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 모디 총리의 단독 과반 획득 실패
모디 총리의 승리 선언…하지만 기대했던 성과에는 못미쳐
6월 4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인민당(BJP)은다른 정당과 함께 정당 연합인 국가민주주의연맹(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를 형성하여 이번 선거에 나섰다. 인도 선거위원회(Election Commission)는 이번 선거 결과 NDA가 의회 과반인 272석보다 많은 294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BJP당이 얻은 의석 수는 240석에 그쳤다. 이는 2019년 선거에서 BJP당이 얻었던 303석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이다.
선거위원회의 발표는 출구 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매체인 CBC는 대부분 친 모디 성향의 인도의 주류 언론 매체들이 BJP당의 압승을 예측하는 기사를 보도하였다. 이어 CBC는 여당 측의 선거 운동이 선거 전 거세진 것이 당내의 긴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전했다. 선거 전 모디 총리는 인도 전체 인구의 14%만을 차지하는 무슬림을 겨냥한 선동적인 연설을 쏟아냈다. 다른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에 대한 반감과 주요 선거 슬로건이었던 모디 개런티(Modi Guarantee)에 대한 불신도 여당 의석 수가 줄어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찬드라추르 싱(Chandrachur Singh) 딜레힌두대학(University of Delhi's Hindu College) 교수는 종교 분열과 같이 젊은 유권자들이 동조할 수 없는 현안에서 BJP당이 강경 입장을 재고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연립정부 구성 필요성과 법률 통과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이번 선거 결과 정부가 인프라 설비 투자, 비즈니스 환경 개선, 점진적인 재정 통합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광범위한 정책 연속성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그러나 연정 정치와 약화된 권한으로 인해 정부 개혁 의제를 위한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피치는 인도의 중기 성장률은 정부의 과반수 확보에도 불구하고 2027/28 회계연도까지 6.2%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야권의 선전 배경과 주요 요인
이번 야권의 선전에는 라훌 간디(Rahul Ghandi)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 그의 활약으로 인도국민회의당(INC)이 하원에서 99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라훌 간디는 간디-네루 가문의 후손으로,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하였음에도 INC의 당권을 장악하여 BJP의 대안이 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러한 시도 중 하나가 선거 전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한 대장정이었다. 그는 2022-2023년 인도 대륙을 오가면서 지지세를 모았다.
이외에도 라훌 간디는 다른 야당과 정당 연합인 INDIA를 구축하여 야당 지지층과 여당에 비판적인 중도층 결집을 시도하였다. 이로써 INC당은 100석 가까운 의석을 얻을 수 있었으며, 많은 평론가들은 이러한 성과에 라훌 간디의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 이외에도 라훌 간디는 전략적으로 선거구를 선택함으로써 이번 선거 승리르 위한 적극적인 전략을 취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이번 선거에서 과거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한 라훌 간디는 총선 이후 야권 대표로 선출됐다. INC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라훌 간디를 공식 지도자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INC 지도자의 위치는 2014년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라훌 간디의 지도자 지명은 INC가 포함된 야당 연합에 소속 의원 232명의 의원들이 모인 회의에 상정되어 논의될 계획이다.
집권 여당(BJP)의 향후 계획 및 주요 당면 과제
모디 총리는 선거 결과 발표 후 첫 연설에서 지난 두 번의 임기 간 성과를 강조하는 한편 향후 목표를 밝혔다. 연설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제조 국가로 성장했다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및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내용도 연설에 포함됐다. 모디 총리는 이번 세 번째 임기 간 전자제품 및 반도체 생산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도가 녹색 산업으로의 전환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언급하였으며, 녹색 산업으로 전환 성과와 목표가 인도의 기술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6월 9일 뉴델리(New Delhi)의 인도 대통령궁에서 모디 총리가 취임 선서를 했다. 이번 취임식에는 드루파디 무르무(Droupadi Murmu) 인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주변 7개국 지도자, 발리우드 스타,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모디 총리는 취임식 이전 X(전 트위터)에서 바라트(Bharat)를 섬기게 되어 영광이라는 발언을 남겼다. 바라트는 인도어로 인도를 의미한다. 모디 총리 선서 이후 모디 총리와 여당 연합 정당들은 인도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경제적 격차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인도 경제는 8.2% 성장하여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그러나 국내적으로는 일자리 부족, 높은 물가, 낮은 소득, 종교 갈등으로 등으로 인해 유권자들은 모디 총리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모디 총리는 여당 회의에서 중산층은 국가의 원동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모디의 연립 정부가 인도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대서양협의회(Atlantic Council)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카필 샤르마(Kapil Sharma)는 연립 정부 하에서 산업 제조, 인프라, 디지털화, 지역 무역, 공급망 협약, 토지 개혁 등의 개혁 의제가 계속 포함될 것으로 내다 보았다. 한편 그는 연립 정부의 출범 소식에 인도 주식 시장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은 불확성을 환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디 3기 정부의 주요외교정책 방향
모디 총리의 외교정책 방향… 큰 정책적 변화는 관찰되지 않을 것
취임 이후 모디 총리는 3번째 임기 간 외교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먼저 모디 총리는 취임식에 주변국 정상을 초청하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이웃 우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전략으로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12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 중인 인도-태평양 해양 이니셔티브(IPOI)는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ASEAN 중심을 유지하면서 IPEF 및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인도는 자체적인 동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4년은 동방 행동 정책(AEP)의 10주년이 되는 해로, ASEAN, 일본, 한국, 호주와의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통해 인도의 전략적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도는 반도체 산업에서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 미국의 기술과 투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인도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시장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인도는 이미 UK, EU, 방글라데시와의 협정을 완료하고, ASEAN과 같은 기존 FTA들을 검토할 계획이다.
유엔 안보리(UNSC) 개혁 지속 추진…소다자협력체 활성화 병행
모디 정부는 지구적인 수준에서도 자국의 입지를 높이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을 요구해왔다. 모디 정부는 인도의 영구적 UNSC 상임이사국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전략적 동맹을 형성하며, 중국과의 도전에 대응할 계획이다. UNSC 이사국 자격 획득은 중국과의 협상과 UN 개혁을 포함한 복잡한 과정이지만, 인도는 개혁의 진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들은 소다자협력에서도 인도와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QUAD는 이러한 소다자협력의 일례로 여겨진다.
역내 중국 영향력 견제 지속
한편 인도는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지역에서 충돌 이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인도 국경과 150km 떨어진 지역에 J-20 스텔스 전투기를 배치하기도 했다. 이에 BJP당은 국경을 따라 강력한 인프라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인도는 양자 전략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7월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될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 간 회동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의 관계 강화
국방협력을 지속 강화해나가겠다는 모디 총리의 의지는 모디 3기 정부와 미국과의 협력을 보다 공고히 할 것으로 관찰된다. 모디 총리의 세번째 임기는 국방 개혁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방 생산과 수출 확대를 중점으로 삼으며, 무기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인도의 국방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인도는 중국의 확대되는 해양 주장과 과감한 행동을 점검하기 위해 더욱 협력하고 있으며, 이는 인도-미국 국방 관계를 강화하는 데 유익할 전망이다.
파키스탄과의 긴장 관계 지속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파키스탄과의 지속 관계 악화 되어왔다. 인도로부터 파키스탄이 독립한 이후 양국은 숙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독일 매체인 DW는 인도 선거 이후 파키스탄의 평가를 전했다. 파키스탄 상원의원이자 외교 전문가인 무샤히드 후세인은 DW와의 인터뷰에서 모디의 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잃은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그는 모디 총리의 입지가 과거보다 약화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인도의 더 차분한 접근 방식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모디 정부는 이슬라마바드 국경을 넘는 테러를 비난한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파키스탄과의 외교 관계를 이어오는 것을 거부해왔다. 한편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파키스탄도 인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는 큰 변화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친중성향의 몰디브와 양자관계 강화 목표 발표
모디 총리는 3연임 성공 이후 몰디브와 양자관계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 표명했다. 인도의 입장에서 몰디브는 인도양 지역의 주요 파트너이지만, 반인도, 친중국 성향의 대통령이 몰디브 정권을 잡아 양국 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9일 모하메드 무이즈(Mohamed Muizzu) 몰디브 대통령도 모디 총리의 취임식에 초대됐다. 몰디브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및 모리셔스와 함께 인도의 ‘이웃 우선’ 정책의 성공과 효과를 강조하는 인접 국가의 정상들 중 하나이다.
인도 총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 및 평가
중국, 모디 총리의 총선 승리 축하…대만과의 접촉에 대해서는 엄중 항의
중국은 BJP 주도의 NDA가 2024년 인도 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인도와의 양국 관계의 전반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인도와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관계가 양국과 지역 및 그 이상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과 모디 총리 간의 메시지 교환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라이 총통은 모디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타이완-인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무역, 기술 및 기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인도 측에 전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따뜻한 메시지에 사의를 표명했다. 또한, 서로 유익한 경제 및 기술적 파트너십을 추구하며 더 가까운 관계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중국은 이번 인도-대만 간 소통에 대만에 총통은 없으며 중화인민공화국 영토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 피력…인권 문제는 양국 관계 도전과제로 작용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도 모디 총리의 재선과 NDA의 총선 승리를 축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통화 중 인도-미국 종합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은 앞으로 많은 새로운 이정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공통된 우려를 바탕으로 최근 더욱 깊어졌다. 미국은 인도가 확장주의적인 중국에 대항하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왔다. 또한 미국 국무부도 인도 정부와 협력하여 번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보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행정부 및 사법부의 모디 총리 승리 축하 메시지 전달… 야당대표는 인도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발표
라닐 위크라메싱하(Ranil Wickremesinghe ) 스리랑카 대통령도 전화 통화로 모디 총리의 승리를 축하했다. 모디 총리는 위크라메싱하 대통령의 축하에 감사를 전하면서 인도의 이웃 우선 정책과 전 지역의 안보와 성장(SAGAR : Security and Growth for All in the Region) 비전에 따라 인도와 스리랑카 간의 강력한 관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약속했다. 두 지도자는 2023년 7월 위크라메싱하 대통령의 뉴델리 방문 중 발행된 양국 협력 비전 문서의 실천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두 지도자는 상호 성장, 발전 및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차원에서 연결성을 강화하는 진행 속도를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스리랑카 야권 대표인 사지트 프레마다사(Sajith Premadasa)도 모디 총리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인도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 연설 중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자 세계 경제 및 군사 강국인 인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모디 3기 정부의 국경 분쟁 해결 및 평화 조성을 위한 조치 기대
파키스탄 정부는 모디 총리 취임 전부터 차기 인도 정부가 양국 국민의 상호 이익을 위해 잠무와 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문제를 포함한 오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뭄타즈 자흐라 발로치(Mumtaz Zahra Baloch)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주간 브리핑에서 인도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그녀는 파키스탄이 인도를 포함한 모든 이웃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최근 선거 운동 기간 동안 파키스탄에 대한 부정적인 선전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러한 부정적인 수사에도 파키스탄이 인도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