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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3년 말레이시아 예산안에 담긴 안와르 정부의 비전과 경제정책 방향

말레이시아 고영경 서울대학교 아세안센터 선임연구원 2023/05/02

2023 안와르 정부 경제 정책 방향 ‘Malaysia Madani’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가 1월 소개한 말레이시아 마다니(Malaysia Madani)는 글로벌 시대 말레이시아의 존엄과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국가 개발 계획이다. 마다니는 그 자체로 시민(citizen), 마을사람(townsman), 또는 예의 바른(polite), 사회적인(sociable), 도시적인(urbane)의 뜻을 담고 있어 안와르의 슬로건은 영어로 ‘Civil Malaysia’로 표현된다. 동시에 마다니는 keMampanan(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KesejAhteraan(번영, Prosperity), Daya Cipta(혁신, Innovation), hormAt(존중, Respect), keyakiNan(신뢰, Trust), 그리고 Ihsan(보살핌, Compassion) 등 6개 키워드의 줄임말(말레이어로는 줄여서 마다니, 영어 약어로는 SCRIPT)이다. 6개 단어에 정책 프레임워크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고 이를 근거로 문명화되고 숙련되고 포용력있는(a civilized, skilled and inclusive)’ 사회를 건설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세부 정책들이 구성된다. 

말레이시아 역대 총리들은 그들이 가진 비전을 슬로건으로 제시해 왔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Mahathir Bin Mohammad) 전 총리는 ‘청렴하고 효율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Bersih, Cekap, Amanah)’을 제시했고, 압둘라 바다위(Abdullah Badawi) 전 총리는 ‘무명 이슬람(Islam Hadhari)’, 나집 라작(Najib Razak) 전 총리는 ‘공유 번영 비전(Shared Prosperity vision)’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 가족(Keluarga Malaysia)’,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 전 총리는 ‘돌봄 정부(Kerajaan Prihatin)’를 내세웠다. 

안와르 정부에 와서는 마다니를 통해 국민통합과 신뢰회복, 그리고 취약계층을 포용하면서 미래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성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본격적인 ‘안와르의 길’을 제시했다. 

안와르 정부의 경제정책
안와르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해하려면 현재 말레이시아 경제 현황과 문제점, 기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과 불확실성: 경제성장률을 보면 2022년 8.7%라는 역대급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러한 높은 성장률이 2023년에도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의 강한 반등이 사그러지고 경기침체 혹은 둔화가 예상되면서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은 4.5%의 완만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평균 전망치 2.9%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지만 전년대비 줄어든 성장률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부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말레이시아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해 중소기업과 저소득노동자 등을 지원했다. 기업활동이 위축되어 세수는 감소하였지만 임금보조프로그램(PSU, Wage Subsidy Programme), MY30 대중교통 보조금 프로그램(MY30 Public Transport Subsidy program), 중소기업 대상 신용보증 지원 확대 등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정부 부채 증가를 초래했다. 2022년 연방정부 부채는 1조 800만 링깃(한화 약 323조 원)으로 GDP의 60.4%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말레이시아 정부부채는 GDP의 최대 60%까지 제한을 두고 있었고, 팬데믹이라는 비상상황에서 상한선을 65%까지 높였다. 현재 부채 금액은 충분히 정부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 놓여있다고 하나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다음 정부나 이후 예산안 편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연방의회 해산을 선언하기 직전 2022년 10월 7일 야콥 전 총리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을 안와르 총리가 수정하면서 개발지출 항목의 비중을 줄였다. 이는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 만기 채권 상환과 이자부담 가증 등 정부재정 적자가 증가 우려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야콥 전 총리가 제안했던 2023년 예산안: 3,723억 4,000만 링깃(한화 약 114조 911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발지출 항목과 저소득층 지원, 개인소득세율 2%p감면, 공무원 월급 인상 등이 포함된 야콥 전 총리의 예산안은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예산안 전체 규모는 전년 대비 12% 증가하였으며, 개발지출 항목도 사상 최대 규모인 950억 링깃(한화 약 29조 1,082억 원), 운영비(operating costs)는 2,723억 4,000만 링깃(한화 약 83조 4,556억 원)을 배정되었다. 이에 더해 예산안은 저소득층 가구에 2,500링깃(한화 약 76만 5,900원)을 현금 지원하는 데에 78억 링깃(한화 약 2조 3,901억 원)을 배정했다. 의회 해산으로 이 예산안은 논의되지 못했으나,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부패 척결을 통한 혁신: 말레이시아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는 1998년 29에서 2022년 61로 떨어졌다(부패인식 개선). 2020년과 2021년 국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횡령, 부정 지급, 공공 자금 손실을 포함하여 약 30억 링깃(한화 약 8,99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였고, 2022년 디젤 보조금의 오용 규모가 약 100억 링깃(한화 약 2조 9,98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플레이션: 2022년 말레이시아 물가상승률은 3.3%를 기록하여 주변국가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없지만, 식품 가격이 5.8%가 올라 저소득층의 생활비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2023 예산안: ‘안와르 리믹스’
2023년 2월 24일 안와르 총리겸 재무부장관이 말레이시아 마다니 구축(Malaysia membangun Madani)이라는 주제로 2023년 예산을 재조정하여 발표했다. 이번 예산안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지속가능하고 국민이 주도하는 경제성장과 개발에 중점을 둔 개혁의제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2023년 말레이시아 예산안은 3,881억 링깃(한화 약 116조 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22년 예산보다 증가하여 또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세수 수입: 2022년 경제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덕분에 전년 대비 25.9%가 증가하였다. 조세수입에서 직접세가 18% 증가하였고, 이는 법인세(CITA)와 유류세(PITA) 증가 덕분이다. 간접세 역시 26.8%가 증가하였는데 이는 판매 및 서비스세(SST) 증가에 기인하였다. 

<그림 1> 2023년 말레이시아 정부 수입(단위: 백만 말레이시아 링깃)


자료: Finance Ministry, PwC ‘2023 Budget Snapshots’에서 재인용 


신설 세금: 명품 시계와 의류 등 고가품에 대해 2023년 특별소비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소득세 인하와 인지세 면세: 3만 5,001~10만 링깃 소득구간의 세율은 2%p 인하될 예정이다. 첫 주택구입시 50만 링깃(한화 약 1억 5,000만 원) 이하의 경우 인지세가 100% 면제되고, 50만~ 100만 링깃(한화 약 3억 원) 이하 인지세 감면 비율이 50%에서 75%로 인상된다.

법인세: 납입자본금 250만 링깃(한화 약 7억 5,000만 원) 이하, 연간 매출액 5,000만 링깃(한화 약 150억 원) 이하인 내국법인에 대해 2023년 회계연도 법인세율이 2%p 인하된다. 

정부 지출: 총예산의 74.8% (2,891억 링깃)가 운영 지출에, 25.2% (990억 링깃)가 개발 부문에 배정되었다. 부처별로 보면, 교육부가 552억 링깃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받았고, 보건부가 363억 링깃, 주택부가 158억 링깃, 국방부가 177억 링깃을 각각 배정받았다. 

인프라: 
- 31개 역을 거치는 도시 철도 MRT3 프로젝트 비용을 검토하여 450억 링깃(한화 약 13조 5,00억 원) 미만으로 축소
- 말레이시아 국영 디지털공사(DNB, Digital Nasional Bhd)를 통해 2022년 말 기준 인구 밀집 지역 50%의 5G 이용율을 2023년 말까지 80%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
- 하부(Habu)에서 타나라타(Tanah Rata), 카메론하이랜드(Cameron Highlands), 파항(Pahang)까지 새 도로 건설
- 페낭(Penang) 및 수방(Subang)의 공항 확장 및 개선 공사
- 400개 진료소와 380개 학교의 신속한 수리에 12억 링깃(한화 약 3,598억 원) 배정
- 새로운 농촌 도로 및 마을 연결 도로 개발에 15억 링깃(한화 약 4,498억 원) 배정

Tourism Malaysia: 
-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2억 5,000만 링깃(한화 약 747억 원) 배정(관광 및 문화산업 협력 매칭 기금이 포함)

중소기업 지원
- 중소기업 법인세율 17%에서 15%로 감면 
- 직접 대출, 대체 금융 및 보증 등 다양한 중소기업 금융을 위해 400억 링깃(한화 약 12조 원) 지원
- MSME 창업자 지원을 위해 17억 링깃(한화 약 5,097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
- 중소기업 및 소규모 공급업체를 위한 디지털화 보조금 제도에 따라 1억 링깃(한화 약 300억 원) 지원

농업 및 식품부문
- 벼 농가에 16억 링깃(한화 약 4,789억 원)에 달하는 다양한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 또한 벼 농가 24만 명dp 3개월 또는 한 시즌 동안 매달 200 링깃(한화 약 6만 원)의 현금을 지원.
- 팜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고 안티 팜유 캠페인 대응을 위해 8,000만 링깃(한화 약 240억 원)을 배정

<그림 2> 2023년 말레이시아 정부지출 구성비


자료: Finance Ministry


비즈니스 기회
안와르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린 경제, 고도 기술 섹터, 전기전자 산업과 우주항공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 Bank Negara Malaysia)은 지속가능 기술 스타트업 지원 및 저탄소 실행 중소기업 지원에 20억 링깃(한화 약 6,000억 원)의 금융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친환경 프로젝트 육성에 1억 5,000만 링깃(한화 약 45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탄소포집 및 저장장치(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투자에 소득공제를 시행하고, CCS 기술용 장비에 대해 수입관세 및 판매세를 면제해준다. 또한 회계연도 2023~2027 CCS 서비스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제공한다. 

중소기업 프로세스 자동화와 비즈니스 디지털화 지원을 위해 10억 링깃(한화 약 3,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POS(Point of Sales) 시스템, 계정 또는 재고 관리와 같은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앱을 구독하는 중소기업에 최대 5,000 링깃(한화 약 150만 원)의 매칭 보조금을 지원하고, 로봇과 AI를 사용한 플랜테이션 자동화를 장려하기 위해 매칭 보조금으로 5,000만 링깃을 제공한다. 또한 인터넷 네트워크 시설 제공을 위한 젠델라(Jendela) 프로젝트 실행 촉진하고, 47개 산업단지와 약 3,700개 학교의 디지털 연결 구축에 7억 2,500만 링깃(한화 약 2,175억 원)을 배정하였다. Khazanah와 EPF는 투자 가치가 15억 링깃인 혁신적이고 고성장하는 현지 신생 기업에 투자하고, 2025 평가연도까지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Bursa Malaysia)의 에이스(ACE) 및 립(LEAP) 시장에 상장된 회사에 대해 최대 150만 링깃(한화 약 4억 5,000만 원)의 세금을 공제해 줄 예정이다. 

전기, 전자(E&E) 및 항공우주 부문에 대한 주요 지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말레이시아로 사업을 이전하는 제조 회사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는 회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24년까지 고위경영진에게 15% 세율을 적용한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항공우주 부문에 대한 소득세 인센티브 및 투자세 공제를 확대하여 기존 회사의 용량 확장을 장려하고 신규 회사의 투자를 유치한다. 또한 말레이시아에 정착할 국제 투자자와 숙련된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 금융 구역 및 경쟁력 있는 보수 패키지를 만들어 조호르 주의 이스칸다 말레이시아(Iskandar Malaysia) 프로젝트 개발을 강화하고, 말레이시아 개발은행(Bank Pembangunan Malaysia)이 지속 가능한 자동화 의제를 촉진하기 위해 60억 링깃(한화 1조 8,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다.

전기차 부문에 대한 주요 지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지 조립용 EV 부품에 대한 수입 관세 면제가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고, 현지에서 조립된 CKD EV에 대한 소비세 및 판매세 면제가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제조업체에 2023년 법정소득에 대한 법인세 면제 혹은 5년간 발생하는 법정소득 100%와 상계할 수 있는 투자세액을 공제한다. 또한 비상업용 EV 임대사업자에 대한 소득공제가 2023년부터 2025 회계연도까지 30만 링깃(한화 약 9,000만 원)으로 확대된다. 

결론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말레이시아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맞고 있다. 공급망 재편으로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증가하고 팜오일과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수혜를 입었지만, 식품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3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는 안와르 총리의 경제정책 방향과 목표에 부합하면서 지원정책이 분명한 산업은 그린과 디지털 전환, 전기차 관련 소재나 부품, 충전소 사업 그리고 반도체와 항공 수리, 정비, 개조(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의 신규투자이다. 한국기업도 여기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인텔(Intel)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는 상당수 진행되었으나 말레이시아는 고도화와 다양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린 산업의 경우 자국내 자연재해에 대응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선진국의 규제강화에 대비하면서도 유리한 지리적 환경 덕에 경쟁우위를 갖고 있어 투자유치에 유리한 말레이시아의 전략산업 분야이다. 한국기업들이 그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수의 투자 검토가 진행 중이며 국영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와 그린 수소, 재생에너지 개발과 탄소포집 등 그린 프로젝트에 국내대기업들의 참여와 협력논의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 종합환경기업인 센바이로(Cenvir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분 30%를 취득한 바 있다. 농업 테크(Agri Tech)와 애듀테크(EduTech) 역시 말레이시아의 요청으로 스타트업 진출이 이루어졌거나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후공정에서 경쟁력을 갖춘 말레이시아에 한국 심텍(Simmtech) 진출이후 관심을 보이는 한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 2,000억 원 규모의 초음속 경공격기 FA-50 18대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국방부문의 기대감도 있다. 2023년 예산에 3개의 연안함(LMS, Littoral Mission Ship, LMS) 구매가 승인되었고, ATM망, 바디캠(Body Worn Camera) 과 유니폼 구매 비용 등이 승인되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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