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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글로벌사우스와 남남협력: 모디 3.0 국제협력 기조에 관한 고찰과 한국-인도 관계 전망

인도 신소진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국제관계학과 부교수 2024/10/29

2024년 6월 총선에서 인도인민당(BJP)이 연합 정당들의 지지에 의존해 가까스로 승리한 지 벌써 수 개월이 지났다. 지난 1기나 2기 때와는 다르게 여당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 수가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국정운영에 더욱 큰 부담을 갖게 되었다. 모디 총리가 구상하고 있는 인도 내 정치, 경제, 산업 정책의 일부에 대하여 야당과 타협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정책에서 만큼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이다. 새로운 정부 역시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 아래 미국, 호주, 일본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러시아 및 그 우호국들과도 에너지나 경제안보에 있어 국익이 상충하지 않는다면 서먹한 정치적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인 실리를 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이전 모디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 직을 수행했던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Subrahmanyam Jaishankar)가 새 정부에서도 유임되었다는 사실은 모디 정부 3기의 외교정책이 기존 지침의 연장선 상에 있음을 시사한다.

본 논고에서는 모디 정부 3기의 주요 외교정책으로 꼽히는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와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또한 한국은 이 같은 인도의 외교정책 기조를 어떻게 이해하며 인도와 양자간 혹은 다자간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모디 3.0 국제협력: 남남협력과 글로벌사우스 정상회담

첫 번째 의문: 모디 정부가 지칭하는 글로벌사우스 국가는?
2023년 인도가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 활동할 무렵, 막바지로 접어든 모디 2기 정부가 글로벌사우스를 대상으로 국제협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23년 1월, 글로벌사우스 정상회의(VOGSS: Voice of Global South Summit)를 처음 개최하는 자리에서 모디 총리는 그간 경제개발의 혜택을 입지 못한 글로벌사우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의 경제개발은 인간 중심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인류가 ‘하나의 지구, 가족, 미래(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임을 자각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설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1) 과연 인도가 지칭하는 ‘글로벌사우스’ 에는 어떤 국가가 포함되며, 이를 중심으로 하는 남남협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글로벌사우스는 통상적으로 경제적으로 근대화가 더디고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들을 가리키며, 남남협력은 이들 개발도상국들 간의 국제적인 협력을 의미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이 대부분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이들을 글로벌사우스라 통칭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인 강대국들을 가리키는 글로벌노스(Global North)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 십년의 냉전기간에 정치, 경제, 사회학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통용이 되었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많은 국제정치 학자들과 국제개발 연구자들이 용어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각하면서부터 사용 빈도를 점점 줄여 나가는 추세였다.

특히, 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나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 탈식민주의)과 같은 후기실증주의(post-positivism) 학자들은 국제정치를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에 반대하면서 세계를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로 양분해서 이해하기 보다는 글로벌사우스에 속하는 많은 국가들이 국제사회의 다양한 방면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에 집중했다. 또한, 이들은 글로벌사우스 국가 간에도 정치·경제적인 힘의 편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관심을 두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모디 총리는 이렇듯 오해의 소지가 큰 ‘글로벌사우스’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회자시키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가? 인도는 2023년부터 글로벌사우스 정상회의를 세 차례나 개최하면서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과 국제협력의 가능성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해 오고 있다. 2023년 1월에 이어 11월에는 두 번째 정상회의를 열고 이들이 당면한 주요 과제를 점검했고, 2024년 8월에는 세 번째 정상회의를 개최해 123개 참여국들과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 파키스탄은 세 번의 글로벌사우스 정상회의에 단 한 번도 초대 받지 못했는데, 이를 근거로 최근 모디 정부의 외교정책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인도가 지칭하는 글로벌사우스에 중국,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북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그림 1> 참조). 중국은 파키스탄이나 북한보다 소득규모가 훨씬 높은 상위중소득국에 속하기 때문에 글로벌사우스에서 제외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중국보다 소득이 높은 이란이나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오만과 같은 중동의 국가들은 인도의 글로벌사우스 협력대상국에 포함이 되어 있다. 즉, 모디 정부가 단순히 소득규모나 경제발전의 단계에 따라 글로벌사우스를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한 셈이다.

<그림 1> 인도가 지칭하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


인도 외무부 (https://www.mea.gov.in/voice-of-global-summit.htm).


두 번째 의문: 남남협력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견제책인가?
일각에서는 인도의 남남협력 기조가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을 견제하면서도 균형을 잡아주는 평행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시각은, 2023년 G20 정상회의 기간 인도의 뉴델리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India-Middle East-Europe Corridor)’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주도한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사우스를 특별히 고려하여 기후나 환경과 같은 국제 공공재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임을 약속한 일본 정부에서 두드러진다.2) 즉, 미국과 일본은 인도의 남남협력 기조가 국제사회의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견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대는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방위역량 강화 훈련에서 인도가 적극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라는 이해에서 비롯한다.

인도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모디 정부는 글로벌사우스를 향한 남남협력이 ‘모든 국가’를 협력대상으로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고 있다. 마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다양한 해석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면서 성장잠재력이 많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들과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모디 정부의 행보는, 교묘하게도 중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2024년 3월 초에 도쿄에서 필자가 참석했던 ‘인도-일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닛케이 포럼’에서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은 인도가 구상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남남협력에서 중국은 파트너 대상국이 아님을 완곡하게 표현한 바 있다(<사진 1> 참고).3)

<사진 1> 인도-일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닛케이 포럼에서 글로벌사우스를 설명하는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


자료: 저자 직접 촬영


세 번째 의문: 남남협력은 인도의 전통적인 ‘비동맹’ 정책의 또 다른 이름 혹은 대안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글로벌사우스의 대표를 자처하며 개발협력을 주장하는 모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전 세계 식민국들을 향해 비동맹(nonalignment)노선을 강조하던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의 모습이 떠오른다. 과연 모디 정부의 남남협력은 네루 정부의 비동맹노선 만큼 강력한 외교원칙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실제로 앞서 언급했던 닛케이 포럼에서 자이샹카르 장관은 인도가 의미하는 글로벌사우스 대상국들은 오랜 기간의 식민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쉽고 연대를 형성하기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정부의 이 같은 글로벌사우스 정책 기조는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점차 파급력을 더해가고 있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앞다투어 외교정책에서 글로벌사우스를 강조하고 있는데,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최근 발리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아프리카 포럼에서 글로벌사우스의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같은 파급력을 디딤돌 삼아, 모디 정부는 글로벌사우스와 남남협력의 정책 기조를 더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모양새이다. 얼마 전 주일본 인도대사관에서 개최한 글로벌사우스 심포지엄에서도 여러 아프리카 대사들이 함께 모여 모디 정부의 슬로건을 지지하고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4)
 
인도의 글로벌사우스 협력대상국 명단에는 소위 ‘제 1세계’에 속하는 서방의 선진국들과 일본, ‘제 2세계’로 대표되는 러시아, 중국, 그들의 동맹국가들이 빠져 있다. 한국은 인도가 연대를 굳건히 하고자 하는 ‘제 3세계’ 국가 명단에 오랫동안 이름을 남겼었지만, 이제 명실공히 ‘제 1세계’ 국가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으니, 모디 정부의 남남협력 기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새로이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남남협력에서 한국의 역할과 한국-인도 관계 전망
2023년은 한국과 인도 양국이 1973년 12월 처음 수교한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인도 양국 관계는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2010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2015년에는 모디 총리가 서울에 방문했으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도가 신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 인도의 위상은 다른 중점협력국들에 비해 뒤쳐지는 듯한데, 한국 정부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인도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양국 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다소 미비한 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한국의 우호국들과도 결속을 단단히 하고 있는 인도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 글로벌사우스 정상회의에서 자이샹카르 장관이 “최고의 경험을 교류하고 이를 확대하자(exchange of best practices and also of scaling up)”라고 언급했듯, 한국이 일군 경제발전의 경험과 유산을 인도나 다른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교류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그룹 77(G77)5)을 탈퇴한지가 벌써 30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한국이 수십 년간 글로벌사우스의 일원이었으며 앞으로도 글로벌사우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음을 인도와 국제사회에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소위 하드파워적 방식으로 인도와 협력하려 하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한국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협력의 가능성도 크게 열어줄 수 있다. 그것이 소프트파워적 접근이든 감성적 접근이든 간에 한국이 인도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파트너 국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자 신소진 교수> 
일본 도쿄국제대학(Tokyo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국제정치, 남아시아정치, 개발학과 정치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 각주
1) 인도 외무부 자료 참고 (https://www.mea.gov.in/bilateral-documents.htm?dtl/38186/Chairs+Summary+3rd+Voice+of+Global+South+Summit+August+17+2024). 
2) 일본 정부가 글로벌사우스를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은 윤석정 (2023),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새로운 계획』: 분석 및 함의,” 외교안보연구소, 참고.
3) “Nikkei Forum: Interaction with Dr. S. Jaishankar External Affairs Minister of India,” 도쿄, 2024년 3월 8일.
4) “Symposium on Voice of Global South 2024,” 주일본 인도대사관, 도쿄, 2024년 10월 16일.
5) (편집자주) 국제연합(UN) 내 개발도상국 연합체로, 개발도상국의 독립과 주권 유지, 경제적 이익 수호, 회원국 간 유대관계 강화를 목표로 함. 현재 회원국은 134개국임(https://www.g77.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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