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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순환 경제 도입과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

인도네시아 Muhammad Hilmy Alfaruqi The Indonesian Researcher Association in South Korea(APIK) Postdoctoral Research Fellow(PhD) 2022/06/02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전력 저장 수단으로서 재생에너지 도입, 비상용 전력 보존, 전기차 운용 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배터리는 오늘날 수송 수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0.4 기가톤만큼 줄여주고 있고, 만약 탄소 기반 발전을 완전히 대체할 재생에너지원의 활용에 기여하게 된다면 여기에 더해 2.2 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가 감축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의 세계 배터리 시장은 연간 25%의 성장률을 보이며 확장을 거듭해 2030년에는 2,600 기가와트시 규모를 이룰 전망인데, 다만 여기서 니켈·코발트·망가니즈와 같은 원자재의 부족이 배터리 산업 공급망 측면에서 큰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상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인 배터리 순환 경제의 도입이 인도네시아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아보고, 해당 산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배경: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산업 현황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수송 분야에서 핵심 에너지원으로 기능하는 화석 연료의 소비 증가가 지구 온난화 및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화석 연료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있어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전기차의 동력원이자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력 공급망 탈탄소화를 지원함으로써 청정에너지 이행의 선두 주자 역할을 수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전력 밀도와 긴 수명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배터리 셀 시장 규모는 2016년을 기준으로 200억 달러(한화 약 25조 4,000억 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성장을 계속해 2025년에는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0조 8,000억 원) 수준을 달성할 전망이다1). 비록 현재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보급률은 타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지만(<그림 1> 참조), 인도네시아 정부는 향후 2025년까지 40만 대, 2030년까지 60만 대, 2035년까지 100만 대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전기차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2). 이에 더해 2021년 3월에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주식회사(IBC, Indonesia Battery Corporation)가 알루미늄 업계의 인도네시아 채광산업(MIND ID), 채광 업계의 아네카 탐방(Aneka Tambang), 그리고 석유·천연가스공사(Pertamina) 및 전력공사(PLN)를 비롯한 4개 국영기업의 동일 지분 출자를 받아 출범했으며, IBC는 한국의 현대자동차 그룹 및 LG 에너지 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3). 인도네시아는 이처럼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아세안(ASEAN) 지역 내 전기차 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한다.

<그림 1> 2020년 기준 주요 국가·지역 전기차 보급 대수 단위: 1,000 대
 

* 자료:Indonesia di Peta Kendaraan Listrik Dunia, KataData, 2021를 바탕으로 저자 직접 작성  


출고 이후 20%의 성능 저하가 나타난 시점을 운용 한계로 가정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통상 수명은 8~10년이며,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100만 개의 전기차 배터리가 최적 운용 연한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4). 게다가 앞으로 더욱 많은 나라에서 내연기관 장착 차량의 사용을 금지하게 되면 전기차 대수와 함께 배터리 수요량도 크게 늘어 2030년까지 총 160만 개의 소진 배터리가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엄청난 수의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남은 배터리의 수도 급증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통계청(Statistics Indonesia)에 따르면 휴대용 충전기 및 기타 가정용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만도 연간 1,50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5). 이처럼 사용 후 남은 배터리에는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소진 배터리의 화학물질을 추출해 냄으로써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바로 캐소드 활성 물질(CAM, Cathode Active Material)인데, 여기에는 현재 니켈-코발트-망가니즈(NCM) 배합물이 주원료로 널리 사용된다. 이러한 CAM을 소진 배터리에서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환경 차원에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익인데, 특히 지난 수년간 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는 이처럼 부품 재활용을 통한 배터리 순환 경제 개념의 적시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배터리용 CAM에 들어가는 재료의 수요는 2020년에서 2050년까지 리튬의 경우 18~30배, 코발트의 경우 17~19배, 망가니즈의 경우 28~31배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원자재 공급망을 크게 확충해 여기에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6).

배터리 순환 경제 개념은 이외에도 소모 배터리를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방안도 제시하는데, 일례로 전기차에 쓰이고 남은 배터리를 재생에너지 전력망의 거치형 저장기기 용도로 사용하면 재활용 처리 전에 약 10년의 추가 운용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는 2,100만 톤의 니켈, 12억 톤의 알루미늄, 4,300만 톤의 망가니즈, 5,100만 톤의 구리 등 풍부한 지하자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니켈 매장량은 세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진 배터리의 후처리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채광산업, 아네카 탐방, 부킷 아삼(Bukit Asam), 티마(Timah)의 4개 국영 기업이 동일 지분을 보유한 나쇼날 히자우 레스타리(Nasional Hijau Lestari)는 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폐기물의 수송, 수거, 저장, 재활용, 최종 파기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한편 중국은 모로왈리 산업 단지(Morowali Industrial Park)에 소재한 인도네시아 최대의 니켈 제련 시설에 40억 달러(한화 약 5조 원)를 투자했는데, 본 투자를 바탕으로 리튬 배터리 생산 공장에 더해 중고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들어서게 된다. 이외에도 중국 씨에이티엘(CATL)과 지이엠(GEM), 한국 LG, 일본 파나소닉,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양한 외국계 기업이 모로왈리 산업 단지와 웨다 베이 산업 단지(Weda Bay Industrial Park)에서 배터리 생산 및 재활용 분야에 투자했다. 그렇다면 다음에서는 상기 맥락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순환 경제가 어떠한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기업이 해당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조명해보기로 한다.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순환 경제와 재활용 산업
인도네시아를 세계 최고의 배터리 분야 강국으로 성장시킨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원대한 계획은 배터리 순환 경제의 전 과정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그림 2>는 배터리 순환 경제의 통상적 흐름을 보여주는데, 1차 용도로의 사용을 마친 배터리는 잔여 성능 수준에 따라 2차 용도로 재사용되거나 재활용 공정에 들어간다. 이 중 전자의 경우 먼저 소진 배터리를 분해해 재사용 가능성을 판별한 후, 적합 판정이 내려지면 새로운 용도로의 재조립 및 변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림 2> 배터리 순환 경제 모식도
* 자료: 저자 작성  


한편 재활용 공정에 들어간 소진 배터리는 직접 재활용, 건식 제련, 습식 제련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중 건식 제련형 재활용법에서는 배터리에 높은 온도의 열처리를 시행해 가연성 전해질과 유기 구성물을 제거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유해 기체가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습식 제련형 재활용법은 전력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다양한 장점을 지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학계와 산업계가 협력을 통해 관련 연구 및 배터리 재활용 기술 도입을 끊임없이 추진해 가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며, 세계 각국에서는 재활용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개발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소진 배터리를 먼저 2차 용도로 전환해 재사용한 후 다시 한번 재활용하는 과정은 충분한 수준의 관련 지식과 기술 수준 달성을 선결 조건으로 한다.

한국과 중국, EU 등 선진적인 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규제를 보유한 주체들에 비하면 인도네시아의 폐기 배터리 처리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일부 상당한 성과를 보이는 부분도 존재한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재활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기관으로는 국립 연구·혁신청(BRIN)이나 가자 메다 대학교(Gajah Meda University) 연구진이 설립한 배터리 재활용 센터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푸킹 재활용 기술(Indonesia Puqing Recycling Technology)이라 명명된 모로왈리 소재 기업은 높은 수준의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선보이고 폐기 배터리로부터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7). 다만 본 회사는 아직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독성·유해성 물질 처리를 위한 B3 면허를 발급받지 못해 본격적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 폐기물에 대한 충분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산업부(Ministry of Industry) 산하 녹색 산업 센터(Pusai Industri Hijau)는 재활용 과정 초기 단계에서 전자기기 및 배터리 폐기물 수거 설비를 주요 도시에 설치했다.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
배터리 산업의 녹색화 및 친환경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은 유엔이 설정한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산업부는 특히 배터리형 전기차 부문에서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 가치를 늘리는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배터리 순환 경제를 지원하는 규제 마련에 착수했고,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동 진작, 관련 제품 국산화 수준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2020~2024년도 국가 연구 중점 목표(National Research Priorities)에 에너지 저장 체계에 대한 연구 및 개발도 포함되면서 관련 분야의 숙련된 인력 수요가 발생했으며, 배터리 재활용과 에너지 부문의 지속 가능성에 관련된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유인책도 존재한다. 상기한 여러 가지 요소는 기술 분야에서 명망이 높은 한국 및 세계 각국의 기업이 인도네시아 배터리 순환 경제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기업은 이미 인도네시아의 많은 배터리 생산 산업에 관여하고 있지만, 위에서 소개한 <그림 2>에서 1~3의 번호가 붙은 항목은 한국 기업이 단순한 생산 과정에서 그치지 않고 특히 재활용 단계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순환 경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중에서 2차 용도로의 재활용 과정에서는 중고 배터리의 성능 측정 기술, 혹은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 거치형 전력 저장 설비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망 설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큰 잠재력을 지닌다. 또한 아세안의 배터리 중심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의 목표를 고려할 때, 자체 생산되거나 주변국에서 수입된 폐기 배터리를 수거하거나 해체하는 과정에도 앞으로 보다 많은 자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순환 경제의 최종 단계인 금속 회수 과정에서도 유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 잠재력이 높다. 상기한 분야에는 이른바 녹색 기업이나 기술 중심 기업 이외에도 폐기 배터리를 운반하는 수송 분야 기업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교육을 담당하는 기업이 중점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비록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생태계와 순환 경제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수십 년간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바로 지금이 기업 참여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된다. 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산업에서 환경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며, 배터리 순환 경제 개념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에는 각종 연구 기관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막대한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이 점은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자국 배터리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의 다양한 지원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 각주
1) Heelan, J., Gratz, E., Zheng, Z., Wang, Q., Chen, M., Apelian, D., & Wang, Y. (2016). Current and prospective Li-ion battery recycling and recovery processes. JOM, 68(10), 2632-2638.
2) Mahalana, A., Yang, Z., & Posada, F. (2021). Indonesia transport electrification strategy (No. 2021-36).
3) Konewka, T., Bednarz, J., & Czuba, T. (2021). Building a competitive advantage for Indonesia in the development of the regional EV battery chain. Energies, 14(21), 7332.
4) Chen, M., Ma, X., Chen, B., Arsenault, R., Karlson, P., Simon, N., & Wang, Y. (2019). Recycling end-of-life electric vehicle lithium-ion batteries. Joule, 3(11), 2622-2646.
5) Puspita, A. N. G., Haryanto, I., & Salsabila, A. M. (2021). Peluang pertumbuhan dan prospek pasar daur ulang baterai di asia pasifik. Jurnal Rekayasa Pertambangan, 1(1).
6) Xu, C., Dai, Q., Gaines, L., Hu, M., Tukker, A., & Steubing, B. (2020). Future material demand for automotive lithium-based batteries. Communications materials, 1(1), 1-10.
7) Puspita, A. N. G., Haryanto, I., & Salsabila, A. M. (2021). Peluang pertumbuhan dan prospek pasar daur ulang baterai di asia pasifik. Jurnal Rekayasa Pertambangan,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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