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 압하지야 정부, 러시아와 경제개발 협력 협정 체결

◦ 압하지야, 러시아의 안보 프레임워크에서 중요한 역할

- 압하지야는 러시아가 이용할 수 있는 최남단 항구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안보 프레임 워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공항에서의 국제선 이용이 상당 부분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2023년 7월 압하지야 정부와 러시아 국경에 인접해 있으며 지난 30년간 운영이 중단되었던 압하지야의 소후미(Sokhumi) 공항 재건 프로젝트 협정을 체결하였다. 

-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압하지야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특히 전력 부문에서 압하지야는 국가 총수요의 약 6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 받고 있었는데, 암호화폐 채굴 붐이 일면서 국가적인 전력 부족 사태와 잦은 정전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압하지야 의회가 지난 9월 러시아인에 우호적인 부동산 관련 법안의 승인을 거부한 이후 러시아는 전기요금 할인과 인도주의적 무료 공급을 중단하였고, 현재 압하지아는 하루 최대 16시간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 러시아 투자 확대 및 압하지야 경제 안정화 기대

- 한편 압하지야 경제부는 지난 10월 러시아 법인의 압하지야 내 프로젝트 수행을 허용하는 투자협정이 체결되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티나 오즈간(Kristina Ozgan) 압하지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막심 레셰트니코프(Maxim Reshetnikov)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이 서명한 해당 협정은 압하지야 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상호 책임과 지원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지난 9월부터 중단된 모스크바의 에너지 관련 재정 지원 재개를 위한 조건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즈간 부총리는 최근 4년간 러시아의 핵심 자산 투자가 110억 루블(약 1,100억 원) 이상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며, 이번 협정이 압하지야 경제 안정화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투자 증가와 함께 평균 임금, GDP, 예산 수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협정으로 이러한 경제지표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해당 협정이 농업, 제조업, 관광, 인프라 등 핵심 부문에 대한 러시아의 신규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며, 가스, 수도, 난방, 교통, 사회 서비스, 디지털 시스템 등 필수 인프라 개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협정을 계기로 민간 투자가 확대되며 경제 체질이 개선되고 고용 증진과 전반적인 경제성장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압하지아 의회에서 협정 부결...정치적 혼란 가중

◦ 압하지야 의회, 러시아와의 협정 비준 거부

- 12월 3일, 압하지야 의회는 러시아와의 투자협정을 부결시켰으며, 이는 정치적 혼란과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19명의 의원 요청으로 소집된 임시 국회에는 23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기권 2표를 제외한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 지난 10월 30일 모스크바에서 체결된 이번 투자협정은 분리독립지역인 압하지야와 러시아 간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했다. 야권 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협정이 러시아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고 압하지야의 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착취적’이라고 비판했다.

◦ 협정 관련 대규모 시위 및 정치 위기 발생

- 협정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면서 11월 19일 아슬란 브자니아(Aslan Bzhania) 압하지야 대통령이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칸 크바르치아(Kan Kvarchia) 의원은 의회 앞에 모인 야권 활동가들을 향해 이 협정이 "압하지야를 노예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광범위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이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 야권 지지자들은 바드라 군바(Badra Gunba) 대행 체제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브자니아 전 지도자에게 협정 관련 기만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도로와 교량 봉쇄 등을 동반한 이번 시위는 러시아-압하지야 간 복잡한 관계와 압하지야 지도부 내 내부 분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경제적 종속 심화와 내부 반발

◦ 외국인 투자자 우대 정책에 대한 현지 기업의 우려 확산

- 아시다 샤크릴(Asida Shakryl) 전 인권옴부즈맨은 압하지야 현지 기업인들에게 토지 접근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우대하는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샤크릴 전 옴부즈맨은 의회가 협정의 잠재적 경제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고 이러한 우려 사항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 르완 미카아(Leuan Mikaa) 압하지야 주권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이번 협정이 국내 기업보다 특권을 가진 외국 기업을 우대함으로써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미카아 위원장은 토지 담보 의무와 현지 기업의 소외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 압하지야의 경제 주권 침식에 대한 비판과 저항 확산

- 아크라 아리스타아(Akhra Aristaa) 경제학자는 이번 협정이 국내 기업과 국가 예산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대규모 외국 자본이 압하지야 관할권 밖에서 운영될 경우 현지 기업인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리스타아 경제학자는 세수 유출이 예산과 사회 서비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 협정 부결과 이에 따른 정치적 위기는 압하지야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직면한 미묘한 균형점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가 필수적인 경제·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야권과 일반 대중은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압하지야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25년 2월 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의 정치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Caucasus Watch, Abkhazia's "Russia" Problem, 2024.5.17

TASS, IN BRIEF: What is known about situation in Abkhazia, 2024.11.15

TASS, FACTBOX: What we know about situation in Abkhazia, 2024.12.4

Euronews, Unrest erupts in Abkhazia after opponents of Russian 'investments' agreement are detained, 2024.12.11

OC Media, Abkhazian Parliament rejects Russian investment agreement , 2024.12.4.

Abkhazia World, Abkhazia and Russia Sign Investment Agreement Amid Opposition Concerns, 2024.10.30

Abkhazia World, Russia Suspends Aid to Abkhazia: Yushchenko on Challenges and Cooperation, 2024.9.5

JAM News, Abkhazia on the brink of an energy collapse, 2024.12.6

[관련정보] 

압하지야, 정치적 혼란 속 러시아와의 투자 협정 거부 (20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