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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4번째 IMF 금융지원을 앞둔 파키스탄의 신규 재정정책 분석

파키스탄 Karim Khan Pakistan 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Associate Professor 2024/08/12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인도ㆍ남아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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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성장률 저조, 장기적 거시경제 불균형, 생필품과 필수 서비스의 가격 폭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과 24번째 금융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파키스탄은 부채 상환 부담 가중, 전력부문 순환부채(circular debt) 축적, 국영기업의 손실 증대와 이로 인한 고질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출 실적 저조와 외환보유고 고갈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확대도 주요 도전과제이다. IMF 이사회는 직전 23차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파키스탄과 체결했던 대기성차관협약(Stand-By Arrangement)의 결과를 분석하면서 △재정정책 조정 △채무 건전성 제고 △자율환율제 채택을 통한 외부 충격 대응 △능동적 통화정책 도입 △에너지 부문 사업성 향상 △ 국영기업 운영 개선을 비롯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이에 따라 2024년 6월 12일에 IMF의 권고를 반영한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는데,1) 해당 예산안의 핵심 목표인 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부 수입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IMF는 파키스탄의 순환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기요금 인상과 석유개발 부담금2) 규모 확대를 주문했으나, 이 조치와 일반 판매세(GST: General Sales Tax) 인상이 겹칠 경우 생필품과 기초 서비스의 가격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한편 파키스탄이 IMF의 권고에 따라 2024년 7월 1일부터 새로이 적용하기 시작한 구간별 소득세율도 근로소득자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조세부담을 지우게 된다. 본고에서는 파키스탄 정부가 IMF의 금융지원 조건에 따라 도입한 조치들을 살펴보고, 파키스탄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수십 년간 계속된 거시경제 불균형

파키스탄은 1958년 이래 23차례에 걸쳐 IMF의 금융지원을 받으면서도 저조한 경제성장률 문제와 거시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35년간의 경제지표를 분석해보면, 미국이 천명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선봉에 서는 대가로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페르베즈 무샤라프(Pervez Musharraf) 정권 초기(2001~2005년)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대체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라는 양대 거시경제 지표 또한 2000년대 초반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와 같은 쌍둥이 적자 문제는 공공부채 규모 확대를 초래하는 한편,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대비 부채 이자 상환부담을 늘려 정부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3)

<그림1> 파키스탄의 기간별 GDP 대비 거시경제 지표


자료: Pakistan Economic Survey, Various Issues

소비자의 에너지 관련지출 부담 확대

에너지는 파키스탄의 산업, 농업, 상업 활동의 근간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경제발전에서 필수적인 전력부문은 현재 순환부채의 축적으로 심각한 재정적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2024년 4월 30일 기준 순환 부채 총액은 2조 7,280억 파키스탄 루피(이하 ‘파키스탄’ 생략, 약 13조  6,000억 원)이며, 이 중 민간전력생산자(IPP) 부채가 1조 8,540억 루피(약 9조 2,000억 원), 국영 발전기업(GENCOs: Generation Companies) 부채가 1,090억 루피(약 5,400억 원), 정부 지주회사(GHPL: Government Holdings Private Limited) 명의의 부채가 7,650억 루피(약 3조 8,000억 원)를 차지한다.


IMF는 24차 금융지원의 조건으로 순환부채의 규모를 현행 회계연도 말까지 2조 3,100억 루피(약 11조 5,000억 원) 규모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이전에 비해 7,000억 루피(약 3조 5,000억 원)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4년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신규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단위당 7~12 루피(약 35~60원)로 책정되었으며, 이전과 비교할 때 보호 대상 소비자의 부담은 평균 46.00%, 비보호 소비자의 부담은 평균 23.13% 증가했다.4) 예를 들어 월간 200단위의 전력을 소비하는 보호 대상 소비자가 새 규정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전기요금은 4,836 루피(약 2만 4,000원),5) 같은 양을 소비하는 비보호 소비자의 전기요금은 9,030 루피(약 4만 5,000원)가 된다. 또한 전력 소비량이 300단위, 500단위, 700단위로 늘어날수록 고정대금을 제외한 전기요금도 1만 5,051 루피(약 7만 5,000원), 2만 9,880 루피(약 14만 9,000원), 4만 4,268 루피(약 22만 원)로 크게 증가한다.6) 이외에 일반 주민이 아닌 농업, 산업, 상업 부문 고객에 청구되는 전기요금도 이전보다 늘어났으며, 총 1조 2,800억 루피(약 6조 4,000억 원)의 재정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석유개발 부담금도 석유제품 1리터당 80 루피(약 400원)로 인상된다. 하지만 파키스탄 내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력 가격의 기여 분이 최대 30%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과 석유개발 부담금이 동시에 인상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가중될 수 있고, 특히 일상생활용품의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40%의 빈곤율과 24.5%의 물가상승률로 고통받는 파키스탄 국민의 생활수준이 이전보다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신규 예산안에 따른 실질세율 인상

IMF가 24차 파키스탄 금융지원의 대가로 요구하는 또 하나의 조건은 재정수지 흑자 달성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조건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부 수입을 창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으며, 이에 따라 2024/25 회계연도에 구간별 소득세율이 새로 정비되면서 실질세율이 전반적으로 인상되었다. 최고소득구간에 적용되는 실질세율은 근로소득의 경우 40.38%, 비근로소득의 경우 47.37%에 달한다(<그림 2> 참조).



<표1>파키스탄의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른 구간별 소득세


출처: 파키스탄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

다음으로 <표 2>는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른 실질세율을 보다 상세히 분석해 소개한다. 여기에 따르면 직접세 징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최저소득구간에서도 약 19.98%의 실질세율 부담이 관찰되며, 나머지 9개 소득구간의 평균 실질세율은 근로소득의 경우 33.1%, 비근로소득의 경우 39.8% 수준이다. 일반 보건이나 교육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출이 GDP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실질세율이 인상될 경우, 국민들이 받는 혜택은 정체되는 반면 조세부담은 이전에 비해 크게 가중될 위험이 있다.

<그림 2> 2024/2025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른 파키스탄의 소득액별 실질세율

자료: 파키스탄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 및 재정 법안을 기반으로 저자 정리

<표 2>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른 소득액별 실질세율


자료: 파키스탄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 및 재정 법안을 기반으로 저자 정리

신규 재정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파키스탄의 2024/25 회계연도 예산안에 설정된 월별 최저임금은 3만 7,000 루피(약 18만 원)이지만, 비숙련·비공식 노동자의 경우 실수령액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소득에 부과되는 직접세를 내지 않는 최하위 소득자들도 지출액에 대한 19.98%의 간접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월간 전기 사용량이 100단위 미만인 보호 소비자층도 2,000루피(약 1만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 소득층의 실제 세금 및 공공요금 부담은 소득액의 25%를 넘어서게 된다. 총인구의 40%가 아직도 빈곤선 아래에 놓여있는 파키스탄의 국민경제가 이 정도의 부담을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서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대안은 장기적 거시경제 불균형과 저성장 기조로 대변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다. 물론 기존 재정정책이 추구하는 정부 수입 증대도 분명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감세 및 면세 특혜 폐지, 절차 간소화를 통한 조세기반 확대 및 등록 장려, 농업소득세 도입, 판매세 제도의 합리화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023/24 회계연도에는 각종 감세 및 면세 조치로 인해 걷히지 못한 금액이 세수액의 54%인 3조 9,000억 루피(약 19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러한 조세정책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은 대부분 사회적 엘리트층이었다. 아울러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도 2020년도 국가별 인간개발보고서(NHDR: National Human Development Report) 에서 파키스탄이 자국 내 강력한 이익집단에 특혜를 부여하는 데 연간 2조 6,000억 루피(약 12조 9,000억 원)를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통계는 현재 특권층에게 돌아가고 있는 재정적 혜택을 손보는 작업이 파키스탄 경제의 체질 개선에 필수적임을 잘 보여준다.

한편 파키스탄이 단행한 전기요금 인상이 순환부채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대신 민간전력생산자들과의 고정대금 계약 재협상, 발전비용 절감, 송∙배전 과정에서의 손실 최소화,7) 에너지 시장의 경쟁성 제고와 같이 일반 국민들에게 주는 부담이 덜하면서도 순환부채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안적 접근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연간 손실액이 도합 2조 루피(약 9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국영기업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8) 파키스탄 정부의 경제 개입이 지닌 비효율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영기업의 운영방식 변혁 △시장 친화적인 CEO 임명 △공동소유 구조 도입 △회생이 불가한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다방면의 개혁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수출 지원 정책을 수립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수출부문의 부진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결론
IMF의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IMF가 제시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IMF는 이번 24번째 금융지원을 앞두고 파키스탄에 재정수지 흑자 달성, 순환부채 문제 완화, 국영기업 손실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소득세율을 조정해 실질세율을 올리는 재정정책을 수립했으나, 일반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이러한 조치들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늘날 파키스탄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와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촉진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장기적 해법의 마련이다.

1) 파키스탄의 회계연도는 7월 1일에 시작해 차년도 6월 30일에 끝난다.
2) 석유개발 부담금(PDL, Petroleum Development Levy)은 석유제품을 구입하는 기업들이 정부에 지불하는 고정대금∙세금이다.
3) 파키스탄의 공공부채는 현재 GDP의 82%에 달하며, 이자 상환에 지출하는 금액도 GDP의 7%, 정부 예산의 52%, 세수액의 75%에 달한다.
4) 보호 대상 소비자는 6개월 연속으로 월간 전기 소비량이 200단위를 하회해 정부 보조금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소비자들을 의미한다.
5) 보호 대상 소비자의 경우 최초 3개월간 유예조치를 받게 된다.
6) 18% 세율의 일반판매세, 분기별 조정액, 연료비용 조정액이 반영된 수치이다.
7) 송∙ 배전 과정에서의 손실분은 전력기업 발전량 중 평균 3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8) 현재 파키스탄 내 각종 부문에서 활동하는 국영기업은 총 212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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