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아세안, 남중국해 둘러싼 긴장 고조
동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1/07/16
☐ 남중국해 둘러싼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갈등 확대
◦ 중국, 새 해양경비법 실행...남중국해 무력 사용 가능성 시사
- 지난 2021년 2월 1일, 중국이 새 해양경비법(Coast Guard Law)을 발효했다. 새 해양경비법은 중국 해양경비대(Coast Guard)의 활동 권한을 명시한 법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 중국의 새 해양경비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중국 정부가 ‘영해’를 침범하는 외국 선박을 향해 살상용 무기(lethal force)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중국은 남중국해(South China Sea)와 관련하여 중국의 영해 기준선이라고 주장하는 ‘남해 9단선(nine dash line)’ 내 바다를 중국 영해로 정의했다.
- 그러나 남해 9단선 내 영역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지역과 크게 겹친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새 해양경비법으로 향후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남해 9단선(붉은색) 및 주변국 영해 주장 범위>
출처: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활동 계속
- 중국이 새 해양경비법을 시행한 다음 달인 2021년 3월 21일,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서쪽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내의 필리핀 배타적 경제 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에서 약 220대의 어선이 군사 대형(military formation)으로 항해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하면서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 그러나 중국은 필리핀 정부는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이가, 필리핀 정부는 2021년 4월 3일경에는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공 구조물을 건축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다. 필리핀 측은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새 인공 구조물을 건설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지 않을 경우 이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겠다고 언급했다.
- 스프래틀리 군도는 그동안 남중국해 영해권 분쟁의 중심이 된 지역으로, 중국은 남중국해를 차지하기 위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공 구조물을 건축한 후 이는 중국 소유의 섬이고 따라서 인근 해역에 대한 권리도 오직 중국에 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 필리핀 정부가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에서 중국의 활동이 늘어난 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데에도 과거 그와 같은 중국의 행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또한 중국은 2021년 5월에는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하여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항공모함 전단 훈련에 조금 앞서서는 미국 해군이 남중국해 활동을 중단하고 즉각 남중국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이후 중국은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해양 순찰대의 활동을 방해한 이유로 필리핀 정부의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2021년 6월 2일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 전투기가 말레이시아 영공을 침범했다며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 이처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2021년 6월 11일 미국과 호주 해군의 남중국해 합동 훈련을 폄훼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남중국해가 중국의 영토이며 남중국해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태도를 계속 견지하고 있다.
☐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 높이는 미국
◦ 미국, 동남아시아 각국과 협력 확대
- 2021년 6월 28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과 함께 자국 영토인 바탐(Batam)섬에 해경 훈련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바탐 해경 훈련기지 건설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미국 정부는 350만 달러(한화 약 40억 2,000만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바탐 해경 훈련기지에는 해경 육성을 위한 교육 시설과 거주용 생활관, 그리고 해경 함정과 항공기가 대기할 수 있는 작전 시설 등을 건설하며, 완공 후 해당 기지는 인도네시아 해상보안청(Bakamla, Indonesia Maritime Security Agency)이 관리 운영할 예정이다.
- 인도네시아 해상보안청은 바탐 해경 훈련기지가 인도네시아 영해 수호와 인근 지역 평화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미국이 인도네시아의 우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 바탐섬은 남중국해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영토로,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주된 통로인 믈라카(Malaka) 해협에 인접한 군사적 요충지이다.
<바탐섬 해경 훈련기지 건설 위치(붉은색 원)>
지도 출처: Google
- 한편, 최근 브루나이 공군은 영토 방어를 위해 미국산 정찰용 무인기(Unmanned Aerial System)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브루나이 공군이 새로 도입한 무인기는 미국 보잉(Boeing)사의 자회사 중 무인기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인시투(Insitu)사의 모델로, 브루나이 공군 창설 60주년에 맞추어 공개했다.
- 브루나이 주재 미국 대사관 역시 브루나이 측에 정찰용 무인기를 인도한 사실을 알리면서, 브루나이 공군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브루나이 영해와 배타적 경제 수역을 방어하기 위해 무인기 판매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 인도네시아와 미국이 해경 훈련기지 공동 건설을 발표하기 조금 앞서, 미국은 항공모함 함대를 남중국해에 파견해 작전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중국은 과거부터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 활동을 비판하는 성명을 계속 발표했으나, 미국은 인도-차이나 지역의 평화를 위한 ‘일상적인(routine)’ 군사 작전이라며 중국의 비판을 일축했다.
- 미국의 군사 작전 후 필리핀 외교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 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필리핀은 최근 지난 수년간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선택했을 뿐 미국과의 관계를 저버린 사실이 없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필리핀과 우호를 증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응수했다. 또한 이러한 방침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사실상 남중국해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와 연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 남중국해 분쟁, 쉽게 해결하기 어려워
- 남중국해가 오랜 기간 여러 나라가 얽힌 분쟁 지역이 된 이유는 남중국해에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동시에 남중국해가 아시아-인도-유럽을 잇는 주요 무역 경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 현재 남중국해를 거치는 교역량은 전 세계 연간 물동량의 3분의 1가량으로 금액으로 환산 시 3조 달러(한화 약 3,445조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 미국이 남중국해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여러 행동을 취하는 이유도 매장 자원보다는 남중국해 지배를 통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 실제로,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자유로운 항해권 보장’을 자주 언급했으며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 9단선은 ‘전 세계 공동의 이익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6년 불분명한 역사 기록에 의존해 주장하는 중국의 남해 9단선은 불법 행위라며 필리핀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에 제소한 건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남해 9단선을 중국의 영토 범위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방역과 자국 경제 회복에 신경 쓰는 사이에 여러 나라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 해양경비법을 시행하고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활동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동남아시아 국가와 맺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계획 및 지원 정책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남중국해 관련 발언을 억제하는 무기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도 중국과 대립각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G7 회의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연대와 일대일로 계획에 대항한 B3W(Build Back Better World)를 발표하는 등 중국과의 외교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 이에 더해, 남중국해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이권을 위해 동남아시아 각국도 남중국해 문제만큼은 중국에 양보할 수 없으며 다자간 협력 체제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에는 미국에 좀 더 가까워지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남중국해는 오랜 기간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이해관계로 얽힌 지역이며,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까지 남중국해 이슈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따라서 남중국해 문제가 가까운 시일 내 크게 해결되기는 힘들어 보이며, 미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의 여러 정치 외교적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South China Morning Post, China’s promised infrastructure billions yet to arrive in the Philippines, five years on, 2021.07.05.
The Diplomat, The Global South China Sea Issue, 2021.07.04.
Ain Online, Green Light for 'Too Expensive' Philippines' F-16 Purchase, 2021.06.28.
Times of India, China might break international law to dominate South China, 2021.07.03.
Christian Science Monitor, South China Sea: A new US president confronts an old challenge, 2021.06.29.
CNN, Indonesia and US building maritime training center on edge of South China Sea, 2021.06.28.
Law Fare, Water Wars: No One in the Mood for Compromise in the South China Sea, 2021.07.07.
Asia Maritime Transparency Initiative, How China’s Coast Guard Law Has Changed the Regional Security Structure, 2021.04.12.
South China Morning Post, China conducts military drills off east coast in Yellow Sea, 2021.07.09.
Aljazeera, US Navy aircraft carrier USS Reagan enters South China Sea, 2021.06.15.
VN Express, Rise of China and the birth of conflicts in South and East China Seas, 2021.07.09.
Balkan Insight, A Global US Can’t Avoid Confronting China and Russia, 2021.07.09.
AP News, China’s carrier group conducts exercises in South China Sea, 2021.05.02.
AP News, Philippines protests `blocking’ of its patrol ships by China, 2021.05.03.
AP News, Malaysia to summon Chinese envoy over alleged jet intrusion, 2021.06.02.
Stars and Stripes, US and Indonesia begin construction on maritime training center near South China Sea, 2021.06.29.
Jerusalem Post, Unless China is countered, conflict is a matter of when, not if, 2021.07.06.
Janes, Royal Brunei Air Force acquires Insitu Integrator unmanned aerial system, 2021.07.06.
Shepard, Brunei receives Integrator to monitor maritime areas, 2021.07.07.
South China Morning Post, South China Sea: Chinese coastguard ships, warplanes engaged in ‘parallel escalation’ off Malaysia, US think tank says, 2021.07.08.
USNI, Chinese Military Surveillance Ship, Aircraft Spotted at Contested South China Sea Reef, 2021.07.10.
[관련 정보]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이슈트렌드] 베트남, 전자 결제 환경 구축 계속 | 2021-07-16 |
---|---|---|
다음글 | [동향세미나] 말레이시아, 4차 산업혁명 정책 발표 | 2021-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