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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의 무담보 소매대출 부문 과열 우려와 중앙은행의 개입

인도 Bibekananda Panda State Bank of India Senior Economist/PhD 2024/02/0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소매금융은 현재 인도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으로 부상했다. 인도는 최근의 가파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14억 인구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폭증했고, 그 덕분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는 견실한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소비 주도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의 중위연령이 28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다는 사실은 향후 소비의 질적·양적 성장 잠재력도 막대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인도의 민간 최종소비 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60%에 달하며,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고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 신용·직불카드, 온라인·모바일 뱅킹이 대중화되면서 금융업무의 용이성과 포용성도 크게 신장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는 인도 소매금융업계의 잠재적 고객층 확대를 의미하며, 인도 내 상업은행들은 이를 소매금융사업 확장의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중산층이 주요 경제계층으로 부상하고, 젊은 세대가 개인대출에 이전 세대보다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소매대출 수요를 크게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적 불안이 야기하는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소득이 감소하고 기업대출 성장세가 둔화된 현재의 상황에서 소매금융은 정체상태에 놓인 기업부문을 대신해 신용 성장 모멘텀을 견인하고 있다. 소매금융은 금융사에 가하는 재정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자 소득원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여기에 기업대출에 비해 높은 마진율과 낮은 부도율, 그리고 고객층이 분산된다는 특성상 채권 다수의 동시 부도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을 함께 지닌 소매금융은 인도의 많은 은행들이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부문이다.

RBI의 무담보 소매대출 통제 강화
한편 최근 들어 소매금융 부문의 과열 조짐을 느낀 인도 중앙은행(RBI: Reserve Bank of India)은 2023년 11월 16일부로 소매대출액의 리스크 가중치를 상향조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리스크 가중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신용위험을 감당하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뜻하며, 가중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것은 해당 자산의 채무 불이행 또는 손실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크게 소비자 대출액과 비은행 금융기업(NBFC: Non-Bank Financial Companies) 대상 대출액으로 나눌 수 있고,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 대출액(은행, 비은행, 신용카드 대출·잔액): RBI는 상업은행의 소비자 대출액에 산정되는 리스크 가중치를 이전의 100%에서 125%로 조정했으며,1) NBFC의 소매대출 또한 같은 조치의2) 대상이 되었다(기존 및 신규 대출액 모두 포함). 한편 신용카드 잔액 리스크 가중치도 25%p 증가하여 지정상업은행(SCB: scheduled commercial banks)의 경우 125%에서 150%로, NBFC의 경우 100%에서 125%로 변경되었다.

NBFC 대상 은행대출: RBI는 SCB에서 NBFC에 제공한 대출건 중 기존에 100% 미만으로 설정되었던 리스크 가중치를 25%p씩 일괄 상향조정했다.3)

<표 1> NBFC 대상 은행 대출건의 신용도별 리스크 가중치


자료: 저자 정리


리스크 가중치 변경의 역사적 사례
RBI는 이전에도 리스크 가중치 조정을 필요에 따른 정책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2004년에 주택 및 소비자 대출액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시장 과열의 조짐이 보이자 RBI는 동년 12월 23일에 리스크 통제책의 일환으로 리스크 가중치를 조정했는데, 이 때 주택대출의 경우 50%에서 75%로, 소비자 대출(개인대출 및 신용카드 잔액 포함)의 경우100%에서 125%로 가중치가 각각 변경되었다. 이어 2019년 9월 12일에는 위 사례와는 반대로 소비자 지출 촉진을 위해 무담보 소매대출액 리스크 가중치가 일부 하향 조정되었는데, 이에 따라 개인대출을 포함한 소비자 대출액의 가중치는 125%에서 100%로 환원되었다(신용카드 잔액의 경우 125% 유지).

소매금융 과열 통제조치의 배경
통계에 의하면 2023년도 인도 소매대출액의 평균 성장률은 22.8%를 기록해 총대출액 평균 성장률인 17%를 상회했고, 특히 무담보 소매대출액이(25.9%) 유담보 소매대출액에(21.4%) 비해 4.5%p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그림 1, 2> 참고).

<그림 1> 인도의 종류별 대출액 성장률 추이(전년동월 대비)


비고 1: 무담보 소매대출액에는 기타 개인대출액 및 신용카드 잔액 포함
비고 2: 2023년 7월부터는 HDFC은행과 합병한 HDFC유한회사 자료 반영
자료: RBI

<그림 2> 2020년 1월~2023년 9월 인도 은행부문 분야별 평균 대출액 성장률


자료: RBI

인도에서는 최근 무담보 소매대출액이 급속히 증가하며 여타 분야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RBI가 리스크 가중치 요건을 완화했던 2019년 9월 이후로는 무담보 대출액 비율이 28.5%에서 30.2%로 늘어나고 유담보 대출액 비율은 71.5%에서 69.8%로 줄어들었다(기타 개인대출액 및 신용카드 잔액 포함).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무담보 소매대출액은 인도 은행권 대출총액의 9.6%를 차지하는데, 이는 2019년 9월에 관찰된 7.1%에 비해 상승한 수치이다(<그림 3> 참고).

<그림 3> SCB 전체 소매대출액 중 유담보·무담보 비율


자료: RBI

RBI 금융안정성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의 2023년 6월 최신판에 의하면 소매대출액 전체의 총부실자산(GNPA: Gross Non-Performing Asset) 비율은 동년 3월을 기준으로 1.4%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SCB 대출건 중 부실위험도가 높은 특별관리계좌(SMA: Special Mention Account) 지정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7.3%를 기록했다. 여기서 SMA란 특정 대출건이 부실자산(NPA, 원리금 상환 연체기간 91일 이상)으로 공식 분류되기 이전에 개별 은행이 초기 부실징후를 파악해 부여하는 위험등급으로, 그 정도에 따라 3개 하위등급으로 다시 나뉜다.

<표 2> 2023년 3월 31일 기준 소매대출액 중 SMA 지정비율


SMA-0: 원리금 상환 연체기간30일 이하 + 초기 부실징후 감지
SMA-1: 원리금 상환 연체기간 31~60일
SMA-2: 원리금 상환 연체기간 61~90일

자료: RBI 금융안정성보고서(2023년 6월)

아울러 신용정보회사 트랜스유니언 시빌(TransUnion CIBIL)이 제공하는 자료에서도 인도 내 개인대출건의 리스크 건전도 현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표 3>을 살펴보면 슈퍼프라임 및 프라임플러스로 분류되었다가 하위등급으로 강등된 대출건의 비율이 반대로 서브프라임 혹은 니어프라임 분류에서 상위등급으로 격상된 대출건의 비율에 비해 작았는데, 이는 대출건 전반의 부실징후 심화로 볼 수 있다.

한편 트랜스유니언 CIBIL이 발표한 2023년 10월판 신용시장지표보고서(Credit Market Indicator Report)에 따르면 소비형 및 재산담보형 대출건의 조기부도율(대출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원리금 상환이 31일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일부 대출부문의 조기부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전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일례로 개인 대출건의 조기부도율은 팬데믹 이전 6%에서 2022년 말에는 9%로, 신용카드 조기부도율은 팬데믹 이전의 3%에서 이후로는 4%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5만 루피(INR, 약 80만 원) 이하 개인 대출건의 경우 31일 이상 연체비율이 10.2%를 기록하면서 5만 루피 이상 대출건의 3.2%를 훨씬 상회하는 부도율을 보였다.

<표 3>  2022년 3월~2023년3월 무담보 개인 대출건 리스크 건전도 등급비율 변화표(%) 
적색 - 건전도 강등 비율, 녹색 – 건전도 격상 비율


[비고: 건전도 등급별 평가점수대] 슈퍼프라임(791~900점), 프라임플러스(771~790점), 프라임(731~770점), 니어프라임(681~730점), 서브프라임(300~680점)
자료: 트랜스유니언 CIBIL

리스크 가중치 조정의 영향
금융기관이 확보해야 하는 자금규모 산정에 관여하는 리스크 가중치가 상향 조정되면 인도의 은행 및 NBFC가 대출규모의 지속 확대에 투입해야 하는 자본의 양이 늘어난다. 또한 리스크 가중치는 신규대출과 기존대출 모두에 적용되기에, 기 발행 대출을 관리하는 데에도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렇게 금융사들이 부담하는 자본비용이 증가하면 비용 상쇄를 위해 대출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특히 자본 확보비용과 대출 관리비용의 동시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NBFC의 경우 일반 은행보다 금리 인상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된다. 즉, RBI의 조치에 따른 자본비용의 상승은 이들 비용을 추가로 감당해야 하는 인도 은행 및 NBFC의 수익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금융사가 해당 비용을 고객들에게 얼마나 전가하는지에 따라 대출액 상승세 둔화,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시적 금융통계에 간단한 수식을 대입해보면 이번에 RBI가 리스크 가중치를 상향조정하면서 인도 금융권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자본의 규모는 약 8,400억 루피(약 13조 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

<표 4>  RBI 조치에 따라 금융권에 추가로 필요한 자본 규모(2023년 9월 기준, 단위: 1조 루피)


* 주택, 학자금, 차량, 금 보증 대출 등 포함
** 주택금융기업(HFC)을 제외한 NBFC 대상 은행 대출액 모두 포함(신용도 무관)
자료: 트랜스유니언 CIBIL

결론
상업은행의 무담보 소비자 대출, NBFC의 소비자 대출, 그리고 은행 및 NBFC에서 발행하는 신용카드 잔액에 대한 리스크 가중치를 인상한 RBI의 조치는 과거에도 필요에 따라 활용된 전례가 있는 정책수단으로, 무담보 대출부문의 과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택대출, 학자금대출, 차량대출이나 금 및 금 장신구 담보대출, 소액대출, 자구조직(SHG) 대출 등 소매금융의 주요 분야 중 일부는 이번 조치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여기서 초기 부실징후를 나타내는 무담보 소매대출의 무분별한 확장 통제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RBI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RBI가 시장 개입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무담보 소매대출액이 총대출액에 비해 훨씬 빠른 성장률을 보이면서 은행업계의 대출 잔여액 중 거의 10%, 소매대출액의 30% 규모까지 과성장한 지금의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 ▲무담보 대출부문의 SMA 비율 상승을 보여주는 통계 ▲무담보 개인 대출건 중 리스크 건전성 강등사례의 비율이 격상사례의 비율을 상회함을 나타내는 분석자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전에 비해 상승한 소비형·재산담보형 대출의 조기부도율 등도 RBI의 결단을 촉진한 초기 부실징후로 평가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둔 RBI의 이번 개입은 금융안정성 유지라는 정책목표와 부합하는 조치로, 향후 인도 내 금융자산의 질적 수준 하락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각주
1) 주택대출, 학자금대출, 차량대출, 금 및 금 장신구 담보대출 제외
2) 위 항목에 더해 소액금융대출, 자구조직(SHG) 대출 추가 제외
3) 핵심부문으로 분류되는 투자기업 및 주택금융기업(HFC) 대상 대출건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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