, 투명하며, 지속가능한 자금 조달 관행을 구축할 필요성이 촉구되었다.

나아가 양측은 대테러, 마약 밀수, 5G망 구축 등의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인도와 미국은 양국 간 관계에서 비교적 그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은 과학⸱기술⸱혁신(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STI)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양측은 인도-미국 혁신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 사슬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양자 파트너십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기 위해서는 STI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한 갈등 존재 
양측간 협력과 융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과 인도 사이에는 상호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여러 입장차가 존재한다. 

▷ 외교 노선 갈등 
그 주된 예로는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과 같은 나라와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언론 브리핑에서 카슈미르 문제에 관하여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를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많은 인도인들의 심기를 거슬렀다. 인도는 카슈미르 문제를 순전히 양자 간의 문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도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평화 협정 체결 및 탈레반과의 협상 중재에 있어 파키스탄의 ‘필수적 역할’(indispensable role)을 인정한 것을 두고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

▷ 경제 이해 갈등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도와 미국 간에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마찰이 있었다. 지난 2019년 3월, 미국이 인도의 일반특혜관세제도(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 GSP) 지위를 철회하자 인도 정책 입안자 사이에서 많은 불안감이 일었다. 인도는 협상을 통해 GSP 지위가 조속히 회복될 것을 희망했으나, 트럼프 정권에서는 불공정한 수출 보조금으로 미국 산업을 해치는지 여부에 관한 조사를 면제하는 개발도상국 목록에서 인도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미국무역대표부(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는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자기 선언(self-declared) 방식의 개도국 지위’에 따라 누리는 ‘개도국 우대’(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S&DT) 같은 특별 혜택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한 바 있다.

USTR은 경제 지표의 발전상을 바탕으로 볼 때 소위 말하는 개발도상국들이 더 이상 S&DT 수혜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인도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례로 인도는 자국이 인간개발지수에서 크게 뒤떨어져 있으며, S&DT 혜택 철회는 인도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인도는 미국의 양허관세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여전히 없는 상태이며, 1년 넘게 계류상태에 있는 인도-미국 무역합의안은 이제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인도 방문 중 양국 간에는 아무런 공식 경제협력 협약도 체결되지 않았으며, 트럼프 정권이 인도에 대하여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여럿 남아 있다. 인도의 제한적인 전자상거래 정책 및 데이터 보호법, ICT 상품, 낙농 제품,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미국발 수출품에 대한 높은 관세장벽 등이 이에 포함된다. 미국은 미국산 ICT 상품에 대한 관세를 없앨 방법을 모색해 왔으나, 인도는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관련 합의가 체결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마찰은 계속 잔존할 것으로 보인다.

파트너십 변화에 대한 기대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인도 방문은 인도-미국 전략적 파트너십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중국의 군사적 공세 확장과 중국-러시아의 연계 부상으로 인해 아시아의 전략 지정학적 지형이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과 인도 양국은 서로와 더욱 긴밀해져 가고 있다. 양측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평형상태를 되돌리기 위해서 양국 간 탄탄한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트럼프 방문을 기해 확보한 군사적 이익은 인도-미국 전략적 파트너십에 무게를 더해 주었다. 점점 그 규모를 넓혀가는 방위산업 부문 교역 및 기술협력은 민감한 군사기술 공유에 있어서 상호 간의 신뢰를 두텁게 할 뿐 아니라 양국 군대의 상호운용성 또한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인도-미국의 과학기술(S&T) 협력에도 전략성이 더해졌다. S&T 협력 개선을 통해 양측은 상업적 및 공익적 가치 창출을 확대할 뿐 아니라 역내 혁신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공통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기해 양측이 방위, 에너지, 우주, 지구관측, 민간용 원자로, 의료, 질병 감시, 사이버안보, 혁신 디지털 생태계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혁신 연결고리를 강화할 것을 약속하면서 ‘혁신’이 인도-미국 양자 S&T 이니셔티브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협력 개선 움직임은 인도-미국 양자 관계에 강력한 당위성을 부여하며, 양국 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대중의 눈을 크게 의식한 것’이라거나 ‘실질적이지 않다’는 비판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 반대로, 이번 방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와 미국이 서로 더욱 긴밀해지고 ‘포괄적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는 데 꼭 필요한 장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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