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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스리랑카 국회, 대통령 권력 제한하는 헌법개정안 통과

스리랑카 EMERiCs - - 2022/11/04

☐ 대통령 권한 제한하는 헌법개정안 국회 통과


◦ 스리랑카 국회, 헌법개정안 통과

- 스리랑카 국회가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고 의회 권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 10월 21일 스리랑카 국회는 재적의원 225명 중에서 179명 찬성으로 제22차 헌법개정안(22nd Amendment)을 가결했다.

- 제22차 헌법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대통령이 누렸던 막강한 권한 일부가 헌법위원회(constitutional council)로 이전된다. 헌법위원회는 국회의원과 사회적으로 신망이 두터운 재야인사들로 구성되는 독립적 기관으로 출범하게 된다. 특히, 헌법위원회가 주요 공직자 임명권 및 후보 천거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국가기관 및 공기업 고위직에 임명하여 부정부패가 심했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된 장치다. 

- 위제야다사 라자팍세(Wijeyadasa Rajapakshe) 스리랑카 법무부 장관은 제22차 헌법개정안이 사법부와 공무원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항들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수석 재판장, 검찰총장, 중앙은행 총재, 경찰청장,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부패 수사기관장 등을 오로지 헌법위원회의 권고에 의해서만 임명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총리가 내각 장관들을 추천할 수 있게 되며, 대통령은 국방장관 이외에는 내각 장관직을 겸임할 수 없다. 

- 또한, 이중 국적을 보유한 자의 공직 선거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조항도 삽입됐다.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스리랑카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직전에서야 미국 국적을 포기했고, 그의 형제인 바실 라자팍사(Basil Rajapaksa)는 미국 국적을 보유한 상태로 스리랑카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 기존의 민주적 개혁 조치 환원

- 현재 스리랑카 정치 상황을 두고 현지 언론인 바라타 말라와라치(Bharatha Mallawarachi)는 2015년에 스리랑카가 민주화 개혁에 나서면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약화시키고 의회에 힘을 실어줬던 제도적 장치들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리랑카에서는 2015년 1월 대선에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Maithripala Sirisena)가 현직 대통령인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를 물리치고 집권했는데, 같은 해 4월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부활시키는 등 정치개혁에 착수했다.  

- 그러나, 2019년 11월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집권하고 나서 헌법을 다시 뜯어고쳐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였다. 한편,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까지였으나, 경제난 발생에 책임을 묻는 시위대에 떠밀려 2022년 7월에 하야했다. 이후 대통령 직무를 대행했던 라닐 위크라마싱하(Ranil Wickremesinghe) 전(前) 총리가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 한편, 현지 시민단체인 대안정책센터(CPA, Centre for Policy Alternatives) 총선이 끝나고 2년 6개월이 지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권한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 대통령 권한이 제한되는 데 있어서 한계가 뚜렷하게 보인다고 꼬집었다. CPA는 “스리랑카 국정에 내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이 없다면 기존 정치·경제 위기가 더 심화하고, 헌정에 대하여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남겨 둔 믿음마저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여당의 균열도 엿보여


◦ 라자팍사 가문의 지배력 약화

- 일각에서는 스리랑카 국정을 장악해 온 라자팍사 가문의 지배력이 이번 제22차 헌법개정안의 통과를 통해 약화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주장한다. 현지 언론인 라틴드라 쿠루위타(Rathindra Kuruwita)는 라자팍사 가문에 충성심을 보였던 여당 스리랑카 인민전선(SLPP, Sri Lanka Podujana Peramuna) 소속 의원들까지 헌법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점에 주목한다. SLPP의 의회 내 의석은 100석인데,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여당의 동의 없이는 헌법개정안 통과가 애초에 불가능했다. 

- 또한, 라틴드라 쿠루위타는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대통령이 향후 국정 운영에 라자팍사 가문 동맹 세력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한다. 라닐 위크라마싱하 대통령은 SLPP 내부의 강력한 파벌을 장악하고 있는 바실 라자팍사의 지지에 기대어 국정을 운영했는데, 바실 라자팍사가 더는 SLPP를 라자팍사 가문을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라틴드라 쿠루위타의 설명이다. 따라서, 라닐 위크라마싱하 대통령이 앞으로는 국회 내 다른 파벌로부터 지지를 끌어내야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선관위는 조기 총선 불가 입장

-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2023년 3월 이전에 총선을 개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니말 푼치헤와(Nimal G. Punchihewa)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20년 8월 5일 총선 결과로 구성된 제16대 의회가 첫 회기에 돌입한 이후 2년 6개월이 지나고 나서, 대통령이 직권으로 의회를 해산해야만 조기 총선이 개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연합국민당(UNP, United National Party)이 2020년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을 정도로 정치적 기반을 상실한 상태이며, 반정부 시위대는 라닐 위크라마싱하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정치학자 살만 라피 셰이크(Salman Rafi Sheikh)는 조기 총선 없이는 스리랑카 정치가 현재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Diplomat, Sri Lankan President’s Grip Over Power Turns More Tenuous, 2022.10.26.

The Diplomat, Sri Lankan Lawmakers Debate Bill to Trim Presidential Powers, 2022.10.21.

Reuters, Sri Lanka passes constitutional amendment aimed at trimming presidential powers, 2022.10.21.

Nikkei Asia, Sri Lanka will not resolve its political crisis without elections, 2022.10.16.



[관련 정보]

1. 스리랑카 국회, 대통령 권한 약화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 통과 (2022.10.25)

2.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 2023년 3월 이전까지 총선 개최 불가 입장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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