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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라오스, 미얀마 위기 격화 속에 2024년 아세안 의장국 수임
라오스 / 미얀마 EMERiCs - - 2024/02/27
라오스, 2024년 아세안 의장국 공식 수임
라오스, 2024년 아세안 슬로건으로 ‘연계성과 회복탄력성 강화’(Enhancing Connectivity and Resilience) 제시
라오스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의장국 자리를 넘겨받았다. 살름싸이 꼼마싯(Saleumxay Kommasith) 라오스 부총리겸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의장국을 두 번이나 역임했던 라오스가 2024년에 세 번째로 의장국을 수임하여 아세안 행사를 조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라오스는 ‘아세안의 연계성과 회복탄력성 강화(ASEAN: Enhancing Connectivity and Resilience)’를 주제로 아세안 공동체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라오스는 이전 의장국들처럼 아세안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아세안의 중심성을 증진하여 아세안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통합 강화, 개발 격차 해소, 디지털 전환 추진, 인적 교류 증진, 기후 복원력 및 보건 개발 등이 중점 과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작은 개발도상국 라오스로 아세안 의장국 자리가 넘어가면서, 남중국해 분쟁과 미얀마 위기 등 새로운 지정학적 문제를 아세안이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또한, 아세안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 중재, 긴장 완화, 대화 재개를 지속적으로 지지해 왔는데, 아세안이 라오스의 리더십 아래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의 대상이다.
2024년 아세안 최대 당면 과제는 ‘미얀마 문제’
2023년 연말부터 미얀마에서 군부가 국경지대 통제력을 반군부 성향의 소수민족무장단체들에 빼앗기면서 분쟁의 지역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Rakhine)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라칸군(Arakan Army)이 군부와의 전선에서 승리하여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팔레타(Paletwa)를 장악하고, 해당 지역 내 완전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얀마 반군부 연합인 민족민주동맹군(MNDAA), 타앙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은 미얀마 동부 샨(Shan)주의 중국 국경지대 장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온라인 사기 범죄가 성행하는 코캉(Kokang)이 이 지역에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와 반군부 측의 정전협정을 중재하였고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 ▲군 포로 석방 ▲평화적 해결책 도출 등 합의를 끌어냈으나, 소규모 분쟁은 끊이지 않는 상태다. 반군부 측은 군부가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 폭격을 지속 자행하는 등 정전협정 상의 합의 내용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군부를 비난하고 있다. 한편, 군부는 병력을 수도 네피도(Nay Pyi Taw) 및 최대 경제도시 양곤(Yangon)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반군부 진영의 게릴라전에 대응하는 등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비상사태를 연장하고 총선을 추가로 연기한 후 반군을 분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국방안보위원회는 군부가 아웅산 수찌(Aung San Suu Kyi) 정부를 축출하면서 선포한 국가비상사태가 2024년 2월 1일에 만료됨에 따라 이를 6개월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국방안보위원회는 테러리스트와 계속 싸우기 위해 비상사태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군부가 초안을 작성한 2008년 헌법에 따르면 비상사태가 해제된 후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선거가 실시되어야 하며, 군부는 이 헌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미얀마에서 무력 분쟁으로 인한 난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말까지 미얀마 전역에서 약 260만 명이 고향을 떠났으며, 이는 이웃 라오스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2023년 10월 전투가 격화된 이후 62만 8,000명의 미얀마인이 공습과 포격, 처형과 살해, 강제 징집, 고문, 자의적 구금, 납치, 박해 등의 위협을 피해 고향을 등졌다. 이에 미얀마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86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인구의 4분의 1이 의료 시스템 붕괴로 기아 및 잠재적 질병 위험에 노출되었고,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를 겪을 위험에 처했다. 게다가 미얀마 군부가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에만 40명의 구호 요원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구호 요원 15명이 납치당하고 212명은 당국에 체포됐다. 또한, 미얀마 위기가 잊히면서 유엔(UN) 산하 미얀마 인도주의대응계획(Myanmar Humanitarian Response Plan)이 필요한 자금의 약 3분의 1만 확보하여 6억 달러(약 7,968억 원)나 모자란 실정이다. 한편, 미얀마 내 소수민족이자 종교적, 언어적 소수자인 로힝야(Rohingya)족 약 100만 명은 1990년대 이후 폭력, 대규모 무장 공격, 심각한 인권 침해를 피해 피난을 떠났다. 현재 미얀마 서부 라카인(Rakhine)주에는 약 60만 명의 로힝야족이 남아있는데, 이 중 약 4분의 1이 2012년부터 수용소에 갇혀 있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 진전이 부진한 가운데 아세안은 미얀마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출신 현직, 전직, 차기 아세안 의장들로 구성될 트로이카 의장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트로이카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나, 이전에 합의한 5개항 합의에 따라 미얀마 위기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도 트로이카 출범을 환영하면서, 미얀마 위기의 해법을 찾고 민주적 제도 재건을 위한 길을 분명히 닦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까오 끔 혼(Kao Kim Hourn) 아세안 사무총장은 일본 매체 닛케이(Nikkei Asia)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정치적 혼란에 대처하는 라오스의 능력을 믿는다고 밝히면서 인도네시아가 해오던 일을 라오스가 계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캄보디아 외교관 출신으로 2024년 1월 아세안 사무총장직에 올른 까오 끔 혼은 아세안이 미얀마 위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트로이카 체제 출범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판프리 바히드라 누카라 태국 외무장관은 미르자나 스폴자릭 에거 국제접십자위원회(ICRC) 위원장과도 만나 회담을 갖고, 태국이 ICRC의 지역 사무소를 유치하게 되어 기쁘다고 발언했다. 그는 태국이 미얀마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한편, 아세안은 “미얀마의 상황을 논의하고,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하여 미얀마 주도의 포괄적인 해결책 마련을 유일한 목표로 하는 5개항 합의가 여전히 우리의 기준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세안 인도적 지원 재난관리 조정센터(AHA Centre)의 2단계 미얀마 인도적 지원, 남부 샨(Shan)주 냐웅 쉐(Nyaung Shwe)와 흐셍(Hsihseng) 지역의 이재민 및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분배에 진전이 있었다는 사실도 거론됐다.
2024 아세안 의장국 라오스가 직면한 주요 도전 과제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는 라오스의 ‘높은 중국 의존도’
라오스와 중국 간의 높은 경제적 유대관계 때문에 라오스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칼라일 테일러(Carlyle Thayer)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하여 행동강령(Codes of Conduct) 초안을 제출하지 않은 두 나라가 바로 라오스와 미얀마라고 지적했다. 아세안과 중국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 선언에 합의한 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동 규범을 협상해왔고, 2018년 아세안과 중국은 단일협상 초안(Single Draft Negotiating Text)을 발표했으나 협상의 진전은 더딘 상태다. 지정학 정보회사 스트랫퍼(Stratfor)는 라오스가 막대한 대중(對中)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라오스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하여 미얀마 군부와의 5개항 합의 이행 압박과 정치범 석방 등 문제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라오스 국내 정치적/사회적 이슈 (유일 합법정당인 인민혁명당(LPRP)의 대중 지지도 관리)
라오스가 막대한 부채를 진 상황에서 아세안 의장국 임무 수행과 관련하여 많은 비용이 드는 국제 행사를 개최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라오스에서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고급 호텔 건설과 인프라 개선 사업 시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라오스에서 2023년 4월 반체제 블로거 아누사 잭 루앙수폼(Anousa Jack Luangsuphom) 암살 미수 사건이 벌어졌고, 5월에는 정치 활동가 분수안 키티야노(Bounsuan Kitiyano)가 사형을 당하는 등 언론 자유와 인권이 심각하게 제약되는 상태다. 따라서, 라오스의 유일 합법 정당인 라오스 인민혁명당(LPRP, Lao People’s Revolutionary Party)이 정치적 자유 확대와 공평한 경제 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또 다른 관심사다. 라오스가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함에 따라 라오스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시민단체들이 인권 침해에 경종을 울릴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간 패권경쟁의 중심에서 경제/정치적 안정을 위한 조심스러운 접근법 필요
최근 몇 년 동안 정치 및 경제 분야, 특히 기술,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 연결, 무역 및 금융과 관련된 분야에서 미중 경쟁과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아세안이 이러한 전략적 경쟁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 중심성이라는 가치도 도전을 직면한 상태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라오스가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였는데, 전직 라오스 주미 대사를 지냈던 마이 사야봉스(Mai Sayavongs)는 라오스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제적,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을 신중하게 탐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 사야봉스 전(前) 대사는 아세안이 불간섭과 합의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약속함으로써 회원국들이 지역 정책을 형성하는 데 있어 동등한 참여와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세안은 아세안 중심성과 독립성 고수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마이 사야봉스 전 대사는 “아세안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균형 잡히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는 동시에, 강점과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단적 접근 방식을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및 국제 문제에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지역 국가들의 주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이 사야봉스 전 대사의 의견이다. 마이 사야봉스 전 대사에 따르면,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한국, 인도, 호주,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 강대국들과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여 전략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고, 어느 한 외부 강대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회원국들의 주체성을 보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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