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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필리핀, 친미 노선 강화 움직임…군사 협력 재개

필리핀 EMERiCs - - 2021/08/13

☐ 미국에 화해 손짓 보내는 필리핀

◦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방문군협정 파기 취소
- 최근 필리핀 정부가 미국과의 방문군협정(VFA, Visiting Forces Agreement)을 전면 복구한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20년 2월 미국에 방문군협정 파기를 통보했으며,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정에 국방비 절감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응수했다.
- 필리핀은 방문군협정 복구 의사를 델핀 로렌자나(Delfin Lorenzana) 필리핀 국방부(Ministry of Defense)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부 장관(US Defense Secretary)이 만난 자리에서 직접 전달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최근 아시아 지역의 안보를 이유로 아세안(ASEAN) 각국을 순회 방문 중이다.
- 방문군협정은 지난 1998년 필리핀과 미국이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해당 협정은 필리핀에 입국하는 미군에 대한 비자 처리 규정과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미군의 의무 등을 규정한 조항으로, 방문군협정 없이는 미군이 필리핀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할 수 없다.
- 결론적으로, 이번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군협정 복구 결정은 필리핀이 미국과 군사 협력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은 환영의 뜻 표시
- 방문군협정 파기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미국과 필리핀의 갈등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었고, 그 과정에서 전임자와는 다르게 정치·경제적으로 미국보다는 중국과 좀 더 가까워지는 노선을 택했다. 
- 방문군협정 파기도 2020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로널드 델라 로사(Ronald dela Rosa) 필리핀 상원의원의 미국 방문을 거부한 데에 따른 항의의 표시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미국 정부는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을 역임했던 다바오(Davao)시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며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2020년 2월 방문군협정 파기를 발표한 이후에도 계속 협정 중지 일자를 연장하여 미국과의 재협상 여지를 남겨두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문군협정 복구를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기부에 대한 화답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백신 기부를 계기로 자신의 결정을 자연스럽게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필리핀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군협정 복구 결정을 듣자 곧바로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동시에, 미국은 필리핀과 정치,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필리핀과 관계를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이에 대해 필리핀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기후 변화 대응 등 정치, 군사가 아닌 다른 주제도 언급하면서 필리핀 또한 미국과 협력을 확대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 영토 분쟁과 차기 대선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보여

◦ 중국과의 갈등 확대
- 친중 행보를 보이던 두테르테 정권이 중국과 멀어지기 시작한 가장 큰 원인은 남중국해(South China Sea)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다.
-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중국은 필리핀을 비롯한 아세안(ASEAN) 여러 국가와 계속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중국 선박 200여 척이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침범하여 정박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필리핀은 중국에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했다.
- 그러나 중국은 필리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테오도로 록신(Teodoro Locsin) 필리핀 외무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장관은 국제 외교 관례로는 이례적으로 개인 SNS 계정에 욕설까지 쓰면서 중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중 노선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인 경제 투자 협력도 당초 필리핀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 중국은 지난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찾은 자리에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계획의 일환으로 필리핀에 240억 달러(한화 약 27조 6,240억 원)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 그러나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난 2021년 현재, 중국이 약속한 14건의 대형 인프라 투자 가운데 실제 실행된 프로젝트는 3건에 불과하다. 또한, 공사에 착수하지도 못한 11건 중에는 승인 대기 상태에 머물러 시작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한 프로젝트도 있다.
- 이전부터 중국이 일대일로 계획을 빌미로 타 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었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남중국해 이슈가 그중 하나이며, 중국이 사전에 약속한 만큼 필리핀에 투자를 실행하지 않은 이유도 중국과 필리핀의 영토 분쟁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정계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도 미국과 관계 개선 필요
-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친미 행보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다음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6월 30일 필리핀 1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필리핀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기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2022년 6월 29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따라서,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는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 필리핀 대통령직은 연임과 중임 모두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음 후보자의 러닝메이트가 되어 부통령에 임명될 수는 있다.
-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가 현재 필리핀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사라 두테르테는 지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을 지낸 다바오시 시장에 재선되었으며 최근 정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내셔널퍼블릭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는 필리핀 국민이 중국보다는 미국에 더 신뢰를 보이고 있으며, 필리핀 성인 중 약 절반이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서 필리핀 정부가 중국에 더 강하게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 더불어 지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가 중국이며 중국이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이 부실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의혹도 중국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불신과 거부감을 키우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 따라서 사라 두테르테 시장이 다음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현 상황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딸의 대선 행보 부담을 줄여주고, 동시에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전임자와는 달리 다원주의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고 난 후 미국은 동남아시아와 더욱 가까워지려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자존심이 상처받지 않고 필리핀 정부가 그간 취했던 정책 노선을 변경할 이유가 될 수 있다.
-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대미 행보는 분명히 취임 직후 보였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필리핀과 미국의 방문군협정 복구를 두고 중국 신화통신은 방문군협정 파기 번복이 아무런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논평했지만, 이러한 중국의 주장과는 달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국익과 자신의 정계 영향력을 위해서 지금은 친중보다는 친미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또한, 미국 역시 이에 맞추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을 필리핀에 보내고 백신을 지원하는 등 필리핀이 미국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의 큰 입장 변화가 있거나 다른 외부적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적어도 2022년 대선까지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미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World, Philippine president reverses threat to void long-standing defense deal with the US, 2021.08.02.
Philippine News Agency, Duterte thanks Biden, US people for vax donations, 2021.08.03.
National Public Radio, The Philippine President Says Long-Standing Security Pact With The U.S. Can Continue, 2021.07.30.
Inquirer.net, WTO draft rule vs fishery subsidy worries PH, 2021.07.19.
Philstar, Philippines wants disputed waters included in WTO fisheries subsidies, 2021.07.20.
CNN Philippines, Duterte cancels order to terminate VFA with US, 2021.07.30.
Manila Bulletin, Gov't urged assert position at WTO on fisheries subsidies, 2021.07.19.
South China Morning Post, China’s promised infrastructure billions yet to arrive in the Philippines, five years on, 2021.07.05.
Times of India, China might break international law to dominate South China, 2021.07.03.
National Public Radio, The Philippine President Says Long-Standing Security Pact With The U.S. Can Continue, 2021.07.30.
Global Times, VFA pact renewal does not mean Philippines reversing policy, 2021.08.01.
Voice of America, Why the Philippines Picked America Over China, 2021.08.05.
CNN, Philippines renews key military agreement with the United States, 2021.07.30.
National Public Radio, 4 Things To Know After The Philippines Kept Its Pact With The U.S. Military,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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