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내 드론 기술의 발전과 주요 국가의 역할
케냐와 르완다의 드론 혁신 주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케냐와 르완다가 드론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르완다는 의료 분야에서 드론 활용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르완다 정보통신기술부 장관 폴라 잉가비레(Paula Ingabire)는 "드론 도입으로 혈액 배송 시간이 3시간에서 26분으로 단축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미국 기업 집라인(Zipline)과 협력하여 고정익 드론을 통한 의료 샘플 수집 및 치료제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러한 성공 사례는 인접국의 드론 시스템 확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케냐는 드론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케냐 우주국(Kenya Space Agency)과 케냐 민간항공국(Kenya Civil Aviation Authority)은 드론 기술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데, 특히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의 자회사 알토(AALTO)와 협력하여 라이키피아(Laikipia)에 아프리카 최초의 드론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설은 성층권에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제퍼(Zephyr) 드론의 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케냐에는 300개 이상의 공인 드론 운영업체가 있으며, 드론스 두잉 굿 얼라이언스(Drones Doing Good Alliance)와 같은 단체들이 드론 규제 간소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드론 산업은 2030년까지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의 군사 협력과 드론 활용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는 군사 분야에서 드론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에티오피아 국방대학교 총장 케베데 레가사(Kebede Regasa) 준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나이지리아를 방문하여 양국 간 국방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교육 및 훈련 교류를 통해 군사력을 증강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드론 기술 분야의 협력도 포함한다.
양국의 군사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아프리카 대륙의 안보 강화와 군사 현대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드론 기술은 국경 감시, 대테러 작전, 정찰 임무 등 다양한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양국의 군사력 증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협력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체적인 군사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드론 기술 개발과 운용 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이는 아프리카 대륙의 군사 기술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 내 드론의 군사적 활용과 그 영향
나이지리아와 사헬 지역의 드론 전쟁
이슬람 국가 서아프리카 지부(ISWAP: Islamic State West Africa Province)가 2024년 12월 나이지리아 북동부 와지로코(Wajiroko) 작전기지를 상대로 감행한 드론 공격은 아프리카 대륙의 군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되었다. 이는 아프리카 지역 테러 단체가 처음으로 전투에서 드론을 직접적인 공격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ISWAP는 자체 제작한 수류탄을 장착한 4대의 무장 드론을 동원해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 공격으로 최소 5명의 군인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ISWAP는 다마투루(Damaturu)와 아바담(Abadam) 지역에서도 유사한 드론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테러 단체들의 전술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ISWAP는 초기에는 드론을 선전 활동과 정찰용으로만 활용했으나, 점차 전투 능력을 강화하면서 무기화된 드론 운용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차드호 유역 국가들의 다국적 합동기동부대(MNJTF: Multinational Joint Task Force)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MNJTF 사령관 고드윈 무트쿠트(Godwin Mutkut) 소장은 2025년 1월 마이두구리(Maiduguri)에서 열린 차드호 유역 주지사 포럼에서 드론 대처 및 활용 기술의 부재로 인해 군 병력과 민간인들이 공중 위협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ISWAP가 밀수 경로와 무기 밀매 네트워크를 통해 드론을 확보하고, 상업용 드론을 개조하여 무기화하는 방식으로 드론 전력을 구축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드론 능력 향상은 ISWAP의 작전 수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정밀 타격이 가능한 드론을 활용함으로써 ISWAP는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군사 시설과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고위험 공격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수단과 리비아에서의 드론 기술 시험장
수단에서는 신속지원군(RSF: Rapid Support Force)이 2023년 초 아랍에미리트로(UAE)부터 세르비아제 공격용 무인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드론전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특히 2024년 9월 8일 북다르푸르 주도 알파셔(Al-Fashir)에서 발생한 드론 군집 공격은 수단 내전의 양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 공격에서는 다수의 소형 드론이 즉석 제작된 체공 폭탄으로 운용되었으며, 상당수의 정찰용 무인항공기도 동원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리비아에서는 동부 벵가지(Benghazi)에 기반을 둔 리비아 국민군(LNA: Libyan National Army)이 특수부대 훈련을 위해 해외 용병을 고용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주력하고 있다. 할리파 하프타르(Khalifa Haftar) 원수가 이끄는 LNA는 2019년 4월 트리폴리 공격 당시 드론을 적극 활용했으나, 튀르키예군의 개입으로 2020년 6월 트리폴리 외곽에서 저지된 바 있다.
리비아 내전에서는 튀르키예가 트리폴리 정부를, 아랍에미리트와 러시아가 벵가지 정부를 지원하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튀르키예가 하프타르 가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아랍에미리트는 트리폴리의 드베이베(Dbeibeh) 총리를 지원하는 등 후원국들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아프리카 대륙에서 드론의 군사적 활용은 정규군과 반군, 테러 단체를 막론하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상업용 드론의 개조와 군집 드론 운용 등 새로운 전술의 등장은 아프리카 대륙의 군사 분쟁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향후 대테러 작전과 지역 안보에 새로운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사용의 인도적 영향과 규제 필요성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와 인권 문제
아프리카 대륙에서 드론 사용이 급증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드론워스유케이(Drone Wars UK)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3년간 아프리카 6개국에서 최소 50건의 드론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943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많은 국가들이 비밀리에 드론 작전을 수행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드론 공격이 민간인과 전투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하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드론 공격은 주거지역, 시장, 학교 등 민간 시설까지 파괴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드론 기술의 확산과 국제 규제의 필요성
아프리카에서 드론 기술의 확산은 최근 들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최소 10개 아프리카 국가가 중고도 장기체공(MALE: Medium Altitude, Long Endurance) 드론을 도입했다. 각국 정부는 반군 진압과 안보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드론 도입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실제 운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드론 기술의 확산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튀르키예, 중국, 이란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드론을 공급, ▲드론 사용에 대한 규제나 제약 부재, ▲군사력 증강을 위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요 증가 등이 거론된다.
코라 모리스(Cora Morris) 드론워스유케이 연구원은 "드론이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전쟁 수단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사력 사용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드론 사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민간인 사망에 대한 우려가 점차 무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확산이 현재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로열할로웨이 런던대학(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의 마이클 스파갓(Michael Spagat) 교수는 "일부 국가들이 아직 드론 운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이며, 향후에는 비국가 단체들도 강력한 드론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드론 수출에 적용되는 3개의 주요 국제 무기통제협정이 있으나, 모두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무인 시스템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 통제 체제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 내 드론 기술의 미래와 지역 협력의 중요성
드론 기술 발전을 위한 지역 협력의 필요성
아프리카 대륙의 안보와 발전을 위해서는 드론 기술 분야에서의 지역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방부 장관 아이샤 모하메드(Aisha Mohammed)는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국방장관 회의에서 "아프리카의 미래 국방 전략을 형성하는 데 있어 국가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드론 기술은 현대 군사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어,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기술 공유와 공동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은 드론 기술 발전을 위한 지역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공지능 방위 생태계 구축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아프리카연합 정치국 대테러 담당관 바바툰데 아바요미 타이워(Babatunde Abayomi Taiwo)는 "아프리카의 번영을 저해하는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드론 기술은 국경을 초월한 위협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어,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기술 공유와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소형 무기 확산과 드론 기술의 연관성
소형무기경량화무기지역센터(RECSA: Regional Centre on Small Arms and Light Weapons)는 아프리카 대륙 내 소형 무기 확산 문제와 드론 기술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RECSA 사무총장 장 피에르 베틴지(Jean Pierre Betindji)는 "드론 기술의 발전이 소형 무기의 불법 유통과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드론을 이용한 무기 밀수와 불법 거래가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RECSA는 15개 회원국과 협력하여 나이로비 의정서(Nairobi Protocol)를 이행하고 있다. 이 의정서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소형무기의 불법 제조, 밀매, 소지,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다. RECSA는 매년 소형 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자발적인 무기 반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드론 기술과 소형 무기 확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RECSA는 회원국들의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무기와 탄약의 안전한 보관 및 관리를 위한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베틴지 사무총장은 "부적절하게 보관된 무기가 분쟁과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효과적인 재고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틴지 사무총장은 "폭력과 분쟁을 줄이는 것이 아프리카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며, 이는 대륙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력과 분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면, 국가들이 안정을 찾고 경제 성장이 번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론 기술의 발전과 지역 협력은 아프리카의 안보와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소형 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서 드론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위한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성자: EC21R&C 김형석 연구원)