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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소규모 농업 역량 강화를 위한 말레이시아 정부 정책과 의의

말레이시아 Mohammad Ezzani Iswan Ismail University Sains Malaysia (USM) Sustainable Development Practitioner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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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3개 연방지구와 13개 주로 구성된 동남아의 연방제 입헌군주국 말레이시아는 면적이 32만 9,847㎢에 달하며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크게 서말레이시아와 동말레이시아로 나뉜다(<그림 1> 참고). 이전에 말라야(Malaya)라고도 불렸던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 31일부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서비스업, 제조업, 광업 등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 부문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과 일자리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1) 

<그림 1> 말레이시아 지도


자료: https://www.nationsonline.org/oneworld/map/malaysia_map.htm


소농민은 소규모 토지를 농업 용도로 소유 혹은 경영하는 개인이나 가구를 의미한다. 소농민의 종류는 토지 임대료를 내는 소작농, 제3자의 농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자신이 소유한 소규모 농지를 직접 경영하는 자작농 등 다양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원이 제한적이고 작은 규모의 작물 경작이나 가축 사육을 생업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2) 오늘날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도 농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소농민들의 경제적 상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국가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 생산의 많은 부분을 소농민들이 담당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팜유 산업계 사이의 협력이 고도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갖춘 덕분에 팜유 관련산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팜나무 재배 면적도 크게 증가하였다.3)

말레이시아 농업부문의 성장
말레이시아의 농업부문은 작물 경작, 축산업, 임업 벌목, 수산업 등 4개 하위 부문으로 구성된다. 2022년도 연례 경제통계(AES)에 따르면 2020년 822억 링깃(약 23조 6,000억 원)이었던 농업 부문 총생산액은 2021년에는 23.2% 증가한 1,013억 링깃(약 29조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급격한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주는 차례로 사라왁(Sarawak)주(30.2%), 사바(Sabah)주(20.3%), 조호르(Johor)주(12.3%)인 것으로 집계되었다(<그림 2> 참고).4) 

<그림 2> 2022년도 말레이시아 농업부문 총생산액의 주별 비중


자료: Annual Economic Statistics (AES) Agriculture Sector 2022, Department of Statistics Malaysia, Official Portal5)



말레이시아 농업 정책의 역사

구(舊)국가농업정책(NAP: National Agricultural Policy)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가경제 발전과 농업부문 성장 촉진, 농산물 품질 제고를 목표로 1기(1984~1991년), 2기(1992~ 1997년), 3기(1998~2010년)에 걸쳐 NAP를 추진했다. 말레이시아 연방정부가 수립하고 농무부가 시행한 NAP는 농업부문에서 소농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들이 국가 식량안보 및 경제발전 측면에서 수행하는 핵심적 역할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는 NAP를 바탕으로 토지, 기술, 재정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소농민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역량 강화를 추진했다. 또한 낭비 자제(al-israf), 형평성 있는 분배(awlawiyah) 등 이슬람식 원칙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의 품질을 제고하고 국가수입을 늘리며 농업관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은 농업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이슬람식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소농민의 복지 개선과 역량 발전을 함께 지향하는 성격을 띤다.6) 

NAP 시행기의 소농민 관련 농업구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농업부문을 발전시킨다는 목표 아래 △보조금 부담 경감 △집단농업을 통한 상업화 촉진 △민간기업의 참여와 투자를 통한 농업현장의 지속 발전을 강조했다. NAP는 계획 수립이 너무 늦었다거나 기존의 정책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농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 감소나 농민 빈곤과 같은 농업부문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담았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농업소득 증대와 농업의 경제발전 기여 확대라는 당시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토지구조 재조정 △효율적 기술 도입 촉진 △보조금 배분 △최적 가격설정과 같은 전략을 동원했다.

신경제정책(NEP, New Economic Policy)
한편 말레이시아의 2대 총리 툰 압둘 라작(Tun Abdul Razak)이 입안한 NEP는 제2차 말레이시아 계획(1971~1975년)에서 제8차 말레이시아 계획(1986~1998) 시기에 걸쳐 빈곤을 퇴치하고 사회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연방정부가 시행을 담당한 NEP는 특히 농지 소유권, 재분배, 공동체 농업 프로그램, 협력적 개발과 같은 토지개혁 관련 개념에 초점을 맞췄고, NAP와 같은 후속 농업정책과도 연계해 휴경지 문제, 농촌 빈곤 및 소득분배 문제 등 이슈에 대응하고자 했다. 당초 빈곤 퇴치라는 목표 아래 출범했던 NEP는 이후 농지 관련 문제 대응책도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이 과정에서 이슬람식 가치를 바탕으로 전방위적 농촌 개발을 도모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7)

국가농식품정책(NAFP, National Agri-Food Policy) 및 국가기초재정책(NCP, National Commodity Policy)
농업부문은 말레이시아 경제의 중핵으로서 국가소득과 수출실적,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다. 이외에 식량, 그리고 자원기반 산업의 기초재 공급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식량안보 및 산업활동 지원 측면에서도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이 점을 인지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 농업이 국내외의 신규 도전과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를 꾸준히 시행해왔는데, 이러한 노력의 일부인 NAFP(2011~2020년)와 NCP(2011~2020년)는 농업부문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증진함과 동시에 소농민들의 복리와 발전을 함께 도모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반영했다.

NAFP와 NCP는 △식량의 안전하고 충분한 공급 △농식품산업의 지속가능성 신장 △농업부문 기업의 소득수준 향상 등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농업 현대화 △R&D 활성화 △농업기술 및 가공기법 발전 등을 추진하며 소농민들에게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여 농민들의 생활 수준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혁신적인 관행과 기술의 도입은 농업 부문의 생산성과 농민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이어져 말레이시아 농업 부문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었다.8) 말레이시아의 농업부문은 상기 2개 정책의 시행 전반기에 2.4%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총 32개 기초 식품 중 과일이나 채소를 포함한 17개 품목의 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데 성공하며 자급률 100% 이상을 달성했다.9)

말레이시아 농업 정책의 현재

신(新)국가농업정책(DPN3, Dasar Pertanian Negara Ketiga)
말레이시아는 DPN3에서도 농업에 종사하는 소농민들의 역량 신장을 위한 전략구상과 정책을 제시한다. DPN3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농업부문의 자원 활용을 최적화해 소득을 늘리는 것으로, 이 분야의 대표적 성과지표에는 농업의 GDP 기여도, 수출실적, 농∙축∙어민들의 소득수준이 있다. 본 계획은 이외에도 식량안보 신장, 생산성 향상, 여타 부문과의 연계 강화, 농업의 새로운 성장기회 모색 등을 강조한다.

DPN3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농림업 측면의 접근법과 상품 측면의 접근법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취한다. 먼저 농림업 측면의 접근법은 농업과 임업활동을 서로 통합함으로써 자원활용 최적화와 양 부문의 시너지 창조를 도모하면서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하는 데 방점을 둔다. 한편 상품 측면의 접근법은 시장 수요와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해 핵심상품과 시장을 선별하고 맞춤형 생산전략을 채택해 시장 수요 충족과 농업 부가가치 증대를 유도한다. 이들 접근법 모두는 소농민들에게 소득원 다변화, 생산성 향상, 시장 접근성 제고와 같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말레이시아 농업부문의 전반적 발전과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10) 

제2차 국가농식품정책(DAN 2.0, Dasar Agromakanan Negara 2.0)
말레이시아 정부가 NAFP의 후속으로 기획한 DAN 2.0 (2021~2030년) 또한 소농민의 역량 신장을 위한 조치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특히 식량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소농민들의 필요 충족을 위한 맞춤형 개입을 지향한다. DAN 2.0에 따라 수립된 핵심 구상 중 하나는 소농민들에게 특화된 기술지원과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해 지속가능 농법이나 효율적 자원관리기법 등 현대적 농업 관행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대출 과 보험제도를 통해 소농민들의 재정 접근성을 강화함으로써 이들의 원활한 투자를 지원하고 농업활동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DAN 2.0은 이와 같은 형태의 지원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농민들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생계를 개선해 이들이 농업부문에 더욱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11)

농업 정책구상의 도전요소
말레이시아 농업마케팅청(FAMA: Federal Agricultural Marketing Authority)은 제3기 NAP 시행기에 소농민들의 상업화 수준과 생산량을 늘린다는 취지 아래 계약농업(contract farming)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상품 가격대 저하와 관리비용 상승, 그리고 작물의 양과 질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겹치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민들은 FAMA가 상정한 실적을 일관적으로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계약농업 프로그램이 현실의 장애물을 만나 고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단, 계약농업이라는 방식 자체는 이러한 도전요소에도 불구하고 소농민과 기업 사이의 파트너십을 촉진해 시장 참여, 기술 도입, 소득 창출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소농민들의 필요에 알맞은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자들이 정책을 형평성 있게 집행해 소농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각종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살펴본 계약농업 프로그램의 사례는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 농업 정착, 농촌 발전과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소농민들의 실제 필요 사이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12)

EUDR 대응책 마련 시급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함께 최대 팜유 생산국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는 EUDR(EU Deforestation Regulation, 유럽연합(EU) 삼림파괴 규정)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24년 12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EUDR은 삼림 훼손과 연관된 토지에서 생산된 팜유 등 7가지 품목에 대한 수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13) EUDR은 파트너 국가들이 지속 가능하고 삼림 파괴가 없는 합법적인 농업 가치 사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팜유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만큼 EUDR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14) EU 지역으로 팜유를 수출하는 업체는 상산과정에서 삼림 파괴가 없었음을 확인하고,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준수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EUDR에 대응하여 말레이시아 플랜테이션 및 상품부는 올해 말 시행될 새로운 규제에 항의하기 위해 유럽연합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토지를 관리하기 위해 독립 팜유 소농을 통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15)

결론
자국 소농민들의 역량 신장을 도모하기 위한 말레이시아의 농업 정책구상은 지금까지 농업부문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의 NAP에서 시작해 보다 최근의 DPN3 및 DAN 2.0에 이르는 다양한 정책들은 소농민들이 식량안보, 빈곤 완화, 경제발전 측면에서 지니는 중요성에 주목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본고에서 소개한 정책들은 소농민들의 자원 접근성을 늘리고 기술 및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생산성 및 소득수준, 전반적 생계 개선을 도모하고자 했다. 다만 계약농업 프로그램의 사례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여러 도전과제들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소농민들의 필요와 현실에 대응해 기존의 정책을 끊임없이 재평가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각주
1) Dardak, 2015
2) Smallholder, 2024
3) Ali et al., 2018
4) Department of Statistics Malaysia, 2023
5) https://v1.dosm.gov.my/v1/index.php?r=column/cthemeByCat&cat=468&bul_id=R3BCR0FTUThWZm9VQUxzY zJERlRBZz09&menu_id=Z0VTZGU1UHBUT1VJMFlpaXRRR0xpdz09
6) Mohd Borhanuddin et al., 2019
7) Ibid.
8) Agriculture | Official Portal of Ministry of Economy, 2024
9) Dardak, 2018
10) Dasar Pertanian Negara Ketiga (DPN3) - FAMA, 2024
11) Malaysia, 2021
12) Buang et al., 2010
13) Zaikariah, 2024
14) Jong, 2023
15) Reuter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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