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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이주노동자와 싱가포르의 경제

싱가포르 Masood Ahmed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 2020/07/28

싱가포르의 이주 노동자 규모
최근 추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수는 대략 143만 명으로 싱가포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들 이주노동자는 각각 취업허가증(Work Permit, WP)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취업비자를 소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싱가포르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주노동자가 대개 저임금 생산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시민과 영주권자가 전문가·관리자·임원·기술자(Professional, Managers, Executives and Technicians, PMET) 직종을 차지할 수 있다. 이렇게 싱가포르인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수준을 영위하며 토지 및 기타 천연자원이 부족한 싱가포르의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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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뉴스아시아(channelnewsasia.com)에서 발췌한 위 그래프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취업허가증 및 취업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나타나 있다. 이주노동자 전체에서 단연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취업허가증(WP, Work Permit) 보유자 집단이다. 2019년 12월 기준 싱가포르 내 취업 허가증 소지자의 수는 취업 허가증소지자와 가사노동자(FDW, Foreign Domestic Worker)가 99만 9,000명, S비자(S-pass) 소지자가 20만 명, 취업비자(EP, Employment Pass) 소지자가 19만 3,700명, 고용주가 발급하는 동의서(LOC, Letter of Consent), 사전승인동의서, 단기인턴비자(TWP, Training Work Permit), 인턴비자(TEP, Training Employment Pass) 등을 포함한 기타 취업비자 보유자가 3만 4,700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건설, 제조, 해양, 및 가공 등의 산업 부문은 이주노동자가 수행하는 작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싱가포르 인력부(Ministry of Manpower)에 따르면 현재 싱가포르 건설 부문 전체 종사자 45만 6,000명 중 외국인 노동자는 약 34만 명으로 전체의 75%가량을 차지한다. 제조업 또한 전체 48만 6,000명이 넘는 종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주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어 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부문 중 하나다. 이주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으로는 해양업 및 가공업이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인 가사노동자(FDW)는 약 26만 2,000명이다.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의 필요성
싱가포르건설협회(Singapore Contractors Association Ltd, SCAL), 싱가포르제조업연맹(Singapore Manufacturing Federation, SMF), 싱가포르가공업협회(Association of Singapore Process Industries, ASPRI) 및 싱가포르해양업협회(Association of Singapore Marine Industries, ASMI)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 활동을 위해 이주노동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꾸준히 인정해 왔다. 외국인노동자 혹은 이주노동자가 싱가포르 경제에 중요한 이유는 많은데, 몇 가지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싱가포르에 경제발전을 위한 인력이 충분치 않고,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국내 인적자원이 양적 및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작은 도시국가이다. 경제성장이 지속되지 않으면 싱가포르인들이 익숙해져 있는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인구 노령화와 출생률 저하 또한 이에 일조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싱가포르행이 금지되면 싱가포르의 노동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2)  

두 번째 이유는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등의 최신 기술 활용이 가능한 인력에 대한 수요 급증이다. 싱가포르는 자국민에게 이러한 현대 기술을 습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인력만으로 수요와 공급 간 격차를 메울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셋째, 경제 성장 및 경제 규모에 있어서 외국인 노동자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성장은 신규 기업 설립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싱가포르 국민을 위한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외국인 노동자로 인한 생산성 확대와 함께 싱가포르인 근로자의 임금 또한 상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주노동자 관련 논란
싱가포르 내에는 이주노동자에 관한 논란이 많다. 문제는 주로 취업허가증이나 S비자를 보유한 저임금 임시직 이주노동자와 관련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국내에서 근로하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악폐를 저지르는 고용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악폐란 저임금 또는 무임금, 신체적⸱심리적⸱성적 학대, 방기(放棄), 강제 송환, 부적절한 주거환경 및 근무환경 등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을 마주하는 데에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고용주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의 법률 및 규제 프레임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를 학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의견 또한 있다. 

이주노동자 관련 폐습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적되는 규제 중 하나는 싱가포르 정부가 1987년에 도입한 부담금제도(levy system)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고용주가 노동력 저감형 기술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높은 비용 때문에 노동력 저감형 기술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 고용주는 이미 낮은 이주노동자의 임금에서 이 부담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이주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비용 수준을 유지했다. 이 부담금은 1998년에서 2013년 사이 약 네 배가량 증가했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임금은 거의 정체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에서 도급업자에게 부과하는 일부 비용을 ‘분담’한다는 이유로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부담금, 식대, 공과금, 주거비, 의료비, 본국 송환비용, 무단결근 및 ‘보증금’(security deposit) 명목으로 급료 공제 또한 강제하고 있다. 고용주가 부담금 비용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주요 전략 중 하나는 고용 및 재계약을 위한 상납금 수취다. 고용주는 고용 및 계약 갱신 시 근로자에게 1,000달러에서 2,000달러 사이의 비용을 물리고, 이를 사용하여 상기 언급한 비용을 충당한다.

정부는 이러한 악폐로부터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규제를 마련하였으나 이러한 법률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초과근무 수당 축소지급과 부담금, 보증금, 의료비, 무단결근 명목의 월급 공제 및 상납금 수취 등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당한 행위에 노출된다 하여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근로자의 수는 많지 않다. 근로 기회 박탈 위험성 및 정의 구현을 위해 드는 시간에 따르는 대가로 인해 이들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를 신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한 또 하나의 정부규제는 입주 규칙(live-in rule)이다. 이 규칙에 따라 여성 외국인 가사노동자(FDW)는 의무적으로 고용주와 함께 거주해야 한다. 한편 고용주는 FDW가 임신하면 (정부부처에 두는 5,000 싱가포르달러 규모의 보증증권을 통해) 법에 따르는 책임을 진다. 이에 따라 고용주는 FDW를 집에만 속박하고 외부인과의 교류를 제한하는 등 FDW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노동자는 다른 노동자들로부터 고립되며, 근로 관련 문제에 대해 도움을 청하거나 자신의 법적 권리에 대해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또한 싱가포르 이주노동자는 어떤 최저임금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공공 주택단지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벌어들이는 평균 월급 수준은 점진적 임금 모델(Progressive Wage Model)에 따라 최소 1,200 싱가포르달러의 월급을 보장받는 싱가포르인 청소부와 달리 대개 500~800 싱가포르달러에 그친다.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싱가포르인의 태도에 편견이 있다는 주장 또한 있다. 이주노동자는 종종 잠재적 출입국사범 및 절도, 강도 및 성범죄 등 여러 범죄에 대한 잠재적 연루자로 치부되고는 한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실시한 2019년의 연구에서는 이 문제를 강조하여 지적한 바 있다. 동 연구는 싱가포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2%가 이주로 인해 범죄율이 상승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주노동자 밀집 거주지역에 대한 경찰력 확대,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 진입을 막는 바리케이드 설치, 가사노동자의 아파트 내 시설 이용 금지 등은 사회적 태도로 인해 차별과 편견이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3) 

코로나19와 이주노동자 감축 
현재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90%가 이주노동자이다.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팬데믹이 확산되고 있는 원인은 이들의 생활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는 부엌과 화장실 등의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혼잡한 기숙사에 거주하며, 이 때문에 개인 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숙소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의 생활 환경으로 인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주노동자 규모 축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제조업 및 건설업 부문은 이주노동자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관련 산업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싱가포르 경제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자재 운송에서부터 재고 조사, 물류 풀필먼트 등에 이르는 제조업 프로세스에는 다수의 이주 노동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최근 몇몇 동업조합과 여러 소수민족 상공회의소에서는 싱가포르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외국인 노동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주노동자 수가 감소할 시 나타날 수 있는 파급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 단체는 싱가포르의 인구 노령화, 낮은 출산율 및 싱가포르인 사이의 전문가·관리자·임원·기술자(PMET) 일자리 선호현상 등 싱가포르 기업이 노동집약적 일자리의 공석을 채우는 데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꼬집었다. 싱가포르제조업연맹(SMF), 싱가포르가공업협회(ASPRI), 싱가포르해양업협회(ASMI)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제한되면 싱가포르의 경쟁 우위가 훼손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싱가포르건설협회(SCAL) 또한 이주노동자 제한이 건설업 부문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유입에 제한이 생기면 신규 제조업 시설, 에너지 발전소 및 관광명소 등의 전략적 프로젝트에 대한 싱가포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이 공급하는 공공 아파트 등 주거지 공급 프로젝트의 비용 또한 더욱 높아지고, 주거지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늘어날 것이다. 싱가포르건설전문가동업조합(STAS, Specialists Trade Alliance of Singapore)은 이주근로자 제한이 엘리베이터나 승강기 등 필수 서비스의 유지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싱가포르 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 및 이와 관련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4) 

이주 노동자 포용과 지원 
싱가포르의 인도인, 말레이시아인, 중국인 상공회의소에서도 이주근로자 규모 축소 등 더욱 엄격한 이주근로자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상공회의소에서는 이주근로자가 싱가포르 경제에 지대한 기여를 해 왔으며 싱가포르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필자 또한 싱가포르 정부와 사회 모두 국가 경제성장에 이주노동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이주노동자 규모 축소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사회 내 통합 수준을 높일 지원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싱가포르인이 꺼려하는 많은 일자리를 채워주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 일자리가 당장 없애거나 자동화할 수 없는 일이다. 이주노동자 규모 축소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때로는 필수 서비스에 지장을 유발할 수 있다.  

임의해고를 방지하고 이주노동자가 소송에 휘말릴 시 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빈곤 및 교육 부족으로 인해 이들 근로자는 고용주가 가하는 부당한 처우와 폐습에 대응하여 자기 방어를 할 장치가 부족한 실정이다.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와 싱가포르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밀집된 비위생적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는 전염병에 더욱 취약한 상태에 노출된다.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코로19가 확산된 것이 그 사례이다.

싱가포르 사회 또한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존재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더욱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각주
1)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singapore/population-number-singapore-foreign-workers-new-citizens-11941034
2) https://www.population.sg/articles/singapore-needs-foreigners--heres-why
3) https://asia.nikkei.com/Opinion/Singapore-must-rethink-how-it-treats-migrant-workers
4)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singapore/reducing-migrant-worker-affect-singapore-economy-higher-costs-1277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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