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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주요 산업 부문별 현황

파키스탄 Dr. Tahir Mahmood Department of Economics, Karakoram Inter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SBP A.G.N. Kazi Memorial Chair 2023/10/2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농업(1차), 산업(2차), 서비스업(3차)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밀접한 역학관계를 지니며,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체가 성장하면서 신체 각부의 모양과 크기가 변하듯, 경제에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이 세 가지 산업 부문의 비중도 국가경제의 발전에 따라 변동을 겪게 된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효율성 높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는데, 이러한 경제구조 변화의 원인에 대하여 학계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고전주의 성장모델은 상술한 구조적 변화가 단순히 경제적 규모 확대의 부산물이라고 가정하지만1), 세계은행(World Bank) 소속 일부 연구진들은 경제부문별 비중 변화 자체가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다2). 1970년부터 1980년까지 123개 국가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경제구조가 진화해 전통적 농·산업의 상대적 규모가 줄어드는 대신 서비스 부문이 성장할수록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난다는 결론을 내렸고3), 이와 유사하게 인도의 경우 서비스 부문의 성장 가속화가 경제규모 확대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4).

오늘날 파키스탄에서는 노동자의 4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농업이 여전히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핵심부문이지만, GDP 구성 비중 측면에서는 서비스업이 51%를 차지하면서 농업(23%)이나 산업(21%)을 압도한다. 다만 파키스탄 경제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농업부문의 성장을 위한 투자가 부족해 생산성이 낮다는 점으로, 비록 농업 투자액 자체는 전체 부문 평균인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지만 부가가치 창출액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생산액 기준 최대부문인 서비스업이 파키스탄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산업별 비중의 변화가 경제성장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에 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파키스탄의 경제구조 분석
국가경제의 각 부문이 경제 성장률과 어떠한 관계를 지니는지, 그리고 부문별 상대적 비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복수의 이론적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학계의 주요 논제 중 하나는 경제규모의 확대로 인한 자원 투입량, 상품 산출량, 고용규모 변화가 산업 경제 구조 조정에 잠재적인 장해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주류 가설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조정 장해가 일시적 문제에 불과하다고 본다. 다만 윌리엄 보멀(Willim Jack Baumol)5)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 부문과 생산성의 변동이 큰 산업 부문이 조화롭게 성장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 관점에서는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 요인이 적어 성장이 정체된 서비스업에 노동력이 몰리면서 국가경제 전반의 성장률이 저하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6).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적 효용 산정방식, 그리고 부문간 기술적 진보수준의 격차에 따라 보멀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정도가 결정되며7), 만약 안정적 성장경로를 찾게 되면 경제구조도 여기에 맞춰 조정되면서 미래 변화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보멀이 내린 결론은 각국 내 서비스 수요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는데, 이에 관해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더라도 전반적 경제성장률의 안정적 정착에는 큰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8).

오늘날 파키스탄에서는 서비스 부문이 성장하는 반면 농·산업 부문은 축소되는 경향이 관찰되는데,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자칫 생산성의 함정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는 여타 부문에 비해 생산에 들어가는 자원의 양이 적은 서비스 부문의 상대적 비중 확대가 1인당 생산액의 장기적 성장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9).

<그림 1>은 지난 30년간 파키스탄 경제 3대 분야의 평균 구성비중을 보여준다. 해당 기간 파키스탄에서 농업은 GDP의 약 23%, 산업은 약 21% 정도를 차지한 데 반해 서비스업은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종사자 수에서 최대인 농업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액 성장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파키스탄 거시경제지표가 세계적 수준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파키스탄 GDP의 50% 남짓을 담당하게 된 서비스 부문은, 농·산업에 필요한 핵심 투입요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타 부문과도 긴밀한 연관성을 지닌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던질 수 있는 핵심적 질문은 생산액 기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서비스업이 국가경제의 생산성과 성장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것이며, 여기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부문별 생산성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경제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투입 자원이 점차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림 1> 1990~2021년 경제부문별 GDP 구성비중 평균


자료: 세계개발지표(WDI) 기반 저자 계산


<그림 2>는 지난 30여 년간 파키스탄의 3대 산업 부문의 생산성 평균을 나타내며, 여기에서 농업은 2,370달러(한화 약 315만 원), 산업은 3,251달러(한화 약 430만 원), 서비스업은 5,295달러(한화 약 700만 원)를 각각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파키스탄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저생산성 부문(농업)으로부터 고생산성 부문(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그림 3>과 <그림 4>는 지난 30년간의 구조적 변화와 동시에 부문별 종사자 수 및 생산액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2> 1990~2018년 경제부문별 생산성 평균(단위: 노동자 1인당 생산액)


자료: WDI 기반 저자 계산(2015년 달러가치 기준)

<그림 3> 1990~2021년 경제부문별 종사자 증감률 평균(단위: %)


자료: WDI 기반 저자 계산

<그림 4> 1991~2021년 경제부문별 부가가치 창출액 증감률 평균(단위: %)


자료: WDI 기반 저자 계산


파키스탄의 농업은 노동인구의 약 40%를 고용하면서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산업이나 서비스업 대비 1인당 생산성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농업이 여전히 주요 일자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비숙련 노동자도 쉽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농업의 특성 때문이다.

솔로우-스완 신고전주의 경제 성장모델(Solow-Swan Model)에 의하면 자본 및 노동이라는 투입요소의 한계생산성은 점차 하락하고, 특히 전환기적 경제에서는 투자나 노동력 숙련도의 증대가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여기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투자가 서비스 부문 내 활동의 일종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현재 파키스탄의 서비스업은 유능한 저임금 노동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자본과 노동력이라는 투입재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그리고 서비스업 기업활동 비용이 저렴해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점이 파키스탄이 지닌 강점이다. 파키스탄의 서비스업에서는 민간부문의 참여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전환기에 있는 파키스탄 경제의 특성상 해외직접투자(FDI)를 비롯한 국내외 투자도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점에서 파키스탄의 총고정자본형성(Gross Fixed Capital Formation) 통계가 각 부문과 어떻게 연계되는지도 흥미로운 주제로 탐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은 파키스탄의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파키스탄의 다른 산업 부문과는 달리 제조업은 수출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최근 30년간 파키스탄 전체 수출액의 79%를 제조업이 담당했다. 파키스탄 제조업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시멘트, 비료, 식용 오일, 설탕, 철강, 담배, 화학약품, 기계류, 식품가공, 의료기기 등이 있다. 특히 약 2,500개의 대, 중, 소규모 제조단위로 구성되어 있는 외과용 수술도구 산업은 전체 생산량의 95%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표 1> FY 2019~2023  파키스탄 제조업 성장률(단위: %)


자료: Annual Report of SBP, 2023

최근 5년간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제조업은 1.54%, 소규모 제조업은 7.58%의 성장율을 보였다. 대규모 제조업의 경우 2023년 -8.0%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수요 감소 및 환율 급등과 2022년 대홍수로 인한 공급망 혼란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본고는 지난 30년간 파키스탄의 경제구조 변화가 3대 주요 산업 부문 각각의 활동과 생산성, 종사자 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요 주제로 살펴보았다. 통계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업은 생산성과 고용 잠재력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농·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이행하는 전환기적 경제에서는 서비스업의 성장이 1인당 GDP 신장을 견인한다는 이론과 합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파키스탄 GDP에서 농업과 산업, 서비스업은 각각 23%, 21%, 5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며, 산업부문의 최대 하위분야인 제조업이 부문 내 성장률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파키스탄 경제가 탈산업화의 과정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다만 파키스탄은 여전히 농업 중심형 경제로서 농산물 및 관련 중간재에 크게 의존하며, 농업이 공식 및 비공식 분야를 통틀어 국내 노동력의 약 절반을 고용하고 있다. 서론에서도 지적했듯 농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나 개발의 부족은 파키스탄 경제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인데, 이 문제는 핵심 농산물의 인당·단위 면적당 수확량 증가율 저조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서비스 부문 산업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파키스탄의 경제도 향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 및 생산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이며, 숙련직 일자리 창출 잠재력도 높다. 이 점에서 서비스업은 빈곤 완화, 생활수준 개선, 그리고 무역·투자 증진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핵심부문이다. 따라서 파키스탄은 서비스업 확장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성장, 고용, 빈곤 완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개혁 패키지를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IT 기술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숙련 노동자들의 통신서비스 분야 진출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서는 IT 분야의 발전에 시급한 정책적 중점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각주
1) Cristina, E (1997). “Changes in Sectoral Composition Associated with Economic Growth”, International Economic Review. 38: 431-52.
2) Kuznets 1971, Rostow 1971, Chenery and Syrquin 1975, Baumol et al. 1989
3) Kongsamut, et al. 2001
4) Rath, D. P. and R. Rajesh (2006) Analytics and Implications of Services Sector Growth in Indian Economy. The Journal of Income and Wealth 28:1.
5) Baumol, W.J. (1967), Macroeconomics of unbalanced growth: The anatomy of Urban Crisis.  American Economic Review, 57, 415-426.https://www.mdpi.com/2071-1050/14/23/16162
6) Kratena, K. (2005), Sectoral economy: Do sectors matter? Estudios de Economia Aplicada, 23, 289-289.https://rekk.hu/downloads/academic_publications/rekk_policybrief_hu_2020_02.pdf
7) Echevarria, C. (1997), Changes in sectoral composition associated with economic growth, Bonatti, L., Felice, G. (2008), Endogenous growth and changing sectoral composition in advanced economics. Structural Change and Economic Dynamics, 19, 109-131.
8) Oulton, N. (2001), Must the growth rate decline? Baumol’s unbalanced growth revisited. Oxford Economic Papers, 53, 605-627.
9) Baumol, W.J., Batey, B.S., Wolff, E.N. (1985), Unbalanced growth revisited: Asymptotic stagnancy and new evidence. American Economic Review, 75, 80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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